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토요일. 시작일로 보자면 30일이 되는 것인가.

10월 2일부터 일을 하지 않았거나 못했다. 10월 5일 오전에 부산을 출발했는데

구례까지 6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나로서는 기록인 듯하다. 길어진 연휴 탓인가?

지난 11년 동안 명절 이동에서 밀린 경우는 딱 한 번 있었다.

무얼까?는 10월 6일부터 다시 전기공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나는 10월 6일은 늦잠과

한두 가지 소소한 일, 그리고 이곳에 공사이야기 세 편을 올렸다. 쉬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딱히 쉬었다는 몸의 자각은 없었다. 오히려 더 피곤했다.

10월 7일 오전에는 악양에서 촬영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불려가서 찍는 일이다.

점심시간 임박해서 공사판으로 돌아왔다. 늦었다. 미안하다. 커피나 타야지.

 

 

 

 

 

무얼까?는 계속 전기공사 중이었다. 지금 작업 중 사용하고 있는 전기는 ‘옛 전기’다.

새로운 전기가 들어와 있다. 아직 계량기가 설치되지 않아서 사용은 하고 있지 않다.

계량기 붙기 전에 많이 사용하라고 하는데 무엇을 할까? 전기, 먹을 수 있나.

가정집으로 보기 힘든 분전반이 설치되었다. 삼상전기를 신청했다. 기계가 그렇다.

충분하게 배분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분전반에서

뻗어 나가고 있는 저 굵고 시커먼 전선을 보라. 저게 무슨 가정집인가.

전기공사로 처음 미팅하던 날 전기 사장님이 나에게 건 낸 견적서는 분전반 모양이었다.

 

 

 

 

 

실내전선은 검정과 빨강으로 정했다. 연결은 애자로 한다.

한옥 인테리어에서 좀 상투적이라 망설였지만 내부 전기를 전부 노출로 결정하면서

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나는 전기에 대한 이해가 없다. 중학교 기술시간이 있었지만 태초부터 나는 기술과에는

관심이 없었다. 전기뿐만 아니라 남자 일반이 가진 ‘기술력’ 평균 이하다. 내가 아는 전기에

관한 확실한 지식은, ‘전기는 위험하다’ 라는 것 이외에는 없다. 무얼까?는 전기 다루기를

일종의 생명체 다루 듯 접근하는 입장으로 보인다. 전기를 존중하는 태도. 모든 기계에 대한

‘접지’ 등등 내가 이해하기 싫어하는 작업들을 집요하게 수행한다. 그것은 구역만 이동하면서

무수히 반복되는 작업으로 보인다.

 

 

 

 

 

모든 조명과 콘센트 위치는 월인정원으로 부터 점지 받은 상태이고 그 지점들에 대한

콘센트 설치와 조명 선을 내는 작업을 반복 중이다. 이미 말했듯이 이 집에서 나온 물건들

중에서 재활용 가능한 것들은 사용한다. 텀블러스위치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하던 것을

입구 쪽으로 배치한 모양이다.

 

 

 

 

 

 

 

10월 8일 일요일. 삼십 일 일째다.

항상 나와서 무엇인가를 보태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월인정원도 같이 출근했다.

필요한 일이 있다면 물론 나오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두 사람이 고생할 일을 세 사람이

함께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일상적인 나의 입장이다. 간병을 하느니 그 시간에 간병인 비용벌이에

나서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은가?

 

 

 

 

 

무얼까?로 부터 기계를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을 득했다.

‘나와서 나 사진 쫌 찍어주라!’ 이런 장면은 개인 노가다史에서 중요한 장면이다.

리슈린을 물과 혼합 중인 아주 매우 대단히 힘든 장면이다.

창고 바닥에 사용할 것인데 아무도 나의 작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내가 관심을 보였다.

 

 

 

 

 

바닥을 완료하고 사건현장 표시를 부착했다. 종이테이프로.

민간인들이 출입하면 곤란하다.

 

 

 

 

 

무얼까?는 여전히 얼굴 보기 힘든 나날들이다.

 

 

 

 

 

다시 퇴근길.

오늘은 이 길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그러나 역시 원하는 높이가 나오지 않는다.

이 길에서는 낮은 사다리가 있으면 원하는 그림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들을 비우기 전에 무얼까? 트럭 위에서 한 번 찍어야겠다.

 

 

 

 

 

다시 갑산들. 선호하는 퇴근길.

2006년 가을 어느 날 이 길에서 찍었던 들국화가 생각났다.

처음 만나는 구례를 하루 한 번 촬영했던 시간들.

 

 

 

 

 

이제 전일적으로 노가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창고 끝나면 나의 역할은 정말 시다로 전락할 수순이 남아 있다.

이제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 갈 배치를 결정해야 한다.

어떻게 살 것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있는지.

나는 내가 맞는지.

 

 

 

 

 

 

 

10월 9일 월요일. 삼십 이 일째다.

강화시멘트 이후 10여일이 넘었다. 이제 오븐을 제 자리로 옮긴다.

저 큰 덩치가 작은 집 가운데 버티고 있으니 답답하기도 하다.

오븐 배관선을 은폐, 정리하고 두 명이 밀고 한 명이 끌었다.

생각보다 수월했다.

 

 

 

 

 

오븐을 밀기 위해 건장한 남자 3류를 청한 김에 페인트 작업으로 몰아 넣었다.

기나 긴 연휴 때문에 계속 페인트를 살 수 없었다. 9일은 공휴일이었지만 페인트 가게

문을 열었다. 잽싸게 들어가서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그러지 않으면 현장에서 넋 놓고

무얼까?의 지시만 기다리다가 하루가 가게 될 것이다.

일단 천정도 페인트칠로 정했는데 이 시점까지 단순 페인트칠만 할 것인지 벽에 뭔가를

그릴 것인지 결정하지 못했다. 일단 초벌 칠해 놓고 볼 일이다.

 

 

 

 

 

 

 

10월 10 화요일. 삼십 삼 일째다.

오전 동안 무얼까?와 나 모두 아주 오래간만에 일상사들을 좀 처리했다.

병원을 간다거나 은행을 간다거나 면사무소를 간다거나 하는 일들.

생각해보면 지난 한 달 이상 나는 세상사와 담을 쌓고 살았다.

뉴스도 모른다. 안 본다. 내 유튜브 타임라인 자체가 바뀌어 버렸다.

거의 음악 관련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작업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말 없는 두 사람의 공간을 소리가 채웠기 때문이다.

나는 락과 포크 취향이고 무얼까?는 흑형들의 소울 가득한 발광 쪽이라 이 역시 맞지 않다.

그래서 가장 많이 등장한 가수는 에이미 와인 하우스다.

여하튼 점심 무렵에 다시 현장에서 만나 장비 빌려주러 온 손님1과 결합해서

밥 먹고 무얼까?는 잠시 누웠다. 역시 오늘 하루는 이렇게 느긋하게 가는 것인가요.

 

 

 

 

 

그럴 리가 있나. 무얼까?는 ‘잠방’으로 가서 갑자기 초배지를 바르기 시작했다.

도배 영역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전에는 제 집 도배는 식구들이 같이 했다.

도배선수를 부를 면적도 아니고 어차피 자체 해결은 필연적이다. 나는 창고로 갔다.

 

 

 

 

 

지난밤에 벽에 관한 결정을 내렸다. 무엇인가를 그려 넣기로 정했다.

나는 벽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외벽화는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다.

화개 시절 벽에 뭔가를 그린 것은 일종의 반전 같은 장치였다.

이 창고도 같은 이유다. 형상은 대략 정했다. 밑그림 없이 그냥 붓 가는 대로 그릴 것이다.

한때 좋아했던 작가가 있는데 그 스타일을 카피할 생각이다. 그게 생각대로 될 일은 아니지만.

그래서 머릿속으로 형상 배치를 생각하면서 벽면에 나름대로 색을 배분 중이다.

나중에 완료되고 과정과 결과를 보여드리겠다. 잘 안되면 그냥 흰벽을 보시게 될 것이고.

 

 

 

 

 

 

 

10월 11 수요일. 삼십 사 일째다.

하루 전 갑자기 수요일 벼 수확 촬영 전화를 받았다. 원래는 20일이나 되어서 베기로 한

논인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예상했던 일이다. 농부들은 그렇다.

지난 밤 마음과 오늘 아침 마음이 들판 앞에 서면 달라지는 것이 농부다.

그래서 자동적으로 나는 다시 수요일 점심 전 작업은 힘들어졌다. 그래서 밀려 있는

김종옥의 인쇄물 작업을 오전에 처리하기로 했다. 원래 있던 파일 추가 발주하면 되는 것인데

지난 1월 첫 주 외장하드 날려 먹은 사건의 피해 상황은 이렇게 하나씩 등장한다.

파일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작업해야 한다. 그래서 10년 만에 사무직으로 잠시 복귀.

아침에 내 일이 원래 이것이었지 하는 기억이 되살아났다.

비가 왔고 악양 촬영은 취소되었다. 젠장. 이러면 오야지가 오해하는데.

아침에 현장에서 도배를 하고 무얼까? 역시 다시 일상사를 위해 점심 무렵에

토지면으로 내려왔다. 점심 먹고 나는 난동 현장으로, 무얼까?는 다른 업무를 위해 다른 곳으로.

벽지를 바른 부분은 원래 방에서 옆으로 ‘달아 낸’ 면적이다. 가지고 있던 도배지 중에서

무늬 하나를 택해서 정한 일이다. 며칠 동안 하루가 다시 짧아졌다.

 

 

 

 

 

저녁에 남원으로 영화를 보러 왔다.

영화를 보는 것은 영화가 보고 싶어서 보는 것은 아니다.

영화 아닌 곳을 잠시 떠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이 편으로 실제 날짜와 일치된 집수리 이야기가 가능해졌지만 이제 집중적으로

이야기할 만큼의 일들은 없다. 그래서 일종의 인테리어가 완료되고 집수리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그 동안 나도 정상적인 생활 패턴과 노가다 생활을 혼합하는 시기로 잠시 들어가야겠다.

10여일 후에나 뵙겠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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