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단상

날아보자 2016.12.26 22:37 조회 수 : 507

 

50대 세월을 지나자니 새식구 맞이가 왜 이 시기에 대충 도래해야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하면서 몇 번을 되새겨야 세 가지 일 중 두 가지를 합니다.

무엇을 하는 그 순간 생각이 없었거나 생각이 있었어도 다른 말이 나오거나 몸이 먼저 움직여

살짝 후회를 하게 하거나 바보아냐를 외치게합니다.

흰머리 나오고 가까이 보는 것들은 두겹이 되어 돋보기를 걸쳐야 제대로 선명해지고

맛도 잘 모르겠어 소리가 나오니 나이가 들면 세상사에 점점 두려워지고 소심해져

젊은이들에게 맡기고 넘겨주고 싶어집니다.

 

연중행사 음식 중 하나가 만두 만들기입니다. 묵은 것 털어내고 새 것 장만하는 시기니까요.

만두는 별로 좋아하지않기도 하거니와 밖에서 사먹으면 속이 불편해져서 이맘때 한 번 만들어

냉동 보관하고는 몇 번에 나누어 먹습니다. 올해는 어쩌다보니 지난 김장이 4분의1쪽만 남아 있어

부랴부랴 성탄절을 앞두고 -ㅎ- 만들었습니다.

만두피를 위해 구례 금강밀 백밀가루와 홍순영농부님의 앉은뱅이 통밀가루를 꺼내 흠흠 냄새가

여전히 향긋하다며 혼자 좋아하면서 반죽하여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만두속을 만들면서 처음엔 김치를 생각하여 고기양은 적당히 잡아놓고는 김치 썰어 짜는 동안

까마귀가 다녀갔나 두부와 숙주는 평소만큼 넣습니다. 

나중에 먹어보니 두부가 많음이 입안에서 느껴집니다.

뒤늦게 당면이 생각나 따뜻한 물에 넣고는 조금 덜 불려진 것 같았는데도

익으면서 부들부들해지지 않겠냐 하며 뚝뚝 칼로 끊으며 집어넣었습니다. 

만두를 만들때 만두피를 뚫고 나와 가위를 옆에 놓고 삐죽 올라오는 당면을 자르거나

손으로 뽑아 일렬 횡대로 뉘이거나를 했습니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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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면이 뚫고 나온 만두, 쪄내니 더욱 확연해집니다. 백밀과 통밀의 차이도 확실합니다.

왜 이렇게 일을 하지 정신차리자며 다음 날 토마토채소스프를 만들었습니다.

감자와 당근을 잘게 깍둑썰기를 한 후 냄비 속에서 볶다보면 으스러지기 쉬우니 하면서

각 모서리를 둥글게 깍아내며 말 안하면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일에 열중하다가

작은 칼 잡은 손가락이 뻑뻑해지는 기미에 아 뭐래 이제 그만! 하며 칼을 놓습니다. 

그러면서도 스프 속에서 동글동글 귀엽게 자리한 감자와 당근을 보니 이번엔 제대로 한 것이 맞지합니다.

성탄절 이브에 끓였던 바지락탕이 남고 만두피 통밀 반죽이 남아 그럭저럭 먹을 만한

수제비를 끓여 혼자 먹었습니다.

진한 색상 갓김치, 배추김치와 허여멀건 깍두기를 일렬로 놓고 정체불명 맛 수제비를 차리면서

기독교인도 아닌데 성탄절 이브 날에 먹자고 이것저것 음식을 만들었네, 그래 뭐가 되었든

손으로 뚜닥뚜닥 만들어내는 일은 인간인 이상 절로 그리되나보다로 ... 창조주가 있다면

인간에게 느낄 위기 의식은 바로 이것이겠지라고 별 시덥지않은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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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개인적으로 늘어나는 흰머리 가닥 수만큼 현명해지기를, 

희미해지는 눈 앞의 일보다 선명하게 멀리 보이는 혜안이 길러지기를,

자신할 수 없는 스스로를 인정하며 겸손해지기를 소망해봅니다.

새해에는 이 사회가 아주 쬐금이라도 공정한 정의로움과 평화로움이 자리하고,

끝을 모르는 자본주의가 숨고르기를 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건강해지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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