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나날

마을이장 2018.11.26 15:51 조회 수 : 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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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들어서서 배추와 무는 시각적으로 더 외연을 확장하지 않았다.

두어 번 얼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김장을 할 수 없기에 배추와 무는 12월 10일 무렵까지

얼었다 풀렸다 반복할 것이고 질기고 질긴 잎과 바람 든 속으로 남을 것이나 그냥 그렇게

조촐한 김장을 할 생각으로 방치하고 있다. 일상의 약간 정신없고 당면한 이사 미션으로 인해

성실한 살림꾼의 자세가 아닌, 하나씩 재껴 나가는 ‘일단 완료형’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사진의 무 실 사이즈는 당근 사이즈다. 무씨는 열다섯 개 정도 뿌렸을 것이다. 현재 나에게는

열세 척의 무가 남아 있고 스물하나 배추 중 열아홉 개는 곤궁하게 살아 있고 그 중 일곱 개는

제법 배추처럼 생겼고 나머지 13번과 21번 배추는 상추 꼴로 생존해 있다.

아마도 화요일 밤이면 컴퓨터를 철수할 것이기에 이 밤에 몇 자 토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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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남해고속도로 순천방향은 제법 밀렸다. 나는 거의 월~목 사이 이동이나 여행을 선호한다.

뭐 이유야 뻔한 것이고. 이 날은 금요일 퇴근 직전이라 그런지 창원을 지나도록 밀렸다.

어머니 침대 교체 작업을 돕기 위해 하루 전 부산으로 갔다. 노인들 계신 집에 흔히 있는 돌침대

또는 흙침대를 거실로 이동하고 병원용 침대를 임대하기로 했다. 리모컨 작동이 가능한 침대가

보살피는 사람의 허리에 도움을 줄 것이기에 교체를 설득했다.

연대기에 따른 부모님 상태를 마주한 자식들의 대응방식과 경험치는 거의 일치하고 있다.

집에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결국 요양원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누군들 집을 떠나고 싶겠는가.

부모의 상황과 우리의 미래가 점점 근접하고 있음을 실감하는 것은 물론 즐겁지 않다.

그러나 받아들이고 시뮬레이션을 반복한다. 나는 2018년 현재 쉰여섯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나에겐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교장 선생 나이다. 당도해보니 나는 여전히 고등학생이다.

대략 17세 정도에서 사유의 성장은 완료된다는 학설은 사실인 모양이다.

나이를 먹을 뿐이지 어느 누구도 어른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른 나이가 되면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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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월인정원의 제 각각 야참이다. 취향과 성향의 대비다.

계속 돼지고기가 들어왔다. 손님이 사 들고 오고 이웃이 돼지를 잡고.

이틀 정도 지난 돼지수육을 좋아한다. 냉장고서 차갑게 굳은 기름을 씹는 것이다.

단지 굵은 소금이 언제나 최선이다. 술 없이 술안주를 가장 많이 습취한 인류는 나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몇 개월 간 나를 본 사람들은 얼굴 살이 빠졌고 다시 뱃살이 나왔다고 말한다.

이사를 하면 한 공간에서 겨울을 보내게 될 것이다. 매일 어딘가로 이동해야 하는 미션은 끝이다.

그래서 산책이라는 운동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평생의 데이터로 보자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우리 몸은 평생 먹어치운 것의 총합이고 반영이다. 나는 돼지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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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 갈 곳의 누수를 잡기 위한 공사가 있었다.

마당 누수 잡자고 시작한 일이 근본 방향을 바꾸는 전환을 이루고 다시 노가다의 나날들이 이어진다.

일은 사흘 만에 끝이 났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일은 잉여가 없는 자들에겐 언제나 몸빵을

요구하는 야생이다. 매일 매일이 새로운 오늘인데 때로 그 새로운 오늘이 뻔하다.

여전히 아침 안개가 짙고 길어서 오전에는 쌀쌀하고 오후에는 살짝 땀이 난다. 옷은 겨울.

7개월 동안 집 한 채를 지은 무얼까?는 여전히 배고픈 하이에나처럼 해결중독 증상을 보이며

이 집 저 집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중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가, 동력이 무엇인지에 관해

종종 생각한다. 그가 일을 하고 나는 지켜보다가 그가 요구하는 보조를 하는 긴 시간인데

그의 작업 방식은 ‘지금 눈 앞’만 보는 것이다. 파야 할 땅이 20m라면 지금 파내는 땅만 본다.

19m를 더 파야한다는 따위의 가늠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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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목요일 오전. 장모는 구례를 떠났다. 12년만이다.

우리 역시 장모와 개들을 태우고 가벼운 이삿짐 차 뒤를 따라 부산으로 향했다.

서울서 구례로 옮겨 온 큰딸에게 놀러 왔다가 ‘나 여기 살고 싶다’고 한 1년 후 빈집을 구했고

그로부터 12년이 흘렀다. 12년 전 이야기는 여기를 클릭!

내가 상사마을에 산 이유는 노인과 1분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이유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장모가 떠났기에 우리가 상사마을에 머물 이유도 사라졌다.

그래서 연쇄적 이사고 이번 이사는 결국 두 건이다.

나는 다음 날로 구례로 돌아와서 들어갈 공간을 약간 정리하고 하루 정도 쉬다가

일요일부터 오늘까지 먼저 나간 집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역시 무얼까?와 더기가 수고를 하는 중이다.

내가 이사 갈 곳으로 챙겨 갈 남은 가구와 짐들을 챙기고 나머지는 버리는 작업이다.

사람이 머물던 곳, 정확하게 한 사람의 노인이 머문 흔적은 1톤 트럭 세 번이었다.

이 집 주인들은 마을에서 연락처가 현재 없다. 마을 출신이지만 마을과 소통한 시간이 오래되어

이장님도 연락처를 수배 중이다.

이 집은 일단 다시 빈집으로 남을 것이다. 권할 만한 집이 아니다. 매매라면 허물고 짓겠으나

12년 전에도 이 집 장남은 매매의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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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나에게 ‘이제 겨우 월요일이다’.

아마도 금요일까지 두 번째 이사와 뒷정리가 이어질 것이다. 하루 정도 당겨지면 좋은데

무리할 생각은 없다. 이사를 끝내고 빈집정보 사진을 올리겠다.

그리고 옮겨 간 공간에서 다시 정리하고 버리는 작업이 1주일은 이어지겠지.

가급이면 수요일 저녁부터 옮겨 간 공간에서 바로 미루어진 작업을 하면 좋겠는데

하루 정도 지연될 수도 있겠다. 나도 지치니. 그렇게 11월이 가고 12월이 오면 재촉 받을

몇 가지 일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2018년은 끝이 날 것이다.

좀 쉬고 싶다. 그러나 사람의 이런 소리는 대부분 헛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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