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편지 좀 쉽니다. 그리고 몇 마디 변명...

마을이장 2010.11.28 18:20 조회 수 : 6149 추천:179





바쁘지 않은 사람 없다.
그래서 바쁘다는 변명을 듣는 것은 그렇게 상큼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냥 쉬겠다는 말씀만 던져 놓고 쉬는 것은 좀 불편하다.
적지 않은 분들이 '그냥 노는 놈'으로 알고 계시기도 하고...











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남겨진 지금 나의 상황이다.
파란색이 금년에 해결해야 할 남아 있는 일들이다. '모규홍'이란 폴더는 2년째 지연 중이다.
나머지 '구례책' 폴더와 '오미동' 폴더 속의 'site'와 '마을안내도'는 금년에 꼭 끝이 나야한다.
스스로 예상컨데 컴퓨터 앞에서 일어서는 것은 아마도 12월 20일이 될 것이다.
원래 이 모든 일들을 11월 30일까지 끝을 내고 12월은 정말 홀가분하고 자유분방하고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일을 세워 놓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방식의 시간이 얼마나 되었을까?
딱 2년째다. 24개월째. 저주받은 걸작 사진집 '구례, 하늘에서 내려다본 우리 마을' 편집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나는 이런 방식의 일 감옥 속에 갇혀 사는 수인의 생활을 하고 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다른 일들이 자꾸 뒤로 밀린다.
다른 일들이란 지리산닷컴 운영, 사람 관계, 사소한 텃밭 운영, 나와 가족을 위한 시간 등이다.
예정된 일들이 착착 진행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한 달 예상하면 두 달
걸리는 것이 이른바 '작업'의 속성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난제는 중간에 긴급하게 발생하는
일들이다. 그런 일들은 꼭 생긴다. 이곳만 해도 가령 '김종옥의 손' 사태같은 일이 터진다.
외면하지 못한다. 따지고 보면 2~3일 정도의 시간이 투여된다. 단순하게 시간이 소비된 것만
아니라 진행되던 작업의 리듬감이 떨어진다. 하는 일이 디자인이다보니 머리 속에서 긴장감을
하나의 주제로 유지하는 일이 항상 중요하다. 앞 선 작업의 디자인을 빨리 머리에서 몰아내어야 한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 작업 구상으로 머리가 돌아서야 한다. 그것이 일 끝난 그 다음날 바로 되는
것은 아니다. 날이 갈수록 이 전환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 세월 탓이라고 생각한다.

쇼핑몰이 아닌 이곳에서 정해 놓고 뭔가를 판매하는 일은 1년 중 두 번이다. 밀가루와 쌀이다.
부정기적으로 뭔가를 파는 일이 금년에 이미 세 번 있었다. 매실과 감과 책. 좋은 현상은 아니다.
위 사진은 2011년 밀가루파동을 위한 밀파종 사진이다. 사진이 이런 장면이면 이미 이곳에서
운조루와 지리산닷컴이 진행하는 유기농쌀을 판매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조차 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쌀을 파는 일은 내가 나서는 것이 좋은 것이고 공공비축미 수매까지 끝이 난 지금,
농부는 조금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다음 주에'를 이미 두 번 내뱉었다. 일단 맛이나 보자하고
한 가마니 정도 도정해서 주변 몇몇이 며칠 동안 밥을 먹었다. 쌀 팔려면 사진이 필요하고
밥 먹을 때 사진만 몇 번 찍어 두었다. 여튼 1, 2주 내에 쌀 판매를 할 것이다.
사소하게 미루어진 일들은 물론 많다. 당사자들은 사소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선
처리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의 무기는 단순하다.
"그런다고 지들이 나를 죽이겠어."











감당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이 있다.
오미동 마을지도를 제작 중이다. 이것은 9월 무렵에 말이 나온 일인데 이 일까지 내가 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역시 '내 눈 앞에 보기 심란한 사인물이 떠억 하니 서 있는' 꼴을 보지 않기 위해
좀 수동적으로 일을 받았다. 그냥 흔히 보이는 관광안내도가 하나 더 제작되어도 사실 무방했다.
일을 수용하면서 '수묵화하고 다색목판화 느낌나게' 제작하겠다는 말을 했었고 컴퓨터에서 그 느낌을
만드는 것이 제법 빡빡할 것이란 예감을 하긴 했었다. 만들어 세워 놓아도 보는 사람은 별 감흥도
없는 것을 만드는 놈은 하나 하나의 오브젝트를 모두 그려낸다고 입에서 단내가 난다.
감당해야 하니 어쩔 수 없지만 역시 미련스러운 결정이었다. 다른 일들에 여파가 미치니 더욱 그러하다.
이제 다시 이 집 저 집에서 '우리집은 이렇게 안 생겼는디...' 라는 소리를 예정하고 있다.
돈 받고 만들고 시공하고 100km 밖에서 살면 그만인 업자와 이곳에 사는 나의 차이점이다.











꼭 완료해야 하는 세 가지 일은 공교롭게도 모두 예산사업이다. 군이나 도 예산이다.
두 개는 이미 '납품 기일'을 넘겼다. 그 해 예산은 그 해에 완료되어야 한다. 물론 정 안될 경우에는
다음 해 2월까지 이월시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탈옥이 소원이니.
또 다른 구례의 사진집 작업이 막바지다. 정확하게는 포토에세이다. 지리산닷컴의 사진으로만
만들어지는 구례의 결정적인 순간들이 300페이지 가까이 편집되고 있는 중이다.
계약서에는 표지 포함 264페이지인데 작업하다보니 300페이지 가까이 된 상태다.
이 인쇄물을 쉽게 이해하자면 지리산닷컴의 '오늘의 바탕화면'에 해당하는 사진들에 짧은 글이
더해지는 인쇄물이다. 책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에는 사실 지리산닷컴의 사진들 중
풍경의 백미가 들어간 것은 아니다. 귀촌에 중점을 둔 책이니 예쁜 사진들 중심의 책은 아니었다.
여튼 이 인쇄물의 사계절 사진은 모두 배치된 상태고 지금은 글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 와중에 오늘 이 변명의 글을 쓰고 있다. 왜냐하면 오늘 일의 리듬감을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내일(월요일) 오후에 최종 가완성본을 군에 제출해야는데 객관적으로 가능해 보이지 않으니
그냥 지금 퍼질러 앉아 버린 것이다. 여튼 이 인쇄물(나는 책과 인쇄물을 정확하게 구분하려 한다)은
지리산닷컴 주민들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구례군으로 신청하면 된다.
12월 20일 이후로 그것이 가능할 것이다. 아직은 아니다. 막바지 작업 중이고 인쇄 작업이
2주일 정도 소요될 것이다. 지난 4년 간의 사진을 모두 파악하고 나름으로 설정된 동선을 구성하고
사진 보정하고 글 쓰고 편집, 디자인까지 해야하니 이 역시 입에서 단내가 난다.
이 편집이 끝나고 인쇄를 하는 동안 오미동 사이트를 끝낸다는 것이 나의 작업계획이다.
그리고 납품하고 손 털고 돈 받고 도망가는 것.











11월 26일 오후 2시 40분 무렵. 군수님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섬진강시멘트자전거도로' 철거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면담을 요청했지만
예정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왔다고 군수님은 면담을 해주지 않았다.
거의 매일 12~15시간 정도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는데 이런 방문을 외면하기는 힘들다.
아무리 바빠도 기본적인 동참은 해야한다. '시멘트자전거도로' 문제는 아무래도 '투쟁'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개인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지금 상황에서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수 있을지. 지리산닷컴이 지원할 수 있는 범위를 어떻게 설정해얄지.
십수 명 사람들이 때로 고성이 나오기도 한 준대치상황이 한 시간 이상 이어지고 있는데
군 기획실장님이 계단을 내려오신다. 사진집 작업의 실질적인 최종 결정권자다.
'어, 권 선생 어쩐 일이신가?'
결국 금요일 오후는 그렇게 시간을 날려버렸다. 이런 경우 성과도 없고 작업도 못하고 속이 탄다.
구례군을 홍보하는 사진집 작업도 하고 구례군청을 때리는 작업도 해야한다.
뭔 놈에 팔자가 이리도 구례를 사랑해야 한단 말인가.











대략 이런 상황입니다.
그래서 12월 6일경에 지리산편지를 가동했으면 합니다. 이번 주는 편지가 없는 것이지요.
지난 50일 정도의 시간 동안 새로이 이곳 주민으로 가입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그 분들에게 죄송한 것이지요. 원래 이곳을 오래 지켜보던 분들은 이런 상황에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다른 분들에게는 불성실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것이 제 걱정입니다.

오늘, 11월 28일 장날에 겨우 양파 모종을 구입했습니다. 모종이 없을까 걱정했었습니다.
양파도 심지 못하고 겨울 지날 뻔 했습니다. 어제 오늘 대부분의 이곳 사람들이 김장을 하는
듯 합니다. 아직 배추 뽑을 궁리도 못하고 있습니다. 배추는 이미 두어 번 얼었다 풀리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12월 6일경에 뵙자는 말씀은 그때까지 김장을 끝내겠다는 생각입니다.
며칠 편지 나가지 못합니다. 이해를 구합니다. 연말과 1월에 많이, 진하게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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