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1035호 그녀들

마을이장 2018.05.09 11:36 조회 수 : 1429

 

 

어머니와 장모님은 범띠 갑장이다. 여든하나.

한 분은 도시에 계시고 한 분은 시골에 계시다.

세월이 갈수록 어버이날을 대하는 마음은 짙어지고 그만큼 무기력하다.

나와 부모의 생물학적 차이가 줄어드는 만큼 마음은 빠듯해진다.

2014년 12월 10일 쓴 글이다.

 

 

 

 

1035호 그녀들

 

구례로 복귀했다.

월요일 오전에 어머님은 퇴원 하셨고 첫 퇴원과는 다른 기력 상태라 그 밤으로 구례로 돌아왔다.

구례와 부산을 양분한 지난 한 달 동안의 시간 동안 일상은 깨어진 상태였지만 많은 생각을 요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사실 그것은 생각이라기보다는 겪어야 할 일의 경로에 대한 예고편이라는 ‘받아들임’의 시간에 가까웠다.

그래서 생각이 아닌 몸이 적응하는 시간. 두 번째 입원은 공동간병인 다인 실이었다.

상주할 수 없는 까닭에, 경제적인 이유가 합쳐진 판단과 설득이었다.

공동간병 다인 실에서의 경험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입원과는 정형외과. 여섯 사람이 머무는 병실에는 유니폼을 입어서 그런지

기숙사 사감 선생님 같은 분위기의 간병인이 중심을 잡고 ‘여사’ 라는 호칭이 일반화 되어 있었다.

어머님은 창 쪽 침대였는데 맞은편으로 두 분 노인들은 치매를 겸한 환자였고 어머님 옆은

양쪽 무릎 인공관절 삽입 수술을 한 환자, 그 옆 문간방은 요양원에서 오신 골절상을 입은 파킨슨 병 환자였다.

한나절 정도 병실에서 제 각각 어머니들의 행동양식과 말씀을 듣고 있자면

딱 하루만 촬영해도 90분 영화가 가능하다는 답이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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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관절 어머니는 별명이 울보다.

아파서 울고 옆 자리 환자가 퇴원해서 울고 다른 환자를 보고 울고 기분이 울적해서 울고 여하튼 자주 운다.

맞은편 창 쪽 경주할머니는 좀 넉넉하게 사셨는지 항상 간병인에게 문단속과 불단속을 요구하신다.

그러면 간병인은 복도로 뛰어 나갔다가 금방 돌아와서 문 잠그고 불 껐다고 말씀을 드린다. 그러면 만사오케이.

대각선 문간방 할머니는 위생에 대한 강박이 계신지 자신과 관련한 간병인의 모든 서비스에서 비닐장갑을

필수로 요구하신다. 병실 전체가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통화를 자주 하시고 세안도 물이 아닌 클렌징워터로 하신다.

한 칸 건너 창 쪽 경주 할머니가 커텐을 자주 치기 때문에 안쪽의 당신은 답답하다는 불평으로 다툼이 많은 편이다.

 

가장 늦게 들어오신 파킨슨병을 앓고 계신 할머니의 침대에서 연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일흔일곱이시다.

그런데 시각적으로 나는 거의 구순 가까운 연세를 상상했었다. 표현을 할 수 없으니 가장 조용하시다.

벽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간병인을 부른다. 거동불가이니 대소변은 당연히 간병인이 받아낸다.

정확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열두 해째 파킨슨병이 진행 중이니 아주 느리게 악화되는 것이다.

파킨슨병의 마지막 단계는 눈동자도 돌릴 수 없다.

의식은 살아 있는데 외부로 자신의 의사를 출력할 수 있는 기능을 모두 상실한다는 점에서 정말 고통스러운 병이다.

통상 사람들은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 인지 능력도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일요일에는 병원 측에서 가족을 요구해서 딸과 손자가 왔었다. 가족들이 모든 검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십 년 전에 ‘이 일이 시작되었을 때’ 가족들의 생각은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꾸밈으로 보았을 때 형편이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당연히 나를 대입시켜 보았다.

나는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맞은편 가운데 할머니는 언제나 병실에서 가장 많은 시선을 끌었다.

침대에서 앉고 눕는 동작 이외에 바닥으로 내려서는 동작은 불가다.

물론 상반신을 일으키는 동작은 간병인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면 붕대를 몇 겹으로 이은 끈을 침대 발끝의 난간에 묶고 그것을 손으로 한 번 감아서 당기면서 상반신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 동작은 단지 시도가 그러할 뿐이지 어떤 힘도 작용하지 못한다.

참으로 궁금한 것은 항상 높임말을 사용하신 다는 점이다.

 

“그렇습니더.”

“아닙니더.”

“맞습니더.”

 

통제하지 않으면 끝없이 드신다. 그래서 똥오줌 양이 많다. 그래서 1035호는 항상 냄새가 가득하다.

물론 곧 익숙해진다. 주변의 타박이 있으면 항상 사과하신다.

 

“똥 싸서 미안합니더.”

 

일요일은 할머니의 소변 검사 미션이 있었기 때문에 간병인은 누차 기저귀에 쉬를 하기 전에

말씀을 하시라고 부탁했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엄마 쉬하기 전에 말해에~”

“지금 싸고 있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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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씩 입원 중인 치료불가의 부모를 자주 찾는 일은 힘든 모양이다.

일요일 내내 할머니는 “우리 집에 연락 좀 해주이소.” 라고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간병인이

자식들에게 전화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루 종일 아들을 기다리더니 결국 해 질 무렵에 아들이 왔다.

아들의 아들과 함께. 할머니는 일순간 기분이 살아났다. 그런데 손자의 행동이 조금 이상했다.

틱장애가 아닌가 싶었다. 잠시 관찰했다. 자폐장애다. 고1이나 중3 정도 되어 보였다.

간병인에게 눈짓과 입모양으로 물었다. 자폐가 맞단다. 작은 손자도 자폐란다.

마흔아홉이라는 할머니의 아들을 다시 보았다. 어머님은 확연한 치매 진행이고 두 명의 자폐장애 아들을 둔 중년의 사내.

인생은 때로 누군가에겐 참 가혹하다. 자폐아를 둔 부모들은 상대방의 눈을 마주하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이 내 아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수천 번의 경험을 하고 난 다음에는 그렇게 되는 모양이다.

 

일요일 오후.

병원은 오래간만에 찾아 온 가족들로 약간 왁자하고 복도를 왕복하는 휠체어가 자주 보인다.

그들이 모두 떠난 병실에는 일단 정적이 흐른다. 그 정적은 그녀들의 상태를 불문하고 공동의 허전함과 고독이 점유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녀들은 우울해지고 사소한 일로 다툰다. 외로움은 본능적인 위기로 다가오고 그녀들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때문이다.

초코파이 때문에 전화소리 때문에 똥냄새 때문에 처음부터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들은 전투태세에 돌입하고

간병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내 그녀들은 지치고 잠이 든다. 1035호 모든 그녀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집으로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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