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1일 목요일.
본교에서 6학년들이 분교로 올라와서 체육활동과 다른 놀이 활동을 같이 한다.
수요일 저녁에 김 선생님과 통화를 하는데 그렇게 말씀을 하신다. 원래는 금요일이었는데 이번 주는
목요일로 변경한 모양이다. 통합수업을 한 번 보고 싶었기에 다른 일을 미루고 분교로 올라갔다.
10시 30분경에 올 것이란 아이들은 올라오지 않았고 먼저 도착해 있는 SBS 촬영팀과 잠시 인사를 나누었다
임PD가 다른 일로 자리를 비우고 이전에 본 적이 있는 김PD가 이후 작업을 넘겨받았다. 곡성 출신이다.
말수가 적고 조용히 작업을 진행하는 스타일로 기억한다.
11시가 되어서 토지 본교에서 아이들이 최관현 선생님의 인솔로 올라왔다. 사실 분교로 올라와서 6학년만
통합수업을 일주일에 한 번 시도하는 것은 최 선생님의 안이다. 분교 아이들만 내려오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판단과 본교 아이들도 분교 수업에서 다른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의 혼합형일 것이다.
헤아려 보진 않았는데 열두 명 정도 올라 온 모양이다. 갑자기 운동장이 소란하고 아이들이 있는 학교 같은
분위기가 난다. 겨우 열다섯 명만 모여도 학교가 학교다운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미니 올림픽이라고 그랬나? 여러 가지 체육활동을 순차적으로 이어나갔다. 최&김 선생님. 부부다.
내가 살고 있는 상사마을에 잠자리를 두고 있고 같이 토지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이 두 분은 분교에 대한 입장을 비교적 명확히 가지고 있는 케이스다. 자청해서 10년이라도 분교에
근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분교로 발령을 받으면 2년 후에 다시 본교로 돌아가거나 관내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작은학교는 살리고 키우는 것이 옳다는 이들 부부교사의 입장이다. 2011년 초에는, 분교 유치부 폐지를
막기 위해서 자신들의 아이들을 이곳으로 보내려고 했지만 시기를 놓친 다음이었다.
그 대목이 결정적인 분기점이자 지금의 위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변곡점이었다.











나는 하은이를 보고 있었다.
하은이는 본교로 내려가서 수업을 나는 화요일을 그렇게 기다리는 편은 아니다.
6학년이 되도록 소수만 수업을 하는 것이 익숙한데 본교로 내려가면 뭔가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좀 겉돌기도 한다.

김 선생님 / 토지 내려가면 열등감이나 위축같은 것이 있었어요. 요즘은 어떤 것 같습니까?
찬서네 / 하은·찬서는 처음에 토지 내려갈 때 불만이 많았어요. 애들이 가서 관계가 제대로 안되니까.
처음에는 많이 짜증내고 그랬어요. 아빠 성격을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지만…
유림이나 혁준이는 잘 섞이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첨 보다 많이 밝아졌다고 봅니다.
주장도 많이 늘었습니다. 사실 하은이가 집에서는 지 주장이 확실하고 엄마아빠한테 한 마디도 지지 않아요.
김 / 그 동안은 감춰졌던 것 같습니다. 올해 제가 만나 본 하은이는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였어요.
하은이는 위축이 아니라 아이들과 코드가 맞지 않는 경우지요.











혁준이가 달린다. 2011년에 이곳으로 전학을 왔다.
처음 분교 교문을 들어섰을 때 이전에 다니던 학교와 비교해서 어떤 느낌이었을까.
오늘은 릴레이가 가능한 하루다. 그러나 여전히 배경의 여백은 충분하다.
정말 이 공간이 사람이 없다는, 학생이 없다는 이유로 사라지는 것이 이른바 합리적인 결정일까.
작년 하반기인지 금년 봄인지 교과부는 한 학급 당 20명 이하인 학교는 통폐합을 원칙으로 정했다.
한 학급에 스무 명. 그 논리대로라면 군 단위 지자체에서 학교는 오로지 읍내에만 있을 수 있다.
지금 릴레이가 가능한 토지본교와 분교 6학년 통합수업에서 스무 명을 채우지 못한다.
그러면 토지면 본교조차 읍내로 통폐합되어야 한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예산을 절감하고 보다 나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need.
관건은 그것이다. 이곳에서 이렇게 글을 올리고 어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으로 전학생은 채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한 가족이, 두 가족이, 세 가족이 구례로, 이곳 내동리 인근으로 귀촌을 결정한다고 해도 그것은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는 해결책이다. 희생적인 독립군을 모집하는 것으로는 일회성 이상의 의미가 없다.
그 아이들이 떠나고 나면 계속 독립군은 조달되어야 할 것이니까. 그렇다고 지리산닷컴의 절대적인
연령층인 사십대들이 모두 늦둥이를 낳고 하방투쟁을 할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서른 명 정도의 전교생이면 아주 적절하다는 생각을 했다. 학년 당 다섯 명의 아이들.
그러면 최소한 세 분의 선생님이 계실 것이고 다시 자체 급식이 이루어질 것이니 영양사 선생님이 올라올
것이고 유치부가 부활되면 선생님과 보조교사, 방과 후 수업에 대한 두 세 종목의 선생님들이 더 드나들 것이다.
그러면 점심시간에 마흔 명 정도의 사람들이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을 것이고 왁자한 소리가 들릴 것이다.
전성기의 연곡분교는 300명까지 다녔다고 한다. 호소가 아닌 need를 이끌어 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유림이는 본교에 내려가서 수업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미 사춘기가 시작되었고 유림이에게 분교는 너무 따분한 곳이다.
본교 6학년 친구들이 올라 온 이 날. 유림이는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쳤고 열심히 뛰어 다녔다.
이런 환경은 어차피 유림이가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처지에 대해서, 환경에 대해서 불만을 키워갈
수밖에 없는 시절을 관통하고 있다. 유림이가 유치부를 다닐 적에 언니오빠들이 스무 명 정도 있었고
선생님은 세 분이었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분교를 빠져나왔다. 어차피 나의 점심은 없을 것이고 인근으로 나가봤자 농번기라
어느 가게에서 라면 정도가 가능할까. 그리고 어차피 오후에 다시 올라와야 할 일이 있다.
분교에서 내려가는 긴 계곡 길 운전에서 나는 항상 생각이 많아진다.











이런저런 통화들이 있었다. 방영일자에 대해서 세 가지 의견이 존재한다.
방송국, 제작사, 미약하지만 나의 입장. 나는 10월 중순을 원한다. 분교 작은음악회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시기를 9월 말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도 회의 끝에 학예회가 아닌 작은음악회 형식을
결정했고 스스로들 공연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제안한 일을 받아 들였으니 내 입장에서는 사고를 칠 수밖에 없는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편집자의 전화를 오래간만에 받았다. 출산휴가가 끝이 난 모양이다. ‘선생님 분교 이야기 너무 어두워요.’
그래… 나도 중심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기록자인지 활동가인지 구분을 못하고 있다.
폐교를 막고 싶다면, 어느 정도의 울림이라도 발생시키려면 나 역시 2013년 봄이 아닌 금년 가을에
연곡분교 이야기를 출간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분교를 중심에 둔 이런저런 생각과 판단이 많은 날이다.
4시가 될 무렵에 분교로 다시 올라갔다. 학부모간담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양해를 구하고 참관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은 방송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그에 편승해서
학부모들과의 접촉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다. 그래봤자 오늘 가능한 가구는 두 가구다.
1학년 은희네와 무려 세 명을 보내고 있는 찬, 찬서, 하은이네 집.











손 선생님 / 바쁘시죠. 오늘 은희가 처음으로 바이올린을 했어요.
은희 맘 / 아, 바이올린을요?
김 선생님 / 은희가 선뜻 바이올린을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방과 후 피아노 하잖아요.
가을에 콘서트 같은 것에서 유림이, 하은이, 찬서가 연주하겠다고 하니까 은희가 저도 하고 싶어요
그러는 거예요. 그런데 강사를 구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찬서가 은희를 가르쳐 주겠다고 자청했어요.
손 / 저도 들었어요. 도레미파솔라시도 이것만 처음으로. 찬서가 은희를 칭찬했어요. 아버님 차 한 잔 드릴까요?
찬서 아빠 / 아뇨 됐습니다.
김 / 아이들이 행동이 빠르더라구요. 쉬는 시간에 바이올린을 찾아가지고 은희 몸에 맞는 것을 정했어요.
찬이는 첨에 기타를… 하하하, 오늘 마음이 바뀌었어요. 오후에 은희랑 연습을 하더라구요.
지원을 해 줄 분을 찾아봐야겠어요. 레슨이 아닌 같이 해 줄 수 있는 분을 찾는 게 급할 것 같습니다.
손 / 재밋어해요. 찬서가 가르치는 것을 힘들어도 하고 좋아하기도 해요. 자기네들끼리 점심시간에 하더라구요.
김 / 아버님은 올해에는 처음 뵙는 것 같습니다.
찬서네 / 오늘은 더위를 먹었는지 (집 사람이)가기 싫어하더라구요.
김 / 카메라 때문이 아닐까요.
찬서네 /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손 / 아이들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집에서 잘 이야기하나요.
찬서네 / 잘 안 해요.
손 / 은희는 제가 이야기를 많이 들어줘야는데 집에서는 어때요?
은희네 / 은희는 안 해요.
찬서네 / 찬이 같은 경우는 말이 많죠. 제가 가능하면 많이 놀아주려고 애를 쓰는데 어려워요.
손 / 찬서 일기를 보면 아버님하고 같이 하는 활동들이 많더라구요.











간담회는 서먹한 분위기에서 계속되었다. 그럴 수밖에.
촬영팀 카메라가 돌아가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빡빡이가 뭔가를 메모하고 있고. 오지 않을 수 없는 자리고.
김 선생님은 원래 간담회 목적에 충실하게 그 동안의 수업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차분하게 설명해 나갔다.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빨리 통폐합 문제 또는 조만간
꾸릴 계획인 작은학교를 위한 위원회에 학무모들이 참여하는 문제로 진입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따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대목 김 선생님 말씀에서 화들짝 정신이 깨어났다.

김 / 종국에 우리가 하려는 일은,
아직은 연곡분교는 있는 것이니까 저희 교육활동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시간 이상의 간담회 끝 무렵에 나도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나 / 찬서 아버님은 왜 아이들을 분교로 보내셨어요?

직구를 즐기는 타입이라 바로 본론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항상 지적 받는데 고쳐지질 않는다.
고칠 생각이 없으니까.

나 / 만약에 내년에 분교가 없어지면 아이들은 토지로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찬서네 / 하은이는 중학교를 구례여중으로 잡고 있는데… 어차피 버스 타는 거 구례로 바로 가고
큰놈도 구례로 보냈고. 애들도 많은데 가서 공부를 뭐 열심히 하고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고요…
아쉬운 점이… 찬서가 지금까지 혼자니까(1학년 때부터)… 현실적으로 학생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힘들다고 봅니다. 일단 폐교가 된다면 가는대로 가야죠. 구례에서 남아 날 학교가 있겠습니까.











손 / 구례 관내에서 분교는 우리 하나입니다. 시급한 문제로 와 닿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분교 문제를 논의해 보려고 합니다. 6월 14일에 분교에서 첫 모임을
하려는데요, 도의원님이나 군의원님도 필요하다면 모시구요. 학부모님들도 가능하시면 함께 이야기를
했으면 합니다.
찬서네 / 저는 그런 모임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없는데… 산골학교 폐교시키면서
오류가 있었잖아요. 그런 일이 없었다면 진작에 힘으로 밀어붙여서 폐교되었을 겁니다.
김 / 오류라는게?
찬서네 / 농평, 문수, 송정분교 폐교하면서 조건으로 학생들 앞으로 지원금 같은 것을 약속했었지요.

이런저런 과거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지금은 확인하기 힘든 이야기들.

나 / 은희 어머님은 왜 본교로 은희를 입학시키지 않으셨어요?
은희네 / 가까우니까요.
나 /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은희네 / 본교로 가야죠. 아무래도 친구들이 많은 곳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 / 찬서 아버님, 혹시 분교 졸업생이세요?
찬서네 / 19횐가…
나 / 그때는 학생들이 몇 명 정도였습니까?
찬서네 / 이삼백 명 정도 되었을 겁니다.
나 / 저는 아버님이나 은희 어머님이 그 날 나오셔서 어떤 의견이라도 말씀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같은 외지 것들이 감상에 떠드는 소리가 뭔 힘이 있겠습니까. 도의원이건 군의원이건 그 사람들 앞에서
하시고 싶은 말씀, 요구하고 싶은 것을 말씀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거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억지를 부리는 것은 아니구요.
그러나 너무 지례 안 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여기가 우리의 출발점이다. 객관적으로 많이 늦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최대 8개월 정도일 것이다.
나는 희망적인 장면을 보았다. 아빠엄마들이 솔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화가 가능하다.











다음 날. 서울과 하동에서 손님들이 사무실로 왔다. 모두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윤하는 봄부터 지금까지 아토피로 고생 중이다. 하동 후배들의 아이도 아토피를 앓고 있다.
박 과장은 사실 지금 카페&게스트하우스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다.
윤하네의 모든 신경은 윤하에게로 집중되어 있다.

<6일 금산군에 따르면 군북면 상곡리 상곡초등학교가 지난해 말 금산보건소로부터 ‘아토피 안심학교’로
지정된 이후 현재까지 11명의 전학생을 받았다. 특히 최근 수도권과 대전 등에서 자녀의 아토피 치료를
위해 이 마을로 이주 의사를 밝힌 가구도 50가구(학생수 70명)에 이른다고 금산군은 설명했다.
/ 금산-연합뉴스 2010. 12. 6>

need가 존재하면 승산이 있는 것이다. 윤하를 보면서, 아토피 때문에 원하는 곳에서 치료할 수 없는
취학아동을 둔 집이 부지기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는 마을 가까운 곳의 초등학교에는 교내에
여섯 가구의 집을 지었다. 전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며칠 전에 분교 선생님들에게 물었다.
혹시 교내에 건축물이 가능할까요?
아토피로 화두가 다가왔을 때 검색해보니 이미 몇몇 지자체에서 진행 중인 아이템이다.

호소가 아닌 ‘필요’에 의해 이런저런 파편을 조합해서 연곡분교를 ‘힐링캠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루 중 제법 여러 번 전체 구상과 설계도가 머릿속을 날아다녔다. 한 가지 변수만 제외하면 ‘되는 일’이라는
느낌이 진하게 왔다. 기존 분교의 학부모님들과 마을의 입장이 변수다. 그것을 제외하면 모든 흥행 요건을
갖춘 안이다. 지자체와 교육청은 명분과 실리를 챙길 수 있고 매체들을 동원하기도 쉬운 스토리텔링 요소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연곡분교는 힐링캠프로서 최적의 조건을 가진 학교다.
그러면 늦어도 10월까지다. 2013년 예산안을 확정하기 전에 로비스트가 되어야 한다.
나. 마음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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