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6일 목요일.
연곡분교 전입학생을 위한 학교설명회가 열리는 날이다.
이 행사에 대한 준비로 일주일 정도 바쁜 시간을 보냈다.
열여섯 페이지의 학교설명 인쇄물과 현수막, <연곡분교활성화지원단>의 사이트,
당일 프레젠테이션 파일 준비 등이 나의 몫이었다.
그 모든 준비를 끝내고 목요일 오후 3시에 연곡분교로 올라갔다.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선생님들과 먼저 리허설을 할 필요가 있어 행사 세 시간 전에 모이기로 했다.
이 행사와 앞으로도 메인 이미지로 사용할 예정인 은희와 찬서가 그린 그림과 글씨를 기반으로 디자인한
현수막을 내 건 것은 이틀 전이었다.
행사란 것이 항상 가시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홍보물이다.
홍보물이란 것은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막바지로 독촉하는 역할이 첫 번째 기능이다.
이제 시작하는 것이다.











몇 가구가 참석할까? 숨길 수 없이 이 대목이 가장 관심사다.
SBS스페셜 방송이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일요일 늦은 시간대의 다큐멘터리지만
이 프로그램을 섭외할 때의 필요조건은 딱 하나였다. 전국방송.
하나의 서정적인 다큐멘터리를 보고 ‘그 학교에 우리 아이를 보내볼까?’ 라는 자극이나 생각을 할 수 있는
대상은 내 생각으로는 구례 관내 또는 전남 권에서는 확률이 낮다고 판단했다.
방송이 나간 이후 확인한 사실이지만 경남과 충북은 자체 지역방송을 했다.
그때 기다리다가 헛발질을 하신 분들에게는 SBS를 대신해서 사과할 필요는 없지만 여하튼 송구스러웠다.
사실 근본적으로는 지역 자체 방송이 활성화되는 것이 옳다.
연곡분교 문제도 이른바 ‘중앙’이 ‘유일한 잣대’로 가위질을 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일이니까.
오후 6시에 정확하게 시작한 행사에 ‘목적에 부합하는’ 참가자는 세 가구였다.
적다. 실망했는가? 나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그 정도를 예상했다. 무엇보다 방송을 보고 우발적으로
참여하는 상황 자체도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방송의 목적은 좀 우습게 들리겠지만 ‘구례군’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방송 이후 스무 가구 정도의 전화가 있었다. 그리고 전혀 연관 없는 사이코패스적인 전화들도 몇 통 있었다.
매체에 노출되면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행사 현장 참여 세 가구 사전 방문 몇 가구까지 해서 이날의
목적인 ‘전입학 희망서’를 제출한 가구 수는 여섯 가구다. 그러니까 조건(거의 집 문제)이 충족되면
전학 오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이런 희망서를 모집해서 교육청에 제출하는 것이다.
‘우리 내년에 뭐 좀 있다. 문 닫을 생각하지 마라’는 의사와 증거를 제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군청이나 의회에 ‘이런 의사들이 있는데 집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달라!’라는 소리를
하기 위한 것이다.
정확하게 여섯 시에 행사를 시작했다. 실내가 아주 더웠다.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았다.
몇 년 만에 처음 가동했기 때문에 가동이 안 되는 사실 조차 몰랐다.











김미행 선생님의 진행으로 행사는 시작되었다.
참석자들의 각자 인사와 토지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고 바로 선생님들이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었다. 연곡분교 두 분 선생님은 연곡분교에서의 지난 수업과 앞으로의
계획과 소감을 발표했다. 모두 준비를 잘 하셨다. 사전에 ‘솔직함’을 주문했었다.
가장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은 진솔한 내용을 담을 때였다.
힘들면 힘들다, 즐거우면 즐겁다 있는 그대로.











그리고 본교에서 두 분 선생님과 지원단에서 두 사람이 발표를 했다.
장기적인 플랜과 실행 방안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세한 내용은 조만간 지원단 사이트(www.antschool.net)에서
PDF파일로 보실 수 있을 것이다. 핵심적인 내용은 두 가지다. 계획하는 일들을 실행하기 위한
하반기 예산과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이런 일련의 진행을 지켜보고 때가 되었을 때 전입학을 결행할 수
있는 ‘꿈’을 계속 유지하는 일이다.
예정한 시간인 늦은 일곱 시 삼십 분을 조금 넘겨서 식사 자리로 이동했다. 사람이 사는 피아골 가장 위에
자리한 ‘산 아래 첫 집’에 백숙이 준비되어 있었다. 많이 피곤했다. 행사가 끝이 났기 때문에 긴장이 풀린
것은 전혀 아니고… 무더운 실내에서 나는 빔프로젝터를 오퍼레이팅 해야 했기에 기계의 후면에서 나오는
열기를 얼굴로 받아야 했다. 정말 더웠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두 가구는 구례에 머물렀고 한 가족은 김해로 출발했다. 뒤풀이 자리에서도 주문은 역시 ‘집 문제’였다.
사실 집 문제를 해결하면 9월이라도 다섯 가구 정도는 전학을 올 것이다. <연곡분교활성화지원단>은
당분간 특별한 활동은 없을 것이고 ‘자유학구제’ 문제와 하반기 예산을 따 내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고민할 것이다. 가급이면 나긋하게 성취할 생각이다.
그리고 10월에 두 번째 전입학설명회를 개최할 것이다. 사실 그때가 사활을 건 승부의 날이다.
그때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가지고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고 보다 더 공격적인 세일즈를 해야 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내 역할은 그때까지라고 스스로 한정하고 있다.











다음 날. 7월 27일. 여름방학식을 하는 날이다.
갑작스럽게 시작한 연곡일병 구하기 전투의 1막이 대략 끝이 났지만 막상 내 일은 지지부진하다.
내 일이란 바로 단행본 ‘연곡분교이야기’를 위한 취재인데 그렇게 시작한 일이 ‘살리기’로 전환되면서
1학기 마지막 날인데 아이들과 선생님들에 대한 변변한 인터뷰도 진행되지 못했다.
방송 팀에 자리를 양보하면서 내 자리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특별한 이벤트 없는 방학식이지만
한 학기를 마감하는 이 날은 참석해야 했다.











방학 동안의 생활과 소집 일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찬 / 지참이 뭐예요?
손 샘 / 뭐 가지고 오는 거.
다른 이갸기 계속.
찬 / 그럼 더 유명해지는 거예요? 그럼 돈 많이 벌겠다.
손 샘 / 왜? 찬이는 더 유명해지고 싶어?
- 아뇨
- 그럼 싫어?
- 몰라요.
- 돈을 벌기 위해서 유명해지는 건 위험한 일이예요.
손 / 8월 13, 14, 16일에 등교한다고 옆에 적어 주세요.
찬서 / 방학 때 학교 오는 거 젤 싫어하는데.
다른 이야기 계속.
찬서 / 근데요오. 과정 때 선생님 만들어 주시는 이미지 직접 만드는거예요?
손 / 아니. 왜?
찬서 / 아 네… 계절에 안 맞는 것 같아서요.
손 / @,.@
나 / (방백)역시 강적이다.











어쩌면 은희를 보기 위해 올라왔다.
은희는 2학기부터 분교에 없다. 본교로 전학을 신청했다.
현재로서는 여섯 아이가 아닌 다섯 아이가 되는 것이다.
주절거리는 나와 비교할 수 없는 마음이 담임인 손영미 선생님일 것이다.











1·4학년 통합 교실에서 실내화가 하나 없어지면 많이 허전할 것이다.
1학년 찬, 4학년 찬서 형제만 이 교실에 남게 될 것이다.
2학기 이 교실 문을 처음 들어서는 상상을 자꾸 하게 된다.
이 교실은 든 자리와 난 자리의 차이가 확연한 공간이다.











2층 6학년 교실을 잠시 보았다가 밖으로 나왔다.
방학 동안에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생각해 보았다.
8월 17일에 <작은학교대회>가 이곳에서 열릴 것이니 그 언저리로 몇 번은 볼 것이다.
그러나 역시 아이들의 집으로 침투하는 것이 최선이다. 쉽지 않다. 모두 닫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내가 아이들의 가족들에게 어떤 구라를 풀면서 설득해야 할까.
책을 읽지 않는 내가 책을 팔아야 하는 것만큼 아이러니한 일이긴 하다.











연곡분교를 드나들면서 아무래도 선생님들과 가까워진다.
초면이라도 강한 톤의 말 날리기를 좋아하는 내가 요즘은 두 여 선생님들을 닦달하는 경우가 잣다.
내가 볼 땐 두 선생님이 모두 범생 과에 속한다. 하긴 특히나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경우 대부분
그런 성향이 많은 듯하다. 두 선생님에게 내가 요구하는 불량 끼를 발휘하라는 힘든 요구다.
망가지라는 이야기다.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고 학부모들 앞에서 항상 반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한 선생님들에게 힘든 요구다.
김미행 선생님은 금년을 끝으로 분교를 떠나게 될 것이다. 분교는 2년까지만 근무할 수 있다.
내년에는 토지본교에서 다른 선생님이 올라오실 것이다. 그 장면이 아주 중요하다.











일종의 방학식을 끝내고 물놀이를 나가기로 했다.
6학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1학년들은 교무실에서 논다.
일반적인 학교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연곡분교에서 교무실은 아이들에게 성역이 아니다.
은희가 지난밤의 녹화장비를 만지작거리는 찬이를 앞에 두고 한 마디 한다.

“찬이 너 많이 컸다.”











모두 밖으로 나왔다.
이제 물놀이를 한 바탕 하고 여름방학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나오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은희 어머니의 트럭이 들어오고 은희는 달려 나갔다.
은희야 또 보자.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어.
한 명은 떠나고 다섯은 남았다.











6-1=5











“찬서는 본교에 통합 수업 내려가면 어떤 것 같아요?”
“시끄러워요.”

무얼까?가 아침에 스크린 가지러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온 모양이다.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하나씩 입에 물고 계곡으로 내려간다.











6학년들은 모두 계곡으로 내려가고 찬서와 찬이는 텃밭을 어슬렁거린다.











찬이는 손 선생님에게 아까의 인터뷰를 다시 하자고 한다.
호박꽃 앞에서 하는 것이 좋단다.











2012년의 찬서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방송에서도 손 선생님이 설명했지만 그 동안 통합교실에서 항상 막내였는데 금년에는 왕이다.
내재해 있던 활달함이 발현되었고 적극적인 이미지로 돌변했다.
방송에서 찬서의 그 유명했던 멘트.

“이게 우리 닭이에요. 싱싱해 보이죠?”











방학이다.
한 동안 이곳에서 아이들 이야기도 좀 뜸할 것이다.
어쩌면 연관된 이야기들로 여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 모든 것은 나의 부지런함 정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간혹 든다.
정말 분교에서 찬서의 6학년까지를 촬영할 수 있을까.
분교의 존폐를 둔 소회가 아니라 처음 찬서를 만났을 때,
앵글에 담으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던 말이 불과 2년 남았기 때문이다.











11시 무렵에 분교를 내려오고 뒤이어서 카페로 분교와 본교의 선생님들이 모였다.
노래연습을 한다.

“우린 알고 있네.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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