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6일 저녁

마을이장 2017.09.04 22:10 조회 수 :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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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과 생선 – 나

나머지 – 형수님

 

가장 더운 계절이 아버님 기일이다.

파젯날 잡숫는 상이라 자정 넘어 모시지 않고 어둑해지면 제사상을 진설한다.

큰집은 여전히 자정 넘어 지내기를 고수하고 있다. 저녁 여덟 시 넘어 제사를 마치고

음복을 겸한 늦은 저녁 밥상이 차려진다. 영후가 수저를 마련하고 있다.

 

어머님이 제사 음식 만들 때 손을 보태신 것이 지난해 추석이었을까?

밤栗을 친다거나 하는 정도 수준에서. 제사음식 전투에서 물러나신 것은 몇 년 되었다.

내가 제사 음식 마련에 손을 보탠 것은 오래되었다.

그것은 가족사의 흥망성쇠와 비례하기도 하는 것이다. 또는 ‘깨어 있는 가사 문화’로

포장할 수도 있다. 원래 음식 하는 일이 자연스러웠던 나로서는 제사음식이란 것이

‘전수받을’ 지경의 난해한 그 무엇이 아니었다. 평생 보고 먹었던 것을, 기억을 되살려

만들면 되는 것이다. 우리 집은 여전히 ‘소고기뭇국’ 형식의 탕국을 끓이지 않는다.

피문어와 마른 명태와 홍합과 무엇과 무엇이 들어간 탕국을 끓이고 육류는 들어가지 않는다.

명태포가 아닌 마른 명태 껍질을 벗기는 일부터 시작해서 불리고 잘게 썰고 다듬는

공정을 거쳐 아랫대 아이들은 아무도 먹지 않는 국을 끓인다. 내 입장은?

소고기뭇국은 탕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설에 ‘8월 제사를 마지막으로’ 제사 음식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어머님을 통해 나왔다.

나는 적극 동의했다. 7월 부산 방문 때 그 사실을 다시 확인하였을 때 나 말고는

어머님, 형과 형수 모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역시 그랬다. 염천에 제사 음식 장만은

계속되는 것이었다. 1996년 아버님 상 때에는 삼베 상복을 입고 있었다. 당시 빈소에는

에어컨 같은 것은 없었다. 내 몸에서 짠내가 나고 새끼 두른 머리와 허리에 소금이 생겼다.

이후로도 8월 제사 음식을 하는 일은 항상 더위에 불을 피우는 일이라 다른 제사 준비보다 힘들었다.

아버님 제사 한 달 후면 추석이라 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다.

대부분의 가족 구성원이 늙어가고 있고 조카들과 영후가 제사를 모실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형과 나 또한 그것을 원하거나 강요할 생각이 없다. 흔히 하는 말로 이 일도 우리가 마지막이다.

 

통상 기제사는 당일 아침 일찍 출발하여 오전 10시경부터 전을 굽기 시작한다.

명절은 하루 전날 음식을 마련한다. 두 경우 모두 도착 전에 제수 장을 보고 다듬어 놓는 것은

형수 몫이다. 우리는 약간 손을 보태어 재료를 손보고 단지 굽는다.

금년에는 방법을 달리 했다. 모든 전과 생선을 구례에서 완료해서 가는 방식으로 정했다.

본가에서는 나물과 탕국 등을 준비한다. 도착해서 급하게 일하는 경우의 수를 없애버린 것이다.

23일 구례장에서 제수를 마련했다. 조기와 민어 그리고 전라도 장이라 서대가 있었다.

부산에서 서대를 구경하기는 힘들다. 나 역시 전라도에서 먹은 생선이다.

“아버님이 이번에는 간만에 서대를 드시겠구나.” 중얼거리며 생선장을 보았다.

생선을 찌는 방식을 포기한 것은 2년 정도 되었다. 어머님 결정이었다. 편리해졌다.

하루 전에 구례 집에서 생선과 육전과 새우전과 산적과 감자전을 모두 만들었다.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종이랩에 음식 별로 구분하여 포장하고 아이스박스에 넣었다.

허리가 아팠다. 그리고 홀가분했다. 앞으로도 이리해야겠다.

내 한 몸 하루 먼저 피곤하면 두 집이 약간 더 편해지는 방법이다.

주방장이 다시 주방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낮으니 이후로 나는 어쩌면 조금 더 퓨전화 된

제사 음식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이번 추석에는 하루 전에 모든 식재료를 다듬어서 본가에

도착하면 바로 굽는 방법으로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희망하건데 1~2년 후에는 아버님이

생전에 좋아하시던 식당에서 일품 정도 주문하여 상차림을 대신하는 것이다.

대청동 어느 중국집의 유산슬을 좋아하셨고, 대연동 조씨집 회백반을 좋아하셨으니

20년 이상 드신 같은 음식보다는 그것이 더 좋을 듯하다. 그러나 그 결정에서 나는 앞으로도

실세가 되지는 못하니 단지 그리했으면 하는 희망이다.

제사는 죽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죽은 자가 마련한 산자들의 만남을 위한 장치이니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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