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집수리 이야기 9. 6 ~ 9. 8

마을이장 2017.09.25 23:05 조회 수 : 1104

 

 

2017년 9월 6일부터 10월 ?일까지 45년 된 집을 수리하는 과정이다.

가정집을 작업장으로 바꾸는 일이니 살림집 수리와는 약간 다를 것이다.

그러나 과정 자체는 통상적 '집 털기'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직접 집 수리에 들어가는 경우는 열에 열 하나는 수리비 절감이 이유다. 돈이 없다는 이야기다.

보시는 분들 중 감상을 넘어 실행을 구상 중이라면 마음 접고 돈 버는 일에 더 집중하시는 것이 현명하다.

그것이 가까운 미래 '당신의 집 수리'를 위한 보다 나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

'평생에 한 번 정도 내 손으로 내 집을 짓고 싶다' 는 둥의 이른바 '흔한 로망'은 결과물만 감상한

사람들의 Fe 없는 생각이다. 당신은 집짓기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가지고 있는가?

 

과정 전체를 기록하려 하다보니 너무 길고 저녁이면 지쳐서 긴글이 힘드니

공사 과정만 열 번 정도 나누어 올릴 생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정하는 잘 꾸며진 예쁜 상태는 추석이 지나야 가능할 것이다.

이하 전개될 내용을 반면교사 삼아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 시민으로 살아가시기 바란다.

주민들에 대한 애정 없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2017년 9월 6일 수요일.

9월 4일 세상을 떠난 홍수 형님 노제를 오미동에서 보고 광의면으로 넘어왔다.

힘든 일을 시작하면 하루하루가 과거가 되어 나의 시간 목록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오늘은 힘든 일을 시작하는 첫 날이다.

오늘 노가다는 내가 아니다. 부산에서 지인들이 와서 일단 ‘철거’를 하기로 했다.

 

 

 

 

 

이것저것 상태를 살펴본다고 좀 뜯어내어서 그렇지 이 집은 양호한 상태의 집이다.

도배, 장판하고 바로 들어가서 살 수 있으면 시골 기준으로 ‘양호하다’ 판정을 받는다.

물론 세상에 절대적인 기준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 기준으로는 양호한 집이다.

이 집의 최초 모습이 삼 칸인지 사 칸인지 확신하지는 못하겠다.

1972년에 상량한 집이다. 45년이 지났는데 직전 까지 계속 사람이 살아서 관리 상태가 좋다.

비 세지 않고 물 잘 나오고 화장실 똥 잘 내려가고 무너진 곳 없으면 좋은 것이다.

시쳇말로 하드웨어적으루다가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삼 칸이건 사 칸이건 오래된 집은 방이 매우 작다. 물론 지금 기준이다.

옛 사람들은 가구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 열효율 문제에 있어서도 작은 방은 매우 현명한 결정이다.

적게 소유하고 적게 소비했다는 뜻이다. 착하다. 내가 지향하는 바이다.

나 역시 가구 없는 방을 선호하지만 한 번도 그렇게 살았던 적이 없다. 못됐다.

여하튼 살림집이 아닌 작업장으로 바꿔야 하니 이 집의 실내 구조는 집을 지은 이래

가장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이 집을 뜯어 놓고 보면 원형의 두 배 정도를 ‘달아 낸’ 흔적이 보인다.

도면으로 보자면 부엌의 60% 이상, 화장실 자리와 화장실 앞, 작업장2의 뒷부분,

잠방의 우측, 마루의 ‘신발’ 부분 라인 전체가 그러하다. 많은 시골집들이 그러하다.

식구가 늘어나고 면적도 늘어난다. 나는 이런 모습을 ‘집을 다림질 한다’고 표현하는데,

논을 다림질 하는 노인도 봤다. 그게 가능하다.

원래 집이 있던 자리를 좋아한다. 인허가와 증개축 문제에서 제일 편하다.

귀농귀촌에서 집 문제는 아무래도 제일 관건인데 논이나 밭, 심지어 맹지까지 구입해서

집을 짓기 위한 과정으로 ‘끌고 가는’ 일을 지켜보는 일은 피곤하다. 그 과정에서 이미

수천만 원의 돈을 먹고 들어간다. 그리고 군청과의 인허가 갈등, 건축사무소와의 갈등으로

시작부터 파김치 상태로 진입한다. 시골은 특히 이런 프로세스를 관통하는 길목마다

카르텔에 속한 도서대출증 가진 갱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다.

구옥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미 사람이 살면서 검증한 물건이라는 가장 귀한 가치다.

어디서 바람이 치고 마당 물매가 어떠하고 따위의 솔루션이 이미 완비된 것이다.

 

 

 

 

 

대략 4시간 정도 만에 철거팀이 부엌과 작업실1과 2 벽을 허물고 ‘덴조’를 철거했다.

폐기물까지 싣고 부산으로 떠났다.

집은 형해를 드러내었다. 낡고 오래된 것들의 아름다움이 여지없이 나타나고

그 감정보다 훨씬 많은 일감들이 펼쳐진다. 이 공간이 카페나 내 사무실이라면 이 상태에서

안전 보강과 먼지와 가루 제거와 방지만 하고 그대로 사용할 것이다. 취향으로 그렇다.

반환경적인 건축자재를 사용하면 그런 일은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공간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월인정원이다. 무엇보다 이 집은 ‘매매’가 아니라

年세를 지불하는 임대 공간이다. 집주인이 이 상태를 보면 많이 심란해 하거나

계약을 파기할 것이다. “이 미친눔아! 썩 꺼져랏!!”

 

가늠. 무얼까?는 가늠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덜컥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없다.

그래서 시작은 더디고 과정은 지난하거나 집요하며 결과는 ‘매우 만족’이다.

다음 날은 작업이 없다. 하루 넘기고 9월 8일부터 전투를 시작할 것이다.

 

 

 

 

 

9월 8일 금요일.

별 이상 없다면 대략 아침 7시부터 일을 시작하는 것으로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막상 해 넘어가기 전에 몇 시간 일 할 틈이 없다. 점심 전 일이 그날 일의 70%다.

도면에서 작업실1과 2 사이 벽을 허물고 하나로 뚫은 모습이다. 그래봤자 6평 정도다.

우리는 대부분의 뼈다귀를 살릴 것이다. 이 집의 원형을 손상하지 않는 선에서 수리할 것이다.

오히려 집의 원형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 촬영을 잠시 진행했다. 이 모습은 몇 시간 후, 며칠 후면 다시 볼 수 없다.

들보에 풀칠한 신문이 1982년 신문인 것도 지금 이 순간에나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이 집의 대부분은 무조건 그 모습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새것’을 얻는 것 보다 ‘헌 것’을 잃는 것이 더 아프지만.

 

 

 

 

 

부엌에서 바라 본 작업실1, 2다. 부엌과 작업실1, 2는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될 것이다.

그러나 부엌에서 방으로 올라서는 저 단 차이까지 해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제법 큰

수리에 해당하고 바닥만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차라리 저 단 차이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옳다. 그건 좀 더 고민해 보자.

부엌에서 작업실1로 넘어가는 양쪽 기둥은 썩었다. 벌레가 나무 속을 다 먹었다.

작업실1과 2 사이 양쪽 기둥도 상태는 같다. 천정 들보까지 디귿 자 형태로 보강해야 한다.

집을 지탱하는 중심 기둥들이라 꼭 보강해야 한다. 어찌할까? 우리는 한옥 목수가 아니다.

나머지 나무들 상태는 양호하다.

 

 

 

 

 

작업실2에서 바라 본 부엌까지의 모습이다.

고민하다가 그냥 부엌 싱크 시설 전체를 날려버렸다. 문짝만 떼어내고 사용하는 것으로

염두에 두었으나 수납 양과 천정고 문제 등으로 그냥 날려버렸다. 원래 화개 작업장에서

사용하던, 손으로 만든 싱크대를 활용하기로 했다. 벽장은 선반 방식으로 수납해야 할 것이다.

마루로 이어진 벽은 허물 수 없다. 안전 문제에서 그러하고 난방적 고려도 그러하다.

이전에는 저 벽이 마당과 이어진 실내의 최전선이다.

 

 

 

 

 

당분간 가장 힘든 과정이 이어질 것이다.

천정과 벽, 모든 흙벽과 서까래와 기둥과 들보를 그라인더와 사포로 갈아낼 것이다.

가장 심한 것은 물론 부엌 천정이다. 보이는 그대로 아궁이가 밖에 있던 서까래와

그렇지 않은 서까래는 명확하게 색으로 구분이 된다.

저 블랙 서까래는 그러니까… 모두 재다. 입식 부엌 이전에 아궁이 자리는 명확하다.

저 ‘검댕’은 이집에서 살았던 식구들의 끼니 수를 말하는 것이며 ‘엄니’의 타는 속이기도 하다.

개념 없는 전선은 난마처럼 활보하고 천정은 내려다보며 우리에게 말을 하고 있다.

죄송스럽지만 저 역사를 갈아내어야 한다.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이 과정은 단순하다. 끝날 때까지 하면 된다. 그리고 고통스럽다.

이 과정 중에는 공중이나 지상이나 방독면 수준의 마스크와 보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미세먼지 조상들이 실내에 가득하고 둘 다 안경 쓴 사람들이라 안경 위의 보안경은

시야 확보를 힘들게 만든다. 그라인더 소음과 진동으로 작업 현장은 탄광이 된다.

눈도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는다. 단지 방향대로, 촉감대로 갈고 갈다가 보안경을

벗고 작업을 확인하고 다시 보안경을 낀다. 그 반복이다. 끝날 때 까지.

담배 시간 무얼까?의 팔을 보라. 팔토시가 아니다. 장갑 낀 자욱을 제외하고 드러난 피부는

저렇게 감염되고 하루가 지나면 좀비로 변한다.

그렇게 우리의 말도 안 되는 집수리 고난주간은 시작되었다. 나의 개인적 목표는 2주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물어오면 그렇게 말했다. 무얼까?에게 물어보면,

 

“퉿”

 

 

 

 

 

4d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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