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道 / 남도 몇 걸음

마을이장 2016.11.24 15:39 조회 수 : 1793

 

 

하루 머무는 남도 여행을 다녀왔다.

방문한 장소는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것으로 해두자.

사진은 역시 모니터로 보는 것이 좋은 큰 사이즈다.

 

 

 

 

 

여행을 가기 전에는 검색을 하기 마련이고 먹을 것, 볼 것, 잘 곳을 검색한다.

이 식당을 염두에 둔 것은 이십 년이 넘었다. 루덴스 쉬는 날을 택한 것은 물론 사람을 피하기 위함이다.

몇 년간 찾은 식당 중에서는 단연 손에 꼽을 식당이다.

살면서 그런 식당을 자주 만나는 것은 아니다.

미루어 둔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음미했다.

뜻하지 않게 화개에서 밥을 팔다보니 이제 식당을 가면 그 노고가 더 보인다.

하물며 좋은 식당을 만나면 부처를 만난 기분이다.

 

 

 

 

 

 

 

이틀 대부분의 시간 동안 하늘은 흐렸다.

사진을 찍기에 적당하지 않았고 그런 날은 카메라를 더 어둡게 설정한다.

역시 이십여 년 만에 찾은 곳이다. 특별하게 인상적이어서 찾은 것은 아니다.

 

 

 

 

 

 

 

여행에서 기대감을 거의 가지지 않는다.

그냥 사는 곳을 잠시 떠나 낯선 곳을 거니는 것으로 족하다.

좁은 땅에서 사실 풍경일이라는 것은 오십보백보의 모습이다.

내가 살고 있는 자락의 산과 강 풍경을 뛰어 넘는 오십보백보를 찾기는 힘들다.

여행의 목적이 풍광은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일을 하는 중이 아니니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다.

 

 

 

 

 

 

 

평일임에도 대한민국 절집과 산에는 중년으로 넘쳐났다.

중년은 또래 중년을 가급이면 피하고 싶다.

나는 젊어서부터 이리 살았으나 그들의 은퇴는 느닷없다.

 

 

 

 

 

 

 

숲은 깊이감이 없었고 나무는 여렸다.

포커스를 좁혔다. 개인적으로 ‘비겁한 사진’ 이라고 부른다.

프레임 밖은 전선이거나 비닐이거나 플라스틱이거나.

남쪽이라 단풍은 화개나 구례보다 이틀 정도 더 여유가 있어 보였다.

 

 

 

 

 

 

 

통상 나는 갔던 곳을 또 간다.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모험심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루어 두었던 숙제를 하듯 새로운 곳으로 길을 잡았다.

 

 

 

 

 

 

 

이틀 동안 나의 방문지는 이십 년 만이거나 처음 간 곳들이다.

이 절집 앞의 여관도 이전과는 다른 아우라를 풍겼다.

이 시간이 그랬는지 뭐랄까… 사람의 애정이 빠져나간 듯.

 

 

 

 

 

 

 

시간이 갈수록 여행을 하고 싶은 생각은 사라져간다.

그러나 길을 나서면 구역을 벗어난 약간의 해방감은 있다.

그러나 구역 밖이라는 불안정성도 공존한다.

 

 

 

 

 

 

 

희망이라면, 사는 곳에 있는 나무이거나 바위 같은 사람이기를 원했다.

언제나 그런 사람.

주변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로 이루고 싶었다. 이 생각은 여전하다.

무리는 유유상종하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행 중 두 통의 부고 문자가 왔다.

세대가 그러하듯 과거 인맥의 소식 중 절반은 부고다.

그러면 그냥 넘길 것인지, 가야 할 것인지, 부의만 부탁할 것인지 판단한다.

산 자를 조직화하는 것은 죽은 자다.

 

 

 

 

 

 

 

어렸을 때 선산이 있는 시골로 가면 나는 항상 커다란 은행나무에게로 갔다.

이제 그 은행나무를 찾지는 않는다. 여전히 서 있는 모습은 멀리서 본다.

 

 

 

 

 

 

 

은행나무와 매미 앞에서 항상 잠시 멈춘다.

화석에의 본능적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시간을 보고,

이정표의 거리를 보고,

잠시 이 길을 걷기로 했다.

 

 

 

 

 

 

 

산을 넘어가기 직전의 빛 한 줄기가 얼핏 보였다.

 

 

 

 

 

 

 

뭔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내 남도 경험의 팔 할은 90년대 초반, 광주에서의 긴 시간 회의 다음 날이다.

그때 이런 길을 히죽거리며 걸었던 이들 중 누군가는 시장이 되었고 누군가는 허명을 가졌다.

과거 어느 날의 어느 길과 어느 식당이 생각나고 그 시절의 생각이 여전한지에 대해 생각한다.

사는 일이 이를테면 ‘편견과 확인’의 반복인 듯하다.

 

 

 

 

 

 

 

비교적 무난하게 잠을 청했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밤은 같았다. 뉴스 보고 영화 보다가 기절하는 것.

바닷가에서 밤을 보낸 김에 항구에서 몇 가지 쇼핑을 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사실 남도 어느 곳이건 당일이면 다녀 올 수 있는 거리다.

시간이 좀 여유 있는 듯해서 목적지 지나 어느 절집으로 잠시 올랐다.

 

 

 

 

 

 

 

소문으로 들었던 동백나무 숲은 분명 장관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큰 나무 앞에 서면 열등감을 느낀다.

 

 

 

 

 

 

 

교과서적 조망 요건에 몇 가지 더하다보니 좀 인위적이다.

뭔가 어색했다.

 

 

 

 

 

 

 

시간 탓에 잠시 공양에 대한 갈등을 하다가 절집을 벗어났다.

 

 

 

 

 

 

 

이 동백 숲을 통해서 목적지로 갈 것인지 다시 차로 돌아갈 것인지

잠시 갈등하다가 차로 돌아갔다.

‘다음’을 기약했지만 사실 그 다음이 다시 이십 년 후가 될지 알 수는 없는 일이다.

붉은 동백 위로 눈이 쌓이고 뱉어내는 숨이 뜨거운 그런 날을 상상하지만

그리 맞게 움직이는 일이 쉬운 것이 아니다.

이십 년. 그게 가능한 미래인지조차 불분명하지 않은가.

 

 

 

 

 

 

 

원래 가고자 했던 마을로 들어섰다.

제법 예산이 투여된 마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한 무리의 중년들이 은행잎 날리며 환호성 지르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잠시 해가 나왔다.

중년들은 떠났고 사위는 조용해졌다.

 

 

 

 

 

 

 

짧지만 가파른 길을 올라야 했다.

 

 

 

 

 

 

 

백만 개의 낙엽을 밟으며 길을 올랐다.

 

 

 

 

 

 

 

한 번 오를 길과 사는 곳을 고르는 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

 

 

 

 

 

 

 

옛 사람들이 이런 곳에 살며 한양 소식을 염두에 둔 것은 참으로 집요한 욕망이다.

대부분은 짐짓 외면하는 척 했지만 부르면 올라갔다.

 

 

 

 

 

 

 

생각해보면 원조 ‘외짓것들’은 유배 온 한양의 벼슬아치들이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외짓것들은 마을 외곽을 주로 택한다.

 

 

 

 

 

 

 

세상에서 가장 주목받기 쉬운 전략은 ‘조용히 살고 싶다’는 소문이다.

 

 

 

 

 

 

 

누군가는 턱에 닿는 숨을 쉬며 쌀을 짊어지고 이 계단을 올랐을 것이다.

개혁가 남명 조식의 지리산유람기를 읽다보면 토가 나오는 대목과 비슷하다.

 

 

 

 

 

 

 

누군가의 은거는 누군가의 자본과 노가다를 기반으로 한다.

집은 아름다웠다.

 

 

 

 

 

 

 

소박함을 표현하기 위한 그 모든 미의식이 나는 항상 불편했다.

어차피 나를 표현하기 위한 치장이다.

 

 

 

 

 

 

 

나는 항상 누군가가 오른 ‘위치’를 주목한다.

물론 그 위치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주목하는 것이다.

 

 

 

 

 

 

 

시스템이 허용했으니 가능했을 것이다.

여기서 개혁과 혁명은 갈라진다.

 

 

 

 

 

 

 

비폭력이 폭력을 이긴 경우가 있는지,

알고 있는 역사의 범주에서 헤아려 보았다.

세련된 승리에의 갈망은 결국은 허위다. 그것이 나의 한계다.

나 역시 가진 것 서푼을 포기하지 못한다.

 

 

 

 

 

 

 

국민연금에서 종이를 보내왔다. 삼백몇십만 원의 체납 연금을 내라고 한다.

출판사에서 원천징수 신고를 하면서부터 발생한 문제다.

새도 무게가 있고 내 직업은 작가란다. 국가에서 그렇다고 한다.

 

 

 

 

 

 

 

결국 나의 지향점은 국가의 해체인데

국민연금 납부에 대한 결정 이전에 국가가 해체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쉰 넷.

살아 본 결과 내 생각을 수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내려간다.

이 시간에 출발하면 그 식당 앞에서 줄 서지 않아도 될 것이다.

 

 

 

 

 

 

 

늦은 오후에 화개로 도착했다.

식구들이 먹을 김과 마른멸치를 풀어서 나누었다.

저녁에는 뉴스 보다가 또 잠이 들겠지.

 

 

 

 

 

 

jirisan@jiri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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