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4일 오전 10시 구례군 토지초등학교.
입학식과 입원(유치원)식이 열리는 아침이다. 새로운 시작이다.
또는 2012년 이 무렵에 예정했던 나의 마지막 취재 날이기도 하다.
연곡분교는 본교인 토지초등학교에서 같이 입학식을 진행한다.
장소가 강당이라고 짐작하고 10분 늦게 학교로 들어갔는데 강당 문이 잠겨있다.
잠시 당황스러웠다. 주변에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았기에 ‘내가 잘 못 알았나?’ 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만약 입학식을 놓친다면 1년 동안의 취재에 마침표가 없는 꼴이다.
몸의 기억을 더듬어 별관으로 갔다. 이전에는 별관에서 모든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다행이다. 입학식은 별관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이번에 부활된 연곡분교 유치원 청강생으로 입원하는 다윤이가 엄마와 눈을 맞추고 있는 모양이다.
3세와 4세 두 명의 아이를 유치원 김 선생님은 흔쾌히 받아 주셨다. 그러나…
다윤아, 유치원 다니려면 기저귀는 이제 그만~











뜻밖에도 교장 선생님께서 신입생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는 순서가 있었다.
몇 년간 입학식을 촬영했지만 처음 보는 광경이다. 그것이 가능한 지금이 감사하다.
처음에는 집중하지 못하던 아이들도 몇 페이지 넘어가자 곧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헤아려보면 열두 명의 새 식구가 들어왔다. 그 중에 두 명이 연곡분교 신입생이다.
본교와 분교를 합해서 열아홉 명의 졸업생이 나갔다는 사실에 더하기 빼기를 해본다.
그래서 유치원의 존재 여부가 중요한 것이다. 유치원이 없다면 입학생을 가늠하기 힘들다.
물론 이 아이들이 원한다면 다닐 수 있는 중학교의 존재 여부도 이후 농촌 인구구성의
주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신입생들은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토지초등학교 곳곳의 시설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우리는?











연곡분교로 올라왔다.
2012년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유치원 아이들이다.
일단 현관을 들어서자 뛰기 시작한다. 복도에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2010년 벚꽃 필 무렵 이후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다.











모두가 분주하다. 분교는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입학식을 끝내고 찬서 아빠 트럭으로 본교의 유치원 물품을 싣고 왔다.
바닥도 새로 깔아야 하고 몇몇 집기들도 점검해야 하고 선생님 컴퓨터도 와야 하고…
당분간 유치원은 정비와 놀이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일단은 1층 도서관을 주로 이용할 것이다.
새로 부임하신 유치원 김 선생님이 대걸레를 잡았다. 처음 상견례를 하던 날 말씀하셨다.

“아주 오래 전의 설렘이 다시 생기는 것 같습니다.”

유치원 선생님 뒤로 새롭게 분교 식구가 된 세 아이의 아빠와 엄마.
찬서 아빠 트럭에서 짐을 옮기고 청소를 하신다.
한 시간 전 본교에서의 입학식에서 나를 본 어머니께서, “기억하시겠어요?”
사람의 인연이란 참 묘하기도 하지만 순식간이기도 하다.
인연. 결과의 과정이다.
설 전이었을 것이다. 월인정원의 빵 작업실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던 일요일 늦은 오후.
누군가 문 밖에서 이장을 찾는다. ‘이장’을 특정하고 노크를 하면 ‘지리산닷컴 이장’은
‘지리산닷컴 주민이겠지’ 라는 짐작을 하고 밖으로 나선다. 그런데 아니다.
그때까지 월인정원의 빵 작업실은 여전히 외벽에 ‘오미마을회관’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었고
어떤 젊은 부부는 마을회관 간판을 보고 들어서서 마을이장을 청한 것이다.
집을 구한다고 했다. 없다고 했다. 그리고 몇 마디 이야기를 더 해 주었다.

“혹시 아이들이?”
“세 명입니다.”
“오미동은 집이 힘들고요, 피아골 같은 데 빈 민박집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전화번호 하나 알려 드릴테니 시간 되시면 올라가 보세요.”

그리고 나는 그 부부를 잊고 있었다. ‘올 사람들이 아니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며칠 지나 저녁에 최관현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모르는 아이들의
전입에 관해 물어 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선생님+학부형+나) 학교설명회 등을 통해서
이미 확보된 ‘전입 가능한’ 학부모들의 거주지로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평택은 이번에 힘들겠는데요.’, ‘양산 팀은 이틀 후에 이사 온다고 합니다.’
뭐 이런 식이다. 그런데 최 선생님이 거론하는 아이들은 전혀 정보가 없는 집이다.
아! 그때 그 부부가?
그 부모님들이 지금 연곡분교에서 함께 짐을 옮기고 청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집은 어디로?”
“초롱민박으로.”
“거긴 유진이네가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방 한 칸을 얻었습니다. 급하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기에 불편을 감수하고 조금씩 양보한다.
연곡분교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다시 확인한다.

“올 사람은 온다.”











그리고 2013년 연곡분교의 모든 아이들이 같은 교실에 모였다.
분교11+유치원5+청강생2+선생님3+유치원샘1+주무관1=23명.
그리고 서류적인 처리는 미확정이지만 곧 유치원 보조1+급식실1, 그러면 25명.
스물다섯 명의 연곡분교 식구들이 같이 생활할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다.
교실은 나누어지지만 우리들은 거의 하루 종일 함께 뒹굴게 될 것이다.











원래 있던 다섯 명의 아이들이 열 명의 새 식구들(유치원 윤서가 이 날은 빠졌다)에게
인사를 받고 있다. 다인이와 아림이, 지강이는 불과 6개월 전에 이곳으로 왔지만
터줏대감 자세로 새 식구들을 맞이했다. 한 동안은 이 분위기가 어색할 것이다.
작년 2학기에도 그랬다. 그러나 곧 익숙해지고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보호할 것이다.











첫 밥을 나눈다.
본교에 ‘오늘은 정원 보다 많은 밥’을 요청했지만 많은 학부모들이 함께 일하고
이동한 날이다 보니 나는 주방에서 라면을 끓였다. 조만간 이 주방도 자체 급식을 위해
아궁이에 불을 넣을 것이다. 아궁이에 불이 들어와야 사람 사는 곳이다.











2012년 3월 입학식 끝나고 분교로 올라왔을 때 저 신발장은 쓸쓸했다.
선생님과 학생 모두해서 아홉 명이었다. 한 칸에 두 명씩 사용하면 스물네 명이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네 명. 당시 저 신발장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24라는 숫자는 영원히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숫자였다.
2013년 3월 현재 우리는 신발장이 부족하다.
이번 가을에는 저 신발장은 아이들만 사용하고 반대편으로 선생님들과 부모님들
그리고 내가 사용할 신발장을 하나 더 만들어야겠다.

다음 날 오전에 분교 학부모님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 이 글을 마지막으로 월간 '전라도닷컴‘ 연재는 끝이 날 것이다.
원래 나의 예정도 이 글까지 취재를 하는 것이었지만 아마도 찬서가
졸업하는 그 날까지 부정기적으로 이곳에서는 연곡분교 이야기를 기록할 것 같다.

*「연곡분교이야기」는 단순하고 불순하게도 순전히 ‘책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그것은 「맨땅에펀드」도 같은 출발이다. 이야기를 찾기 위해 시작한 일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한가지다. 원래 연곡분교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내어 놓는 시기를 금년 5월로 예정했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맨땅에 펀드를 한 권으로
묶어 내어 놓는 시기가 4월이나 5월이 될 것이니 연이어 출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래도 시기는 좀 조정될 것 같다.

* 아이들 일이라 그런 것인지 하지 못한 이야기가 유난히 많은 것이「연곡분교이야기」다.
보강해야 할 인터뷰들이 제법 있고 전개 방식도 사이트에서와는 전혀 다르게 구성할 듯하다.
내 스스로 다시 쓰는 마음으로 2009년부터의 이야기를 정리할 생각이다.
그 글들은 이곳에서 미리 보실 수는 없을 것이다. 책도 좀 팔아야겠기에. 이해를.

 

* 지난 1년간「연곡분교이야기」를 보아주시느라 마음이 간혹 불편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지금의 연곡분교를 가능하게 한 어른들의 본심이었을 것이다.
보아 주시니 힘을 얻는 것이고 소리가 멀리 퍼져 나가는 것이다. 하여,
다시 한 번 머리 숙입니다.

 

 

 

jirisan@jirisan.com

 

 

 

 

공지 지리산닷컴 사진사용에 관해 마을이장 2013.05.24 20351
225 생각 / 여덟 번째 겨울, 일곱 번째 김장 [78] 마을이장 2013.12.08 8684
224 그곳 / 赤·雪·量 - 공무원 K형 [35] 마을이장 2013.11.19 8095
223 마을 / 오미동 아침 숲에서 [27] 마을이장 2013.11.06 9054
222 마을 / 마을 또는 움womb [34] 마을이장 2013.10.28 8975
221 그곳 / 여덟 사람, 뱀사골을 걷다 [40] 마을이장 2013.10.23 8888
220 마을 / 가을아침 오미동 산책 [52] 마을이장 2013.10.16 10445
219 外道 / 목덜미 [81] 마을이장 2013.10.09 11381
218 마을 / 愛之重之 - 매우 사랑하고 소중히 여김 [47] 마을이장 2013.09.25 11615
217 생각 / 없는 것들. 또는 생각을 구하다 [37] 마을이장 2013.09.09 12314
216 생각 / 배추모종 앞에서 생각하다 [46] 마을이장 2013.09.03 12529
215 생각 / 안과 밖 [65] 마을이장 2013.08.24 13166
214 外道 / 보내다 [42] 마을이장 2013.07.07 16120
213 생각 / 내일에게 물어 볼 필요는 없다 [76] 마을이장 2013.06.22 15490
212 생각 / 빵긋 - 5월의 빵테이블 [79] 마을이장 2013.05.29 16102
211 外道 / 더 맛있고 더 올바르며 더 행복한 커피 - 커피 리브레 서필훈 [54] 마을이장 2013.05.12 22081
210 생각 / 완장 [58] 마을이장 2013.05.02 14107
209 생각 / 옴니버스 - 그녀에게 [18] 마을이장 2013.04.26 13682
208 생각 / 그들은 행복한가? - 윤하네를 보내며 [106] 마을이장 2013.04.23 14587
207 생각 / 봄, 어느 날. 둘 [63] 마을이장 2013.04.10 12138
Copyright© 2007. All Rights reserved www.jirisan.com 4dr@naver.com | 지리산닷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