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연곡분교 - 그런데요오~

마을이장 2012.04.17 00:23 조회 수 : 7685


 

 

 

 

 




4월 16일 월요일 아침.
눈 뜨자마자 연곡분교로 향했다. 벚꽃 때문이다.
보고 싶어 환장해서 내달린 것이 아니라 꽃의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사실 나는 더 이상 연곡분교의 4월 벚꽃을 찍지 않아도 될 것이다.











금년 일 년 연곡분교를 기록하는 작업은 예정된 것이고 더해서 가능한 방송을 섭외했다.
장기간 촬영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모 방송국에서 고심 끝에 결정을 해줬다.
봄부터 가을까지. 분교 벚꽃은 꼭 담아야하는 시각적인 아이템이다.
그 첫 촬영 시점을 나는 4월 18일 수요일이 적절할 것이란 판단을 했다.











그런 판단을 한 것이 지난 4월 9일 월요일이었다. 그때 분교의 벚꽃은 피지 않았다.
금요일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로 손님이 계속 되었다.
직접 분교로 올라가서 체크할 여력은 없었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이 되자마자 분교로 내달렸다.











외곡리 초입에서부터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벚꽃 잎이 날려야 정상인데 꽃은 보이지 않고 잎이 보인다.
첫 촉의 그 순수하고 여린 연노랑 잎이 올라오고 있었다.











기후를 어찌하겠는가. 원래는 19번 국도와 분교 벚꽃은 4~5일 정도의 차이가 있는데
금년에는 거의 이틀 정도 차이였다. 오후 기온이 산 아래와 산이 모두 동시에 올라가면서
꽃은 피자마자 꽃비로 뿌려졌다. 겨울에서 바로 초여름으로 직행이다.











분교 벚꽃은 이미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었고 교문과 계곡 쪽의 벚꽃은 잎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침이었지만 전화를 할 수밖에.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피디 분에게 무조건 빨리 오시라는 제 혼자 다급한 타전.











그리고 교무실로 들어가지도 않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꽃잎만 살리고 배경은 어둡게 찍기로 했다. 전체적인 만개 상태가 아니기에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반칙’이라고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좋아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란 의미.
조리개를 좁히고 포커스를 당겼다.

















































































































































































































그리고 학교로 들어와서 잠시 앉아 호흡을 고른다.











뒷마당의 네그루는 만개 상태다. 그런데 꽃잎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나는 밖에 있고











아이들은 안에 있다.











손영미 선생님에게 물었다. 이 학교를 다닐 때 몇 명이었냐고.











사오십 명 정도였던 것 같다.











지금은 여섯 명이다.











이 학교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나무다.











따라서 나무는 그 모든 시간을 알고 있다.











2년 전에 이 복도는 유치부 아이들의 놀이터였고 저 문은 열릴 수 있는 문이었다.
지금 저 문은 사용하지 않는다.











은희와 찬, 찬서의 교실. 1학년과 4학년. 손영미 선생님.
1학년과 4학년 교실은 1m 떨어져 있다.











그런데요오…
찬서가 자주 하는 표현이다.
그런데요오.











1학년은 1학년이다.
자리를 바꿔 앉았네.











2교시 끝나고 밖으로 꽃놀이 나왔다.
빛이 좋다.











찬서의 땡땡이 망토.











형에게 꽃을 주는 찬.











은희가 꽃을 제일 좋아한다.











아저씨를 보지 말고 찬서 오빠 카메라를 봐!











저쪽을 보라규!











나를 보라니깐!











이제 교실로 가자.











찬이는 뭐하는 것이지.











찬아, 그렇게 한다고 나무가 살지는 않아.
찬이는 묵묵부답.











은희는 생일이 언제?
10월이었는데…











- 선생님이 뭘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 예절, 학생.
- 학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고마워요. 하하하. 그런데 가족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런저런 대화가 이어지고.
- 그때 유림이는 돈이라고 했는데…
- 선생님 돈 많이 벌잖아요.
- 아니라니까. 다섯 식구 빠듯한데.
- 오백만 원 벌면서.
- 아니라니깐! 그러면 맨날 너희들 떡볶이 사 먹지.
다시 이런저런 수업이 이어지고.
- 지난번에 지구를 구하기 위한 한 시간 했잖아요.
- 선생님 집은 전기세 얼마 나와요. 저희는 잘 안 켜요. 게임만 하면 되니까.
- 한 시간만 불을 꺼도 지구에 엄청난 도움이 되요. 사실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거지만…











나에게 익숙한 도구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구는 거의 없다.
남들 담배 끊듯이 그것을 끊어버렸다.











택시.
본교에서 밥 배달 왔다.
2011년부터 유치부가 사라졌고
2012년부터 자체 급식이 사라졌다.











아이들과 밥을 먹었다.
- 유림아 작년하고 급식은 어때?
- 지난번이 낫죠.











그래 그때는 점심시간에 두릅도 따 먹고 햇고사리도 올라오고 그랬는데.











결국은 지키지 못할 것이다.
그 사실을 안다.











점심 먹고 단체사진 한 번… 일 년에 한 번은 벚꽃 아래에서 그래도…











이쪽에서 한 번 더.
그런데요오.











바람이 불었다.
짧은 꽃비가 내렸다.
와아~











꽃잎은 시간을 다투어 땅으로 떨어진다.
사진 찍는 동안 계속 마음이 안절부절 못하다. 찬서에게 소리를 했다.

“하이고 죽겄다.
찬서야 아저씨 좀 이따 내려가고 나면 땅에 떨어진 꽃잎 나무에 좀 붙여라.
방송국은 내일 오는데 꽃이 왜 이리 빨리 지냐.”

언제나처럼 눈길은 지 할 일에 두고 별 감정 없는 차분한 목소리로 찬서가 대꾸했다.

“그 대신 예쁜 잎이 올라오잖아요.”

연곡사 긴 계곡 길 내려오는데 찬서의 그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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