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집수리 이야기 9. 17 ~ 9. 20

마을이장 2017.10.01 22:42 조회 수 : 713

 

 

 

9월 17일 일요일. 십일 째다.

이놈에 현장은 쉬는 날이 없다. 건축주가 쉬자고 하는데 어떤 인간이 도통 말을 안 듣는다.

신발을 대략 씻어 말린다. 작업 중에는 발목을 감싸는 신발을 신는다. 계속 공중전이 많은

현장이라 그러하고 바닥에 못이 있을 수 있고 오르내리다가 발목을 접을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은 떨어질 것이고 긴장을 놓치는 순간 다칠 수 있다.

다시 한 번,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오야지에 대한 저항은 아니고 자연스러운 컨디션 문제로 약간 늦게 나왔다.

무얼까?는 하루 전 쏘아 둔 우레탄폼을 잘라내었고 작업실1 뒤로 달아 낸 처마 칸의 천정을

합판으로 막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냥 일자로 막는 것이 아니라 서까래 끝나는 라인을 따라서 합판을 따고 있었다.

쉽게 할 일 어렵게 하는 데는 도가 통한 친구다.

왜 그리 힘들게 해? 대충 하자.

안 예뻐.

젠장.

원래는 실내가 아니라 뒤편 아궁이 처마였던 관계로 이 위치의 나무와 천정도 새까맣다.

물론 모두 갈아 낸 다음이다.

 

 

 

 

 

내 평생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일요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쉬기 때문이다. 밖을 나가도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이동이나 여행은 무조건 평일에만 한다. 한산하고 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2주일 째 일요일이 기다려졌다. 일요일은 쉴 것 같으니까.

하늘은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고 오야지는 일찍 마칠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도대체 저 포유류의 전두엽은 무얼까?

이리오너라~

 

 

 

 

 

젠장.

잡아라.

막아라.

제대로 좀 해라.

거푸집을 만들어 장차 이 집 기둥을 보강할 밑작업을 하고 있다.

고강도 시멘트를 저 거푸집 속으로 채울 것이다.

 

 

 

 

 

그리고 끝이 나나 싶었는데 역시나…

본격적인 핸디코트(회칠로 이해하시라) 작업을 하려면 벽에 프라이머라는 놈부터 먼저

발라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벽 상태를 일정하게 고착화 시키고 핸디코트를 잘 붙게

만들어 준다나 뭐라나. 여튼 바르고 좀 말려야 하니 칠하다가 퇴근하자는 오야지의 주장.

나는 뭐… 해야지 뭐. 일요일이니까 프라이머 칠하기에 최고로 좋은 날이네 뭐.

젠장.

칠 한 것과 하지 않은 천정의 색은 사진처럼 차이가 난다. 일종의 엣센스다.

 

 

 

 

 

5시 좀 전에 일은 끝났다. 쾌청하다.

차 시동을 걸기 전에 작업장 앞 들판을 찍었다. 순영이 형 나락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사진 몇 장 찍자고 생각했다.

 

 

 

 

 

구름이 좋은 계절이다.

노을이 예쁠 것이란 소리다.

 

 

 

 

 

초록대문을 그대로 둘까?

그냥 두자. 외관은 거의 그대로. 눈에 띄지 않게.

이 집의 장점은 평범함이다. 부담스럽지 않다.

나는 집이건 옷이건 장신구건 자체가 사람을 가리는 경우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 그런 것으로 자신을 나타낼까. 호박은 걷어내야 할까?

 

 

 

 

 

색이 짙은 날이다.

 

 

 

 

 

그래도 일요일이다.

 

 

 

 

 

9월 18일 월요일. 열하루 째다.

오전은 부엌 벽면과 천정 프라이머 작업을 계속했다.

부엌 서까래는 용마루를 향해 한 점으로 집중되는 까닭에 무엇이건 칠하기 힘들다.

그 사이사이 미장도 거칠다. 노출 한옥 작업을 한다는 것은 목 디스크를 치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얼까?와 나는 밥벌이 수단으로 컴퓨터를 쳐다보는 직업인데

이번에 고개를 계속 쳐들고 일을 하다 보니 굽은 목이 펴지는 기적을 보았다.

칠에서 무얼까?는 롤러를 선호하고 나는 붓을 택한다. 무엇 하나 맞는 게 없다.

 

 

 

 

 

이제 핸디코트 작업이다. 프라이머를 전체 면적에 칠할 수는 없다.

프라이머 역시 도포하고 가급이면 3일 이내에 최종 마감재를 칠해야 하기 때문에 이틀 정도의

시간 이내에 작업할 분량만 프라이머를 칠하고 아마도 실내 최종 마감재가 될 핸디코트 바르기에 들어갔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와 무얼까?는 어려운 장면부터 해결하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다.

부엌 천정이 이 집에서 제일 높다. 이번 작업을 위해 직접 만든 이른바 ‘아시바’에 해당하는

작업대는 부엌을 제외한 천정 기준으로 만들어졌기에 하단에 감 컨테이너 박스를 기단으로

삼아서 올라가야 한다. 쉽게 끌고 다닐 수 있는 무게가 아니라 한 번 자세를 잡았을 때

해당 부위 수술을 끝내는 것이 좋다. 그래서 당연히 가장 난해한 부엌 천정이 핸디코트 작업

1번지가 된다. 천정은 마감도 거칠고 흙이고 구멍 많고 여하튼 힘들다. 손으로 발라야 한다.

 

핸디코트 시동을 걸어 두고 청용식당으로 점심 걸음을 했다.

광의면 우체국에서 영후에게 택배를 보내는 중에 전화가 왔다.

떨리는 목소리. 아직 미확정적 상황에 대한 불안함.

피아골 고 목사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피아골의 내 친구들이 많이 힘들 것이다. 연이어 전화가 온다.

너무 이른 나이다. 그리고 너무 착한 사람이다.

항상 밥 한 공기를 더 시켰는데 무얼까?와 나는 밥을 더 시키지 못했다.

 

 

 

 

 

점심 이후 작업 속도가 느리다. 4시 경에 일을 접었다.

일단 장례식장으로 가자. 대략 최근 만나는 구례 친구들 대부분은 그곳에 있을 것이다.

여느 장례식장과는 다르다. 모두 말이 없다.

예정대로였다면 피아골의 가까운 동생은 아침에 광의면 현장으로 왔을 것이다.

어깨가 좋지 않아 구경만 하고 점심은 먹겠다고 해서 ‘부상병은 필요 없다’는 문자를 날렸다.

원래 예정한 시간은 오전 10시였다. 광의면 공사판으로 오지 않은 피아골의 동생은 고 목사와

그 시간에 봉지 커피를 나누었다. 그 커피를 마시고 읍내로 향한 고 목사의 차는 10분 후…

살면서 드물게 이런 일을 당하면 숙명이나 운명 같은 단어를 생각한다.

동생이 광의면 공사판으로 왔다면 고 목사와 커피를 마시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고 목사의 오전 일정은 어떠했을까. 그 버스와 마주치는 시간을 5초만 엇갈렸어도

운명은 달라지는 것 아닌가.

피아골 도로는 왜 오랜 시간 공사를 진행해서 차선을 지키기 힘들게 만들었을까.

장례식장에서 만난 J는 자신과 고 목사가 정오에 약속이 있었다고 약간 넋 나간 표정으로

고백하듯 이야기 했다. 당신 보다 앞 서 다른 약속이 하나 있었다고 말해 주었다.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는 대부분은 연곡분교 학부형들이다. 또는 졸업한 학부형과 아이들이다.

그는 왜 연곡분교로 아이들을 데리고 전학을 왔을까.

나는 왜 연곡분교 살리기에 한 동안 매달렸을까. 그 모든 연결 고리들.

카르마.

 

★ 고 목사

 

 

 

 

 

9월 19일 화요일. 공사 열이틀 째.

공사 시작하고 처음으로 무얼까?와 나 이외의 인력이 투입되었다.

이 공간의 주인인 월인정원과 일탈이다. 긍께 두 쌍의 부부다.

그 동안 월인정원은 계속 참가를 원했지만 미세먼지와 공중전 중심이라 말렸다.

커피라도 타겠다고 했으나 그것은 사치다. 우리 알아서 마시고 먹는다.

이제 핸디코트를 모든 벽면에 바르는 국면으로 진입했으니 키 높이 이하 벽면은 많은

인원이 달라붙는 것이 좋다. 하루 전 고 목사의 갑작스런 일이 없었다면 보다 많은

인원이 동원될 예정이었다. 몇몇 친구들이 고민했으나 가급이면 장례식장에서 일을 하도록 했다.

슬픔은 나누는 것이 백 번 옳다. 불가항력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벽이 하얗게 채워져 간다.

이런 경우 황토색과 백색 중에서 고민하지만 우리는 백색으로 결정했다.

몇 가지 단계를 더 거치면 빛나는 서까래 사이로 하얀 벽과 천정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했다.

핸디코트는 두 번 기본으로 상태에 따라 세 번까지 바른다. 이것 주걱이나 손으로 바른다.

그래서 칠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압력을 필요로 한다. 붓질 보다는 힘들다.

 

 

 

 

 

이제 테이핑을 한 이유를 알 것이다. 귀찮은 작업이었지만 이후 두 번 일 하는 경우를

제거하기 위해 테이핑을 한 것이다. 가장 난해한 부엌 천정 중 두 번 핸디코트가 입혀진

부분에서 일부 테이프를 제거해 봤다. 빨리 보고 싶은 것이다. 하루라도, 몇 시간이라도

저 테이프를 모두 제거하는 순간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참아야 한다.

며칠 더.

 

 

 

 

 

다시 무념무상으로 흰색을 채워간다.

그렇게 채워가다 보면 어느 날 끝이 나 있을 것이다.

 

 

 

 

 

“놔분다 글고 놔블믄 머리에 맞아불제!”

 

전봇대 위 바가지(그렇게 불렀다)에서 작업하던 선수가 전선을 놓는다고 말하고

바로 땅으로 떨어뜨리자 아래쪽 배우는 하루에도 몇 번은 할 것 같은 대사를 날렸다.

다섯 사람이 일했고 전라도 서쪽과 동쪽 출신이 명백한 사투리 사전을 시전하고 있었다.

위험한 일이라 팀워크가 중요하고 가급이면 웃으며, 그러나 긴장하며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9월 20일 수요일. 십삼일 째다.

새 전기가 일단 작업장 앞 전봇대에서 집 안으로 들어왔다.

한전 몫의 작업이다. 물론 이 분들은 대행사 직원들이지만.

지금 공사 중 사용하는 전기는 원래 집으로 들어와 있던 선이다.

그러나 새로운 작업장은 보다 많은 양의 전기를 필요로 한다.

그것도 삼상으로. 월인정원의 장비가 그러하다. 그래서 신설과 증설 작업이다.

 

 

 

 

 

9월 17일에 부어둔 고강도 시멘트 거푸집을 제거했다.

기능적으로 중요하다. 이 집의 뼈대를 이루는 두 곳의 기둥 하단은 벌레가 먹었다.

허당이다. 그래서 H빔을 세우게 될 것인데 그 주춧돌이다. 강해야 한다.

 

 

 

 

 

핸디코트 작업은 작업실1과 2실의 벽면을 대부분 처리하고 있는 중이다.

그 전에 남자들은 천정에 프라이머를 칠해 두어야 한다. 작업은 그렇게 시계바늘이

돌듯이 정해진 순서대로 굴러가야 한다. 채워지고 있다. 우리의 희망은 그것이다.

하루하루 채워지는 벽면은 우리가 놀고 있지 않다는 시각적 증명이자 내일 다시

이곳으로 출근하게 만드는 근거다.

 

 

 

 

 

여성들이 벽을 전담하는 동안 무얼까?와 나는 여전히 천정으로 고개를 쳐들고 있다.

마당으로 난 처마 방면 핸디코트를 바를 때 나는 체력적으로 많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팔을 계속 위로 올리고 있는 상태가 힘들었다. 잠시 바르고 마당으로 내려가 담배 한 대.

다시 천정이나 처마. 다시 아웃. 다시… 공사가 십 여일 넘어간 어느 오후 집으로 가는 길에

몸은 천근인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내 직업인가? 몸이 습관으로 인식하려고 한다.

 

 

 

 

 

순영이 형이 나락 상태 보러 온 모양이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오토바이만 보인다.

논둑 어딘가를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언제 벨 것인지 요량을 할 것이다.

환장하게 맑은 날이다. 꼭 일요일 같은 하늘이다.

이곳에서 어떤 일에 집중하면서 뉴스와 팟캐스트 같은 것을 멀리하고 며칠 보내다 보면

세상은 얼핏 평화롭거나 아무 일도 없어 보인다. 그런 시간들이 조금 더 지속되면 뉴스와

세상사 소리들을 듣고 싶지 않게 된다. 마당에서 바라보는 이 조망은 집과 세상이 지척인데

마치 무관한 듯 꾸며 놓은 프레임으로 느껴진다.

 

 

 

 

 

화개 <호모루덴스> 이후 사무실로 사용하던 공간에 있는 컴퓨터를 아주 오래간만에 켰다.

커피를 볶아야 하고 기타 등등 요청되는 사소한 파일들을 처리해야 했다.

오래간만에 켠 컴은 업데이트를 시작했다. 사무직이 편하다. 밖에서 무얼까?가 불렀다.

 

“노을 보세요.”

 

 

 

 

 

 

 

고 목사를 땅에 묻은 날이다. 아침에 광평으로 장지를 정했다는 소리를 듣고

발인을 보지 않았다. 다소 뜻밖이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었다.

낮 동안 전화를 두어 번 했다. 끝났냐고. 아직이라고 했다. 왜?

피아골로 올라가서 노제를 지냈다고 했다. 왜?

나는 왜 라는 소리 이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3류 아버님 누워 계신 곳과 가깝다고 했다.

내 잠자는 집 옆이다.

고 목사의 아들 이반이 아빠를 보내는 시를 썼다. 쓴 그대로 옮긴다.

 

 

 

 

 

 

 

잘못된

 

뭔가 잘못됬다.

오늘 내가 장례식장에오면 안되는거였는데..

 

뭔가 잘못됬다.

오늘 우리 아빠 장례식이아닌데...

 

뭔가 잘못됬다.

내 옆에 예쁜 백합들이 있으면 안되는데....

 

뭔가 잘못됬다.

내 앞에 아빠 사진이 놓여있음 안되는데.....

 

뭔가 잘못됬다.

엄마가 울고있음 안되는데....

 

무서웠다.

머리에 붕대를 두르고 누워있는 아빠의얼굴이...

 

무거웠다.

앞으로 아빠대신 내가 짊어져야할 고통이..

 

아빠의 굳은 손을잡아도 보고 딱딱한 발을 만져도보고

평소에 튀어나온 똥배도 만져본다.

오늘본 아빠의 얼굴이 마지막이란걸 알아버리고는

듣지도 못하는 아빠의 귀에 사랑한다 말하고는

눈물훔치며 아빠의 몸을 포장한다.

 

여기 있는 내가 싫다.

제발 내 평생 모든걸 바꿔서라도

아빠한테 사랑한다 말한마디 듣고 싶다.

 

핡 기뮤띠

2017년 09월 19일 12시

 

 

 

 

 

 

 

2014년 연곡분교 학예발표회 사진에서 고 목사를 찾았다.

학부형들이 합창을 하던 장면이다. 제대로 된 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2014년이면 내가 연곡분교로부터 거의 퇴장 했거나 의식적으로 피하던 시기라

그와 제대로 된 대화조차 나누어보지 못했다.

가급이면 추석 전에 그를 찾아갈 생각이고 나는 계속 공사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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