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연곡분교이야기 - 산행

마을이장 2012.07.01 16:05 조회 수 : 8101

 

 

 





2012년 6월 28일.
아침 8시 20분 성삼재행 버스를 타기 위해 구례 터미널에 모였다.
오늘은 노고단에서 수업을 진행할 것이다. 산행도 하고 스케치도 하고 뭐도 하고 뭐도 하고…
왜 아이들은 제일 뒷좌석에 앉는 것을 좋아할까. 유림이를 비롯한 6학년들도 신이 났다.











아홉 시가 되어 버스는 성삼재에 도착했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성삼재에 도착하면 열에 아홉은 도로 아래 전망을 보러 걸어 나간다.
1000m 아래에 구례 산동 온천 지구가 펼쳐진다. 찬서가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중이다.











비디오 캠이다. TV프로그램 제작진이 생각해 낸 묘안이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S사의 디지털 비디오 캠을 지원받아 아이들에게 셀프 카메라를 맡긴 것이다.
그래서 여섯 아이들 모두 비디오 캠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모양이다.

“어, 밧데리 없네… -,.-”

찬서야 앞으로 자주 겪게 되는 상황이란다. 메롱.
지리산 케이블카가 구례 구간은 지금 찬서가 내려다보고 있는 곳에서부터 설치하기로 되어 있었다.
열심히 추진했던 어른들, 출구는 마련했는지 모르겠다.











산행을 하기 전에 야무지게 행장을 꾸린다.
김미행 선생님은 세 아이의 엄마라서 그런지 항상 이런 대목에서 본능적이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산행이 시작되었다. 조금 지루하고 평이한 길이다.
촬영팀도 출발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잡는 것으로 산행을 시작할 것이다.
오늘이 거의 마지막 촬영이 될 것이다. 두 김 PD와 촬영감독 님. 이른 인사를 드린다.
지난 보름 가까이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나 오늘 촬영은 또 다른 힘겨움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물론 두 분 모두 지리산 촬영 경험이 이미 있고 잘 알고 계시겠지만.
막내 찬이가 쫄래쫄래 제일 뒤에서 걸어 올라간다.











모든 산행은 출발하고 30분이 힘들다. 몸을 푸는 일이다.
초반 30분을 기준으로 하자면 모든 산행은 불가능해 보인다. 잠시 쉰다.
개인에게 지급된 오이와 자두, 초코바, 물을 먹고 마시는 중이다.











초반전에 찬이가 힘들다. 산골 학교에 다닌다고 산을 잘 타는 것은 아니다.
대중교통이 의미 없는 지역이니 등하교를 모두 아빠 차로 하다 보니 오히려 걷는 거리는
도시 아이들보다 더 적을 수도 있다.











은희는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스타일의 아이는 아니다.
물론 마음먹는다면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다.  나는 아직 은희와 가까워지지 않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은희는 이번 작업에서 나와 가장 늦게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은 아이다.
사실은 초등학교 1학년과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생각해 보니 나도 거의 일 년 만에 산에 오는 듯하다. 작년 8월이었나? 장마 무렵이었나.
그때는 다른 스페셜 프로그램 가이드 역할로 방송 차량을 타고 KBS중계탑 까지 차량으로
편하게 올라갔었다. 김미행 선생님이 그때를 기억하는 모양이다.

“그때 이 길에서 만났었잖아요. 그 다음에 오신다고 했는데 안 오셨잖아요.”
“-,.- 그때가 제가 연곡분교 취재를 포기할 무렵이었죠.”











대략 70분 정도 시간이 지나서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했다.
역시 6학 년 남자 혁준이가 제일 빠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뛸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제일 먼저 도착해서 아이들의 도착 장면을 잡아야했기에 역시 호흡이 힘들다.











은희가 비디오 캠을 꺼내 들었다.
찬서가 계속 빌려달라며 노리고 있는 밧데리 만땅 캠이다.
뭐가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김PD가 다시 설정을 조절하고 있다.











은희의 뷰파인더 속에는 손영미 선생님이 있다.
선생님 좀 움직이세요. 동영상이잖아요.











가파르고 빠른 돌계단 길을 포기하고 완만한 KBS중계탑 방면 우회로를 택했다.
구름이 깔려 있어 산행하기 좋은 날이었다. 해발 천 고지 이상 특유의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중계탑 쪽 전망대에 섰다. 이 정도면 시야가 좋은 편이다.
일단 산 아래가 보이면 그래도 운 좋은 날이다.
화엄사 계곡 아래로 구례읍과 섬진강이 보인다.











은희도 이 광경이 마음에 들었는지 손영미 선생님에게 카메라를 달라고 해서 사진을 찍는다.
디지털 장비의 긍정적인 면은 개인의 기억을 남기는 일을 손쉽게 만든 것이다.
디지털 장비의 부정적인 면은 지나치게 많은 기억을 남긴다는 것이다.











다시 걸음을 옮긴다. 촬영을 한다는 것은 항상 장비와의 싸움이다.
20kg 이상의 삼각대와 렌즈 가방. 온 몸의 열기, 눈 속으로 타고 들어오는 땀, 거친 호흡.
그러나 걷는 중에도 다음 촬영 콘티를 생각하고 가장 먼저 도착해서 바로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정조준하고 대상을 노려봐야 하는 직업.











노고단 야생화는 아직 많이 피지 않았다.











이제 산 아래 원추리가 피기 시작한다.











한 달 정도 기다리면 많은 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노고단 고개 마루에 도착했다.
미션이 있는 날은 산을 감상하기 힘들다.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다.
은희는 노고단이 처음이다. 피아골 골자기와는 다른 느낌일 것이다.











바람이 불었고 아이들과 선생님이 걸어갔다.
항상 노고단의 이 여백이 좋았다.











찬이가 달린다.
바람이 맞이한다.











곧추 선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오미동에 닿을 것이다.
좌우로 문수골과 화엄사 계곡이 펼쳐진다.
산은 싱그럽다. 산은 제 때에 스스로 그러하다.











노고단 정상에 화지를 펼쳤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일을 하고 어른들은 어른들의 일을 했다.
아이들은 눈앞의 화지를 염두에 두고 어른들은 그것이 소용될 일을 염두에 둔다.











찬이는 노고단에 제 사는 집을 그렸다. 그리하고 싶다는데 뭔 이유가 있겠는가.
찬이가 그린 구름을 보고 찬서는 그 구름 형상의 창시자는 자신이라고 주장을 했다.











뜻은 통하면 되는 것이다.











전체 식구들이 다시 모였다. 아홉.
여섯 아이와 두 선생님, 한 분의 주무관 선생님.
시간이 흘러 이 모습 또한 이야기의 한 자락을 장식할 것이다.
웃게 만들기 위해 햄버거를 쏘겠다는 말을 날렸다.
햄버거를 파는 가게는 없는데.











한 시간 정도 머물었다.
김 선생님이 먼저 내려가서 점심을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조금 일찍 마치고
다 함께 내려가는 것이 좋을 듯했다.











Abbey Road











꽃으로 조준하고 있는데 찬이가 등장했다.











찬이는 곧 사라졌다.











이어서











손 선생님이 등장했다.











아이들을 따라가며











아이들을 향해











소리한다.











그리고











꽃만 남았다.











무엇을 하는 것일까.











노고단 대피소에서 점심을 마련한다.
유림이가 6학년 언니라고 라면을 끓인다.
김치만 빼고 모든 것을 준비해서 올라왔다. -,.-











그리고 하산이다. 오후 2시 40분 버스를 타야한다.
1학년들과 손 선생님이 맨 뒤에서 걸어간다.











끊임없이 기대고











끊임없이 재잘거리고











꽃을 보고 깔깔거리고











선생님이 좋은게다.











아이들의 첫 선생님.











눈높이를 맞출 수밖에 없고











외면할 수 없는 관계.











1학년 두 명과











선생님 한 분.











“피디 아저씨 인제 안 와요?”
“글쎄…”

아이들은 한 번 문을 열면 닫을 줄 모른다.
7월 15일 밤 11시 SBS스페셜. 시청률 10% 넘기고 2편 만들자.











교사의 시선일까 엄마의 시선일까.











역시 피곤할 수밖에 없다.
이제 학교로 돌아간다.











그날 밤. 「연곡분교장 활성화 지원단(준)」두 번째 회의가 있었다.
대표단과 실무진을 꾸렸다. 해야 할 일은 많고 몸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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