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 / 아듀, 밀가리!

마을이장 2017.07.02 13:40 조회 수 : 1198

 

 

 

2017년 6월 2일 아침. 구례군 상사마을.

앉은뱅이 밀밭에 섰다. 내가 알기로는 구례군에서는 유일한 앉은뱅이 밀밭이다.

그리고 한숨이 나왔다. 밀 상태가 그러했고 내가 왜 또 밀밭 앞에 서 있는 것인지

시간을 더듬어 보니 그러했다. 2009년부터 밀가루를 팔았고 나는 해마다 다시는

밀가루를 팔지 않겠다는 소리로 그 해 밀가루 장사의 끝말을 맺었다.

2017년에는 서두에 말한다. 아듀, 밀가리!

이제는 정말, 네버, 에버, 머스트 다시는 밀가루를 팔지 않겠다.

 

 

 

 

 

 

 

농부 홍순영이 지난 해 가을에 앉은뱅이 밀을 파종하지 않았다.

수확량이 적고 재현율도 낮았다. 빵순이들에게 인기도 떨어졌다.

앉은뱅이 밀 자체의 성질도 있지만 어떤 밀가루의 상태는 그 해 농사의 결과,

수분율, 제분 결과에 따라 항상 다르다. 항상 같은 경우 우리는 ‘제품’이라 부른다.

지난 가을, 순영이 형이 앉은뱅이를 파종하지 않겠다고 말한 순간 일말의 아쉬움이 남았다.

파종 단계에서부터 개입하지 않으면 해방되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마을의 핸드기에게 앉은뱅이 밀을 심어보겠느냐 의사를 물었다.

빵순이들이 ‘우리 덕이덕이’ 라고 부르는 베리berry농부 핸드기.

시골의 특성 상 한 가지 일로는 밥 먹고 살기 힘들고 정말 열 일 하는 덕이덕이가

짓는 농사 아이템 중 하나로 그렇게 앉은뱅이 밀이 자리한 것이다.

새벽에는 작업복 낮에는 양복 입는 젊은 농부로서 나름 무제초, 무농약을 지향하고 있으며

아로니아 중심의 베리 류와 나무에 강한 편이다.

물론 시작은 ‘종자를 받는 수준’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상사마을 아래 전반적으로 펼쳐 진 논 가운데 10년간 일체의 화학제를 투입하지 않은

한 단지 좀 못되는 땅에 파종을 하기로 했다.

 

 

 

 

 

 

 

수확이 임박하면서 앉은뱅이 밀을 챙기기 시작했다.

흉흉한 소리들을 했다.

 

나 / 언제 벨꺼냐?

덕 / 하하하 콤바인 들어갈랑가 몰것네요.

나 / 뭔 소리냐.

덕 / 원래 키가 이래 작아요?

나 / 순영이 형은 금강밀 키까지 키웠다. 언젠가 오미동서 키가 안 올라와서 클라스로 했고.

덕 / 쫌만 더 보고요.

나 / 구례에 클라스 콤바인 있냐?

 

다시 세월이 좀 흐르고.

 

나 / 1톤 되것냐?

덕 / 1톤요! 하하하

나 / 뭐냐? 1톤은 되어야 제분기 넣는데. 안그럼 너 방앗간 가야 돼.

비니루에 손으로 퍼 담는다고오!

 

다시 세월이 좀 흐르고.

 

나 / 촬영해야지. 언제 벨꺼냐?

덕 / 젤 늦게 베야죠. 말리고.

나 / 얼마나 나오것냐? 오백키로 돼?

덕 / 한 사백… 될라나?

나 / 너 왼손으로 농사짓지.

 

 

 

 

 

 

 

3, 4월에 풀과 높이뛰기를 한 밀은 키가 부족했고 목이 짧았다. 낟알도 홀쭉했다.

3년 전인가 앉은뱅이만 내 수입으로 하려고 지었다가 재현율 50%를 기록하면서

‘역시 마이너스의 손’은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통곡 100kg 제분해서 50kg 나왔다는 소리다. 통상 재현율은 70% 정도는 나오는데

경험적으로 낱알이 늘씬하면 재현율이 팍팍 떨어졌다. 그래서 호밀은 통가공이고

수확량 많은 백중밀은 몸매가 뚱뚱하다. 대한민국에서 농사용 종자를 결정하는 기준은 양이다.

덕이덕이의 앉은뱅이 밀은 우선 보기에 목이 짧았다. 열매가 적게 달렸단 소리다.

봄에 잡초와 힘겨루기에서 에너지의 대부분을 키 높이기에 투자했다는 소리다.

그래서 제초제 해서 풀 잡고 화학비료 해서 영양분 투입하면 같은 면적에 3배 정도 수확한다.

결과론적으로 덕이덕이는 500kg 좀 넘겼고 내가 본 밀 최대 생산자는 비슷한 면적에서

2.4톤까지 생산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수매하면 위 기준 꼴찌는 516,000원 1등은 2,580,000원이 된다.

40kg 한 가마니 금년 수매가 대략 43,000원 잡은 것이다. 동네마다 수매가는 다르다.

종자 남기고 뭐에 사용하고 등등해서 지난 6월 30일에 가공한 결과로 나온 덕이덕이의

앉은뱅이 밀가루는 대략 280kg 정도다. 재현율 60% 정도.

권했으니 나는 어느 정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2017년에도 나는 탈출에 실패한 곡물상이다.

 

 

 

 

 

 

 

며칠 전에도 시골 행을 꿈꾸는 무려 삼십 대 부부가 다녀갔다.

그들이 하는 일은 광고기획자다. 지금도 도시에서 텃밭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내려와서 농사도 좀 관심이 있다고 했다. 하지 말라고 했다. 하던 일 프리랜서로

받을 수 있다면 최대한 계속 하시라. 농자재 낭비하는 이른바 무농약, 유기농 같은

것에 시간과 돈을 투여하지 마시라.

단, 두 사람 먹을 용도로 서른 평 이하로 하는 것은 뭐 할 수도 있다.

내 주변만 그런 것이겠지만 전국에 살고 있는 농사 관심 있는 귀농귀촌 지인들의

농사 결과는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참패다. 종자를 구해달라고 하면 나는 좀 진지하고

거칠게 말린다. 그들이 어떤 방식의 농사를 진행할 것인지는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농사 열에 열하나는 파종만 알지 수확과 가공은 생각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파종 전에 만류하면서 가공까지의 시나리오를 설명해도 듣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봄이면 연락이 온다.

 

“콤바인이 못 들어간다는데 어찌 베요?”

 

이런 결과는 내가 아는 그들에게 농사는 완전한 생계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곳의 내가 아는 생계형 농부에게 무농약이나 유기농 하시라 권하지 않는다.

유기농산물 비싼데 왜 안하지? 같은 소리를 할 정도로 내가 현실을 모르는 지경은 아니다.

키가 올라오지 않는다는 소리를 덕이덕이에게 들었을 때 나는 비료를 넣으라고 했다.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판매할 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물론이다.

귀농 농사도 아니고 구례 토박이 젊은 농부가 생계형 농사에서 올릴 전적이 아니다.

내가 볼 때 덕이덕이가 다음 해에도 앉은뱅이를 파종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의견을 듣지 않았고 클라스 콤바인을 빌렸다. 클라스 콤바인은 키가 낮은

작물에 유용한 김밥말이 방식이다. 2012년 <맨땅에 펀드> 때에도 키가 낮아서

클라스를 빌려서 수확했었다. 이래저래 비용 더 들고 피곤하다.

 

 

 

 

 

 

 

아마, 개인적으로 소개하는 특정 농산물에 대해서 ‘유기농’, ‘토종’ 이라는 표현을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것은 내가 아는 시야 안에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조적으로 표현하자면 농지로 이동하는 수단으로 트럭을 사용했다면 그것도 유기농이 아니다.

그런데 도시에서 들려오는 질문의 대다수는, 유기농이냐? 토종이냐? 는 것이다.

무농약 까지는 소개할 수 있으나 그 범주 이상의 농산물과 종자를 나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혼자 속으로 씨부렁거린다. 왜 그것에 그리 집착을 하지?

그것은 건강한 식재료에 관한 관심을 넘어 윤리적으로 우월해 보이거나 차별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주로는 부정확한 이해로 그런 용어를 사용하는 것 같다.

이전에 내가 ‘토종앉은뱅이밀’ 이라고 표현한 것은 무지의 결과다.

최소한 판매전략으로서 불순한 의도로 그리 표현한 것은 아니다.

앉은뱅이, 금강, 백중, 조경, 고소 등은 품종 이름일 뿐이다. 물론 제 각각의 특성은 있다.

청양고추 종자를 청양군에서 생산하지 않고 나라 밖에서 수입해 오듯 이름과 태생을

연관 짓는 것은 종자를 장악한 이들이 의도했거나 기대한 결과일 뿐이다.

여전히 보급하고 있는 닭의 이름은 ‘우리맛닭’이다. ‘국산 토종닭인 우리맛닭’이라고 광고한다.

품종을 복원했다고 한다. 복원. 원래대로 회복했다… 쥬라기 공원?

우리밀 시장 점유율이 최대 2% 정도 되었던 적이 있었다. 3년 정도 우리밀 호시절이었다.

그 시절에 지리산닷컴에서도 우연히, 참으로 우연히 밀가리 장사를 시작했었다.

그때 나는 나 때문에 카길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했다.

그러나 국제 곡물가 폭등 국면이 안정되고 우리밀 점유율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갔다.

가정에서의 소비가 아닌 밀가루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팔아 밥을 먹는 업장에서 우리밀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우리밀의 시장 점유율 확장은 힘들다. 요즘 집에서 전 붙이고 수제비

만들어 먹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2016년 생산 우리밀이 현재 1만 톤 정도 재고로 남아 있다. 2017년 밀농사는 덕이의

앉은뱅이 밀을 제외하고는 풍작이다. 7월이면 대략 OB와 YB 합산해서 4만 톤 정도

우리밀이 쌓이게 된다.

 

 

 

 

 

 

 

밀 판매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는 1년 전에 표현했지만 의리로서 순영이 형님

밀 처리 문제는 봄이 오면 꼭 나의 입을 열게 만든다. 단순 수매로 처리하기 아깝다.

 

홍 / 권 선생이 호밀은 처리해 주면 좋고.

나 / 금강은?

홍 / 우리 집서 직접 팔라고.

 

그러면 촬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 했고 물량이 제법 심각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시간이 좀 흐르고.

 

홍 / 함양 김 사장이 전부 가져가기로 했어.

나 / 호밀도요?

홍 / 싹 다.

 

함양 <산아래제분소>가 모두 수매한다면 드디어 내가 곡물상 노릇에서 해방되는

첫 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2017년 밀밭 사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덕이 밀밭 빼고.

덕이 앉은뱅이는 소량이지만 방앗간이 아니라 함양 <산아래제분소>의 분쇄기로 가공하기로 했다.

6월 30일에 덕이덕이 트럭을 타고 같이 찾으러 갔다.

 

나 / 팔리나?

김 / 작년 반에 반에 반 정도 나갑니더.

나 / 하… 대량 주문 아니면 힘든데. 일단 내가 한 번 소문내 보고.

 

워낙 작은 시장에서 매출그래프는 번지점프 하강곡선이다.

지난 2년에 비해 대량 구매자가 많이 줄었다. 우리밀의 작은 번성기와 화제의 시기가

끝나가고 토종과 유기농과 우리농산물이라는 말에 대한 감응 또한 신선하지 않다.

한두 번은 사지만 10년 동안 구매하지는 않는 것이다.

지금 쿠팡에서 검색하면 수입밀가루 20kg은 10,000원에서 20,000원 선이다.

업장에서 많이 사용한다는 동아제분 맥선 우리밀 20kg은 50,000~60,000원 선이다.

지금 이장이 팔려고 하는 덕이 밀가루는 1kg에 4,500원을 책정했다. 아무리 싸게 해도

20kg 70,000원 이하는 힘들다.

지리산닷컴 주민 일천 가구가 집에서 소비하는 연간 밀가루 양보다 동네 빵집 한 집의

소비량이 훨씬 많다. 여러분들은 집에서 밀가루를 일 년에 1kg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동네 마다 우리밀빵 가게와 우리밀 국수집 하나 정도 보이는 날이 오면 우리밀 점유율이

10% 정도 바라보는 미래일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이다.

200년 넘은 경제 시스템과 전쟁하는데 ‘착한 농사’ 개념을 주요 화력으로 싸울 수는 없다.

'그들은' 착한 시장이 전체 시장의 0.2% 정도를 차지하는 것은 허용할 것이다.

결국 우리밀 시장 점유율 확장 key는 권력이다. 심지어 식량과 종자 관련 독립은

일개 국가의 의지를 넘어서는 문제다.

 

 

 

 

 

 

농사 말아 먹고 아주 웃음이 만발이구나. 사진 by 월인정원. / 7월 9일 혜화동 마르쉐 장터에서

농부 덕이덕이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블랙커런트 잼과 소량의 앉은뱅이를 들고 출점합니다.

 

덕이덕이 앉은뱅이 밀가리는 소량이라 오래간만에 지리산닷컴에서 대행하기로 했습니다.

<산아래제분소>에 맡길 양이 도저히 아니었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따로 주문하셔야…

조현덕 밀가리는 품절입니다! 죄송합니다.

아래 <산아래제분소> 홍순영 밀을 이용해 주세요. 2017. 7. 3 - 10:36am

 

2017년 농부 홍순영의 금강밀과 호밀은 대한민국에서 <산아래제분소>에서만 판매합니다.

다른 곳에서 홍순영의 밀을 판매한다면 거짓말입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금강밀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호밀은 아무래도 빵순이들이…

홍순영 금강밀과 호밀 대량 구매(100kg 이상) 원하시면 <산아래제분소>와 통화를 권합니다.

김경태 대표 / 010-4603-4542

 

★ 산아래 제분소로 홍순영 금강밀, 호밀 사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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