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집수리 이야기 9. 24 ~ 9. 26

마을이장 2017.10.06 20:25 조회 수 : 524

 

 

 

9월 24일 일요일이다. 십칠일 째다.

일 시작하고 세 번째 일요일이다. 그런데 이 작업장은 일요일도 도통 쉬질 않는다.

우선 ‘잠방’ 천정 핸디코트를 끝내야 한다. 오늘은 정말 핸디코트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점심 전에 끝내자. 고공 작업 마지막이라는 희망으로.

 

 

 

 

 

월인정원은 일단 바닥 청소를 시작했다. 대략 과정이 끝나면 바닥 청소를 한다.

작업장 환경 문제도 있고 우리의 성과를 정확하게 보기 위한 목적도 있다.

바닥 시멘트는 아무리 쓸어도 가루가 일어난다. 물론 바닥을 고착화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작업실2 위치인데 오븐이 조만간 들어올 예정이라 다른 방보다 이르게 바닥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작업실2 천정 테이핑 제거 작업에 들어갔다. 천정에서 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종료해야 한다. 테이핑을 뜯는다는 것은 마치 장님이 눈을 뜨는 것 같이,

수술 후 처음 붕대를 제거하는 것 같은 두근거림이 있다.

 

 

 

 

 

테이프를 제거하는 작업도 그냥 ‘찌이익~’ 뜯어지는 것은 아니다. 테이프 위로 핸디코트가 많이

발라진 경우는 끌이나 칼로 자르고 밀고 하는 과정을 통해서 제거하고 걸레로 서까래를 깨끗하게

닦는 작업을 해야 한다. 테이프 제거 이후 모든 나무에는 젤을 바를 예정이라 그렇다.

 

 

 

 

 

작업방2의 천정이 공개되었다. 마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일부 와아! 하는 소리도 나왔다.

나는? 과업 완수를 향해 한 발 더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뿐이다.

구옥 수리를 물론 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 과정과 결과를 알고 있었다. 내가 그것을

알고 있는 근거는 모르겠다. 그냥 살아오면서 본 직간접 시각적 경험의 소산일 것이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직접 실행하는 것은 안다와 모른다의 차이 정도다.

겁 없이 두 사람이 벌일 일이 아니다.

 

 

 

 

 

 

 

9월 24일 월요일. 십팔일 째다.

원래는 하루 전 일요일을 쉬는 것으로 했었다. 현장에서 나의 숨소리를 들은 일탈이

‘저 노인 쓰러지겠다’는 우려로 지 신랑을 압박한 모양이다. 그런데 무얼까?가 뒤집었다.

월요일에 남원으로 H빔 등을 사러가야 하니 어차피 ‘산이 형’은 늦잠을 잘 수 있다.

그러니 일요일 작업하고 월요일 점심부터 하자. 뭐 그렇게.

 

 

 

 

 

어… 디지게 무겁다 H빔. 내리는 과정도 두 사람이라 조심스러웠다.

트럭에서 흘러내리면 다칠 수 있다. 9월 17일에 작업 해 둔 고강도 시멘트 위에

새로운 H빔 기둥이 자리할 것이다. 이것은 순수한 쇠다. 노출되면 금방 녹이 쓴다.

순수한 것들은 쉽게 상처받는다. 나처럼.

 

 

 

 

 

순영이 형님 가족들이 대문 앞 논을 베는 모양이다.

추석 전후로 먹거나 판매할 햅쌀이다. 추석 전 농산물은 가격이 좋다.

덕분에 몇 년째 추석은 항상 햅쌀로 차례상을 차리고 있다.

 

 

 

 

 

“일도 아녀.”

 

구례에서 자주 듣는 표현이다. 나락 한 단지 베기를 숭늉 마시듯 해치우고

봉다리 커피 한 잔 청한 순영이 형이 일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일도 아녀’ 라는 말은 ‘힘내자’의 다른 표현인 경우가 많다.

 

 

 

 

 

바닥 시멘트를 어느 정도 고학화 시킬 수 있는 몸에 그렇게 좋지는 않은 액을 바른다.

아, 뭔가 과정이 하나 빠졌다. 롤러로 칠하다보면 벽으로 튈 수도 있다. 그런 것을 용납할

무얼까?가 아니다.

 

 

 

 

 

순영이 형은 가장자리 전체에 테이핑 비닐 두르는 작업을 도와주면서 이 재료에

격한 반응과 흥미를 보였다. ‘쬐깐한디’ 방 하나를 두르고도 남았으니.

 

 

 

 

 

 

 

9월 26일 화요일. 십구 일째다.

부엌과 작업실1 사이 중앙 기둥과 들보, 작업실1과 2 사이 기둥과 들보에 대한

보강작업을 할 것이다. 중요한 작업이다. 이 집의 안전을 위해서 해야 하는 작업이다.

나는 출근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고 무얼까?는 이미 쇠를 절단하고 확인하는 중이다.

 

 

 

 

 

한옥은 나무의 모양을 그대로 살려 멋스럽고 골 때린다. H빔을 그랭이질 하기는 그렇고

보강하는 쇠의 수직 상태를 위해 나무 기둥의 대목 대목을 깎아내서 끼워야 한다.

그냥 디귿 자 거꾸로 밀착시키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게 공정과 시간을 제법 먹는다.

기둥의 속은 벌레가 잡순지 오래고 들어내기는 난해하다. 그럴 생각도 없다.

기둥은 기둥대로 살리고 안전은 안전대로 확보해야겠다. 그러나 그 기준이란 것은 다종다양하다.

 

 

 

 

 

무얼까? 일의 특징은 나의 만족도 우리의 만족도 필요 없다.

지가 만족해야 한다. 남들이 만족하고 말고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과정 중에 의견 따위의 말을 하지 않는 이유도 같다.

 

 

 

 

 

월인정원과 나는 프라이머 문제 등으로 지체된 ‘잠방’ 천정 핸디코트 작업을 마무리했다.

가까운 과거까지 테이핑 없이 석회로 칠을 한 선배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무얼까?는 다시 마당으로 나와 H빔 길이를 정교하게 조정하고 더 이상 녹이 쓸지 않도록

스프레이를 뿌린다. 과정에서 안과 밖으로 쇠를 들고 오가기 여러 번이다.

 

 

 

 

 

내일은 전체 테이핑을 제거하고 기둥을 마무리하겠지.

다시 현장을 정리한다. 뭔가 차분해진 느낌이다.

 

 

 

 

 

그렇게 하루가 간다. 너무 쉽게 간다.

다른 때보다 조금 늦게 끝났다. 허리를 펴고 서쪽 하늘을 본다.

아니, 하늘이 저를 보라고 손짓한다.

낮달이 서산을 넘는 해를 배웅하고 밭일을 마친 부부도 허리를 세운 모양이다.

평화롭다. 단지 그러하다.

 

 

 

 

 

우주가 나에게 말을 걸었고 이 사인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현대란, 그 사인을 무시하고 지 맘대로 하루를 영위하는 역류의 시절이다.

 

 

 

 

 

오늘 하루도 사고 없이 무사했다.

감사합니다.

 

 

 

 

 

 

 

4d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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