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텃밭에서

마을이장 2011.06.08 02:13 조회 수 : 7893 추천:87








미국 현지시간 6일(2011. 6. 6), 애플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열고
'i Cloud' 와 새 운영체제 '라이언', 'iOS5'를 공개했다.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뉴스를 흘깃 보고 apple.com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이웃에서 문자가 왔다.
전라도 현지 시간 12시 30분, 나는 마산면 황금반점에서 간짜장을 먹었다.
그리고 나는 목숨 부지하는 동안 계속되는 화두 ‘어떻게 살 것인가?’를 여전히 생각했다.











텍스트나 영상을 포함한 이미지가 어느 순간 가슴으로 콕 파고드는 것은 ‘나의 상황’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글이나 그림이라도 상황에 따라 임팩트가 확 다른 것이지. 한 달 이상 나는 여전히 호시노 미치오의 책을
느리게 반복해서 읽고 있다. 그의 문장은 투박하고 간명하다. 진정성의 힘이랄까. 여하튼 그의 책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최소한의 수단으로 극빈으로 살아 간 사람들의 이야기거나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는
문제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해석하기에는 그렇다.











스티브 잡스의 오늘(전라도 현지 시간 2011. 6. 7) 프레젠테이션의 핵심은 애플의 클라우드컴퓨팅 시스템인
'i Cloud'에 관한 것이었고 애플 아이클라우드의 핵심은 ‘동기화’였다.

"어떤 이들은 클라우드가 단지 공중에 있는 하드디스크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 이상이라고 생각해서
아이클라우드라고 부른다, 아이클라우드는 클라우드에 있는 모든 콘텐츠를 당신의 모든 기기에 무선으로
전송해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저장된 데이터는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등과 자동으로 동기화(싱크)된다."

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이 손 안에 있소이다! 군…”











봄이 오면 말과 글로 표현하기 힘든 충만함을 누린다. 봄나물 등속의 채취한 식재료 앞에서 나는 항상 질책 당한다.
‘자네, 뭐가 그리 소유한 것이 많나.’ 두릅과 쑥부쟁이는 부질없거나 실천할 수 없는 고민을 유발시킨다.
그 맛을 탐하는 대가다.
호시노의 책에서, 홋카이도의 아이누 족 노인 히로우 우기치 이야기 같은 것에 눈길이 머문다.
여러 가지 연대기로 추정하자면 100세가 넘는 노인이다. 고립된 자연 속에서 평생을 살았다.
곰을 사냥하고 수렵채취 생활을 한 것은 당연하다.











「관을 실은 썰매가 태평양이 보이는 벌판 묘지로 이동했다.
나는 설원 저편으로 멀어져가는 우기치 노인의 외로운 넋을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전송했다.
아무런 짐도 남겨져 있지 않은 텅 빈 오두막이 주인을 잃은 쓸쓸함에 조용히 울고 있었다.
한쪽 벽에 우기치 노인이 애용했던 낡은 장총이 걸려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가슴이 찢어지는 듯 고통이 밀려왔다.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 덮인 벌판으로 말을 달렸다.
노인이 생전에 자주 찾았던 누프카베츠 상류를 지나 오모샤누프리 산 정상까지 한달음에 도착했다.
저녁노을로 빛나는 밤하늘은 노인이 가장 사랑했던 풍경이다.」
<여행하는 나무 / 호시노 미치오 / 갈라파고스>











노무현 시절 중반 경부터 ‘개혁 피로감’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100% 언론이 조장한 개념이라기보다
실제 그런 경향이 있었다. 요즘으로 보자면 ‘나가수 피로감’ 같은 것이다. 매체가 다양해지고 취해야 하는
정보가 넘쳐나고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 우리는 주류 언론과 영향력 있는 포털이 메인 화면이 표시한 화살표를
따라 몰려다닌다. 그것을 쫓아다니는 일 역시 피곤하다. 쫓아다니고 싶지 않아도 컴퓨터와 아이폰을 여는 순간
반복되는 헤드라인만으로도 피곤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지만 그것들은 집요하고 엄청난 양으로
정보를 장악하고 있다. 세상은 굉장히 편리해졌고 또한 우리는 굉장히 동일해졌다.











호시노가 카메라를 빌려 준 어느 친구가 산에서 동료들과 함께 조난당해서 사망했다.
조난 현장에서 T라고 표기된 그 친구의 어머니는 호시노의 손을 잡고 당부한다.

“저 아이 몫까지 대신 살아 줘.”

「나는 T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나 자신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 해답을 찾지 못한다면 내 삶은 그렇게 묻혀버릴 것만 같았다.
T가 죽은 지 일 년이 되던 날, 나는 그 해답을 찾았다.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여행하는 나무 / 호시노 미치오 / 갈라파고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참 평범한 말이고 자주 접했던 말이고 자주 다짐했던 명제지만 여전히,
항상 내 눈 앞 저 멀리에 깃발로 나부낀다. 어쩌면 이 역시 욕심일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저 사람은 하고 싶은 대로 살아서 좋겠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그 당사자는 여전히 타인의 삶 앞에서
열등감 또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거의 울리지 않는 집 유선전화의 50%는 두 노인의 전화고 나머지 50%는 여론조사와 KT에서 오는 전화다.
우리는 두 식구. 각자의 핸드폰, 유선전화, 070인터넷 전화가 이미 있다. 요금제 때문에 패밀리로 묶여 있다.
매가TV와 인터넷까지. 다시 전화기를 ‘공짜로’ 한 대 더 준단다. 와이파이 전화기란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달려가서 그냥 설치해 드릴테니 제발 받아달란다. KT에서 SK로 절대 옮기지 않을 것이니 이런 전화만 제발
좀 하지 말아달라고 말하고 끊었다.











호시노의 책을 또 넘긴다. 짐 하스크로프라는 사람의 이야기.
역시 알레스카의 어느 절해 고도에서 혼자 살다가 죽은 사람이다.
1915~17년경 보트를 타고 리스야베이에 떠 있는 작은 섬에 도착했고 죽는 날까지
22년 동안 오직 혼자서 외로운 무인도를 지켜온 사람이다.

「주노에 오면 짐은 우선 소금에 절인 고등어를 잔뜩 산다.
그리고 신문보급소에 들러 지난 일 년 동안 모아둔 신문을 찾아간다.
그리고 섬으로 돌아가서 매일 아침 꼭 일 년 전의 신문만 한 장씩 읽었다.
단 한 번도 이틀치 신문을 읽은 적이 없었다.」
<여행하는 나무 / 호시노 미치오 / 갈라파고스>

요즘 갈등한다. 더 많은 편리를 누리고 목표를 설정하고 성실함으로 무장하고 목표를 하나씩
성취해 나가는 것이 나의 남은 시간인지.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동물의 왕국에서 법칙인데.











2년 전까지는 주변에서 트위터같은 것을 왜 하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다.
앞으로는 인터넷의 중심이 모바일로 이동할 것이고 소셜네트워킹이 주요한 수단으로 자리할 것이고
지리산닷컴과 연계해서 트위터를 연동한다면, 지리산닷컴의 모바일 버전 디자인이 되어야 하고…
그들이 말하지 않아도 시골 아저씨도 그런 것과 관련한 정보를 취하고 개념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의도적이지 않아도 마우스 위의 손가락이 그런 정보로 이동한다. 나는 어떤 sns도 취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개혁 피로감과 같은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는 ‘새로운 추세와 대세’에 지쳐버렸다.
‘그분들은 트윗하시려나요’(죄송 ^^) 라는 구례 식구들에 관한 트윗 코멘트 등은 5~6가지의 키워드를
sns 포함해서 매일 검색을 하니 알고는 있지만 ‘그분들은 지금까지는’ 트윗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종옥의 손’을 판매할 때 이름을 모르는 트위터리언들의 역할이 있었고 내 책이 나왔을 때
특정한 후배로부터 시작해서 빠른 시간에 트윗 세상에 알려나간 사실도 알고 있다.
표현하지 않고 동참하지 않지만 알고는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추세를 따라가기 싫어진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한 키워드 활용법과 광고 전략을 충실히 재현하기엔 지리산닷컴의 지금은 낡았다.
그 낡음을 인정하는 것. 지금까지는 이곳의 유일한 필자인 나의 늙음을 인정 하는 것.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살기 대단히 불리한 책을 내었지만 자급자족 프로그램으로 시선이 이동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세상에 나를 알리고 나를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리면 삶의 방편은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가진 기능과 벌이의 가능성을 일절 차단하고 ‘이곳 노인들처럼’ 살아가는 것. 의지와 무관하게 쉽지 않다.
‘형님이 글케하면 그건 위선적이제’ 라는 즉각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다면… 도시에서는 명퇴도 지난 마흔 아홉, 그러나 이곳에서는 당당한 마을청년회원.
지리산닷컴이라는 무형의 자산. 그냥 오프라인 지리산닷컴 공간도 오픈하고 더 일을 확장해 버리고
토종종자운동도 하고 케이블카도 반대하고 오프라인 소식지도 만들어 버리고 마을로 들어 온 예산사업도
‘제가 추진하겠습니다!’를 외치고 지리산 둘레길도 확 활용하고 농협을 붕괴시키기 위한 도시 소비자와
생산자 농민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조합 만들기도 갈등하지 않고 저질러 불고 그러면 관 하고도 확
전면전이 붙어 불고 귀농귀촌인큐베이터 기획도 하고 돈을 피해 다니지 않고 돈이 필요한 대목에서는
돈을 구하러 다니고 더 말이 많아지고 더 어울리고 더 재미있게 떠들고 더 요란스럽게 살아가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도대체 내가 진짜로 원하는 삶이 뭐냔 말이지. 방문한 어떤 사람으로부터,
‘이장님 같은 사람이 잘 되는 게 중요합니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모양을 모르겠다. 정해진 모양은 물론 없겠지만 그래도 뭔가 틀은 있을 것인데.











sns 툴을 가진 한 포털에서 제안이 들어온다.
양파를 뽑았지만 사이즈는 형편없다.
한동안 잘 나가다 방문자가 줄어 가는 인터넷 언론에서도 두 번째 연락이 온다.
마늘은 줄기를 따지 않아 몇 개 뽑아 보니 제대로 된 마늘이 될 것 같지 않다.
멍석을 깔아 줄테니 놀아줘. (표현하진 않았지만)이건 홍보에서 무조건 당신에게 유리한 거야.
두 가지 답을 보낸다.
토종고추는 살려보려고 하지만 별 다른 수단은 없다.
최근에는 그래도 죽지는 않을 것 같은 정도로 자라긴 했다.
양파는 스티브 잡스에게 몇 개 보내고 마늘은 우리만 먹어야 할 것 같다.
토종고추를 내년 봄까지 살린다면 지리산닷컴 회원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깊은 화분에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내년 봄 이야기다.











<뱀발>
일요일 늦은 밤에 전화가 왔다. 몇 사람이 보자고 한다.
매일 하는 몇 개의 키워드 검색에서 이 책을 보았다.
출간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늦은 자리에는 이 책의 작가도 있었고 편집자도 있었고 여튼 그 친구들 일행.
서울 시절에 <새만화책>이란 출판사의 사이트를 만들어 준 적이 있다.
내려 온 이후 사라졌지만. 고영일이란 작가의 이름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록하게 기억으로 살아났다.
군대시절 시국 사건에 휘말려 겪은 영창 생활을 중심으로 한 자전적인, 돈 안 되는 만화책이 있었다.
<푸른 끝에 서다 - 2009, 새만화책>
그 친구가 지리산 둘레길 북쪽 구간을 걷다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만들었다.
만화가의 삶은 역시나 팍팍한 것이고 농반진반으로 서울 올라가지 말고 여기 머물라고 말했다.
일은 지천이고 만화스토리는 무궁무진하다고.
한 시간 남짓 그와 그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유 되시면 책 정보 한번 살펴보시길.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646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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