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7일 토요일 오전 11시.
구례군 마산면 상사마을에서 <2011년도 상사마을 대동회>가 시작되었다.
시골마을에서 대동회란 이를테면 기업에서의 결산총회 같은 것이다.
1년 중 가장 중요한 마을회의라 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새로운 이장을 선출하거나
결정해야 할 마을의 중요한 일들을 논의한다.
상사마을은 ‘녹색농촌체험마을’ 예산과 ‘행복마을’ 예산이 지난 3년 동안 투입된 마을이다.
마을입구에는 ‘행복마을’이라는 전라남도 인증 입간판이 서 있다.
내가 잠을 자는 마을이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이 ‘행복마을’이 얼마나 행복한지 들여다보자.











젊은 놈들은 대략 10시 30분까지 회관으로 내려와서 이런저런 일들을 돕는 것이
옳은 자세지만 거의 10시 50분이 되어서 회관으로 내려갔다. 2010년 마을사무장
윤하 아빠가 먼저 내려와서 총회 준비를 위한 장비를 세팅하고 어쩌구 수고를 한 모양이다.
동원된 장비가 무시무시하다. 일단 우주 괴물을 퇴치하기 위한 레이저를 발사하는
빔프로젝트와 외계언어 번역을 위한 갤러시탭, 광선 쇼가 끝나고 나면 별도의 현장 속기록을
위한 노트북이 준비되어 있다. 11시까지 입장하지 않으면 대동회 현장에 참여할 수 없다는
종우떼기가 회관 밖에 붙어 있어 그런지 마을실세 분들의 입장도 비교적 양호한 시간에 이루어졌다.
2008년, 처음 이사 왔을 때부터 상사마을 대동회는 약간의 긴장감이 흘렀다.
그것은 ‘이 날을 기다린’ 사람들이 몇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진실이 승리하건 말건 이기는
쪽이 진실의 종손이 되는 시골마을의 특성 상 ‘오늘 이 자리에서 다짐을 받아 두는 것’이
이후 1년 동안 발언권의 강도를 결정할 것이다. 거시기당 전당대회장이 이 보다 더 뜨거울 소냐!
삼백마넌 돈봉투 환영임돠! 제발 좀 주셈!











상사마을 이장님.
마을 출신으로 오랫동안 객지 생활을 하셨다. 수 년 전에 공군 중령으로 예편한 이후 고향으로 '고백홈'.
몇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2011년 봄부터 혜성처럼 마을 일에 등장해서 치열한 경선을 통해 2011년 1월에
마을이장으로 당선되었다. 얼핏 보면 시골마을 이장을 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지금이 아니면 내가 언제 봉사를 하겠나’며 전면에 등장하셨다.
집권 이후 ‘문화마을’을 내걸고 월별 문화강좌와 장 담그기, 백초효소 담기, 작은 음악회 등의
행사를 기획하면서 시골 이장으로서는 신선함과 엉뚱함을 선사한 바가 있다.
자리를 가리지 않고 대략 직설에 능통해서 일부 공무원들은 고통스러워 하고
일부 공무원들은 좋아하는 척 하기도 하는 그런 카리스마를 내 뿜는 ‘실세 이장님’이다.
마을방송이 간혹 압권인데 기억에 남는 대표적인 방송은,

“제 소리가 개소리로 들려도오~ 개를 풀지 맙시다아~”
“수박을 버리시려면 이장이 먹을 수 있게 알맹이를 버리시고 회관 앞에 수박 껍데기를 버리지 맙시다아~”

등등의 주옥같은 아침 방송으로 간혹 나를 쓰러지게 만드는 신통방통한 능력의 소유자.
가늠하기 힘든 초급냉 유머를 구사하여 좌중을 얼어붙게 만드는 스킬도 캡이다.
그에 관한 이야기만으로도 책 한 권은 가능하다.











가볍게 몸을 풀고 무엇보다 분위기를 느슨하게 하기 위해서 2011년에 전입하신 분들의
인사를 먼저 진행했다. 외형적으로는 2012년 1월 현재 95가구, 남자 108, 여자 107, 도합 215명이
거주하는 마을이다.
짐작으로는 비거주 전입자 수가 18가구 44명 정도로 파악된다. 결국 실질적으로는 80가구 정도에
170명 정도가 살고 있다. 2011년에 십여 분이 전입하셨다. 이 분들 중 대동회에 참석해서 마을 분들에게
인사가 가능하신 가족들이 앞으로 나왔다.
사진의 여성은 2012년 상사마을 신임 사무장님이다. 2011년에 부부가 전입을 하셨다.
짧게 계시다가 도시로 나가실 것 같았는데 이제 마을사무장이라는 막중한 역할까지 자임하셨다.
정치평론가적 시각으로 보자면 상사마을 나름 ‘소망교회’ 라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마을의 교회 목사님도 새로이 부임하셨다. 오랜 시간 임직하던 목사님은 이를테면 정년을 하셨고
대략 뵙기에 사십 대로 보이는 목사님 부부가 역시 전입을 하셨다. 3년 전의 상사마을신문 창간호 작업 때
목사님 인사말씀을 3/4 정도 잘라 낸 나로서는 새로운 목사님이 아무래도 정신적인 부담이 없다.
그리고 사진 찍고 글 쓰는 젊은 부부와 딸, 인근 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분이 최근에 새로이 지은 집에
모신 부모님께서도 인사를 하셨다.











이날 상사마을 대동회는 방송을 통해서 보실 수 있다.
아 씨… KBS라 했나 MBC라 그랬나… 여튼 1월 22일 밤에 설특집 다큐멘터리로 상사마을이
방송된다고 하는데 그때 대동회 장면도 좀 나갈 듯. 이 재미있는 것을 통편집 하기는 힘들 것이다.
PD도 두 번인가 세 번인가 인사했는데 볼 때마다 ‘어디서 오셨어요?’ 라고 물어보는
만행을 저질러서 좀 미안한 상태다.
any튼, 요즘 대세라고 하는 디카 캐논 5D 마크2로 동영상을 찍고 있다. 오디오 장비 연결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커넥터가 해결된 모양이다. 쵸큼 작은 붐 형 마이크가 장착되어 있다.
이런 장비는 지리산닷컴이 앞으로 나아갈 바에 대한 시사점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전국 어느 마을 대동회가 전국방송으로 나가겠는가? 그만큼 상사마을이 대한민국
내에서 차지하는 정치 1번지로서의 위상을 설명하는 장면이라 하겠다.
쓰블, 이거 완전 국회 생중계 그거잖아! 내년에는 스마트폰으로 현장 중계하고 지리산닷컴
주민들이 스마트폰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술적 장치를 마련할 생각이다.

"이거 메모리 얼마나 들어요?"
"저희는 32기가 두 개하고 8기가 하나 들고 왔습니다. 그러면 하루 찍습니다."
"와우! 완전 멋쪄부러!"











자주 보는 스카이라이프 채널 중에 SKY HD 채널이 있다. <쁘띠 프랑스> 라는 NHK 제작
여행 프로그램이 있다. 30분 이내의 다큐멘터리인데 프랑스의 예쁜 시골 마을을 소개한다.
워낙에 그림이 탁월하니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리면서 방송을 본다.
방송 중에 그 마을의 회의 모습이 자주 나온다. 졸라 예쁜 프랑스 시골마을 회의 내용은 무엇일까?
배를 잡고 웃었다.
프랑스 어느 마을의, 우리로 보자면 ‘개발위원회’ 그 날 안건은 ‘피에르 씨의 개똥’ 문제였다.
개를 밖으로 내 놓으면 안된다, 피에르 씨는 늙어서 관리를 할 수 없다, 그러면 개똥을
집어 올리는 집게를 사자, 지금 마을 돈이 없다… 그런 내용.
다른 마을의 회의 장면도 완전 대박이다. 노르망디의 어느 마을이라고 했는데 2차 대전으로 망가지고
오랜 동안 비어 있는 상태였는데 근자에 파리에서 ‘외지껏들’이 마을의 빈집을 구입해서 수리하고
주말이면 몰려와서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다.
외지껏들 싸가지 없다, 맞다. 그러나 몰아낼 수는 없지 않은가, 화합해야 한다, 그러면 연말 댄스파티를
개최해서 한번 어울려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자… 그런 내용이었다.
존나 세련돼 보이는 빠히paris 인근 예쁜 시골마을도 ‘외지껏들’ 문제가 갈등의 주요 요인이었다.
상사마을도 오랜 시간 동안 개똥 문제가 첨예한 갈등의 불씨였다. 우리 집 앞 개똥도
겨울이 되면서 이 아해들이 많이 자라서 그런지 점점 무시할 수 없는 양으로 싸지른다.











대동회의 본격적인 순서가 시작되었다. 결산보고가 가장 중요하다.
보는 눈들이 많다. 모든 결산보고는 빔프로젝트로 대체되었다. 짐작을 했다.
이 방법이 노인들의 ‘천천히 서류 살피며 문제제기하기’를 차단하는 꼼수가 될 수 있다.
마을 이장님은 서두에서부터 분위기 잡고 나갔다.

“이제 우리 마을회의에서는 종이가 없습니다.”

이것은 백남준의 그 유명한 “종이의 시대는 끝났다. 단, 화장실의 화장지는 제외하고…”
라는 선언에 필적하는 하나의 혁명이 아니던가. 물론 백남준은 비데를 보지 못했거나
호박잎으로 똥을 닦아 보지 않았겠지만.
이장님은 그렇게 일사천리로 1월부터 12월까지의 결산보고를 이어나갔다.











마음이 편치 않은 분들도 계시다.
대동회에서 항상 가장 앞자리에 위치하며 천 원짜리 문제까지 제기하곤 했던 어르신들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분들이 누군가?
오 씨 대세 집성촌에 이 씨가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마을이다. 두 집안의 가장 윗자리 항렬을 배분하고
있는 분들 아닌가. 그런데 언젠가부터 마을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오 씨가 아닌 사람이 이장이고 ‘외지껏들’이 개발위원회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결코 호시절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말발이 먹혀들지 않기 시작했고 뭐 하나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 바로 문제제기 들어온다.

“어이, 이장! 종이로 뽑은 거 안 주남?”
“이 많은 분들 모두 드리려면 그것도 솔찮은 돈입니다. 꼭 필요하시면 노인정에 한 부 뽑아드리겠습니다.”
“아니, 이렇게 해서 어떻게 보란 말인가. 어허!”

같은 성 씨 아래 항렬의 젊은 이장이었다면 이렇게 밀어붙일 수 없다.
집권 첫 해에 이미 많은 전투를 경험한 실세 이장님은 이런 상황도 예측을 했을 것이고
칼자루는 마이크 쥔 사람이 잡고 있는 것이다.











흐름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회의테이블 위에 오른 다과 중에 쿠키가 보인다.
월인정원이 상사마을에서 제빵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마을제빵동아리도 만들었지만
이 며칠 그녀는 서울에 있다. 그럼 저 쿠키는 누가 만들었는가?
월인정원이 없어도 상사마을에서는 빵이나 쿠키를 만들 수 있다. 제빵동아리는 월인정원이
더 이상 제빵체험을 진행하지 않는 2012년에도 자체적으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상적인 모습이다. 처음부터 그랬나? 그럴 리가 있나.
지금 제빵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분은 3년 전에 제빵시설을 들여 놓는 문제에 대해
큰 목소리로 반대를 했던 분이다. ‘녹색농촌체험마을’ 예산 2억 속에 문서작업을 하다가
전국의 대부분 마을이 워낙에 비슷해서 좀 특색 있어라고 ‘우리밀 제과·제빵’ 이라는
시설항목을 넣은 것이 의도하지 않은 출발점이었다. 일천만 원 좀 넘는 비용이었다.

“누가 시골에 와서 빵을 사먹는다고 그런 시설을 넣어욧! 된장 같은 거 팔아야죠!”

지금의 나라면 그런 아이템을 제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마을을 만듭시다아!’
그러나 꼭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면 나는 시골에서 제대로 된 스테이크 집과 커피 집,
제대로 된 채식피자 같은 가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골이라고 한식밥상만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 시골사람들이나 관청이나 생각의 한계다.
any튼, 상사마을 대동회 다과상에 제빵동아리에서 만든 쿠키가 올려진 것은 개인적으로는
유의미한 장면이었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그들 또는 그녀들은 변화의 파도를 타고 있는 것이다.











‘버럭! 오바 마’ 감사가 이장님의 결산보고가 이상이 없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전 정권에서 우리는(마을청장년회) 마을행정의 중심이었다. 어찌 보면 우리조차 한 발 뒤로 물러 서 있다.
40대 중심의 청장년회는 지난 4년 동안 마을의 변화를 주도했지만 70대 이상의 고전적인
마을 실세들과 직접 충돌에서 내상을 입었다. 스스로 개혁피로감에 휩싸였고 먹고 사는 일이 우선이다.
변화는 우리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완전한 정권 장악에 실패했다. 이를테면 현 정권의 우호세력
정도의 성격으로 마을 일에 소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향후 4~5년 이후를 짐작해 보면 이 세력이 다시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실 4~5년 후를 짐작하기란 힘들다. 어떤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할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우리는 손학규나 정동영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안철수나 문재인의 등장 시점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디테일한 감사보고였다.

"살펴 본께 암시랑토 안하네요."











15,644,893-12,101,365=3,543,548원
2011년 마을 살림 최종 산수다. 마을이장님이 자신의 몫에 해당하는 일종의 월급을
마을로 모두 기부했기에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 100만 원 정도의 살림이다.
회의는 항상 진행 중인 안건과 관계없는 대목을 누군가 제기하면서 보는 재미를 제공한다.
상사마을 F4 중 세 분이 제일 앞자리에 포진하고 있었다.

F1 / 전입금 별도 규정이 있느냐?
이장 / 규약으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상위법에 따르자면 돈을 받을 수 없다.
F1 / 법보다도 우리 자체적으로 관리를 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이장 / 내용은 만들어져 있지만 문서로 만들 수 없다. 집을 짓거나 사서 오거나 그런 분들에
대해서만 이 정도 범위는 내주셔야… 이장이 가서 권해서 받는 것이다.
여러분들 자식들이 도시에서 이사하면 그 마을에서 돈을 받습니까?

이게 뭔 소린가?
마을전입금 문제는 지난 4년 동안 계속 쟁점이었고 금년에는 구체적으로 적용을 시작한 첫 해였다.
마을전입금이 뭔가? 시골마을에서는 그 마을로 누군가 새로이 이사를 들어오면 자발적인 모양새의
일종의 마을발전기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마을마다 천차만별이다.
10만 원 봉투 하나 정도로 가능한 마을도 있고 수백만 원을 요구하는 마을도 있다.
헐렁하게는 마을에 떡 한 번 돌리고 회관에서 식사대접 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비용이 50만 원은 든다.
그래서 그냥 대략 몇 십만 원의 봉투를 마을에 전달하는 것으로 일종의 신고식에 가름한다.











지리산둘레길이 지나가는 알흠다운 마을.
이제 첨예한 대립 안건이 돌출했고 오늘도 방송국 카메라를 대동하고 어쩔 수 없이
진검 승부에 돌입할 모양이다. 상사마을에 전입해서 살려면 얼마를 내어 놓아야 하는가?
놀라지 마시라. 이백만 원이다. 그럼 너는(지리산닷컴 이장 너) 그 돈 냈냐?
뭔 소리를…
땅 사서 집 짓거나 집 사서 들어 온 사람들에게 해당한다. 나는 상사마을 사글세의 시조다.

F2 / 가만 있어! 우리동네 자치법이여. 어찌 자네는 법을 말하나.
이장 / 규약은 법입니다.
F3 /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되고. 현 이장이나 구 이장은 절대 반대했던 거 안다.
법 찾고 뭐 하고… 회사 하신 분들 꼭 찝어서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돼.
(마을 개발위원장 등, 대기업 근무하다가 퇴임하고 귀촌하신 분들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장 / 만들려고 했는데…
F2 / 자네가 법을 가지고 따져 볼란가.
F1 / 헌법에 자치법이…
F2 / 자네가 법 이야기만 안 해도 내가 이렇게 흥분 안 해!
그 개 주인 / 이장이 설명을 잘 못 했구만. 동네법으로는 되는디 법으로는 안된다아~ 그라믄되지.
F3 / 넘어갑시다.
마을 출신 공무원 / 제가 한 말씀… 좋은 의미로 생각하셔서, 제 생각으로는 규약을 정하네 어쩌네…
순수한 마음으로 촉구를 해 주시고… 의식주가 부담이면 못합니다.
이장 / 똑똑한 사람이 들어와서 따지면 이 문제는 할 말이 없는 겁니다.
(이장니임 -,.- 옆에 이미 돈을 낸 사람들도 참석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은 안 똑똑? ㅎ)











끝 무렵에 다른 건이 하나 더 돌출된다.
이런 건은 표현해야 당사자 기분이 풀리는 그런 대목이다.

F1 / 이장, 근로봉사를 오신 분들이 계신데 행정지원인가 도에서 보낸 것인가?
이장 / 행정은 아니구요.
F1 / 15만원 경비가 났다. 근로봉사 하는 사람들에게 경비가 지출될 필요가 있나?
마을이불 덮었지. 마을에 얼마나 혜택이 떨어졌나. 우리마을이 전부다 민노당은 아니지 않은가.

이것은 지난여름에 농활 관련한 장면이다. 한 마디로 농활 와서 일은 별로 안하고 밤 늦도록
떠들고 술 마시고 기타 등등 좆도 마음에 안 드는데 마을회관 이불까지 세탁해야 했다.
그래서 기분 나쁘다. 앞으로 이런 것들 마을에 받지 마라. 뭐 그런 내용이다.
이런 경우는 꼭 그 농활대가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그 농활대를 마을로 주선한 마을 내의
세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다. 지리산닷컴에서는 나름으로 유명한 김종옥 형이 구례군 농민회장이고
나를 섬진강 새벽 래프팅 시켜 준 오바마 감사가 농민회 수석부회장이다.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들인데 완전 똥 밟은 것이지. ㅎㅎㅎ

이장 / 정리해서 말씀을 드리면 농민회를 통해서 들어오는 농촌봉사활동 받지 마라.
우리마을에 농민회장이 있고 체면도 있고… 금년부터는 그런 일이 없을 것 같다.
밥을 해주는 것은 사전에 개발위원들에게 보고를 드립니다.
F1 / 이해는 하겠는데. 개발위원들도 보고를 해 주세요
개발위원장 / 뒤에 남겨진 후유증을 보고 논란이 있었는데 찾아 온 젊은이들에게 인색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잠은 여기서 자고 실제로는 다른 마을에서 일을 하고 하는 것은 형편에 맞지 않으니까.
좋은 지적이셨고… 점심 시간이 되니까 배가 고파서…
다른 질문이 없으시면 2012년 대동회를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여튼 1년 동안 우리마을을 위해서 불철주야 애를 쓰신 이장님에게 박수…
이장 / 돈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금년에도 1200만원 정도 쓸 것 같은데 이장이 사백만 원 정도,
사무장이 체험으로, 나머지는 전입되어 있는 세대주 가가호호 십시일반 부담을…
당장 적십자회비도 내야하구요… 전반기 가가호호 3만원씩 부담해 주시기 바랍니다.
F3 / 대동회 회의록을 남녀경로당에 1부씩 별도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경우는 오늘은 이 정도로 물러서지만 종우떼기 들고 검토해서 다시 정치판으로 돌아오겠다는 뜻)
이장 / 알겠습니다. 원하시는 분에게는 별도로 출력해 드리겠습니다. 더욱 충실히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숫컷들이 영역 싸움할 때, 그러거나 말거나 진정한 실세 엄니들은 체험관에서 ‘웬수들’
점심을 준비하고 계시다. 마산댁이 국자를 잡은 것을 보니 전권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마을에서 밥상 실무의 중심에 선다는 것은 축하할 일은 아니다. 주로 성질이 괄괄해서
먼저 국자를 잡은 것이 문제였을 것이다. 좌우로 이학자 엄니, 냉천댁이 포진해 있다.
모두 마을요가반의 성실한 선수들이다. 레드 우먼은 선전댁인가? 뒷모습으로 잘 모르겠네.











통상 대동회 날은 잘 먹는다. 그래야 백성들이 불만이 없다.
그러나 우리의 실세이장님은 역시 강성이라 당신의 생각대로 밀고 나간다.
기정떡도 돼지수육도 소머리도 나물도 없다. 어려운 마을살림에 어찌 먹고 놀 수 있겠는가!
떡국으로 상황을 정리한다. 물론 정권에서 물러나고 나면 이 날의 밥상을 잊지 않은
노인들의 청문회가 예상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방식의 밥상을 지지한다.
하긴, 먹는 것 부족해도 ‘말 나오고’ 먹는 것 남아도 ‘말 나온다’.
어쨌건 말은 나온다.











다른 해 보다 참석 인원이 적은 편이다.
지난해에는 이장 선거가 있었던 탓인지 참여와 투표율이 높았다.
역시 선거란 것은 어른들을 위한 재미있는 놀이라.
엄니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젊은 층들도 이전보다 많이 빠졌다.
마을의 외형은 커졌는데 마을 일에 참여하는 농도와 빈도는 줄어간다.
마을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점점 줄어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오후에 혼자서 마을 뒤 지리산둘레길을 절반 정도 걸어보았다. 처음 걷는 것이다.
서울 사람들 일부러 내려와서 걷는데 마을에 살면서 처음 걷는다. 이런저런 정비가 되어 있었다.
2년 전에 둘레길설명회 자리에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반대를 했다. 번잡스럽다는 것이다.
그 당시 나는 찬성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무응답층이다. 그날 찬성했지만 반대가 워낙
거세었기에 제대로 된 발언조차 하지 못했던 젊은 층들은 마을 일과 멀어진 상태이고
반대했던 사람들 중 일부는 둘레길이 지나기에 투입이 결정된 1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고민 중이다.
마을을 바라보는데 머리 위에서 이장님 통화하시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땅 문의를 한 모양이다.
닭고기도 보고 싶기도 해서 올라섰다.











유정란 사업으로 이백 마리 정도 닭을 분양받은 것이 1년 정도 되나?
가축을 좋아하는 분이다. 풀이며 약초를 베다가 사료와 함께 먹인다.
밥 주는 사람이 왔다고 하우스 안의 닭들이 모두 난리가 났다.
여기서 나오는 계란이 맛있다. 그러나 이제 구하기 힘들다. 하루에 150개 정도 나오는
계란을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 고민했었는데 몇 개 월 지나서는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뭔 특별한 수입이 되지는 않는다. 특별한 수입이 되려면 천 마리는 되어야 할 것이다.

“수탉이 여러 마리나 살아야 할 이유가 있나요? 뭐 꼭 먹잔 것은 아니구요…”
“저기 토끼나 찍어.”











토끼 한 마리가 닭장에 살고 있다. 사료도 같이 먹는다.
나 토끼띤데. 너 상황이 나하고 비슷하구나. 나는 6년짼데  너는 얼마나 되었냐?











둘레길을 벗어나서 마을로 내려섰다. 놈이 카메라를 들고 다가오자 쳐다보던
영감님은 놈의 정체를 파악하고 카메라를 개의치 않고 가시던 길을 내려가신다.

흔들리는 사이로 언뜻 보이는 푸른 빛
흘러가버린 게 누구였더라
기쁨과 외로움이 하나가 되는
집으로 가는 길에 생각에 잠긴다.
- 카페 뤼미에르 OST '一心案(HITO SIAN)' 中











경운기는 멀리 소리로만 남았고 나는 길 위에 서서 도착하지 못할 긴 편지를 쓰고 있다.









4d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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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장터 / 2011 쌀밥에 고깃국 그리고 이야기 [26] 마을이장 2011.10.31 6641
163 1박 2일 프로그램으로 변경한 일에 대한 말씀 [6] 마을이장 2011.11.02 5520
162 마을 / 쌀밥에 고깃국 그리고 이야기 2011 [31] 마을이장 2011.10.19 6589
161 밥상 / 땅콩죽 - 이장집 [25] 마을이장 2011.10.13 7831
160 사람 / 김종옥의 손, 그리고 일 년이 지나 [33] 마을이장 2011.09.28 7274
159 마을 / Fake Documentary ‘나의 살던 고향은…’ [31] 마을이장 2011.09.09 7541
158 생각 / 그냥 소리 [28] 마을이장 2011.09.01 6698
157 마을 / 小品 - 그녀에게 [20] 마을이장 2011.07.27 7132
156 생각 / 우리밀 시즌3을 끝내고 [41] 마을이장 2011.07.19 9007
155 장터 / 우리밀 시즌3 - Bread & Noodle 그리고 이야기 [34] 마을이장 2011.06.22 9664
154 생각 / 텃밭에서 [23] 마을이장 2011.06.08 7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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