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소식

마을이장 2011.12.09 00:24 조회 수 : 7239 추천:23





별 소리는 없습니다.
좀 뜸하다보니 그냥 소식 전합니다.







내 컴퓨터의 데이터 상황은 내 기억의 근거이기도 하다.
연·월·일과 장소를 정확하게 명시하는 것은 오랜 습관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어떤 사진이건 필요할 때 찾는 일은 나에겐 아주 쉽다.
계좌, 민증, 사업자 사본 파일은 항상 결재에 대비한 것이니 돈을 탐하는 자의
바람직한 자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진 폴더의 가장 최근 날짜는 11월 24일이다.
‘111124눈곶감’ 이란 폴더 명은 그 날 멀리 노고단에 눈이 쌓였고 순영이 형 집
마당에서 곶감을 찍었다는 소리다. 때로 폴더 명만 보고 나의 1년을 정리하기도 한다.
사진을 여전히 찍지 않고 있다. 사진이 없으면 아침편지는 힘들다.
그 날 그 날의 바탕화면용 사진을 보내는 것이 주요한 사이트에서 방출할 사진이
없다는 것은 이곳이 휴업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알리바이다.











목요일 점심약속. 용방면으로 올라갔다.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내 행동의 80%는 습관이다.
그러나 오늘은 사진이 되지 않을 하늘이지만 목적의식적으로 들고 나섰다.
아침에 마을회관 게시판에 남겨 진 일종의 안부를 물어오는 글을 읽었다.
그래서 오늘은 뭔가 짧은 글이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읍내 서시천 스쳐 지나면서 차를 잠시 세웠다.
평소라면 찍지 않을 상황과 포커스지만 다만 요즘 이곳 날씨가 이러하다는 소식이다.
사진으로 보자면 죽도 밥도 되지 않는 하늘 상황이다.
이렇게 물었다.

“40대의 마지막 겨울을 마무리 하느라 뜸하신 건가...요?”

아니요.
연초에는 금년에 마흔의 마지막 자락을 제법 앓을 것이란 예감을 했는데 그런 것은 없었다.
그냥 2011년은 좀 힘들었다. 간혹 내비치지만 소진消盡했음을 느낀다.
쉬어 가는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1년은 몇 년간 나의 벌이 중 가장 적은 매출을 기록하게 될 것이고,
다른 여타의 작업도 가장 적게 한 해가 될 것이다.
최근에 가장 자주 하는 소리는 ‘일이 하기 싫다’는 표현이다.
아들이 옆에 있다면 할 소리는 아니다. 일이 하기 싫다면 밥을 먹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밥맛은 여전하다. 은퇴를 선언했지만 역시 3개 정도의 사이트를 디자인했거나
진행 중이다. 그 일들이 지지부진하여 의자에 앉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말 이제 웹디자인은 싫다. 지난 10년 이상을 먹고 살았는데 ‘그 일들에게’ 미안할 일이다.
‘땅 천 평 정도면 혼자 일구기엔 벅찰 것이야’ 같은 생각을 한다.
세 종류 정도의 유실수와 300평 정도의 텃밭이면 제법 땀이 날 것이다.











좀 이른 마감이지만,
별 이변이 없다면 다음 주 중반까지 지지부진한 일을 하나 끝낼 것이고
하나 정도의 기획안을 마련해서 누군가와 대화를 해야 할 것이다.
한 번 정도는 부산을 다녀와야 할 것이다. 12월이기에 더 이상의 일을 마련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 김장을 하지 않았다. 늦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는데 12월 중반 무렵에 할 것이란
염두만 두고 있다. 메주도 띄울 생각인데 이 역시 비슷한 시기에 갈무리를 해야 할 것이다.
역시 연말이면 일상적인 일과 살림에 치중하고 싶다. 다른 해에 비하면 많이 한가한 편이다.
마을 아주머니들이 청국장을 팔아달라고 하는데 이도 12월이 가기 전에 시작해야 할 것이다.
오미동회관의 대외적인 판매 업무가 거의 정지된 상태이니 지리산닷컴이 또 나서야 하는데,
주저한다기보다는 단지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내일은 아주머니들과 이 이야기를
좀 나누어야겠다. 전반적으로 그냥 그렇게 하릴없이 이런저런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이다.
연말이라 그런가. 뭔가 제대로 진행한 일이 도통 없는 것 같은 한 해다.

무엇보다 마음속에 묵직하게 남아 있는 일이 하나 있다.
권헌조 어르신이 별세하신 것이 작년 12월 13일이다.
http://www.jirisan.com/bbs/view.php?id=mountain&page=2&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62
그 추웠던 봉화에서의 발인을 끝내고 구례로 돌아오던 길에 결심했었다.
1주기에 맞추어 어른을 추모하는 사진집을 만들겠다고. 나설 출판사는 없을 것이니
지리산닷컴에서 모금을 해서 진행할 생각이었다. ‘책값을 미리 받습니다’가 생각해 둔
헤드카피였다. 이천만 원 정도 비용을 예상했기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방송이 아니라 이 일을 하라고 어르신과 나의 인연은 맺어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내 이름을 파는 책 진행의 펑크 또는 다른 지키지 못한 약속들 보다,
구체적인 발설도 하지 않은 권헌조 어르신과 ‘내 마음 속의 약속’이 단 할 걸음도 진행되지
못한 일이 많이 무겁다. 더 이상 대면할 수 없는 ‘마지막 가치’에 대해서 기록해야만 했었다.
시간이 흐르면 마음속 열정의 온기도 사그라질 것이다.
해가 가기 전에 봉화라도 한 번 방문해야 불씨를 남겨 둘 것인데…











눈이 예보되어 있다. 기온이 떨어진다. 그러나 여전히 밀을 뿌리지 못하고 있다.
차창을 스치는 풍경을 보면서 그런 생각들을 한다. 아주 오래 쉰 것은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편지를 쉬고 있노라면 그것이 또 습관이 된다. 가급이면 더 이상 나를 닦달하지는 않는다.
남이 시켜서 한 일 보다는 스스로 한 일이 많았기에, 내 몫의 일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 더 집중력 있게, 제대로 일을 할 나이고 시기인 듯하다.
그러나 저러나 어차피 ‘나’일 것이니 남들이 보기에 별 다름은 없을 것이다.

읍내 서시천 신호등에 멈추어 아는 이들이 상을 받았다는 현수막을 본다.
종옥이 형, 순영이 형 모두 제 영역에서 큰 상들을 받을 모양이다.
그 상을 주는 기관들이야 어차피 관변적일 수밖에 없어 나의 기호와 맞지는 않지만
두 58년 개띠 형님들이 어찌 살아왔는지 알고, 억지 부려 지리산닷컴표 농부들이니
핸들을 잡고 실실 웃는다.
다음 주부터는 지리산닷컴도 성실해져야 할 것인데… 눈이라도 좀 와야 그림이 되겠지.

* 순영이 형님이 단감과 대봉을 세일하네요. 기간은 좀 짧습니다.
  2011. 12. 12 ~ 2011. 12. 14 (3일간)
  http://www.ecosoon.com/bbs/zboard.php?id=bbs
  로 가시면 됩니다.









4d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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