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연곡분교 이야기 - 9+α

마을이장 2012.10.19 21:02 조회 수 : 8456







3주일 이상 연곡분교 이야기가 없었다는 것은 제법 문제다.
나는 거의 매일 연곡분교와 관련한 이야기 또는 생각, 사람들과 만나고 있기에
이곳에서 그 이야기가 뜸했는지 인식하지 못하기도 했다.
10월 19일 금요일 아침 학교로 올라갔다.
잎이 떨어지고 태풍의 상황은 뒤늦게 또렷하게 보였다.











연곡분교는 계속 움직이고 있다. 잠시 뜸한 사이에 교실에 변화가 있다.
1학년이 이제 3명이다. 안경을 잡수신 찬서의 모습은 이제 자리를 잡았다.
다인이가 오면서 첫 동급생 친구가 생겨 좋겠거니 생각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찬서의 봄날은 가고 경쟁의 시절로 돌입한 것이다. 이전에는 아무리 잘해도, 못해도
4학년에서 1등이었는데…











아림이가 전학 온 것이 어느 듯 한 달이 되어간다.
그 사이에 아림이네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얼마 전에 다시 집을 옮겼다.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결단과 속도를 겸비한 아림이 엄마는 역시 며칠 만에
그 어렵다는 ‘피아골에서 집구하기’ 미션을 두 번째 완수한 것이다.
새로 구한 집에 들어가기 위한 심각한 옵션의 하나는 한 달에 한 번 하동의 모모한
치킨을 집 주인 할머니에게 전해드려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1학년 남지강이 전학을 왔다.
지강이의 전학도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상황이었다.
현재 정확하게는 전학생이 아닌 청강생 신분이다. 중국에서 왔다. 조선족 가족의 이주였다.
아직 지강이 서류가 도착하지 않은 관계로 청강생이다.
지강이가 등교하고 이틀이 지나서 마침 오미동 지리산닷컴 카페를 방문한 교장 선생님께
약간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여쭈었다. 그렇게 학생을 받으셔도 되냐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말이 거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강이 외할머니가 매일 아침 같이 등교하신다.
이를테면 통역을 하시는 것이다. 그렇다. 현재 지강이, 아빠, 외할머니가 구례로 옮겨 왔다.
어머니도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강이가 분교로 오고 3일이 지나고 학교로 올라갔다.
벚나무 아래에 지강이 할머니가 앉아 계셨다.
지강이를 데리고 등교하고 수업이 끝나면 하교하는 일정이었다.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낯선 곳, 낯선 학교에서 외손자를 돌보는 일이 정신적으로 피곤하실 것이다.
한 시간 정도 지강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로서도 낯선 억양과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잠시 궁리를 필요로 했다. 표현방식이 많이 달랐다.
앞으로 이곳 생활에서 표현방식 문제로 간혹 서로 간에 오해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물가가 많이 비싸다는 말씀을 하셨다.
며칠 지나서 지강이 아빠를 만났다. 몇 가지 궁금한 일들을 물었다.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어떻게 이곳을 알게 되었냐는 것이었다.
방송을 보았단다. 연길의 조선족 학교는 학생 수가 너무 많아서 고민을 했는데
방송을 통해서 본 연곡분교 같은 학교가 지강이에게 적당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4월에 입국을 해서 안산에서 이미 일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방문취업(H2)비자를
소지하고 있었다. 오직 단 하나의 이유, 아이를 위해서.
이런저런 서류가 도착하면 주변에서 가능한 선에서 지원을 해야 할 상황이 생길 것 같다.
지강이네가 정착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마음적으로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지켜보는 마음이 그러한데 살아내는 사람들은 어떠하겠는가.











6학년 교실로 올라갔다.
네 녀석이 모니터를 보면서 영어 수업 중인 듯했다.
1층에 다섯, 2층에 넷. 우리는 이제 아홉이다.











그 동안 학교를 몇 차례 왔지만 촬영은 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나에게 필요한 것은 사진보다는 이야기와 구체적인 성과다.
기록만 하면 좋았겠지만 관련한 일을 해야 하니 이 역시 이제 추수기로 접어든 것이다.
복도에서 찬서의 글을 본다. 음흉한 녀석.











“글을 아주 조금 잘 쓴다.”

찬서의 본심은 물론 ‘아주’에 있을 것이고 ‘조금’은 의식의 결과일 것이다.
본심대로 살아가면 좋겠다.











배추밭이 좋아 보인다. 김 주무관님에게 물었다.

“김샘. 약 했죠?”
“한 번 했죠. 약 안하면 못해.”

아이들은 노작 시간에 계속 배추벌레를 찾을 것이고 벌레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태풍 설거지는 계속 되고 있고 의도하지 않은 땔감이 쌓여간다.
김미행 선생님에게 내가 참석하지 못한 회의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집.
스무 가구 정도가 전입희망서를 작성했다. 온라인이 아니라 직접 이곳에 와서.
세 가구가 전입했고 한 가구가 집 수리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단기적으로 연곡분교 문제를 풀어가는 최대 변수는 집이다.











집이 없다.
내동리와 내서리를 통털어서 수리 없이 바로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집은 없다. 당연히.
주로는 평도마을과 남산마을에서 결판을 봐야하는 전입희망자들에게 피아골 도로변에서
희망을 찾기란 쉽지 않거나 불가능하다. 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입생은 더 이상 없다.











지난여름부터 일곱 여덟 가구가 이곳을 샅샅이 뒤지다가 돌아갔거나 남았다.
길지만 좁은 이 계곡에는 이미 소문이 분분했을 것이고 민박집 사글세는 이미
많이 뛰어 올랐다. 희망하는 사람은 갈급하고 기존 주민들은 느긋하다.
집을 마련하거나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학구제를 폐지해야 한다.
두 가지 방법으로 향하는 흐릿한 길이 열렸다.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야 한다.
소문은 행정기관의 도장 인주가 마르기 전에 마을에 당도할 것이다.
2주일 싸움이다.











11월 17일 ~ 18일 연곡분교 2차 학교설명회를 개최한다.
자세한 프로그램은 나오지 않았지만 일정은 그리 정했다.
그때에는 집을 구하는 방법과 학구제 문제에 대한 결과를 알려드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2차 학교설명회에 제법 집중할 생각이다.
아이들의 학예회와 설명회, 일종의 귀농귀촌 컨퍼런스를 겸할 것이다.
하루 머물면서 대화하게 될 것이다.
당신과 아이가 다른 영화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면 한 번 참석해 보시라.
다음 연곡분교 소식을 전할 무렵이면 자세한 기획안과 프로그램을 알려 드릴 것이다.
우리는 9+α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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