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 강을 따라 내려가다 1

마을이장 2018.04.21 23:35 조회 수 : 1526

 

 

 

 

 

 

사진이 60장 이상이다.

 

 

 

강을 거슬러 오를 것인가,

강을 따라 내려갈 것인가?

 

 

 

 

 

강을 따라 내려가자. 그것이 순리에 맞다.

그리고 역광을 만나려면 아침 햇살을 받으며 흘러 내려가는 것이 맞다.

 

 

 

 

 

화개장터 둔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간략한 짐을 챙겨 들고 ‘강길’의 출발점이건

종착점이건 입구를 찾아 잠시 눈알을 굴렸다. 정하지 않고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내려갈 생각이다.

그러나 돌아 올 수단은 확보를 해야 한다. 19번 국도로 올라설 것이니 버스는 있을 것이나

나는 버스 시간을 모른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서 밥을 먹는 ‘고품격사교모임’ 단톡방에

SOS를 날렸다. 반응은 역시 싸늘했다. 그들은 항상 나를 미워했다.  그들이 필요할 때만

나를 바지로 내세우고 밥만 먹고 나를 헌신짝처럼 버리곤 했다.

 

 

 

 

 

토요일 아침 8시에 화개 남도대교 다리에서 출발했다.

미세먼지건 황사건 이제 그냥 매일 그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만 아침 햇살의 힘을 믿고 내려간다. 목적은 너무나 명백하게 사진이기 때문이다.

 

 

 

 

 

출발 전에 내가 걸어 가야할 길의 정보를 자세히 보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무슨 숲, 무슨 나무, 무슨 길 등등의 명칭이 지도 위에 보였으나

그딴 것은 나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내 흥으로 느끼면 되는 것이다.

나무 이름이나 길의 이름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필요하면 뒤에 검색하면 그만이다.

 

 

 

 

 

초반전은 길을 따라 녹차밭이 이어지고 끊어지기를 반복했다.

지난 겨울 추위에 많은 녹차나무가 얼어 죽었다. 정확하게는 가지들이 죽었다.

그래서 우전(곡우 전이라는 뜻이다) 찻잎을 따는 시기지만 녹차나무 대부분이 짙은 고동색이다.

그러나 햇잎은 결국 올라온다.

 

 

 

 

 

녹차밭이 이어져서 녹차길이고 하동은 녹차나무 시배지라는 상품성을 밀고 있기에 천 년은

뭐 기본이고 그래서 ‘천 년 녹차’로 네이밍이 되는 것 까지는 뭐 그렇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그 지자체를 상징하는 그 무엇을 조형화하는 능력은 ‘우리사회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출력한다. 안목을 말하는 것이다. 지역 사또가 그런 것이지 백성의 감각은 다르다?

아니다. 권력의 수준이 백성의 수준이다.

 

 

 

 

 

거대한 다구세트 앞에서 담아 온 커피를 홀짝이며 카톡을 확인했다.

지들도 양심은 있는지, 아니다, 이후 활용가치를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 한 명이

픽업하러 나의 도착 예상 지점으로 온다는 것을 확인했다. 걷는 동안은 가급이면 전화기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 뭔 바람이 불어서 강을 따라 만든 길을 걷는다.

 

 

 

 

 

화개에서 하동포구 또는 송림공원까지 완주할 생각이다. 세 번 또는 네 번 나누어서 걸을 것이다.

물론 하루 투자하면 걸을 수 있는 거리지만 사진이 목적이니 아침 햇살에 2시간 정도가 적당한다.

지난 12년 동안 이 강길을 단 한 번도 걷지 않았다. 차로 지나치며 어느 순간은 정말 차를

세우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곤 하는 아름다운 찰라가 있었지만 19번 국도는 1차선이고

갓길이 희박한 도로다.

 

 

 

 

 

꽃길 보다 신록의 강길은 운전 중에 신음 같은 짧은 찬탄을 뱉어내게 만들곤 했다.

역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은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조건에서 등장하곤 했다.

 

 

 

 

 

조릿대인지 오죽인지 아니면 그냥 부실한 대나무인지 모르겠지만 빽빽하게 시립한

대나무 터널이 자주 나왔다. 녹차밭 연약한 대숲이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이 길의 초반전 테마는 그렇다. 무난한 출발 이미지다. 적당하고 대중적으로 예쁘다.

한 동안 강은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러하겠지만 이렇게 작은 숲을 벗어나 따악 나타나는 강을 만나는 순간이

이 길의 매력인 듯하다. 동굴 같은 각종 숲 길 그리고 강이 훅!

 

 

 

 

 

개인적으로 대숲길보다 이런 신록 길이 매우 좋았다.

특히 금년은 예상대로 매우 짧은 신록이기에 더 소중하다.

내 마음이 급했던 것도 이 며칠이 지나면 연두는 사라질 것이라는 조바심이었다.

그러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나에게 주어진 촬영 시간은 5주일 정도다.

 

 

 

 

 

나의 취향은 앞의 펼쳐진 작은 숲 사진 포커스다.

그러나 일반적이거나 많은 이들이 이런 아웃포커싱 사진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어떤 선택의 순간 나는 내 취향을 따른다. 내 취향이 더 우월하다는 우김이다.

취향과 주장은 동전의 양면이다.

 

 

 

 

 

어디 가시면 제발 주변 농작물에 손대지 마시라.

우리 주민들은 그러하지 않겠지만 이곳에 살다보면 참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광버스 마을에 들어오면 무섭다. 메뚜기 떼다. 마당 까지 들어와서 꽃을 ‘파 간다.’

진짜다. 약탈이다. 수준이다. 그래서 이상한 조형물을 만드는 사또를 뽑는다.

6. 13은 지방선거일이다.

 

 

 

 

 

첫 인간을 만났다. 녹차밭의 아주머니 세 분이다.

개의치 않고 말씀 나누며 찻잎을 따고 계셨다. 그러나 이마와 어깨에 달린 눈으로

나를 째려보는 포스를 느꼈다. 인사를 하려 했으나 완강한 방어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 길을 지나가는 여행객들에 대한 축적된 평가와 판단이었다.

이 길에서 인사하고 양해 구하고 찻잎 따는 여인들 사진이라면 최선 아닌가?

그러나 불가능하다. 나는. 도촬 아니면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3분 후, 홀로 녹차밭에서 일하는 농부1을 먼 거리에서 포착했다.

급하게 몇 번 셔터를 눌렀다. 한 장은 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그리고 역시 걷는 자에 대한 그의 거부감이 느껴졌다.

 

 

 

 

 

나 역시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의사표명으로 발아래 꽃을 찍는다.

이것은 도촬의 말미를 보는 페이크모션이다.

 

 

 

 

 

그러나 이런 나무의 순간은 빛나는 아름다움이었다.

아침 길은 이런 순간을 만나기 위한 걸음이다.

나는 이런 순간을 권한다. 거대한 녹차조형물은 이 길에서 필요 없다.

 

 

 

 

 

놀랍게도 이 길은 나아갈수록 점점 더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예고편보다 더 재미있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서서히 마음속에서 일어났다.

그런 길은 드문데.

 

 

 

 

 

길은 짧고 변화무쌍한 표정이었고 여러 겹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시 만나는 강의 조짐.

 

 

 

 

 

나무와 풀과 흙과 밀페와 트임이 이 길의 매력이다.

 

 

 

 

 

강을 걷는 가장 큰 기대감은 강을 보는 것이다.

 

 

 

 

 

섬진강.

세상에 ‘제일’ 이라는 표현은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한국적 강의 대명사 섬진강. 아직은 몇몇 대목에서 강의 원형이 남아 있는 강.

이 아침, 이 순간은 충분히 섬진강스럽다.

 

 

 

 

 

아침의 나무는 청년이고

저녁의 나무는 내면의 성숙함이다.

 

 

 

 

 

지난 늦가을, 이 길을 짧게 걸었었다.

 

 

 

 

 

길은 그 길인데 전혀 다른 표정이다.

 

 

 

 

 

예쁘구나. 가녀린 나무.

 

 

 

 

 

꽃비 내릴 때 이 데크 위는 눈길이겠구나.

 

 

 

 

 

내년 봄 어느 평일에 한 번 걸어 볼 길이다.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19번 국도다.

토요일 아침, 가끔 차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친다.

이 길에서는 그 공존이 차라리 적절하다. 신록이니까.

 

 

 

 

 

으악!

저리 가!

 

 

 

 

강 건너편은 광양이다. 사람이 정한 구획으로.

다압면 염창 정도일 것이다.

 

 

 

 

 

미세먼지와 햇살이 뜨겁지 않냐는 둥의 가식적인 카톡 내용이 올라왔다.

 

 

 

 

 

신록에 그늘 길만 걷고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을 했다.

 

 

 

 

 

또 강의 조짐이 보인다.

 

 

 

 

 

좋구나.

 

 

 

 

 

“검두제방은 그늘 한 점 없는데” 라는 저주의 톡이 올라왔다.

 

 

 

 

 

허걱!

 

 

 

 

 

그늘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이 제방 길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툭 터인 광경을 선호하는 것이다.

 

 

 

 

 

제어하지 않으면 이 아이들이 지구를 점령할 것이다.

 

 

 

 

 

염천 중천에 이 제방 길을 걷는 것도 가학적 아름다움이 있을 것 같다.

 

 

 

 

 

좋다.

 

 

 

 

 

더 좋다.

 

 

 

 

 

아름답구나. 섬진강.

 

 

 

 

 

나 혼자구나.

 

 

 

 

 

토요일 아침.

 

 

 

 

 

아직 까지.

 

 

 

 

 

단 한 사람의 여행자도 만나지 못했다.

 

 

 

 

 

호사거나

 

 

 

 

 

길의 낭비거나

 

 

 

 

 

이 길을

 

 

 

 

 

한 번 걸어보세요.

좋습니다.

 

 

 

 

 

약간 더워진 머리와 몸을 다시 대숲 길로 숨긴다.

 

 

 

 

 

어쩌란 말인가?

어느 쪽으로 가도 결국 만난단 말인가 헤어진단 말인가?

시간을 본다.

 

 

 

 

 

대숲은 오늘 여러 번 지나쳤다.

일단 은모래건 금모래건 강으로 내려서 보자.

 

 

 

 

 

강과 낮게 만난다.

아, 아니구나. 내 키가 낮은 것이구나.

 

 

 

 

 

걷기 힘들었다.

모래는 단단하지 않았다.

 

 

 

 

 

악어는 없다.

 

 

 

 

 

19번 국도 쪽은 침묵이다.

 

 

 

 

 

아침 강은 제법 많은 소리가 들렸다.

비릿한 강 내음도 올라왔다.

 

 

 

 

 

여기 녹차 밭은 살아남았구나.

이런 너의 모습이 한 장 필요했는데 이 아침의 선물이구나.

이제 돌아가자.

 

 

 

 

 

검두마을 버스 정류장 사진을 찍어서 카톡에 올렸다.

SOS! 조난자 발생.

정확하게 10시 30분에 더기 트럭이 검두마을 정류장에 도착했다.

5월 첫 주에 이어서 걸을 것이다.

 

화개 내 차로 돌아와서 보았다.

‘고품격사교모임’ 단톡방에서는 나의 책을 판매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책은 여러 가지 기능이 있다.

특히 이번 책은 치한 퇴치와 흥분한 샌드위치를 진정시키는 기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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