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 마을 또는 움womb

마을이장 2013.10.28 20:39 조회 수 : 8990

 

 

 





2013년 10월 24일 오후 5시.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 상사마을체험관이 분주하다.
국수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제빵팀과 마을의 몇몇 아주머니들이 일을 한다.











읍내 흑무다. 오후 4시 경에 와서 장비를 세팅한다고 들었다.
오늘은 공연이 있다. 작은 공연. 아는 사람은 알고 주로는 모르는 공연.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이라는 관청의 예산을 받아서 옛 구판장을 리모델링했다.
오늘 그 공간이 열리는 날이다. 지난 2개월 정도 공사를 했을 것이다.
안혜경 누님이 나와서 흑무와 소리를 조율 중이다.
그녀의 네 번째 앨범이 최근에 나왔다.「마가이아움Magaiawomb」.
그녀는 상사마을에 산다.











일단 상사마을 카페 <단새미>를 둘러본다. 상사마을은 물이 유명하다. 당몰샘이 여전하고
가리샘 참샘이 있었다. 지금도 손을 보면 그 샘들은 살아 있는 샘물이 될 수 있다.
단새미. 결국 달콤한 물이라는 의미다. 통상 정대표 님이라고 호칭하는 어르신이 나를 보자마자
타박이다. 화가 나신게다. 어르신의 집을 촬영한 것을 브로슈어로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지난 2년 전에 하셨다.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그리되었다. 조만간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다.
‘필수’가 아닌 ‘기호’는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시집을 낸 이장님이 존재하는 마을이니 서가는 필수고 PC를 두 대 놓았다.
둘레길 걷는 사람들이 휴식과 포스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은 채워질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오는 책은 이제 이곳에 전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 옆으로 작은 비슷한 공간. 컬러로 봐서는 아이들 용도로 추정된다.
마을 공부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시골 공사현장에서 이런 정도면 선방한 것이다.
물론 이 정도라도 되기 위해서는 많은 전투를 거쳤을 것이다. 그래서 예산지원 사업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천이백만 원이 넘어가면 입찰을 해야 하고 이를테면
‘내 입맛에 맞는’ 팀을 공사에 투입할 수 없다. 편법이야 있지만 머리 아프다.
뭐하러 그렇게 살아야하나.











사실 약간은 ‘풋’ 하는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상사마을에서 드디어 하드&소프트웨어적으루다가
우리밀 빵을 판다. 2009년에 마을사업계획서에 ‘제빵시설’을 집어 넣었다가 발생한 반발들이
생각났다. ‘촌에서 된장이나 팔지, 누가 빵을 사 먹는다고!’ 라며 소리를 높였던 그녀들 중
일부는 지금은 제빵동아리 회원이다. 칠판을 보고 두 가지 상황 또는 관계를 유추한다.











시간이 되어가는 모양이다. 회관 앞마당에 음식이 차려지고 몇몇 모르는 얼굴들이 보인다.
육칠십 명 정도 모임이 될 것이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예측. 마을 사람 40+외부인사 30최대.
대략 오십 인 정도 모였다. 좀 더 기다리면 얼추 예상 수치에 육박할 것 같다.











옥상으로 올라갔다. 데크가 대세다. 2년 전인가 1년 정인가 개발위원회 때에 이 마당
전체에 데크를 까는 안을 이야기했다. 힘들다고 했다. 예산 성격 상 데크는 힘들 것이란.
그 예산은 ‘과거로의 시각적 회기’가 주요한 아이템이었던 모양이다. 하여간에 데크를
부분적으로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당산나무까지 이었고 지나가던 사람이 다리 쉼을 하기
적절한 지점이다.











안혜경의 4집 음반 마가이아움Magaiawomb을 현장에서 판매했다.
그리고 함께 놓인 그녀의 3집 음반은 실물로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보자 몇 년 전인가… 2004년이네.
세월의 변화를 느낀다. womb은 사전적으로는 자궁이다. 앨범 속지를 보면,
“내 안의 여신을 모시는 진언, 움 마가이아움” 이라고 되어 있다.
노고단을 중심으로 ‘마고할망’의 전설이 있다. 이를테면 지리산의 여신이다.
지리산은 여성성이 강하다. 상사마을은 노고단에서 형제봉 줄기를 따라 내려서면 오른편으로
형성된 마을이다. 마가이아움은 결국 마고여신의 자궁 자락이다. 사전적 의미로 자궁이라는
뜻 보다는 나는 개인적으로 ‘원형질’로 이해한다. 영어적 이해로는 archetype 같은.
‘앨범 광주리’의 열매들은 그녀의 텃밭과 마당에서 나왔을 것이다.











상사마을 강정순 이장님. 원래 마을 분이시고 오랫동안 타향을 떠돌았다.
공군 중령으로 예편하셨다. 두 권의 시집을 내신 것으로 알고 있다.
자체로 독특한 마을이장 캐릭터다. 실제로도 독특하다. 해주 오씨 집성촌 마을에서
‘타성받이’ 이장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3년째 직진 항해 중이다.
이장님의 ‘개방송’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내어얄텐데…
계획을 가지고 있고 그대로 진행하는 스타일이다. 상사마을 일백 여 가구, 이백 여 명의
주민 중 외지에서 들어 온 사람들이 과반을 살짝 넘겼다고 한다. 엄밀하게 보자면
내가 2008년에 처음 이사 들어왔을 당시의 마을과 51% 다른 마을이 된 것이다.
당시 나는 완전한 외지것이었지만 지금은 3년 차 이하와는 겸상을 하지 않는다.











육칠십 분 정도 모이지 싶었는데 시작은 일단 대략 그 정도 인원으로 보였다.
문화원장님은 이곳 ‘큰산아래이야기’에 2008년 2월에 인터뷰 글이 있다.
<사냥꾼, 환경주의자 그리고 우두성> 라는 글이다.
이 날 나는 아마도 군수님을 세 번째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침부터 낮 동안의
이런저런 행사에 계속 요청이 있어 촬영을 했는데 그리 되었다. 그럼 나는 군수끕?
그래도 지리산닷컴 이장이 더 매력적인 직장 아닌가.
주인집 아저씨는 말 그대로 내가 살고 있는 주인집 어르신이다. 현재 상사마을 개발위원이다.
그러고 보니 이 마을에 잠을 잔 것이 5년이 되었다.
이창호 군의원은 이 날 막걸리를 마시지 않았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나와 갑장이다.
행평댁은 사실 마이크를 잡아야 한다. 흥이 오르면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다.
마을 입구 첫 한옥이다. 몇 년 전에 진동으로 되어 있는 핸드폰을 소리 모드로 전환시켜드렸는데
고맙다고 10만 원을 들고 오셔서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하셨지만.











5시 조금 넘어 국수가 나왔다. 젊었지만 공연 팀과 같이 먼저 젓가락을 들었다.
이때 먹지 못하면 나중에는 어차피 굶을 것이다. 닭 육수 기반으로 느껴졌다.
생각보다 쌀쌀했고 바람이 많이 불었기에 뜨거운 국물이 좋았다.











'페미니스트 가수 안혜경'은 이제 구례에 살고 있고 어쩌면 당분간 '지리산 가수'로 자리할 것이다.
그녀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 동안 마을에서 마을 꼭대기 집에 가수가 산다는 말이 흔했지만
그 가수의 실체를 본 적이 없었다.
재즈가수다, 민중가수다, 성악가다, 가수 아니다… 설들이 분분했지만 나 역시 ‘이 안혜경’이
‘그 안혜경’이란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6월의 ‘밀가리 난리통’ 때에 갑자기
스스로 등장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그 안혜경’이라는 각성이 왔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초라한 무대고 의아한 무대다.
그러나 나는 이 무대가 좋았다. 그녀는 마을에 자리한 지 3년 만에 마을 사람들 앞에
자신의 네 번째 음반을 들고 인사를 하는 것이다.
물론 마을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녀를 알지 못한다. 생소한 노래이거나 생소한 문화다.
공연 3일 전에 마을회의가 있어 불려나갔다. 이제 개발위원도 아닌데 왜 부르시나 하고
나갔더니 공연 관련한 회의였다. 마흡한 설명을 드렸다. 좋을 것입니다. 마을 분들도.
6시를 향해 시계 바늘이 움직이고 해는 이미 서산을 넘었다.

그녀의 남자가 등장하고 소개되었다. 러시아 문학을 가르치지만 이 날은 기타를 들었다.
자작의 ‘지리산’을 불렀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다른 부부들에게 결코 좋은 영향을
미칠 일이 아니었다. 다음에는 예고를 하세욧!











꿈이였구려 꿈이였구려
지나온 걸음 한걸음 마다
꿈이였구려

피어났구려 꽃피어 났구려
내딛는 걸음 한 걸음 마다
꽃피어 났구려











꽃잎 흩어지네 꽃잎 흩어지네
하늘에 흩어지는 수 많은 꽃들 꽃들

꽃잎비 내리네 꽃잎비 내리네
흩날려 흩어지네
꽃잎비 내리네











꿈깨어 가네 꿈깨어 가네
내리는 꽃잎비 맞으며
꿈깨어 가네

구름 떠가네 구름 떠가네
흐르는 강물따라
구름 떠가네











춤추며 가네 춤추며 가네
떠가는 꽃분홍 구름따라
춤추며 가네

저물어 가네 저물어 가네
한 마리 노랑나비 따라
저물어 가네

꿈이였구려 꿈이였구려
지나온 걸음 한걸음 마다
꿈이였구려.











안혜경의 네 번째 앨범 마지막 트랙의 곡이다.
‘꽃잎비’











이 공연으로 마을과의 늦은 인사를 가름했다.
안혜경 방식으로. 골치 아픈 마을이다.











마을의 아카펠라 그룹이 다음으로 등장했다.
결성된지 보름 정도 된다. ‘옹달샘’. 역시 귀촌자들이다.
마을 제빵 동아리 회원들이기도 하고 앞으로 카페 <단새미>를 운영할 중심적인 분들이다.
바람이 계속 불었고 관객들은 제법 빠져 나갔다.











그리고 <당촌밴드>의 공연 순서다.
원래 존재하는 팀이 아니라 이번 공연 때문에 모였다. 모이고 보니 당촌마을에 살고 있다.
현수막 작업 때문에 모모에게 전화를 했었다.

“밴드 이름이?”
“… 5분 안에 전화드릴께욘…”

바로 전화가 왔다.

“당촌밴드요.”











좌측부터 베이스 임세웅. 이 날 첨 봤다. 진중하다. 재즈를 전공했다고 한다.
이 친구 사연을 차츰 들어보고 싶다.
그 옆이 타악기를 맡은 읍내 밥집 ‘푸른물꼬기’ 하루.
그 옆이 읍내 ‘잼있는커피「티읕」’의 모모와 도자기 하는 흑무. 부부다.

일전 마을회의 하다가 전화를 했다. 마을에서는 전혀 이들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몸뻬 패션쇼 때에는 이들 중심의 밴드 공연에 대한 반응이 열광적이었지만 야악간
우려스러웠다. 군수, 의원, 몇몇 조합장들, 마을의 어르신들이 주요 관객인 무대에서
죽어도 ‘롹!’인 이들의 공연이니 그러했다.

“드럼 안가요. 어쿠스틱으로 해요. 그래도 약간 시끄럽긴 하지만…”











공연 전에 만난 모모에게,

“집에 맥주 있는데 주까?”
“아뇨. 들고 왔어요.”

시골 마을의 특성 상 어딘가 숨어서 공연 전에 맥주를 홀짝인 모양이다.
고소공포증 보다 무서운 무대 울렁증.











공연 시작보다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저기 옥상 올라가는 계단을 봐. 관객 보지 말고.”

공연 분위기가, 무대 주변이 산만할 때에 가수는 어떤 마음으로 공연을 해야 할까?
제 흥으로 놀아야 한다. 읍내것들아! 걍 놀아!











내가 이들의 공연을 본 것은 세 번인가?
처음은 너무 간략한 준비여서 넘어가고… 나는 이 날 공연이 제일 좋았다.
밀가리 축제 때 보다 이 밤의 공연이 더 좋았다.
팽팽한 긴장이 아닌 그냥 편하게 연주하고 부르는.











원래 자세가 저러하지만 하루는 고개를 숙이고 나는 잘 모르는 나무 판을 두들기면서
뭔 생각을 할까? 그냥 맡기는 것일까? 아니면 ‘푸른 물고기’의 다음 메뉴에 대해서 생각할까.











베이스는 ‘나는 지금 좋다’는 느낌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런 자리가 그리웠을 것이다. 연주를 한다는 단순한 사실.











요즘 간혹 생각한다.
이 친구들이 좀 더 마음대로 놀 수 있는 방법에 관해서.
또는 좀 더 안정적으로 놀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 모든 것이 안정적인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에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볼 수 있다면.
그런 공간을 중심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생산될 것이다.











흑무 사진이 없는 것은 가장 어두운 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유난하게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는 이미지를 주었을지도 모르는 밤이었다.
뒤에서 약하게 날아드는 조명과 바람으로 <당촌밴드> 사진은 단 한 장도
온전한 것이 없다. 계속 연사모드로 두고 붙박이로 찍다보니 열심히 찍는 찍사로 보였을 수도.











7시 조금 넘어서 공연은 끝이 났다. 혜경이 누나가 모모를 안아 주었다.
사실 이 공연은 그녀가 후배들과 같이 하자고 요청한 일이었다.
지금은 일단 서울에 있는 근당이가 그랬다. ‘이들이 있는 구례’가 좋습니다.
정리하고 읍내로 나가서 언제나처럼 <푸른물꼬기>에서 뒷풀이 자리를 가졌다.
그날 판매한 음반 수입을 모두 쏘겠다고 생각한 혜경이 누님은 미션을 실패했다.
하루네 밥집에서 10만 원 넘기기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대략 우리 모두를 위한 ‘womb’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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