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 콩장 이야기

마을이장 2017.05.31 11:11 조회 수 : 1588

 

 

 

2014년 7월 19일 토요일.

전남 구례읍 시서천변에서 작은 장場이 열렸다. 이른바 플리마켓. 왜 프리마켓이 아니지?

검색을 해 보았다. 내가 무식했구나. ‘free market’이 아니라 'flea market'이었다.

 

플리마켓 - 안 쓰는 물건을 공원 등에 가지고 나와 매매나 교환 등을 하는 시민운동의 하나.

'벼룩시장'을 의미하는 'flea market'이 어원이다.

 

free market이건 flea market이건 뭐 여하튼 지난 몇 년간 대한민국 각지에서 간혹 보이는

일종의 ‘자발적 소규모 지역장’이다.

<콩장>이 7월이면 벌써 3주년이 된다. 이눔에 세월은 참 성실하다.

 

 

 

 

 

스스로는 기획자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그러면 뭐라고 부르나?

창업자? 설립자? 제안자? 실무자? 걍자? 여하튼 닉네임 일탈과 호호는 지난 1년으로 보자면

365일 중 100일 정도는 본 것 같은데 막상 지난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내가 <콩장>으로

마실 나간 것은 5~6회도 되지 않을 것이다. 무심했다는 지적을 벗어날 수 없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나는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리산닷컴 주민들 중 구례를 방문한 사람들 중에서 <콩장>에 대해

물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의 대답은 특별한 내용을 담을 수 없었다. 그들 질문은

외부에서 보기에 인물의 연관성이 곧 기획의 연관성이라는 전제였다. 그런 뉘앙스를 느끼면

나는 간명하게 ‘무관한 일’ 이라는 다소 썰렁한 결론을 전달했다. 가까운 친구들이지만

<콩장>은 ‘그들의 놀이’다. 큰 욕심이나 목적 자체가 없는 것으로 안다아~ 뭐 이런 대답을

하고 장이 열리는 장소만 설명을 해 주면 그만이었다.

 

 

 

 

 

인터뷰도 아니고 요즘 내가 머무는 곳에서 마주친 두 사람과 앉은 김에 몇 가지 물었다.

 

나 / 콩장 홍보해 달라매. 좀 앉아 봐.

호호 / 너 이장 님 한테 그런 부탁했어?

일탈 / 언니 나 그런 적 없어.

나 / 콩장, 왜 시작했나?

호호 / 뭐 팔려고.

일탈 / 가게가 없어서?

호&탈 / 꼼지락거려논거 팔려고?

나 / 이런 젠장, 왜 소개해 달라고 한 거야! 좀 성의 있게 대답해 보지.

 

실시간 방송이 아닌 관계로 다소 방심한 상태에서 이렇게 그대로 나갈 것을 생각하지 못한

두 사람은 일상적 농담성 말들이 오갔다.

원래는 두 친구가 진짜 꼼지락 거리고 놀 수 있는 가게를 보러 다녔는데 마땅한 물건을

찾지 못하던 중 이웃 곡성에서 <영판 오진장>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열리지 않는

곡성의 플리마켓이다. 시장을 연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원래 시장이란 것이 그랬을 것이다. 사람들 오가는 길목이나 공터에 말 그대로 展을 펼치는 일이다.

 

 

 

 

 

첫 <콩장>에 참여한 셀러는 7팀이었다.

첫 <콩장>에 내가 갔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여하튼 완전 초창기에 장을 나갔을 때 대부분의 판매자는 이미 서로 아는 사람들이었다.

최근에는 최다 40팀이 참여하기도 했다. 평균적으로 30팀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껏 90팀 이상이 한 번이라도 셀러로 참여했다. 10~15팀 정도는 거의 붙박이 멤버다.

구례는 실제 거주 인구 22,000명 정도로 추정되는 지자체다.

이런 지역 플리마켓의 특징이나 공통점은 ‘외지것들’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말은

고의건 미필적 고의건 대안적 삶을 찾아서 이주를 결정한 사람들이 주도한다는 것이다.

기존 지역 상설시장과 5일장 밖의 언더그라운드시장 또는 대안시장 성격이 필연적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 즉, 판매자와 구매자의 목적은 서로간의 이익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원래 벼룩시장은 윤리적 소비라는 개념이 내재되어 있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친구들이니 딱히 거룩한 내용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시작할 때부터 개인적으로 긍정적이었던 대목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계획이었다.

‘그 계획’ 이 가장 핵심적인 <콩장>의 기획의도일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한 장치로

두 사람은 두 가지 방침을 정했다.

 

- 조직을 만들지 않는다.

- 특별 이벤트를 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의 귀차니즘이 이런 방침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 방침은 실행이

아주 쉽거나 아주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살면서 무엇인가를 하지 않기란 정말 힘들다.

나의 로망이기도 한데 내가 가장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인가를 ‘더 잘 작동하게’ 머리를 굴리는 일은 거의 자동적이기 때문이다.

정해진 장세場稅도 없다. 그냥 <콩장> 블로그를 통해서 참여할 수 있는지 타진만 하면 된다.

공장 생산품이 아닌 핸드메이드 제품이나 농산물, 중고품이면 <콩장>에 셀러로 참여할 수 있다.

<콩장>은 ‘어쩔 수 없이’ 몇 주년 이벤트만 진행했다. 앞으로 ‘우리 시장’을 어떻게 잘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 같은 것은 없다.

결과적으로 이런 방침은 거의 지켜진 듯 하고 셀러와 손님은 조금씩 증가했다.

 

 

 

 

 

어쩌면 처음에는 아는 사람들이 모여서 놀았던 것이다.

그렇게 있다가 혹시 물건이 팔릴지도 모르니까. 매출 오르면 바로 지출했다. 먹는 일로.

가능한 선에서는 셀러들 서로가 물건을 구입했다. 꼭 필요해서 그랬겠는가.

처음에는 재활용물품이 많았다. 어느 누구도 스스로가 들고 나온 물건을 ‘제품’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랜 시간 셀러로 참가하고 있는 어떤 이의 표현은 이렇다.

 

- 소풍 오는 기분이다.

- 콩장은 다르다(참여 목적이 꼭 판매만은 아니라는 뜻).

 

시간이 흐르고 당연히 <콩장>도 변화했다.

장꾼이 직업이 아니었던 사람들 중에서 약간 직업화된 사람들도 생겼다.

인근에 가게를 연 사람들도 몇 생겼다.

원래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팔았던 사람들이 셀러로 참가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재활용 물건은 많이 줄었다. 핸드메이드 제품이 셀러의 대부분으로 변했다.

바느질, 뜨개질, 목공예, 도자기, 천연화장품, 죽공예, 유리공예, 초… 등의 물품이 50% 정도다.

커피, 떡볶이, 전 등의 먹을 것이 20% 정도. 빵, 햄, 치즈, 효소, 식혜, 잼, 차, 반찬 등의 가공식품.

농산물은 잘 나오지 않는데 계란이나 계절 텃밭작물 정도다.

셀러들도 포장이나 디스플레이에 처음보다 많은 신경을 쓴다고 한다.

간략 솔직하게 정리하면 조금 더 ‘팔고자 하는 의지’가 증가한 것이다.

처음에는 셀러와 구매자가 일치하는 아름답지만 답답한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셀러와 구매자는 많이 분리되었다. 장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 구례, 하동, 남원 등의

생활권 이외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이 70~80%로 파악된다. <콩장> 장소인 구례읍민들의

비율은 그 나머지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 성격을 규정하자면 내수시장은 아니다.

대략 지리산 자락 인근 지자체에 존재하는 플리마켓은 많다고 볼 수 있다.

산청 목화장, 장수 놀장, 남해 돌장, 곡성 뚝방장, 하동(화개) 난리벚꽃장 등이다.

 

 

 

 

 

간혹 호호와 일탈에게 ‘콩장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는 분들도 있는 모양이다.

당연한 일이다. 동식물의 85%는 유전적으로 성장론자다. 무엇보다 두 사람도 아무리

부인하거나 벗어나려고 해도 장이 너무 한산한 날이면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 부담감과 책임감을 회피하기 위해 ‘콩장은 책임자와 기획자가 없다’는 소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누군가 <콩장>에 대해 이야기 하거나 문의한다면 누구와 이야기하겠는가?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성공 지표가 성장에 있고 성취감이 경쟁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의 <콩장>에서의 꿈은 아주 간명했다.

 

“셀러로만 참여하고 싶어요.”

 

콩장에서 호호와 일탈을 몰아내고 ‘무엇인가를 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아주 쉽다.

그래서 농담인 듯 진담인 듯 ‘콩장을 맡아서 진행할 사람’을 원하는 듯했다.

 

나 / 뭐 하는 일 있다고 엄살이냐. 장 전에 간판 내고 현수막 달고.

일탈 / 그러네요. 막상 별 일도 아닌데… 그래도 호호 언니 페이스북 하고 나서 좀 나아졌어요.

나 / 호호가 그런 거 하냐? 지 펜션 블로그도 운영 안하는 선수가.

호호 / 어머, 그래도 페이스북 올리면 몇 백 명 씩 봐욧!

나 / 얼마나 자주 올리는데?

호호 / 이 주일에 한 번…

나 / 박근혜 대통령 지정기록물도 그거 보다는 많겠다.

호호&일탈 / 그나저나 사람이 좀 많이 왔으면 좋겠는데 뭐 아이디어 없을까요?

 

이제부터 나의 사견이다.

아이디어는 많다. 그러나 말하지 않을 것이고 아이디어의 개수와 실행은 일치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시골에서는 회의에서 말 한 사람이 총대를 메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디어는 이제까지의 <콩장>이 아닌 다른 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생각들이다.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실행 방안이기 때문이다. 콩장이 무려 삼 년 가까이, 그것도

서서히 성장하면서 유지해 올 수 있었던 핵심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최초의 생각을

지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람이 모이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탁월한 비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자체로 지금까지 너무 훌륭했다.

다만, 내수 비율을 높일 수 있는 셀러들의 배치는 권하고 싶다.

<콩장>은 우리마을 장이니까.

 

나 / 하고 싶은 말?

호호&일탈 / 멀리서 구경오시는 분들도 구매자가 아닌 여행 중 셀러로 참여하면 좋겠어요.

                 저희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셀러로 참가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처음처럼

                 판매자와 구매자가 함께 놀면 좋겠다는…

나 / 그 봐. 돈 안 된다니까.

 

가장 강력한 당부는 <콩장> 입구에 제발 주차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지도검색에서 위치정보는,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서시천로 84-11 이지만

주차는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서시천로 106, <지리산둘레길 구례센터> 후면의

주차장을 이용하실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구례에는 별 다른 욕심도, 목표도 없는 편안한 지역 플리마켓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기를 기대하는 본심도 있는 <콩장>입니다.

 

★ 콩장 공식 블로그 구경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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