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3일. 열무

마을이장 2017.07.24 00:39 조회 수 : 851

 

b17072301.jpg

 

열무 – 구례場

 

끝자리 3자 장날이다.

일요일을 일요일스럽게 보낸 날이랄까.

오전에 장으로 나갔다. 오래간만이다.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하는 생선들이

있었지만 더운 날이라 발길을 돌렸다. 열무김치를 담아야 했다.

장모는 물김치를 잘 담그신다. 오늘은 내가 담는 열무김치가 아니라

장모님이 담을 수 있도록 사전 작업을 하는 것이 나의 미션이다.

잔뿌리를 자를까 하다가 많이 귀찮지만 하나하나 씻어내고 칼로 다듬어

사용하는 길을 택했다. 열무 두 단. 불을 피운 주방은 무덥고 나는 묵묵히

열무를 다듬는다. 그리고 마늘, 청과 홍 고추를 썰고 부추까지 손질해서,

그러니까 바로 김치를 담을 수 있는 상태로 장만을 한다.

 

“제가 담을까요?”

 

컨디션을 우려해서 확인 전화를 드리니 당신이 하시겠단다.

김치 앞에서 생각이 많다. 이제 내 어머니는 김치를 담을 수 없다.

장모님도 언제까지 김치를 담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힘들다.

김치와 메주, 장 담그기까지의 코스를 스스로 익힌 이유는

결국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아직은 이 음식들을 사서 먹고 싶지는 않다.

먹고 싶은 것을 스스로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물론 이기적 발단이다.

그러나 음식이란 것은 제법 묘한 것이다.

밥상 앞에서, 어떤 음식 앞에서 기억을 소환하고 감정을 새긴다.

내일 오후면 열무김치에 고추장을 던져 밥을 비빌 것이고

나는 열무가 전해주는 먼 기억과 감정과 세월을 씹을 것이다.

여름은 열무김치다.

 

 

fourdr@gmail.com

 

 

Copyright© 2007. All Rights reserved www.jirisan.com 4dr@naver.com | 지리산닷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