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집수리 이야기 9. 27 ~ 9. 28

마을이장 2017.10.06 23:59 조회 수 : 836

 

 

 

 

9월 27일 수요일. 이십 일째다.

점점 징하다. 비 온다. 몸이 더 찌뿌둥하다.

그러나 다음 날까지 소소한 몇 가지 작업을 끝내어야 한다.

 

 

 

 

 

보통 하루 종일 실내 어딘가에서 모기향을 피우고 있다.

사방 문이 열려 있는 상태고 종말 전 모기들의 공격은 제법 독하다.

나는 대학교 시절부터 모기향의 조형미에 흥미를 느꼈다.

스티로폼과 석고로 대형 모기향 아래 잠들어 있는 사람을 조형물로 만든 적도 있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와 시걸George Segal을 좋아했는데 두 사람 재료의 짬뽕이었고

망작이어서 바로 부숴버렸다. 삼천포네…

 

 

 

 

 

성황당이네.

끊기지 않게 사과 껍질을 깎듯 테이핑을 제거할 때는 성질대로 벗겨버리려고 하면 끊어진다.

그러면 그 다음 작업이 힘들어진다. 가급이면 길게 여지를 가지고 달래가면서 뜯어내는 것이다.

 

 

 

 

 

나와 월인정원이 이런 하찮은 일을 하는 동안 무얼까? 는?

아침에 도착해 보니 이미 수도가 마무리되어 있었다. 다음 날 들어 올 기계가 수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기둥 H빔을 자르고 다듬고 하기를 반복한다. 기둥을 세우기 전에 속이 빈 나무를 채운다.

디귿 자 기둥을 세우고(이 장면에서 나의 결정적 벌서기가 있었는데…) 용접을 한다.

이번 일에 동원된 분야별 업자는 몇 명일까?

철거-그라인더질-프라이머칠-핸디코트바르기-H빔 작업-배관-미장-용접-… 앞으로는?

전기-도배장판-잡설비-목수-…

 

 

 

 

 

무얼까?가 이런 일에 심각하게 동원되기 이미 세 번째다. 오로지 월인정원 관련해서만.

오미동, 화개, 난동 작업장이 그러하다. 회를 거듭할수록 공사는 점입가경이다.

위에 언급한 공사팀을 모두 불러서 직영을 하면 이번 작업보다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될 것이고

진행은 더 느릴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한 사람이 진행을 한다.

사진은 무얼까? 차 뒷좌석이다. 항상 이 모습이다. 시골에서 헌집을 고쳐 어찌어찌 살아보려는

계획을 가진 사람들은 위에 언급한 모든 과정을 직접 처리할 기능과 장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앞으로 등장할 과정과 장비까지. 그게 가능하시겠는가? 주변 몇몇 사람의 도움을 받아 과정은

진행 가능하다해도 일의 마무리가 깔끔할 수 있는 프로 수준인가?

구례에서의 11년 동안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영역의 설비를 불러서 돈을 주고

일을 시켜봤자 어느 대목에서건 열불 받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일은 불가능한 미션이다.

그래서 나에겐 무얼까?가 인연이고 무얼까?에게 나는 악연인 것이다.

나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하나다. 뻔뻔함.

 

 

 

 

 

사람들은 오래 전에 내가 망치와 장도리와 석고와 시멘트와 합판과 각목을 가지고

많은 작업을 했다고 하면 코웃음 친다. 전혀 그런 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견 맞다.

누가 봐도 나는 법관이나 의관 이미지다. 그러나 나는 서양화를 전공했고 주요한 작업은

설치미술이었다. 그래서 대학시절 나의 작업장은 공사판 형국이었다. 전시를 위해

작품을 옮기는 일 자체가 노가다였다. 내 작업 사이즈 기준은 ‘문을 통과하느냐?’ 였다.

그리고 전시장으로의 작품 이송은 작은 이사 수준이었다.

현대미술 세례를 벗어나고 만난 것은 민중미술인데 길거리 작업이다. 걸개고 벽화고

장례준비고 뭐고는 전부 노가다판이다. 영상 관련한 일은 무대나 현장으로 장비를 옮기고

연결하고 하는 지난한 과정의 반복이었다. 그것에 더해 나는 작업장, 집, 사무실 이사를

합쳐서 스무 번 정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몸으로 하는 일이 너무 싫어졌다.

지긋지긋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이후로 시골로 내려와서 학처럼 고고하게 벼루와 붓을

앞에 두고 학문에 정진하려 했으나 젠장 세제곱 찌찌뽕이다.

 

 

 

 

 

오후가 늦어서 두 번째 H빔 기둥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마침 덕이덕이가 방문했다. 정확하게는 내 부탁으로 순천으로 갔다가 하필 그때 도착했다.

그래서 H빔 받쳐 들고 벌서기2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두 번째 기둥 한쪽 각이 맞지 않았다. 불안이 나를 엄습했다. 저 인간은 ‘이건 아냐!’ 라고

외장을 치며 공정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할 가능성이 높고 이미 그런 경험도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모서리각을 일치시키면서 짝짝짝. 퇴근! 퇴근!

 

 

 

 

 

 

 

9월 28일 목요일. 스무날 하고도 하루 더 지났다.

구례장이다. 추석 전 가장 큰 장이다. 추석 하루 전 3일장이 열리겠지만

아무래도 28일 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야한다. 나 역시 차례를 위한 장을 봐야 한다.

이미 며칠 전부터 오야지에게 28일은 점심 무렵이나 현장으로 출근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오야지가 차례 음식하고 살림 사는 남자의 세계를 알리 만무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약간의 늦잠과 현장을 빠져 나올 수 있다는 군바리 외출 같은 날인 것이다.

조기 두 마리, 민어 두 마리, 도미 두 마리, 서대 두 마리를 샀다.

나머지 장은 임박해서 마트에서 볼 것이다. 냉장고 사정이 그러하다.

장은 활기가 넘쳤고 주차장은 빈곳이 없었다. 그러나 돌아가야 한다.

나 없는 현장이란 앙코 없는 찐빵 아닌가. 무얼까?가 무얼 알겠는가.

 

 

 

 

 

대문 들어서자 시끄럽다. 쇠를 갈아내는 소리가 요란하다.

수도를 연결해 놓아야 했었기에 김에 그냥 팩토리에 있던 화개시절 싱크볼 하나를

들고 온 모양이다. 설치까지 완료해 두었다. 이제 실내에서 물을 사용하면 되겠다.

어제 설치한 H빔 상단에 나무와 연결하는 길다란 나사를 박아 넣고 튀어 나 온 대가리를

자르는 모양이다. 그리고 용접 부위도 갈아내는 중이다.

 

 

 

 

 

그리고 오늘은 좀 수월한 작업이다. 왁스칠이다.

사람 잡는다는 그 망할 놈에 친환경 자재다. 나는 친환경이라는 말 자체가 웃긴다.

여하튼 친환경이건 반환경이건 이놈을 스폰지붓으로 모든 나무에 도포를 하는 작업이다.

진도도 빠르고 시각적으로 바로 확인하는 보람도 있다. 나무가 촉촉해진다.

이 과정까지가 서까래와 들보, 기둥에 대한 마무리다.

 

 

 

 

 

한옥 작업은 지나온 길이 대략 보이는 작업이다.

켜켜이 쌓인 노가다의 퇴적층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 집의 곳곳을 수천 번 직접 손으로 만진다.

일단 다시 한 단계 마무리된 집을 잠시 촬영했다.

 

 

 

 

 

우리는 또 다른 퇴적층도 만난다.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의 흔적이다.

집의 흔적과 사람의 흔적은 같은 것이다. 집과 사람을 합쳐 집이다.

단지 오브젝트로 바라보자면 건축물이다.

나무와 종이는 아궁이에 넣고 태울 것이라 쌓아서 쳐 박아 두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박스를 열어서 정리를 하다가 성경을 달력 뒷면에 필사한 흔적을 보았다. 종이가 귀한

시절이 아님에도 달력 뒷면에 또박또박 한 자 한 자 새겨나간 것을 보고 단박에 누구의

흔적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집을 계약할 때 마주 한 언니다.

상량 기준으로 마흔네 해를 이 집에서 사셨던 분이다. 그이가 인상적이었다.

문자로 언니꺼냐고 물었다. 맞다고 하셨다. 그냥 버리라고 하셨다.

알았다 하고 몇 장을 챙겼다. 어느 대목에서건 쓰임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다.

이전 내 책에서 인용한 글이 있다.

 

남는 것은 추억이다.

하나의 집은,

시작되고 지어지고 마무리되고

쓰여지고 사랑받고 지속되고 사라지며

마침내 추억을 남긴다.

— 건축가 김기석의 글(오정요 작가의 기획안 중에서)

 

 

 

 

 

9월 28일 목요일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오븐 도착이다.

지난 이틀 정도 작업실2 공간에 대한 진도 우선은 이 오븐을 맞이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예상 보다 많이 늦게 도착했다. 나는 밝을 때 이 일을 마무리 하고 싶었다.

이렇게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일은 그것이 좋다. 받침대 포함한 이 3단 오븐의 무게는 650kg이다.

이런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일은 좀 드물다. 항상 변수를 만난다. 더구나 이곳은 시골이고

우리는 낮은 구옥을 수리 중이다. 도시의 넓직한 입구를 가진 건물이 아니다.

운반과 설치비용이 당연히 따로 청구되는 작업이다. 지게차를 구례에서 부를 줄 알았다면

우리에게 문의하는 것이 좋았을 것인데…

 

 

 

 

 

결론적으로 이 오븐은 이 집으로 들어갈 수 없다. 높이가 그렇다.

입구를 부수면, 그것도 제법 많이 부수면 들어갈 수 있다. 치수 확인이 없었는가?

당연히 수차례 했다.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팔고자 하는 사람의 영업의지는

기계 분리에 대한 이해와 반비례했다. 그들이 말 한 방식으로 기계는 분리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기사는? 이건 원래 받침대와 분리할 수 엄써요!

겨우 이런 정도 난관은 예감했기에 밝은 시간 도착을 주문했는데 영화는 원래

이런 식으로 위기를 조장해야 재미가 있긴 하다.

오븐 한 단은 분리 됩니까? 받침대를 잡고 부질없는 씨름 시늉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모른단다. 이 기계는 최근 버전이고 오늘 처음 설치다. 그래? 여러모로 ㅅ ㅂ 구나.

일단 분리를 시도했다. 오! 가능할 것 가타요! 그럼 뜯어야지. 아님 그대로 들고 서울로 가거나.

 

 

 

 

 

어둑해지고 조명이 동원되고, 그 조차 무얼까?가 있어서 장비 서포터를 하면서 가능했다.

기게를 분해하는 동안 지게차 기사님은 월인정원과 귀촌인지 구례인지에 관해서 씨잘대기

없는 대담을 나누고 있었고 모기는 서울경기 지방에서 온 새로운 인력들에게 집중적인

흡혈을 시전했다. 안쓰러웠다. 상황에 대한 약간의 분노도 있었지만 나는 표현보다는

사태 해결을 우선하는 스타일이다. 30분 이상 분해해서 다시 지게차로 상단을 분리하는

섬세한 운전을 필요로 했다. 지게차 운전이 서툴다. 그리고 너무 거대한 지게차다.

이 작업은 순영이 형네 지게차면 충분하다. 기표나 덕이덕이 지게차 운전은 훨씬 섬세하다.

고함에 가까운 소통을 통해 결국 기계는 부엌 안으로 착지했다.

 

 

 

 

 

그 다음 난관. 부엌과 작업실은 단 차이가 있지 않은가.

이 역시 무얼까?가 H빔을 레일 삼아 올리는 방법을 제안하면서 어찌 어찌 해결되었다.

도대체 현장에서 당신들이 제시할 수 있는 솔루션은 무엇인가?

이 현장이 제일 힘들었겠습니다?

아닙니다. 훨씬 힘든 현장도 많습니다.

그런데 일을 그렇게 하나. 방백.

다시 김해로 무엇인가를 설치하러 간단다. 저녁 8시가 넘었다. 비도 온다.

아주 쌩쑈를 한다. 시골이다. 이 시간에 식당에서, 그것도 면 단위에서는 밥을 먹일

수단이 없다. 닭과 사발면을 준비해서 어쨌든 노고를 치하했다. 어쩌겠는가.

과정과 절차에서 여러 명에게 목구멍으로 그냥 삼킨 것이 많은 날이라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고마 집에 가자!

 

 

 

 

 

집수리에서 '구조적인 장면'이 마무리되었다.

힘든 과정이었다. 나는 이 과정을 2주일로 잡았었다. 그러나 3주일이 지났다.

어게인 그러나 해 보니 양호한 진도다. 아니 빠른 편이다. 거의 달랑 두 사람이.

오전에 촬영을 했다. 우리의 성과를 한 번 대략 보자는 의미로.

 

 

 

 

 

 

 

 

 

 

 

 

 

 

 

 

 

 

 

 

 

 

 

 

 

 

 

 

 

 

 

 

 

 

 

 

 

 

 

 

 

 

역시 이전에 쓴 내 책의 한 대목이다.

 

송석헌을 얼핏 보면 2층 집으로 보인다. 북부 경북에서 간혹 볼 수

있는 구조지만 흔히 볼 수 있는 한옥 구조는 아니다. 당연히 건축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렇게 찾아오는 이들의 눈에 송석헌은 하나의

‘건축’이다. 그들은 송석헌의 구조를 해체하고 분석하고 언어로 선명한

정리를 시도하지만 권 옹에게 송석헌은 ‘집’이다. 그들은 민도리집이다,

납도리집이다, 건축 방식으로부터 비롯한 격식과 조선조의 신분제를

연결시켜보지만 권 옹은 선친이 무엇을 수리했고 그 나무는 어디에서

왔고 어느 목수를 불렀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기술과 전통을

이야기할 때 노인은 기억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송석헌의 ‘겉’을

바라보고 노인은 집의 ‘안’에 살고 있다.

 

 

 

 

 

몸이 힘들어지면 사람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게 과연 옳은 짓인가? 제대로 된 판단인가?

다행스러운 점은 나는 처음부터 이게 옳은 판단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다.

이 일이 끝나면 적어도 나는 대단히 많이 소진될 것이다. 그 정도가 제법 심할 것이다.

이 일 다음은 두 권의 책에만 집중할 계획이기에 9월에 시작해서 12월이 되면 나는

면도날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예정된 옳지 않은 판단과 행위들이다.

나는 나를 극한으로 몰아 세울 예정이다. 늙어가지만 과거의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하나 사야겠다. 날카로워질 몸과 정신을 더 날카로운 음악으로

부드럽게 다듬어야 한다.

 

 

 

 

 

이 집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무얼까? 건진 텀블러스위치들이다.

이런 것을 좋아한다. 요즘 나오지 않는 스위치다. 온오프 감이 모두 다르다.

저 중에서 선호하는 스위치가 있다. 저런 자재를 최대한 살리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테리어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 이야기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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