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道 / 인천, 레이첼을 찾아서

마을이장 2018.09.17 14:53 조회 수 : 1020

 

 

    

 

 

 

 

 

2018년 9월 15일. 인천을 다녀왔다.

 

 

 

 

 

 

 

흐렸다. 구례에서 올라가는 모든 길이 비 아니면 구름이었다.

서울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에 내렸다. 대중교통을 이용한지 제법 된 탓에 고속버스를 탈 때

티켓을 인식기에 올린다거나 하는 행동이 낯설었다.

 

 

 

 

 

 

 

하루 전 밤이 되어서야 내가 가야 할 곳에 대해서 검색을 했다.

나는 인천을 모른다. 지하가 아닌 땅 위를 걸어서 인천 구 도심을 만난 적이 없다.

 

 

 

 

 

 

 

딱 한 번 있다.

초등학교 이학년이나 삼학년이었을 것이다. 사촌 형이 인천에서 잠시 교편을 잡았다.

오후였다. 이상하게 내 머리 속에는 맥아더공원으로 입력되어 있다. 인천자유공원이 아니라 맥아더.

맥아더 동상 아래서 사촌 형과 찍은 사진이 부산 본가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는 해를 봤다. 가늠하여 서해는 어두운 보랏빛이었다.

그날도 인천은 흐렸다.

 

 

 

 

 

 

 

약속 시간과 도착 시간이 맞지 않았기에 두 시간 정도 촬영을 할 것이라는 작정을 했다.

검색에서 인천 동구에 관한 몇몇 이미지들을 확인했다. 무수히 많은 이미지들이 스쳐지났다.

카메라 있는 자들은 모두 인천 동구를 다녀간 모양이다.

 

 

 

 

 

 

 

여행? 전에 나는 나의 동선을 메모한다. 지도상으로 해의 방향을 가늠하고 이동 방향까지를 정한다.

요즘은 가시거리 좋은 맑은 날들이 이어졌는데 이상하게 맑은 날은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이 없다.

비 오거나 먹구름 가득한 날이면 간혹 카메라 들고 마당 밖으로 나갈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오늘은 이 거리를 촬영하기 가장 적당한 하늘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인천을 알았다면 영화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1982>는

인천에서 촬영하였을 것이다. 1982년 원작의 무대는 2019년이었다.

중앙시장 ‘혼수거리’는 현실의 거리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2019년에 촬영하는 영화를 위한 1982년 배경의 거리를 세트처럼 만든 느낌이었다.

등장인물들은 느리게 걷거나 움직이지 않았다. 음과 시간이 소거된 진공 속에서 나 혼자

사진을 찍는 기분이었다.

 

 

 

 

 

 

 

어색했다.

거리의 미래를 알고 있지만 그 미래를 부정하는 듯 한 연기를 하는 배우들처럼 보였다.

 

 

 

 

 

 

 

내가 지나가고 나면 감독의 ‘컷!’ 소리가 골목을 가로지를 것 같다.

 

 

 

 

 

 

 

딱 한 장의 사진을 선택하라면 이 사진이다.

 

은퇴한 블레이드 러너였던 '데커드'(해리슨 포드)는

지구에 잠입한 복제 인간들을 찾는 임무와 함께 강제로 복직하게 되고,

탐문 수사를 위해 찾아간 넥서스6 제조사인 타이렐 사에서

자신이 복제 인간임을 모르는 ‘레이첼’(숀 영)을 마주하게 된다.

 

 

 

 

 

 

 

대구 북성로와 동성로 골목과는 다른 느낌이다.

대구의 골목이 복고적이라면 이곳은 차라리 세기말적 이미지로 가득하다.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쉼 없이 무너지고 있는,

현재임에도 과거로 묻어버리려는,

‘재개발’을 두고 생각이 갈라서는 그런 마을들.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이건 예산이건,

재개발이라는 이름이건 투자건,

보전은 개발에 패배했다.

 

 

 

 

 

 

 

시장은 기억이 아니라 돈을 먹고 자란다.

 

 

 

 

 

 

 

우리동네에서 나 역시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우리동네에서 나 역시 대안으로 기억을 판매하는 정도 이외에 제시하지 못한다.

내수시장 중심의 대안이 아니면 힘이 없다. 내가 사는 곳은 내수시장 형성이 무망한 머리수다.

 

 

 

 

 

 

 

기억을 파는 일은 여행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인데

대한민국 전역에서 기억을 팔아치우려는 지자체가 너무 많다.

구례는 서류 상 이만 칠천 명이지만 인천은 삼백만 명이다.

내수시장으로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은 충분해 보인다.

 

 

 

 

 

 

 

 

 

 

 

 

 

 

 

 

 

 

 

시계를 본다. 일단 시장을 빠져나왔다.

언제나처럼 무너지고 허우적거리는 오브젝트 앞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세 번 정도의 촬영이면 어느 정도 파악 가능한 면적의 거리다.

모르겠다. 인천 중앙시장을 다시 유영할 일이 있을지는.

 

 

 

 

 

 

 

인천의 오래된 길들은 영화에 자주 등장했다.

모두 어두웠다. 어두웠기 때문에 감독들이 선호했을 것이다.

임순례 감독의 걸작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임순례 감독이 인천 출신이 아니었다면

제법 다른 이미지의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멍하게 한국영화를 보면서 어느 장면 앞에서 혼자,

“저기는 인천 같은데…” 라고 생각한다. 인천을 가보지 않은 내가.

그리고 그 추측은 대부분 맞았다.

 

 

 

 

 

 

 

영화 <파이란>에서 장백지는 여객터미널을 통해 인천으로 들어선다.

영화 <신세계>에서 연변거지들도 여객터미널을 통해 인천으로 들어선다.

 

 

 

 

 

 

 

고양이를 부탁하던 배두나는 워쇼스키 자매와 작업을 하면서 떠났고

거리에서 고양이를 보지 못했다.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팻말이 보이길래

잠시 갈등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그냥 약속 장소로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내가 두 시간 이상 머문 구역은 반경 200m 이내인 것 같다.

 

 

 

 

 

 

 

지난 밤 검색에서 무수히 많이 보았던 포커스다.

그러면 거의 찍지 않는데 저 ‘조흥’ 이라는 간판을 무시하기란 너무 힘들었다.

 

 

 

 

 

 

 

어쩌면

 

 

 

 

 

 

 

자발적

 

 

 

 

 

 

 

ghetto

 

 

 

 

 

 

 

골목의 대부분은 비어있었다.

 

 

 

 

 

 

 

아이들 소리.

40년 전.

 

 

 

 

 

 

 

이 거리도 카페로 채워질까.

 

 

 

 

 

 

 

촬영이 많았던 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찾지만 원래의 기능을 필요로 해서 찾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 헌책방은 다섯 집.

 

 

 

 

 

 

 

만 명의 김수영과

만 명의 박경리가 지나갔던 거리.

 

 

 

 

 

 

 

토요일 오후.

 

 

 

 

 

 

 

어쩌면 날이 서 있었던 거리.

어쩌면 지도 밖의 섬.

 

 

 

 

 

 

 

레이첼을 찾았다.

 

 

 

 

 

 

 

인천 동구 길거리 배회 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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