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집수리 이야기 9. 9 ~ 9. 12

마을이장 2017.09.28 00:12 조회 수 : 878

 

 

 

9월 9일 즐거운 토요일이다. 따라서 즐겁게 그라인더 놀이를 계속하면 된다.

나는 무얼까?가 몇 시에 도착하는지 모른다. 나보다 1분 더 일찍 오는 것으로 이해한다.

무엇인가 일을 하고 있고 나는 커피 물을 끓이고 봉지 커피를 투하하고 그를 부른다.

그러면 아침 조회인지를 간략하게 풀고 우리는 하루 종일 별 말 없이 일을 한다.

무얼까?와 일하는 것이 편한 이유 중 하나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나는 말을 하는 자리에서는 말을 하고 이외에는 말하기를 원치 않는다. 점점.

따라서 간혹 사람들이 “무얼까?와 무슨 이야기를 주로 하나?” 라고 물을 때 난감하다.

그냥 일을 하고 그 결과를 보면 이야기는 된 것이다.

 

 

 

 

 

부엌을 갈고 나서 지친 얼굴로 담배를 피워 물며 무얼까?가 말했다.

 

“서까래에서 모든 음식 냄새가 나. 모오든.”

 

 

 

 

 

메꿔야 할 자리는 메꾼다. 허문 벽에서 나온 흙을 다시 사용한다.

집의 몸에서 나온 흙으로 상처를 어루만지니 동종요법이다.

그 흙에는 이미 짚이 들어 있고 제 살을 다시 바르니 이물감이 없다.

그 생각에서 사람을 읽고 백 마디의 말 보다 더 깊은 설명이다.

그렇게 “점심 뭐 먹으까?” 이외의 대화 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그냥 일을 한다.

단지 피처링 출연한 나의 방침은 오야지의 결정에 토를 달지 않는 것이다.

내 생각과 달라도 결국 오야지가 맞는 것이다. 틀려도 맞는 것이다.

 

 

 

 

 

9월 10일 일요일.

구례에서 행사가 있는 날이다. 그 머시냐 철인3종 경긴가 뭔가 하는 거.

아이언맨 구롄가? 여튼 뭐 그런 국제 경기를 하는 날이다. 새벽부터 시작하고

교통통제를 하니 우리는 6시경 출근을 결정했다.

아침 안개가 짙은 계절이 시작되었다. 여름과 가을이 교접하고 있다는 소리다.

안개 속 노가다 출근길이 인상적이었다. 주차하고 마을 초입을 찍었다.

이 마을을 자세하게 소개할 날이 올 것이다. 원래 이장이 하던 짓.

 

 

 

 

 

구옥을 원했다. 가급이면 매매를 하고 싶었다. 수리에 헛돈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힘들었다. 시골에서 집을 구해 본 사람들은 안다. 집 해결하기가 제일 힘들다.

몇 개 월 전에 지리산닷컴에 집을 구한다는 소리를 흘렸는데 별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만나는 사람 둘 중 한 명은 물었다. 확신형으로.

 

“이장님은 아는 분들이 많으니 물론 구하셨죠?”

 

이런 소리를 다섯 번 정도 듣고 나서 깨달았다.

아, 실속 없는 이장이구나.

이 집은 농부 홍순영이 물어다 준 집이다. 8월 31일까지 누군가 살고 있었다.

매매를 원했으나 소유주는 전혀 의사가 없었다.

 

그러면 수리는?

알아서 하시라. 그 비용 보전해 주지 못한다. 부수건 말 건 알아서 하시라.

그러면 5년은 주셔야 합니다.

그리 하시오.

 

그래서 결국 다시 내 것이 아닌 부동산에 돈을 투여하는 결정이 된 것이다.

비용 얼마?

분명한 것은 업체 맡겨서 진행하면 최저 이천만 원 정도 예상되는범주의 공사다.

참고하시라고 액수 알려드린다. 4인 정도 투입하고 4주 정도 일을 할 것이다.

구례 용역 기준으로 남자 1일 11만 원이다. 물론 각 분야별 오야지는 더 받는다.

인건비 계산해 보시라. 전체 공사비용의 60% 이상이 인건비가 될 것이다.

 

 

 

 

 

3일째 무얼까?의 자세는 동일하다.

그의 작업 팁은 간단하다.

언제 끝나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눈앞의 일을 마음에 들 때 까지 계속 하는 것.

 

 

 

 

 

나는 보병이다.

최초 내 분량의 그라인더를 요구했으나 2초 정도 생각하다가,

‘형님은 안 됨’ 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다행이다. 이런 경우에는 기계를 다루는

믿음을 주지 않았던 지나간 과거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전동사포와 철브러시와 스프레이를 들고 해발 2m 이하 라인을 담당한다.

물론 모든 벽과 기둥이 나의 전선이다. 그리고 수시로 바닥 청소를 한다.

워낙 먼지와 가루와 뭐와 뭐가 많이 쏟아지니 수시로 치우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그래서 시다 또한 딱히 쉴 틈은 없다. 전동사포질을 하고 나면 몸에 여진이 남았다.

 

 

 

 

 

뜻밖에 오야지가 점심까지만 근무를 하자고 했다.

실성을 한 것일까? 몸이 안 좋나?

거의 오후 1시경까지 일을 하고 오래간만에 옥산식당으로 전화를 했다.

하시냐고.

한다고.

아이언맨 관련 교통 통제 없냐고.

토지면은 그런 일 없다고.

철인3종 경기 코스를 모르니 교통통제 예상 구역을 피해서 옥산식당까지 이동했다.

한산했다. 오래간만에 짬뽕. 그리고 무얼까?는 간만에 소주 한 잔.

그라인더를 잡고 있는 동안에는 술잔을 잡지 않았다. 기계를 잡을 때는 그렇다.

소주는 노가다들의 진통제다. 노가다 중에는 더 많은 담배를 피운다.

끝이 나면 더 많은 소주를 붓는다. 더 많은 주름이 생기고 더 많은 한숨을 뱉는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은 좋다. 오래간만에 한가한 옥산식당에서 뜨거운 짬뽕 국물을

들이킬 것이고 무엇보다 오후에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제서야 아이언맨 행사 코스를 검색했다. 토지면은 해당이 없다. 오히려 한가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행사장으로 몰려간 모양이다. 나는 무슨 ‘날’이 싫다.

부디 시골로 거처를 옮기시면 남들 다 하는 그렇고 그런 행사를 기획하지 마시라.

뭔가를 기획 하려면 '행사 성공', '흑자 행사' 따위 목표 말고 다른 목표를 잡는 것이 좋다.

'감동을 주고 말겠어!' 같은.

 

 

 

 

 

9월 11일 월요일. 4일째다.

무얼까?의 위치가 부엌을 벗어나서 작업실2로 이동을 했다. 제일 힘든 구역 끝냈다.

그러나 하는 일은 같다. 여전히 먼지와 흙과 부산물 덩어리 속에서 마스크와 보안경을

착용하고 반복적인 동작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서까래의 방향 자체가 중앙집중식인 부엌과 달라서 아무래도 작업 난이도는 한결 편하다.

부엌을 이틀에 끝을 보려 했으나 하루 오버되었다. 공사란 것은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 늘어날 것이다.

그 하루하루를 줄이자고 무리할 생각은 없다.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루 전 밤부터 비가 많이 왔다. 70mm 정도 왔다고 하니 제법 온 것이다.

부산에는 300mm 정도 내린 모양이다. 본가에 전화를 하지는 않았다.

아침에 현장에 출근해서 마당을 먼저 살폈다. 배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문제없는 마당이다. 물 잘 빠지는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 특히 시골에서는 그렇다.

신축한 집들 마당에서 그것이 잘 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특히 귀촌자들의 집. 모양과 취향을 실용보다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런 모양이다.

이집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마당이 ‘공구리’였기 이었다.

흙마당이 가장 문제고 잔디밭은 그에 뒤지지 않는 2위 문제아 마당이고 콩자갈 마당도

풀을 잡지는 못한다. 진심으로 공구리 마당이 최고다. 내가 집을 짓는다면 마당은

무조건 강화콘크리트로 할 것이다. 여름 마당 열기를 제어할 보강만 하면 되는 것이다.

 

 

 

 

 

구름이 산으로 올라가고 비는 그치는 형국이다. 마당 끝 이 자리 전망이 의외의 그림을

보여주곤 한다. 강판 지붕이라도 올리고 고기 구워 먹기 좋은 위치다. 폭풍의 언덕이 있듯이

그러니까 뭐 ‘삼겹살의 언덕’ 이라거나 그런.

하루 종일 그라인더와 전동대패질이 이어졌다. 단순한 하루다.

 

 

 

 

 

9월 12일 화요일. 5일째다.

아침 참으로 사발면을 시작했다.

기억에, 사발면은 고등학교 일학년인가 이학년 무렵에 세상에 등장했다.

야간학습 시절이었고 당시 도시락은 기본 2개였고 찬밥에 사발면은 입시생의 표상이자

나름 부의 상징이자 당시 학교식당 저녁 주문 부동의 1위였던 오뎅탕을 물러나게 만든

위대한 발명품이자 대한민국 식재료사의 일대 혁명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사발면을 거의 먹지 않았다. 또는 먹지 못했다.

그 특유의 MSG 향을 한동안 힘들어했다. 그러다가 아주 간혹 사발면을 먹은 경우는

서울 시절 지리산을 찾을 때 산행에서 손이 가는 정도였다. 상황은 사발면을 먹게 만들었다.

다시 사발면을 사들고 출근한다. 노가다판에서 오전 새참으로 사발면은 적합하다.

깨어나지 않은 몸을 뜨거운 국물과 그 특유의 MSG 향이 각성시킨다.

농심이냐 삼양이냐 육개장면이냐 등등에 관한 개인들의 철학과 역사, 정치적 입장도

‘필요’ 앞에서는 잠시 유보된다. ‘가장 얼큰한’ 제품이 낙점 받는다.

사발면을 먹는 행위는, 무엇인가 끝을 보아야 할 일 앞에 서 있다는 엄숙한 출정식 같은 것이다.

우리가 사발면을 먹는 시간은 대략 오전 9시 30분 전후다.

덕이덕이가 잘 못 알아 듣고 사발면을 사가지고 방문한 적이 있는데 세상에나!

몸에 좋은 사발면을 사 가지고 왔다. 아직 남아 있다. 사발면은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이

많을수록 맛있다. 그리고 나는 결국 사발면이 싫다.

 

 

 

 

 

나의 복장은 (무얼까?는 옷을 피부처럼 입는 스타일이라 논할 필요도 없지만)

5일 동안 동일하다. 시작부터 그리 작정을 했다. 여전히 우리는 방독면과 보안경을 끼고

작업을 한다. 같은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는 소리다. 신흥 종교가 서서히 만들어질 조짐이다.

“결국 끝난다”는 교리를 가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야자키 하야오 스타일의 하늘 그림 같았던 청명한 초가을에 방독면 컷을 기념으로.

공사 컷은 별 달리 찍을 것이 없다. 어제와 같다.

아!

무얼까?와 나는 밥벌이로 모니터를 쳐다보는 직업인데 이번에 그 직업의 전형적인 병,

목뼈는 확실하게 교정이 될 것 같다.

계속 천정을 올려다보는 자세라 목이 펴지는 기적을 체험 중이다.

시작 전에 무얼까?가 그랬다.

 

“팔이 어깨 위로 올라가는 순간, 이 일은 네버엔딩스토리라니깐. 요.”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밥 먹을 장소를 물색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었다.

점심때 마다 읍내로 이동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광의면 소재지에 식당 간판은 몇 개 보였다.

2006년 처음 구례로 왔을 때 광의면의 어느 식당을 간혹 찾았었다. 그 식당은 여전했다.

그러나 그 집은 메뉴가 두 개다. 순영이 형에게 물었다. 면소재지 <청룡식당>을 소개했다.

9월 8일부터 <청룡식당>은 우리들의 함바집이 되었다. <청룡식당>의 메뉴는 함바집스러웠다.

놀라운 것은 저 메뉴판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일종의 ‘벼락같은 축복’이었다.

5일째, 우리는 김치찌개를 시작으로 제육볶음, 불백, 돼지국밥, 알탕을 순차적으로 접수하는 중이다.

모두 만족스럽다. 밑반찬은 항상 같지만 나나 무얼까?는 일품을 지향하는 스타일이라 메인 메뉴만

바뀐다면 큰 불만 없다. 이 메뉴가 왜 모두 가능할까? 그것도 면 단위에서.

생각해보니 식육식당이라 가능한 것 같다. 여하튼 우리는 모든 메뉴를 섭렵할 생각이다.

엄니가 좋고 아들과 며느리도 같은 모습이다. 일시적 친절 보다 한결같은 불친절을 더 선호한다.

꾸준한 것이 좋다. 불친절 하다는 것이 아니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6일 동안 영업을 한다.

대략 12시 30분 경에 <청룡식당>에 도착하면 엄니가 “오늘은 ** 먹지.” 라고 권하고

그러면 대략 그렇게 먹는다. 그리고 우리는 이 집의 고정 채널에서 이 시간이면 항상

활동 중인 ‘야인시대’를 감상한다. 십 수 년 전 나는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지만 최근

이 드라마를 점심시간이면 관람 당하고 있다. 구마적과 김두환의 대결 장면을 보다가

‘자체 광고’에 걸려 결과를 보지 못했다.

<청룡식당>과 ‘야인시대’는 합이 맞다. 우리는 후줄근하고 지친 얼굴의 노가다 모습이고

다른 손님들도 대부분 우리와 같은 모습의 일꾼들이다. 대부분 멍하게 ‘야인시대’에 눈을

던져두거나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청룡식당>에 가면 ‘야인시대’에 머물 수 있다.

 

 

 

 

 

퇴근길에 사진기를 들었다.

들판의 색으로 보자면 나는 9월 초순에서 중순까지의 들을 좋아한다.

황금빛이 되기 전,

계절이 바뀌는 국면의 들.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잎이 돌아눕는 들.

바람은 치마를 살짝 들어 올려 속치마를 보여주듯,

팔레트 위의 초록 물감 아래 숨어 있는 노랑물감을 살짝 보여주는 그런 색감의 들.

 

 

 

 

 

서울에서 구례로 옮겨 온 후 한 동안 사진기를 들고 서성거렸던 들.

서산을 넘는 해에 조바심 내며 셔터를 눌렀던 들.

 

 

 

 

 

끝없이 역광을 쫓아 다녔던 그런 시절들.

비 온 뒤의 빛나는 도로를 쫓던 그런 시간들.

 

 

 

 

 

갑산들에 오래간만에 차를 세웠다.

서울에 있으면서 자주 보고 싶었던 이 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무심히 스쳤던 이 들.

새로운 작업장을 오가며 나는 그 시절의 마음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다시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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