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몇 가지 변명 또는 갱년기

마을이장 2015.06.16 22:40 조회 수 :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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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16일 화요일 아침 8시 경. 구례 광의면 농부 홍순영의 집.
금강밀이 함양제분소로 나가는 날이다. 하늘은 꾸무리하다.
오후에 비가 예보되어 있는데 마치 곧 쏟아질 것 같은 연기력이다.
약간 먼저 도착해서 더운 커피 한 잔 청해서 숨을 돌린다. 이제 아이스커피는 힘들다.
그 속의 얼음을 이빨로 빠지직 깨어 먹는 것도 1년 전 여름이 마지막이었다.
2~3년 사이에 몸이 낡아 간다는 느낌이 아닌 확신을 한다. 지구력이 형편없고
전반적으로 의욕이 바닥이다. 그런 조짐의 시작이거나 「맨땅에 펀드」두 번째 해가
끝나기 5개월 전에 나는 이미 2014년은 멈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리산닷컴 주민들이나 펀드 투자자들의 응원의 댓글과 오프라인 방문과 메일과
기타 등등에도 불구하고 나는 방전되고 있다는 확신과 소진되고 있다는 경고등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사이트를 1년 쉬었다. 그러나 나의 일상은 전혀 쉬는 것과 거리가 멀었다.
시골 선거에 개입을 했고 별 영양가 없는 선대본부장까지 맡았으니 외지것으로서는
경험치의 만렙을 찍었다고 보면 된다. 시골 선거 풍경은 조금 더 시간이 흘러서 코믹 버전으로
한 번은 기록을 남기겠다. 지금은 말할 수 없다. 하긴 항상 말할 수 없는 사건사고 속에서
마을이라는 현실의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커피 홀짝이면서 카메라를 물끄러미 보았던 것 같다.
카메라는 무겁고 불편하다. 지난 17개월 동안 거의 들지 않았기에 간혹 만질 때면 낯설다.
밀가리 시즌이 시작되었고 원래 계획에 없었던 밀가리 브로커 일에 다시 나섰다.
지리산닷컴의 일이라기보다는 월인정원 남푠으로서의 일이다. 또는…
무기력한 17개월의 마침표를 위해서 한 달 동안의 그 일을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뭔가를 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은 항상적이지만 17개월 동안 이리저리 피해왔다.
마치 남은 생의 목표가 비뚤어진 노인이 되는 일만 남은 듯 한 자세였다.
물론 그런 기조는 계속 유지하기는 할 것이다.
밀의 이동과 가공, 제품화, 택배, 관련한 간단한 디자인, 사인물, 정산 등을 진행할 것이고
그것은 어쩌면 재활훈련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자의건 타의건 앞으로 한 달 정도
카메라를 항상 차에 싣고 다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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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백(1,000kg) 12개를 트럭에 담았다. 나 혼자. 오른손이 모르게 왼손으로 했다.

마지막 백을 제외하고 1,100kg씩 담았다고 했으니 오늘 함양제분소로 나가는 금강밀은

13,100kg이다. 대략 금강밀만 13. 앉은뱅이 선주문 완료 이미 4톤으로 생산량 부족.

호밀은 선주문 3.7톤이다. 모두 합하면 20톤이 넘는다.


다섯 가마!

아자아자아자!!!


이 소리는 2009년에 처음으로 오미동에서 운조루 밀가리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이곳에서 결의를 다진다고 스스로 외친 흔적이다.

그때 판매 목표량은 다섯 가마, 200kg이었다.

2015년 계약물량 최대 주문자는 4톤이다. 물론 제빵 관련한 협동조합이다.

사실 계약물량(대량 주문)으로 이미 16톤은 정리가 되었다. 여러분들에게 소매로

나갈 수 있는 물량은 최대 4톤도 되지 않을 것이다.

2009200kg, 201520. 100배 차이가 난다.

그러나 2009200kg을 처음 판매할 때 나의 글은 거의 논문 수준의 분량과 격문 수준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었다. 불과 6년 전, 나는감히파릇했다

생물학적 연대기를 넘어서 살아 있었다.

지난 6년 동안 밀가리 판매로 인한 지리산닷컴의 수익은 실질적으로 없었다.

금년에는 사적으로 한 달 동안의 용병으로 임금을 받기로 했다. 공식적이고 실질적인

밀가리 브로커 경력의 첫 수익이 될 것이다. 구차스럽지는 않지만 솔직스럽게

거의 수익 없었던 지난 7년간의 활동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고,

동기부여라는 흔한 용어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최근 몇 개월 동안 나의 자체 진단은 이른 갱년기라는 결론이다.

사람의 맥박 수와 노가다량, 에너지 소비량은 적정선이 있다. 또는 갱년기여야만 한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대략 4권의 책을 지었고 여러 가지 잡다하고 소박한 프로젝트들,

이후 연곡분교와 펀드를 2년 정도 진행하면서 압축적으로 에너지를 쏟은 듯하다.

나는 나를 그렇게 토닥거리고 있다. 그 정도가 내가 뽀짝 힘을 낼 수 있는 한계였던 모양이라고.


그러나, 지 버릇 개 주나.

며칠 전에 운조루 정수 씨가 건조기를 돌리기에,

?”

.”

얼마나 남았는데?”

백 개(4톤이란 소리다).”

염병그거 쌓아 놓으면 배부르나?”

도정하면 3톤 정도 나올 것이고 자체 소비 1톤 제외해도 2톤은 밀어내어야 한다.

왜냐하면 건조기에는 이제 밀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팔자고 했다. 세일해서. 그냥 농부 메일로 주문접수 시키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이렇게 내가 주문을 받고 간섭을 하고 있다.

20kg 단품만 주장을 하기에 한 번 이견을 내었지만 농부도 밀 수확하고 논 갈고, 모 들어가고

등등 가장 바쁜 농번기라 단품을 고집했다. 지친 얼굴에 대고 주먹을 보이기 힘들었지만

사실 나 역시 이전이라면 5kg 단위로 포장하고 10kg20kg 단위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했겠지만 멈추었다. 내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kg 밀가리를 팔고 포효하던

2009년의 기개가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20kg 단품만 판매하고 있는 2015년 작금의

태도와 자세에 대해 사죄드립니다. 꾸벅. 늦은 오후에 댓글을 보고 잠시 고민했지만

이번 주와 다음 주 사이에 내 스스로 토지 정미소 마당에서 분리 포장하고 있을 여유가

없을 것 같다. 17개월 만에 느닷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무얼까?의 최근도 여의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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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밀을 보내고 오미동 작업장으로 오니 대략 10시 조금 전.
두어 가지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커피 한 번 로스팅 돌리고 마당에 떨어진 살구 좀 줍고.
전화 몇 통, 인터넷 짧게 확인. 그리고 악양으로 이동해야 했다.
개인적인 돈벌이도 해야 한다. 한 달간 밀가루 운반과 가공 사이의 비는 시간에 악양의
로봇 태권V 생산 가공 공장의 CPU생산라인에서 아주 민감하고 정교한 실험을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글 감옥 수감을 위한 악양行이 아니라 돈벌이 악양行이다.
(그런데 왜 박사를 불러 놓고 이장이라고 부르는 거야!)
첫 번째 조립을 완성하고 인공지능 테스트를 위해 로봇에게 물었다.
뺨을 집게손으로 잡고 흔들면서,
“너거 아부지 머하시노?”
“건담인데예.”
이런 젠장 로봇 태권V를 만들었더니 건담이라뉘…


여하튼 그렇게 며칠 사이에 갑자기 나의 일상은 쌀을 팔고 있고 밀가리를 팔 것이고
로봇 생산라인의 박사로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17개월 중 가장 기분히 간명한 듯하다.
지쳐서 저녁을 사 먹으면서 월인정원에게 말했다.


“나는 움직여야 하나봐. 젠장.”


★ 쌀은 물론 게속 판매하고 있습니다. 장터는 여기를 누르시고
(그런데 이상한 현상은, 쌀은 하루만에 640kg 팔았는데 입금은 60kg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6년간의 브로커 경험 상 처음이다. 지금 손을 내밀고 엄지와 검지를 비비는 동작 중 -,.-)


밀가루는 가공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관계로 아무래도 6.25는 되어야 금강밀만이라도
   판매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앉은뱅이는 물량이 없을 듯 하고 호밀은 수확하고 건조 후
   가마니에 담아봐야 정확한 양을 가늠하겠습니다. 올 해 밀 농사 전국적으로 대략 흉작입니다.


2015년 햇밀 축제?(이거 말고 뭐 적당한 용어가 없을까)는 월인정원과 벗들이
  전북 남원 실상사가 있는 산내에서 7월 11일(토)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빵식탁을
  개최하는 것으로 대신할 것입니다. 대략 40팀 정도의 셀러들이 참가할 예정입니다.
  요리사들이 주력을 이룰 것이고 먹는 것 못 먹는 것을 모두 프리마켓으로 열릴 것입니다.
  자세한 기획안과 안내는 목요일 밤에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제 책 팔러 출점할 겁니다. 그날 뵙는 것도 좋겠지요.
  물론 그때까지 메르스 상황이 종료는 아니더라도 ‘잡았다’는 소리 정도는 나와야겠지요.

  사실 쌀 판매는 메르스 탓도 있습니다. 오미동 민박이 거의 예약 무효 사탭니다.








jirisan@jiri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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