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 喜•怒•哀•樂

마을이장 2017.09.06 21:10 조회 수 : 1176

 

 

화요일 밤에 카메라를 챙겼다.

마지막으로 집 앞에 잠시 계신 모습 몇 장 담고 싶었다.

그러나 수요일 아침 노제 자리에서 나는 카메라를 끄집어내지도 않았다.

비가 자박자박했고 마을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단지 황망하거나 무감했다.

가시고 난 뒤에 애꿎은 길가의 꽃들만 몇 장 찍었다.

오래간만에 든 카메라가 무거웠고 사진의 색감이 짙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화요일 밤에 사진 폴더를 뒤적였다.

2010년 아니면 2011년이라 생각했는데 2009년 1월 폴더에 있었다.

그날 형은 지난 10년을 통 털어 가장 밝은 얼굴이었다.

가끔 이 어른이 어린아이 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지난 10년 형과의 시간은 간명하게 喜•怒•哀•樂.

<오미동>이라는 제목의 붙박이 그림에서 마을 중앙을 걷던 인물이 갑자기 사라졌다.

월간 <노력老力>에서 인터뷰를 할 것인지 망설였다. 그러나 법정 노인 연령 미달이었다.

아직은 모르겠다.

일요일 점심 때 오래간만에 어느 식당에서 만났는데 이틀 지나 받은 부음은 낯설다.

전화기를 바꾸고 내 번호가 날아갔다며 전화 해 달라고 했다.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나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

다행이다.

형은 최근 통화 목록에서 계속 전화를 한다.

늦은 밤 내가 형의 전화를 받지 않고 다음 날 아침 형의 부음을 받았다면

고통스러운 기억이 되었을 것이다.

오늘도 마을에 들어설 때 정자 앞 바위에 당신이 앉아 있나 살피는

나의 습관적 목회전은 여전했다.

잘 가시오.

 

 

사진과 내용이 불편하면 가족들은 즉시 저에게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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