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정도의 녹취가 바로 시작됩니다.

아래 텍스트와 비교해서 들어보시면 좋습니다.

문자로 모두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월간 <노력> 작업 중에 혼자 듣기 아까운 말씀은 오디오 파일을 올리겠습니다.

먼 이야기지만 한 권의 단행본이 되었을 때 결정적인 대목의 오디오 파일을

종이책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은 해봐야겠습니다.

물론 내려 받는 방식이 유력하겠지만.

 

 

“삼년이라!” 그러더래. 삼년이라. 삼 년 육 개월이라 그러더래.

그래서 인자 그때는 그러케만 듣고 얼굴도 못보고 왓뻐렀어.

근데 인자 면회를 한 달에 한 번썩을 하므는 죄가 감량이 된다 그래. 날짜가.

긍께 다~아 달이 면회를 갔어. 근데 나는 인자 면회를 갈 때 어머니 뱃속에 있을 띠기

잡아갔는디 그 태어나서 일주일 만에, 일주일 만에니까네 지금은 애들을 나노믄

반짝반짝 허니 눈도 있고 코도 있고 머도 있고 그런디, 못 묵어서 그런지 어쩐지

고생 허는 부모가 있어 그런지 사람이 아녀. 사람은 나왔는디 사람이 아녀.

막 눈썹도 포리(폴? - 팔) 멀더… 전체가 나뿔고 물렁물렁하니 그래.

근디 일주일 만에 인자 면회를 갈라고 근디, 지금은 옷이 참 좋은디 그때는 옷이 없어가꼬

솜으로 가꼬 내가 보니 할무이들이 우리집에 와 가꼬 똘똘 말아 애기를 싸. 몰아.

긍께 옷이 없어 추운께 그랬는가 계절이 언제 땐가는 몰겠는데 그래가꼬 말구루마를 타고

또 인자 면회를 간디 내가 걸레보따리를 들고 따라 갔는디… 음…

인자 면회 장소가 자네 맹키로 이렇게 앉았어 이렇게. 어머님 말씀을 들어보며는.

근데 요쪽에 간수가 앉고 내 말은 요쪽 사람이 받아쓰고 요짝 말은 요쪽이 받아쓰고 근디

거기서 헌 말은 서로 좋은 말만 해야제 누가 나쁘니 좋니 뭐 그런 말을 해서는 안돼.

좋은 말만 해야 만이 죄인도 좋고 말하자믄 나도 좋고 그러기 때문에잉.

그러키 인자 애길 보듬고 들어 갔는디 요러고 안자 있으니까 보듬코 앉아 있으니까

아부지가 쇠창문을 열고 나와서 걸어 나오시더라란 거여. 근디 인자……

우리 어머니가 양쪽에 있는 사람들 보고, 아 애가 지금 이거 일 주일 만에 왔는디

애기 아부지가 애가 있는지도 모르고 갔는디 한번 안아보믄 어쩌겠슴니까~ 하니까

그 사람들이 ‘하 그러라고’ 긍께 애를 보듬으러 온 손이… 애를 보듬는 거이 아니라

우리 어머니 손을 콰아악- 잡고는 안 놓더라는 거이여.

긍께 애를 넘기 주고 인자, 안 넘길 수가 있나 넘기 주고는 아버지가 애를 요렇게 보듬고

글다보니까 인자 시간이 돼뿌렀어. 대화도 모더고. 인제 애를 넘겨주라.

긍께 애를 주고 보듬아 보니까는 애가 온몸에 물이 기냥 줄줄 흐르더라네.

말하자믄 그게 눈물이… 그래가꼬 인자 애를 주고 말 한마디 못하고 데꼬 들어가뻐리고

어머이는 인자 그 길로 구례까지 올 때 까지 울었것지…

 

 

 

 

 

단장(斷腸).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이다. ‘애가 끓는다.’ 엄청난 표현이다.

7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말씀 중에 신음 소리는 현재진행형이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에 시작되었다.

위 말씀은 1949년 어느 날의 이야기일 것이다.

노인의 시계는 1948년에서 1950년 5월 사이를 무한반복 하고 있었다.

구례경찰서에서 사라진 사람이 어디 있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수배하는데

하세월이 흘렀을 것이다. 하세월의 ‘하’는 ‘어찌 하何’다.

그렇게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막내가 생겼는지 조차 모르고 집을 떠난 아비를 찾아

어미는 전주獄으로 향한다. 그때 그 길.

막연함과 막막함과 기대가 교차하는 ‘가는 길’과

‘사람을 확인’은 했으나 전주에서 멀어질수록 더 치열한 단장(斷腸)의 아픔이

오장을 찌르고 갈랐던 ‘돌아오는 길’은 지워지지 않을 문신으로 새겨졌을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의 일생을 지배한 단 하나의 사건은 바로 ‘아버지의 부재’였다.

위 사진 중앙의 빨간 모자를 쓰신 분이 녹취에 등장하는,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솜으로 똘똘 말아 구례에서 전주獄으로 안겨 갔던 최광렬 어르신이다.

지금은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내 기억이 맞다면 2009년 가을걷이 끝물에 별세하셨다.

나는 최광열 어르신의 웃음과 말씀, 동작을 기억한다. 시력이 좋지 않아서 가까이 다가서야

비로소 어색하나 진정성 있는 웃음으로 아는 채를 하셨다.

 

 

 

 

 

그의 형인 최광두 어르신의 녹취를 일주일 동안 풀어내는 과정에서 등장한

지명과 사람과 은유와 뉘앙스를 알아채기 위해서 나는 지난 9년 동안의 오미동 경험을

총동원해야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단지 녹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들이 도처에 지뢰밭으로 숨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일은 ‘나의 일’인 것이다.

200자 원고지 280매 정도의 말씀을 보유하고 있다. 각주 기능에 해당하는 말이

적어도 50매 이상은 필요할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녹취만으로는 정확한 정보 전달이 불가능하다. 현대사와 비교하고 동네 역사를 검증하고

등장하는 이름들을 모두 확인하고 사투리와 고어는 모두 해석과 살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이른바 교정·교열 범주에서 나는 전문가가 아니고, 소리 나는 그대로 표기하는

문제와 어느 정도 철자법을 적용하는 문제에 관한 원칙도 세워야 한다.

물론 주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말씀’에 내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은 여전하다. 마침표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말씀의 단락은 나눌 것이다.

귀로 듣는 것과 눈으로 듣는 것이 하늘과 땅 차이라 불가피하게 손을 대어야 할 것이다.

이래저래 한 달에 한 권의 잡지를 완성하는 일은 예상보다 힘겨운 사투가 될 것 같다.

 

 

 

 

 

녹취는 두 번 정도 손을 댈 것이다. 손을 대는 방식에 대해 고민 중이다.

당면한 나의 작업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 될 수도 있다.

 

<녹취 원고>

근데 인자 면회를 한 달에 한 번썩을 하믄 죄가 감량이 된다 그래. 날짜가.

긍께 다~아 달이 면회를 갔어. 근데 나는 인자 면회를 갈 때 어머니 뱃속에 있을 띠기

잡아갔는디 그 태어나서 일주일 만에, 일주일 만에니까네 지금은 애들을 나노믄

반짝반짝 허니 눈도 있고 코도 있고 머도 있고 그런디, 못 묵어서 그런지 어쩐지

고생 허는 부모가 있어 그런지 사람이 아녀. 사람은 나왔는디 사람이 아녀.

 

<수정 원고>

근데 면회를 한 달에 한 번썩 하믄 감형이 된다 그랴. 그래서 다달이 면회를 갔어.

광열이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띠기 아버지가 잽혀갔어.

그래서 얼라가 태어난지 일주일 만에 아를 델꼬 전주로 간디, 시방은 애를 나노믄

반짝허니 눈도 있고 코도 있고 뭣도 있는디 못 묵어서 그런 거인지, 어매가 고생을 해서 그런지

얼라가 사람이 아녀. 사람은 나왔는디 사람이 아녀.

 

쏟아내는 말씀 그 자체로 대부분 문장을 이루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어도 같다.

말을 글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는 말이 글이 되지 않도록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수정 후에도 그 글에서 최광두 어르신의 소리가 들려야 한다는 점이다.

 

 

 

 

 

환갑잔치다.

옛 사진에 통상 연도가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진은 그런 것이 없다.

최광두 어르신과 그의 어머님 나이 차이를 계산해서 캡션을 달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 사람들의 출몰년은 대부분 정확하지 않다.

스캔 받은 옛 사진들을 최대한 확대해서 아는 얼굴들이 보이는지 살펴보았다.

몇몇 사진들에서 마을 어르신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은 녹취를 문장으로 정리하는 일이고 그 다음으로 확정된 원고에 따른 각주들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편집디자인이다. 한 권 끝내어야 전체 일정을 가늠하겠다.

 

그러리라 짐작은 했지만,

되고 싶은 것이 있었는지 여쭈었을 때, 그 질문 앞에서 어르신들의 표정은 참 난감했다.

사치스러운 질문이었던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들 앞에 꿈을 논하는 입은 부끄러웠다.

 

살았다.

단장(斷腸)의 아픔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단지 살았다.

 

 

jirisan@jiri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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