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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면 - 신라면

 

기억에,

사발면은 고등학교 일학년인가 이학년 무렵에 세상에 등장했다.

야간학습 시절이었고 당시 도시락은 기본 2개였고 찬밥에 사발면은

입시생의 표상이자 나름 부의 상징이자 당시 학교식당 저녁 주문 부동의

1위였던 오뎅탕을 물러나게 만든 위대한 발명품이자 대한민국 식재료사의

일대 혁명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사발면을 거의 먹지 않았다.

또는 먹지 못했다. 그 특유의 MSG 향을 한동안 힘들어했다.

그러다가 아주 간혹 사발면을 먹은 경우는 서울 시절 지리산을 찾을 때

산행에서 손이 가는 정도였다. 상황은 사발면을 먹게 만들었다.

학교와 산행은 비슷하다.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못 나온다.

그래서 사발면은 어쩌면 규율이다.

 

다시 사발면을 사들고 출근한다. 노가다판에서 오전 새참으로 사발면은 적합하다.

깨어나지 않은 몸을 뜨거운 국물과 그 특유의 MSG 향이 각성시킨다.

농심이냐 삼양이냐 육개장면이냐 등등에 관한 개인들의 철학과 역사, 정치적 입장도

‘필요’ 앞에서는 잠시 유보된다. ‘가장 얼큰한’ 제품이 낙점 받는다.

사발면을 먹는 행위는,

무엇인가 끝을 보아야 할 일 앞에 서 있다는 엄숙한 출정식 같은 것이다.

나는 사발면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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