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道 / 남도 서쪽 바다

마을이장 2017.02.15 23:26 조회 수 : 2079

 

 

아주 계획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약간 느닷없이 길을 나섰다.

장소는 남도, 서해 어느 섬이라 해 두자.

말은 짧을 것이다.

 

 

 

 

 

길을 나설 때,

 

 

 

 

 

어디로 갈 것인지

어디서 잠을 잘 것인지

무엇을 먹을 것인지

 

 

 

 

 

모두 정하고 떠나는 것이 좀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정한 것들을 확인하는 일 아닌가?

 

 

 

 

 

그러나 역시 하루 전에 그 모든 것을 정하고 늦게 잠이 들었다.

 

 

 

 

 

나는 여행의 동선을 항상 해를 바라보는 시간과 위치로 짠다.

풍경 사진은 역광만 찍기 때문이다.

2월 14일 오후 2시경, 지난 밤 구상했던 시간과 위치에 서 있다.

 

 

 

 

 

감기는 여전하지만 그와 나는 서로 답보상태다.

칭칭 동여매고 바닷가를 배회했다.

 

 

 

 

 

물론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마을의 누군가는 우리의 입장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한 조건은 바람과 먹구름이었다.

하늘은 화창했고 바다는 호수 같았다.

 

 

 

 

 

배는,

 

 

 

 

 

마치 단 한 번도 출항 한 적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적막하거나 고요했고

콧물이 흘렀다.

 

 

 

 

 

섬을 운동장 트랙으로 보자면,

이 섬은 한 바퀴 도는데 한 시간이면 족할 것이다.

 

 

 

 

 

자동차로 한 시간 소요되는 지름의 섬을 소유한다면

반군을 조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한 시간 만에 진압당할 수 있을 것이다.

섬은 어차피 자체 감금이다.

 

 

 

 

 

그러나 발각당할 때까지의 자유와 교환 가능한 가치일 것이다.

 

 

 

 

 

바다에 서면 자주 이명준을 생각한다.

그의 막막함을 생각한다.

 

 

 

 

 

그러나 기후와 먹이가 강제하는 경계를 따라 이동해야 하는

철새는 자살을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겨울 여행의 장점은

 

 

 

 

 

풍경의 알몸을 보는 것,

 

 

 

 

 

사람이 없다는 것,

 

 

 

 

 

따라서 교통 정체가 없다는 것,

 

 

 

 

 

저렴하다는 것이다.

 

 

 

 

 

염전.

 

 

 

 

 

바람이 불었고 먼지가 일었다.

 

 

 

 

 

소금창고.

 

 

 

 

 

이곳으로 오고 싶었다.

기회가 된다면.

 

 

 

 

 

역시 필요와 요구가 결합된 최소한의 구조가 가장 아름답다.

 

 

 

 

 

겨울 염전은 당연히 기능 정지다.

 

 

 

 

 

사람을 촬영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 구조물은 자체로 매우 짜다.

 

 

 

 

 

당연히 한 달에 한 번, 1년이면 사진집 한 권은 충분한 곳이다.

포토에세이 <아버지의 집>은 세 번 방문의 결과물이었다.

사람, 노동, 소금을 연결하는 주제로 어느 출판기획자건 나에게 오더를 달라. 제발.

나 이런 주제는 하고 싶다.

 

 

 

 

 

백 년을 기다려도 출판사와 편집자의 연락이 오지 않아서 숙소로 이동했다.

 

 

 

 

 

하긴, 겨울에 무슨 불타는 서해안 낙조를 기대하겠는가.

 

 

 

 

 

밀물인 모양이다.

사장에는 목살이 뜯겨진 새끼 물개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모형인지 실제인지 월인정원과 논쟁을 했다.

 

 

 

 

 

셔터를 누르는 일 이외에는 일이 없었던 관계로 기계적으로 눌렀다.

이런 때 사람 한 명 정도 지나가면 딱이다.

 

 

 

 

 

이 해변이 그대의 퇴근길이요?

혹시 도시로 나가서 살게 되더라도 그대의 바다를 잊지 마오.

 

 

 

 

 

월간 <노력>.

말하지 않는 여러분들이 ‘도대체 뭐하는 것이야!’ 라고

고함지르는 소리가 밤마다 내 귀에 들린다.

 

 

 

 

 

녹취 풀고 바로 후속 작업 진입했어야 하는데 명절, 감기 기타 등등 타이밍을 놓쳤다.

무엇보다 보충 취재 예정 시기에 청내댁이 입원을 하시면서 촬영 등의 일정이 공중 부양했다.

나는 나를 비교적 안다. 시기를 놓치면 지극히 부진해 진다. 호흡이 짧은 편이다.

그러나 마침 사투리 교열본이 이제 막 도착했다.

누군가로부터 절대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다시 분발해야 한다.

 

 

 

 

 

독새=둑새풀

이관=의관(衣冠)

씸벅=씀벅, 눈꺼풀을 움직이며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는 모양

앙성을 허냐=반항을 하느냐?

소로질=작은길

야닯=여덟

개워서=개서

요마나=요만

한나=하나

역부러=일부러

글안허믄=그렇지 않으면

이우제=이웃에

오자네=온 것이 아니라

여까=넣을까

 

사투리에 대한 사전 작업에 육박한다.

고민이다. 읽는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저 각주들을 배치할 것인가.

이러면서 월간 <노력>에 대한 엉성한 변명을 한다.

 

 

 

 

 

 

 

섬의 남서쪽 끝. 유일하게 불이 켜진 곳이 식당이다.

 

 

 

 

 

여행 와서 먹는 일로 이렇게 실패하기도 오래간만이다.

하긴 이런 시간에 불 켜 둔 것이 어딘가.

 

 

 

 

 

2월 15일 수요일.

 

 

 

 

 

섬을 빠져나가자.

나는 섬에 들어오면 나가고 싶다.

 

 

 

 

 

컬런데 흑백이다.

섬을 나오기 전에 몇 컷 찍었다.

 

 

 

 

 

하루 전 들어가는 길에도,

 

 

 

 

 

섬을 나와서 돌아오는 길에도 무안의 이 붉은 밭은 강렬한 유혹이었다.

 

 

 

 

 

갓길은 거의 공사 중이었고 남도 서쪽 1차선 국도를 달리는 차들은

80 속도의 나를 100으로 지나갔다.

 

 

 

 

 

다음을 기약하지만 언제가 될지 모른다.

 

 

 

 

 

이 풍경의 마지막 즈음에서야 차를 멈출 수 있는 지점이 나왔다.

 

 

 

 

 

이곳도 1년 정도 촬영하면 사진집 3권은 나올 곳이다.

사람, 노동, 황토를 연결하는 주제로 어느 출판기획자건 나에게 오더를 달라. 제발.

나 이런 주제는 하고 싶다.

 

 

 

 

 

백 년을 기다려도 출판사와 편집자의 연락이 오지 않아서 구례로 돌아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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