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근황

마을이장 2018.07.13 18:32 조회 수 : 949

 

 

 

 

 

 

대략 6주일 만에 부산으로 갔다. 다른 때 보다 간격이 벌어진다.

청소가 내 일상의 마디로 기능하듯 이제 부산으로 엄니 뵈러 가는 일은 일과 일 사이의

마디 기능을 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하나 끝났고’ 뭐 그런. 그래봤자 두어 번 등을

토닥이고 몇 마디 말씀을 나누고, 그 사이에 나는 관찰을 하고, 챙길 식재료 있으면

밥 한 끼 정도 차려드리고 우리집에는 없는 TV 멍하게 보다가 오는 일이다.

그러나 간다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 나의 입장과 태도가 가는 일이다.

 

 

 

 

 

두어 가지 농산물을 팔았다. 보리차와 보리쌀.

원래 기획한 것이 아닌데 모두 보리다. 모두 팔았다. 양이 적었다.

사람들은 실패보다 ‘완판’ 이라는 선언을 더 잘 기억한다.

계속 뭔가를 팔고 수익을 남기라고 말하는 사람도(요즘은 드무네) 많았다.

쉽게 판다고 생각한다. 불특정 당신이 나를 생각해서 이리저리 해서 이리저리하면

나의 살림살이가 좋아질 것인데 왜 하지 않느냐고도 한다.

간명하게 불특정 당신은 틀렸다. 일 년에 대여섯 번 무엇인가를 판매하는 일과

매일 무엇인가를 판매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일 년에 대여섯 번 당신을 설득하는 일은 가능하지만 매일 당신을 설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백 년 만에 오미동 <산에사네>로 갔다. 아침에. 혼자. <#하동의길> 몇 권 던져두려고.

차량 두 대가 모두 보이지 않았기에 형과 형수 모두 없다고 생각했다. 카페에 잠시 앉아 보았다.

나는 과연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일요일 오후. 이른 퇴근(?)을 하고 집으로 들어서는데 마당을 가로지르던 당촌댁이

가지와 호박을 따러 가는 길이니 몇 개 현관 앞에 내려놓겠으니 저녁 찬으로 하시란다.

깻잎과 호박잎과 가지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은 이 계절에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렇지 않다면 모든 집집마다 먹고 전달하고 방치하는 깻잎과 호박잎과 가지를 어찌할 것인가.

그래서 상추를 심지 않거나 손바닥만큼 뿌린다.

 

 

 

 

 

월요일. 오전 순천 오후 하동이다. 하루를 끝낼 무렵 계기판을 보니 거의 200km를 이동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비가 험하게 내렸다. 덥지 않아서 차라리 좋았다. 어쩌면 이 비 이후의

습기와 열기가 두려운 것이다. 그리고 이 날 비가 마지막이었다.

 

 

 

 

 

여하튼 뭔가를 계속 했다. 하루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날은 없었다.

그렇다고 무엇을 했다라고 주장할 만 한 일도 하지 않았다.

그냥 생활을 하니 해야 하는 일들. 역시 사는 일.

광의면 작업장에 좀 긴 시간 머물 예정인 날이다. 간만에. 뭘 좀 일 다운 일을 하려고.

그러나 한 뼘 텃밭이 풀밭이다.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한다.

촌사람들 일 하지 않는 시간에 풀 뽑는 인간은 십중팔구 외지것이다.

땀은 기본이고 옷은 소금이 된다. 한 시간 움직이고 파김치 되고 밥때가 된다.

시골에 살면 나의 본업 이외에 몸을 움직여야만 하는 환경 속에 포위된다.

그래서 본업이 미루어지는 일상이 반복된다. 느려지고 경쟁력은 떨어지고 습관이 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의 마을 구판장에 서식하는 마을 술꾼들이다.

阿Q가 되어 매일 정신 승리를 거듭하는 삶도 당사자로서는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몸은 알콜 분해 기능이 없다.

 

 

 

 

 

먹기 위해서 라기 보다 그대로 둘 수 없어 수확하는 경우가 절반이다.

그렇게 거둔 것은 최대한 소비하기도 한다. 같은 사진에 다른 문장을 나열해서

시골생활의 소박함과 지속가능 어쩌고 썰을 풀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런 입장이 아니다.

 

 

 

 

 

마주하기 무서운 파일 앞에 다시 앉는다. 며칠 동안 이 일을 하지 않기 위해

풀을 뽑거나 포장을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배회하거나. 같은 말씀을 두고 세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보려는 시도 중이다. 아직 마음에 차는 완성본이 나오지 않아서 이리 해보고

저리 해보고 한다. 같은 원고를 2년 동안 만지고 있는 일은 정말 고통스럽다.

이 여름을 고통스럽게 보낼 수 있는 소스다. 항상 여름이면 뭔가에 몰두했다.

무기력한 상태로 데쳐지는 여름은 더 힘들기 때문이다.

 

 

 

 

 

금년에도 나는 밀가루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지는 못했다.

일요일이지만 함양으로 가서 하루를 보냈다. 공장은 찜통이고 공정은 지루하다.

2018년에 지리산닷컴에서 밀가루를 팔지는 않는다. 다만 인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혹시 우리밀이 필요하시다면, ★ 여기로

점심은 안의면으로 가서 갈비찜을 먹었다. 함양에 오면 자주 가는 식당이다.

노포들이 방송 여파로 변해가는 과정을 자주 경험한다.

매체에 자주 노출되는 농부들을 보는 우려 같은 것.

 

 

 

 

 

결국 계속 되는 더위에 항복하고 양념장 하나 만들어 밥을 먹는다.

밥상도 포기하고 모니터 앞에 밥그릇만 들고 와서. 몇 가지 트레일러를 보면서 밥을 먹는다.

이번 여름도 인류의 운명을 건 마지막 전쟁과 CIA 내부에서 암약하는 스파이들이 등장했고

경제는 힘들다고 하고 외식은 증가할 것이다.

다만, 건강하게 이 여름으로부터 살아남으시기를.

 

 

 

fourd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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