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 꽃은 겨울의 비늘이다

마을이장 2018.04.05 00:44 조회 수 : 1205

 

 

운전하면서 생각을 한다.

이하 사진은 33장이고 말은 산만할 것이다.

일상적으로 운전하면서 혼자 하는 맥락 없는 업무계획이다.

4월 2일부터 4월 4일까지 나의 출퇴근길과 업무로 이동하면서 찍은 사진들이다.

 

 

 

 

 

4월 2일 월요일.

내 작업은 집에서 처리하고 해지기 전에 월인정원 픽업하러 작업장으로 가는 길이다.

오후 빛에 흰색으로 변하는 것을 보니 이 순간 이 길 벚꽃의 만개 순간인 모양이다.

 

 

 

 

 

 

 

차를 멈춰야 할까? 귀찮은데.

그래도 티끌 모아 태산이라니 며칠 긁어모으면 한 번 포스팅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간의 벚꽃 중 금년이 가장 지저분하다. 색.

이곳도 계속 미세먼지였다. 햇살도 약하고 비도 오지 않으니 꽃은 탁할 수밖에.

 

 

 

 

 

 

 

벚나무는 속성수다.

일 년에 한 번 꽃을 보는 용도 이외에는 활용법이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의 벚나무도 10년 전과 비교하면 고등학생 정도가 되었다.

 

 

 

 

 

 

 

구례는 이런 길이 어림잡아도 총연장 100km는 가볍게 넘을 것이다.

모든 도로가 벚나무다. 동서남북 모든 도로, 사이길, 뚝방길, 강변길 할 것 없이 전부.

성의를 집요하게 가지고 마이너길 벚꽃 사진만 찍어도 민족대백과사전 전집 분량이 나올 것이다.

과잉이다. 따라서 나의 벚나무 험담은 정당하다.

 

 

 

 

 

 

 

작업장 마당이다.

봄이 오고 미루어 두었던 텃밭(으로 짐작되는) 덤불을 걷어내니 원래 살던 언니가

곳곳에 무엇을 심어두었는지 시간대 별로 뭔가 깜짝쇼를 할 것 같다.

 

 

 

 

 

하루 지났는데 ‘그 소나무’에 잇닿아 있던 집이 사라졌다.

지붕 교체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집이 사라졌다. 음…

저 소나무는 과연 무사할까. 며칠 지켜보자.

 

 

 

 

 

 

 

퇴근길은 보통 읍내 마트로 간다.

작업장에서 읍내로 가는 길은 세 가지 버전인데 오늘은 벚꽃길을 피하는 모드다.

 

 

 

 

 

 

 

지난 토요일에 저 도로변에 주차한 차들이 많았다.

산청 갔다가 돌아오는데 저 길에서 비상등을 몇 번 켰다.

그러니까 저 도로는 서울로 보자면 올림픽대로 같은 곳이다.

내 입에서 육두문자가 나온 것은 그래서 정당하다.

 

 

 

 

 

 

 

4월 3일 화요일. 같은 출근길.

 

 

 

 

그래도 오늘은 미세먼지가 좀 가셨네.

 

 

 

 

 

 

 

그렇다면 출근길을 1km 연장해서 전용 출사 장소로.

 

 

 

 

 

 

 

어디 갔지?

낚시 선수.

 

 

 

 

 

 

 

왜 나는 이런 사진만 찍고 이런 자리를 바로 떠나는 것일까.

 

 

 

 

 

 

 

4월 4일 수요일. 아침 7시에 집을 나섰다. 하동으로.

갈팡질팡이다. 어디에서 사진을 찍을 것인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선장마을 진입해서도 갈팡질팡.

서재마을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잠시 대기. 오지 않을 빛을 기다렸다.

나는 배꽃을 촬영해야 한다. 그런데 힘들 것 같다.

한 송이 예쁜 배꽃이 아니라 장소의 전형성이 보이는 사진.

 

 

 

 

 

 

 

네 곳에서 셔터를 눌렀지만 소용없는 셔터질이었다.

선장마을에서는 항상 사진을 건지지 못했다. 8년 전에도. 9년 전에도.

배꽃은 최대 3일 정도 유효할 것이고 비는 금요일 오전까지 예보되어 있다.

배밭은 너무 많은 구조물들이 엉켜 있어서 항상 탐탁찮았다.

가장 많은 억압 상태의 유실수일 것이다.

 

 

 

 

 

 

 

다시 선장마을 나서 19번 도로를 뺑뺑이 돌다가 강을 바라보는 곳에 겨우 주차하고

부질없는 시도를 다시 하다가 포기.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촬영은 시간제한 게임이다.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진행할 프로젝트는 6월에 끝내야 한다. 이전 폴더를 탈탈 털어봐야 할 것이다.

 

 

 

 

 

 

 

의문의 1패를 안고 다시 구례로 쓸쓸히 퇴각하는 길.

외곡리 입구. 내가 원하는 것은 이런 풍경의 원형이 남아 있는 상태다.

파괴와 개발의 구분선은 아키타입이 살아 있느냐 없느냐다.

 

 

 

 

 

 

 

역시 겨우 주차하고 제법 걸어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이 길이 2차선이 되는 순간 이 강의 아키타입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10년 내에 이 풍경은 무너질 것이다.

 

 

 

 

 

 

 

산에 있지만 산벚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후.

앞 사진의 강 반대편. 다시 하동으로.

그러나 오후는 19번 도로가 아니라 865번 지방도를 따라 내려갈 것이다.

 

 

 

 

 

 

 

일기불순했다.

중간 중간 구름이 산으로 올라갈 때 차를 세우고 싶은 순간이 몇 번 있었지만 포기했다.

색이 짙었기에 비가 들어왔지만 좌우 창을 열고 달렸다.

 

 

 

 

 

 

 

그러나 무수내 지나 양동마을 입구에서 결국 차를 세웠다.

10분 정도 사진을 찍었다.

 

 

 

 

 

 

 

꽃비?

꽃눈?

 

 

 

 

 

 

 

어쩌면 벚꽃 구경의 절정은 추락한 꽃잎을 내리는 비가 결박하는 이런 순간이다.

 

 

 

 

 

 

 

꽃잎은 셔터 속도 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각질?

비늘?

 

 

 

 

 

 

 

비늘이 좋겠다.

 

 

 

 

 

 

 

‘꽃은 겨울의 비늘’

‘꽃은 계절의 비늘’

 

 

 

 

 

 

 

꽃축제는 3일 남았고 땅에 떨어진 꽃잎이 좀 남아 있을 것이다.

 

 

 

 

 

 

 

이곳은 매일 매일이 축제였다.

그냥 계절극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도시처럼 상영관이 많은 것이 아니니.

 

 

 

 

 

 

 

꽃은 겨울의 비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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