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 목요일.
아이들이 모였다. 방학 시작하고 아이들을 처음 본다.
다음 날인 17일에 연곡분교에서 작은 행사가 있다. 분교 입장에서 아주 큰 행사이기도 하다.  
「작은학교 교육연대 여름워크샵 ‘마을 속 행복한 작은학교’」 쉽게 말해서 전국의 작은학교 십여 개가
조금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임을 꾸린 것이다. 이번 여름이 열다섯 번째 모임이다.
아이들은 이 행사의 오프닝에서 작은 공연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 연습을 위해 모인 것이다.











검색어 ‘연곡분교’로 항상 내가 모르는 소식을 접하려는 습관이 있기에
방학 중 연곡분교의 모습은 ‘오토캠핑 관련’한 몇몇 포스팅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방학 중인 연곡분교를 찾고 싶지는 않았다.
방학 중에 학교를 개방하는 방식에 대해서 좀 더 정교한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학교에서 마주 친 김 주무관님에게 물었다.

“쓰레기 많이 치우셨죠?”
“아이고… -,.-”

항상 연곡분교가 ‘학교’라는 사실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
연곡분교는 피아골에 위치한 관광지가 아니다. 어른들의 향수를 달래는 ‘추억의 그곳’도 아니다.
연곡분교는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학교다.











아이들은 자란다. 한 번의 방학이 지나면 이 무렵의 아이들은 눈을 비비게 만든다.
불과 3주일이 지나지 않았는데 유림이와 혁준이, 찬서는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그리고 여섯이 아닌 다섯이다.











은희는 일단 없다.
이제는 없다가 아닌 일단 없다.
내 마음은 그렇다.
당신이라면 단 한 명의 친구가 있는 교실로 당신의 아이를 보낼 수 있겠는가?
이것은 철저하게 선택과 결정의 문제다.











김미행 선생님이 찬이가 맡은 부분을 돌보고 있다.
손영미 선생님은? 김미행 선생님은 대외적으로 숨기고, 또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하하하… 나는 말할 수 있다. 방학을 시작하고 여행을 떠났다.
내일, 분교에서 나름 중요한 행사가 있는데 손영미 선생님은 스물일곱이고 여행을 떠났다.
그래서 나는 하하하다. 그런 사실이 즐거운 것이다.
나는 ‘그런 여행’이 손영미 선생님의 분교생활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하하하’의 이유는 우리 세대는 그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는 ‘당면한 싸움’에 ‘인생을 걸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세대였다.
싸움이 항상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너무 비장했다.

“오늘 밤 늦게 도착한다네요.”
“왜요? 내일 행사 때문에 일정을 앞 당겼다고요?”

손영미 선생님도 결국 돌아오는 모양이다.











작년에 전학 온 혁준이는 이전에 바이올린을 배운 바가 없으니 하은이와 유림이만
연주를 준비한다. 우연히 그렇게 세 남자 아이들만 딴 짓을 하고 세 여성은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올린은 조율도 되지 않았고 간만에 잡아 보는 현은 낯설다.
그러나 내일 현장에서 연주력은 중요한 평가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지금의 모습 자체가 가장 중요한 사실이다.











8월 17일 금요일 점심 무렵.
전라남도 교육감과의 점심 자리가 마련되었다. 마련하기 쉬운 자리는 아닐 것이다.
전라남도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과의 자리는 분명히 연곡분교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금년과 ‘연곡분교활성화지원단(이하, 지원단)’ 입장에서는 하나의 기회로 인식할 만한 자리다.
교육감은 이날 오후 토지초등학교에서의 「작은학교 교육연대 여름워크샵」개막을 알리는
강연을 예정하고 있었다. 이런 작은 행사, 작은학교 연대 같은 성격의 모임에 참석한다는 자체가
그의 교육관을 일정하게 반영하는 의사표현일 것이다.
이날 보다 앞 선 8월 13일 월요일에는 구례교육청을 지원단에서 방문했다.
그 날 역시 구례 교육장과의 면담이 있었다.
두 번의 만남 모두 의사를 전달하고 대화를 나누기에 부족한 시간은 아니었다.
모두 한 시간 이상 자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원단에서 중점적으로 관철시키고자 하는 이를테면 ‘요구사항’은 네 가지다.
요구사항 타이틀은 공식 문서, 설명은 내 방식으로.

1. 전입생 유치
- 자유학구제 도입
현재 학구제에 따르면 읍내에서건 같은 면 단위에서 연곡분교로 전학을 올 수 없다.
행정단위와 통학거리 제한이 있는 것이다. 왜 이 문제가 핵심적 이냐하면, 연곡분교 인근에서는
빈 집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학을 오고 싶어도 집이 있어야 전입신고를 하는데 제한된 범위 안에서
집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현재 열다섯 가구가 전입희망서를 제출한 상태다. 학구제를 해제하면
굳이 연곡분교 인근에서 집을 구하지 않아도 된다. 구례읍에 거주하면서 연곡분교로 통학을 해도
되는 것이다. 아니면 위장전입을 하는 방법이 있다.

- 통학차량 운영 지원
이것은 당연히 위 요구가 관철되었을 때 필요한 대목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아이 통학에
기름 값을 만 원 이상 지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 귀촌을 결정했다 하더라도 이런 경제적인
지출 요인을 장기적으로 감수하기는 힘든 노릇이다. 따라서 이 요구사항은 1번과 같은 몸이다.

2. 우수교사 확보
- 근무연한 4년으로 확대
현재 ‘지역교육청 인사관리 규정’에 분교장은 근무연한 3년으로 명기되어 있다.
토지초등학교 학교 부칙에는 2년으로 되어 있다. 연곡분교 근무는 ‘벽지근무 가산점’이 부여된다.
그래서 특정한 교사에게 가산점을 몰아 줄 수는 없는 일이기에 근무연한을 실질적으로 2년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분교 학무형과 아이들의 현실적인 가장 큰 불만은 ‘선생님들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길어봐야 2년만 있으면 선생님이 떠나갈 것이란 것을 안다. 심지어 기간제 선생님의 경우
6개월이나 1년을 머문다. 따라서 교사 자신도 장기적인 계획으로 교안이나 생각을 구현하기 힘들다.

3. 교육활동 지원
- 돌봄학교 운영비 지원
저학년의 경우 소수지만 이 문제는 참 대책이 없다.
- 방과 후 프로그램 운영비 지원
조건으로 보면 더욱 필요하지만 조건이 이런 지원을 힘들게 한다. 한 아이 당 3만 원 정도가 책정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5명이니까 15만 원. 뭔 관련한 강사를 초빙할 수 있겠는가.
- 자체급식 복원
본교에서 택시에 급식을 싣고 이곳에 풀어서 먹기까지 대략 삼사십 분 소요. 별 맛이 없다.
이 문제는 역시 전입생 증가가 답인가?

4. ‘지리산 무지개학교 센터’ 건립
무지개 학교, 이를테면 혁신학교 프로그램인데 생태, 명상, 힐링, 평화 등의 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분교 아이들 뿐만 아니라 본교와 외부 위탁 프로그램도 가능하다. 이 속으로 기숙형 숙소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숙형 숙소 문제는 집 문제 해결과 연관을 맺는데 아무래도 단독 주택이 아닌
기숙형이니 원룸 형식의 보호자 1인과 학생이 생활할 수 있는 구조를 염두에 둔다.
관건은 보호자와 함께다. 아니면 아이만 맡겨두고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혁신학교건 무지개학교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의 교사들이 이번 행사의 참가자들이다.
장만채 전남교육감이 기조 강연을 시작하고 있다. 여기까지 촬영하고 잠시 강연 내용을 듣다가 나는 퇴장했다.

관청이건 기관이건 여튼 그런 곳과 이야기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드물다. 하물며 나 같은 사람은
정서적으로나 살아 온 이력이 이런 일이 쉽지 않다. 특히 이번 일은 제도 개선과 예산을 필요조건으로 한다.
해 본 적이 없는 협상이다. 물론 주요한 인력은 준비하는 선생님들과 토지초 본교 학부형들이지만
그들 역시 나를 주요한 인력으로 바라보기는 한가지다.
무엇인가를 반대하고 뒤집어엎는 일은 몇 번 해봤지만 요구하고 협상하는 일은 전혀 다른 맥락이다.
개인적으로는 위의 요구 사항 중 자유학구제 도입과 통학차량 지원이 우선 사항이다.
맞물린 지점이 ‘지리산무지개학교센터’ 건립이다. 그런데 이것은 중심 내용에 따라서 교육청과 지자체가
함께 논의해야 하는 복잡함이 있다. 사실 이번 일 자체가 교육청과 지자체가 맞물린 일들이 많다.











늦은 6시 30분부터는 연곡분교에서 뒤풀이 형식의 문화제가 예정되어 있다.
저녁 밥 해 먹고 다시 연곡분교로 올라갔다.
오후 시작부터 조금씩 지연되었기에 7시가 가까워지도록 행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시간에 목을 매는 사람들은 없었다.
가을에 지리산닷컴 주관의 ‘작은음악회’를 기획한다면 역시 이 마당에서 행사를 개최할 것이란
생각을 하였기에 ‘나라면’ 무대를 계단 위가 아닌 마당으로 내렸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의자가 놓인 반송盤松 앞으로 낮은 무대를 마련하고 계단에서 마당까지 객석을 이어지게 만들 것이다.
날씨는 여전히 무더웠지만 그래도 해발 300m 이상은 올라 온 상태라 저녁 공기는 행사를 치르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구례 교육청을 방문했을 때에나 교육감과 면담을 하는 자리에서도 나는 별다른 성과 또는 결과를
기대하지 않았다. 원래 그런 자리는 이쪽의 의사를 전달하고 상대방은 듣고 ‘검토 후 답변’ 정도의
반응 아닌가. 이번에도 포괄적으로는 그러했다. 문제는 서로 간에 ‘간을 보는’ 것인데…
역시 이렇게 풀릴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지원단 입장에서는 상황이 급하다.
이번 가을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면 2013년은 3명의 아이들로 학기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은 작은학교를 살리고 어쩌구를 떠나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











열다섯 가구가 전입확인서를 작성한 상태다. 모두 구례 밖의 사람들이다.
그 모든 전입확인서가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어도, 그 중 다섯 가구 정도라도 하반기에 이곳에서
집을 구할 수 있다면 연곡분교의 상시적 위기감은 상당 기간 사라질 것이다.
나아가 그런 조건을 기반으로 서른 명 정도가 적정 규모로 보이는 작은학교를 5년 내에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관과의 대화에서 내가 갑갑한 것은 이런 대목이다.
성과가 있다면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과 성과를 위해 지금 지원해 달라는 요구가 대립하는 것이다.
제도 문제는 연곡분교 문제만 해결하기 위해서 전체와의 형평성을 깨뜨리기 힘들다는 입장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타당성 있는 말이다. 그래서 부분적 학구 허용 정도를 요구하는 것이다.
구례 전역이 아닌 토지면 안에서라도 이동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그래봤자 분교와 본교 두 개 아닌가.











모두 외지 사람들이 전입확인서를 작성한 것에 대해 별 다른 감흥은 없는 듯 했다.
구례 또는 인근 소도시에서의 전입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인 듯하다.
귀농귀촌의 주요한 희망자가 주로 대도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구례와 인근 순천이나 여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서울로 인생의 방향을 잡는 것이 오래된
대세라는 것은 너무 뻔 한 노릇인데.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학생과 부모가 원하면 유지시킨다는 입장. 그것은 지원단이 원하는 ‘보장’이 아니다.
단 한 명의 학생과 선생님이 있는 학교는 행복하지 않다. 소설이나 영화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순 유지?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라크 파병도 아니고.











7시 조금 지나서 행사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이제 어쩌면 무대에 선 배우다.
아주 간혹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속이 시린 경우가 있다.
어쩌다보니 특별한 학교의 특별한 아이들이 되어 버린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아이들의 결정은 없었다.
아이들의 부모들과 그 가족들이 살아 온 이력의 지문이 바로 지금 이 아이들 모습이다.











토지초등학교 선생님들과 구례의 몇몇 선생님들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연곡분교 살리기 움직임에
나는 우연히 결합하게 되었다. 또는 필연이거나.
2011년에 나는 포기했었고 2012년에 나는 다시 시작했다. 그 시작이 창대하거나 멋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단지 글을 쓰는데 입장을 가지지 않고는 힘들었다는 것이 출발선이다.
입장을 정하자 정기적인 방문과 기록이 가능했다. 이 일은 선과 악의 문제이거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입장과 견해의 문제다. 이 일의 본질은 ‘이렇게 한 번 가 봅시다’는 제안이다.
물론 그 제안을 관철시키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더 깊숙한 곳에는 그런 입장이나 견해를 도출할 수 있었던 '나의 근본‘이 있을 것이다.
같은 영화. 같은 방식. 다수의 의견. 합리적 판단.
이런 용어의 나열과 흐름에 대한 반대가 나를 이루는 생각의 DNA일 것이다.
그것은 논리와 이성의 문제를 벗어 난, 여러분들이 보기에 내가 어떤 입장을 가지는 것이 적합하겠는가?
감성적이란다. 몇 차례 들었다. 그렇다고 대답한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이 문제에 있어서 나는 명백하게 감성적이다.











감성적이면 무엇이 문젠가?
감성과 정서가 이성과 논리보다 앞서서 개인의 결정을 이끌면 큰 문제가 있는가?
그런 사람들이 다수가 되면 세상은 곧바로 무질서해질까.











연곡분교 문제에 대한 각 부문의 결정권을 가진 분들이 계시다.
학구제 문제는 구례교육청 교육장님이 결정권을 가진다.
선생님들의 연곡분교 근무 연수에 대한 결정권은 토지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가진다.
큰 예산 지원과 학구제, 벽지근무 가산점 폐지 또는 초빙교사 제도를 활용한 장기 근무 결정은
전남 교육감님이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이 모든 지원의 배후에 지자체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의회와 군청.
즉, 구례구 의회 의원님들과 군수님. 전부 ‘님’자 붙였다.
형평성, 관행, 조율, (특히!)현실성… 이런 것을 고려해서 판단하고 결정한다면
연곡분교에 관한 지원은 아마도 힘들 것이다.











통상 좌뇌가 발달한 사람들이 이런 사회적 시스템의 결정권을 가지는 자리까지 오른다.
통상 우뇌 중심의 사람들은 이런 세상에 대해 불만을 가진다.
통상 좌뇌가 발달한 사람들 입장에서 우뇌아를 보면, “철없는 사람들”이다.
통상 우뇌가 발달한 사람들 입장에서 좌뇌아를 보면, “상상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연곡분교 문제를 풀어 나가는 핵심 키워드는 ‘우뇌의 활성화’다.
그래서,

“그렇습니다. 감성적입니다. 큰 문제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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