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생일 밥상

마을이장 2017.06.16 22:51 조회 수 : 372

 

b17061601.jpg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내 생일 역시 주민등록증에 새겨진 숫자와 무관하다.

내 아버님은 집안 식구들과 관련한 숫자를 두 종류로 통일시킨 분이다.

그래서 11월이면 종종 가입한 사이트들에서 생일 축하한다는 뭔 할인권 같은 것이

메일로 날아와 있는 것을 보고 서류상의 생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곤 한다.

나의 생일은 집안 어느 어른의 제사와 음력으로 겹치는 날이라 유일하게 양력으로 정해져 있다.

6월 어느 날, 몇 년 만에 미역국을 끓였다.

월인정원의 힘겨움은 남편이 좀 남 다른 면이 있어 생일상을 차리면 화를 낸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간 나는 나의 생일 자체를 잊고 넘어간 경우도 많았다.

금년에는 생일밥상의 존재 여부에 관해 물어 와서 ‘미역국만’ 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하루 전날 저녁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요즘은 통화 자체를 하지 않는다. 전화를 받기까지 당신의 동작이 느껴지기에

그냥 형과 통화하거나 바꿔 달라고 요청한다.

 

“엄마, 내일이 내 생일인데.”

“니 생일… 아, 맞네.”

 

드디어 나의 어머니께서 80년 만에 처음으로 나의 생일을 잊어버리셨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녀는 이제 나를 위한 어떤 밥상도, 반찬도 만들 수 없다.

생선 한 토막이라도 구우려는 월인정원을 한사코 말리고 단지 미역국에 땡초장을

내려다보는 생일 밥상을 맞이했다. 내년에도 그리할 것이다.

당신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그리할 것이다.

 

 

fourdr@gmail.com

 

 

Copyright© 2007. All Rights reserved www.jirisan.com 4dr@naver.com | 지리산닷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