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젠장

마을이장 2018.12.16 21:10 조회 수 : 1273

 

 

   

 

 

 

 

일요일.

노가다가 예정되어 있었고 추웠고 눈이 내렸다.

눈도 무거운 눈이 내렸다. 무거운 눈은 낙하 속도가 끊긴 필름처럼 뚝뚝 떨어진다.

눈이 내렸고 추운 가운데 노가다 종목은 수도와 보일러였다.

그러니까 이것은 겨울에 합당한 종목이 아니며 젠장이었다.

 

 

 

 

 

 

 

몇몇이 모여서 젠장을 하는 중에 시다바리는 주로 기다리는 역할이었기에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차 안의 카메라를 집어 들고 오야지에게 말하지 않고 공사 현장 옆집으로 도망갔다.

2007년부터 몇 년 자주 찾고 차를 마시고 놀았던 고택에서 오래간만에 카메라를 들었다.

수도공사 중엔 역시 사진 촬영이 적절하다.

 

 

 

 

 

 

 

무얼까?와 3류로부터 멀어질수록 세상은 아름다워졌다.

산수유는 역시 눈이 올 때 이쁘다. 12월 초에 산수유 열매를 몇 년 만에 촬영하려 했는데

연이은 이사와 만성피로로 접었다. 금년 산수유 열매가 예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일 년에 몇 번은 사진을 좀 제대로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왜 확연히 잘 찍은 사진 같은 거.

나이 먹어가고 지구력은 떨어지고 자연히 일이 줄어들고 지금보다 멍한 시간이 많아질 때,

제대로 사진 찍고 제대로 글 쓰고 싶은 생각도 조금은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작가라고도 부르니.

 

 

 

 

 

 

 

왜 유니클로 히트텍은 광고만큼 따뜻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나의 겨울바지가 항상 추운 것일까.

그래 뭐 최종적으로, 삶은 개별적이고 추운 것이다. 나쁜 것이 아니다.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 나는 작가였다.

누군가 멀리서 나의 이름을 부를 때 나는 수도공사 시다바리였다.

 

“간다규!”

 

 

 

 

 

 

 

나도 한때 서울에서 이곳으로 여행을 왔다.

지금 나는 구례에서 수도공사 시다바리를 하며 여행객들의 뒤태를 훔쳐본다.

서울은… 버거킹 있죠? 여보세요, 저 좀 데려가 주세요!

 

 

 

 

 

 

 

역시 현장에선 깡통 불이 최고다.

반드시 성공한 작가가 되어 이 노가다 판을 벗어나고 말겠어!

 

"점심 뭐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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