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귀농귀촌?

마을이장 2015.02.16 23:51 조회 수 : 7839


 

 

마루야마 겐지의 책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와 관련해서 사전 질문을 받고 보낸 답변이 있다.

대부분 소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왕 온 질문이라 이런 용도로 사용하지 싶어서

그냥 주절주절 타이핑해서 보낸 글이 아래 글이다.

혹시 옆구리나 겨드랑이 후방 3cm 인근에서라도 가려웠던 참에 필요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j150216001.jpg  



도시인들이 갖는 시골 살이의 환상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선생님은 처음 귀촌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시골에서 살기 전 가졌던 환상이

실제로 귀촌을 하면서 어떻게 바뀌게 됐는지 이야기 해주세요.


사실 시골에 살면서 시골로 거처를 옮긴 사람들과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습니다.

그냥 미루어 짐작하고 말지요.

오히려 매체나 책을 통해서 마치 공통의 환상이 있는 것처럼 조작된다는 생각입니다.

직접 기른 농작물로 밥상을 차린다거나 사시사철 자연을 느낄 수 있다거나

소박하고 느린 삶 같은 것이겠지요.

제가 시골로 거처를 옮기게 된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큽니다.

저는 프리랜서 디자이너입니다. 월수입의 대부분을 그대로 지출하는 생활이었습니다.

서울은 물가가 많이 비싼 도시입니다. 월급쟁이가 아니니 계획적인 살림을 꾸리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소비 패튼이 근본 원인이었겠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저에게 의뢰되는 일이

줄어들 것이고 서울에서의 삶이 점점 빠듯해질 것이라는 예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일에 지친 상태였습니다.

왜 이렇게 계속 일을 해야 하는 것인지 회의적이었습니다. 숨을 좀 쉬고 싶었습니다.

시골로 옮기면 생명유지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한 것인지 모르겠는데 저는 시골 살이에 대한 환상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이를테면 시골로 옮기면 거의 대부분이 하는 텃밭 같은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결국 주변 사람이 미루어 짐작해서 이런 것 좋아하지?’ 라는 생각으로 텃밭 자리를 마련해서

저에게 주었을 때 정말 짜증스러웠습니다. 결국 2년 만에 손을 들었습니다.

환상이나 기대가 없었으니 실망도 없었습니다.


점점 젊은 귀촌 귀농인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왜 젊은이들이 귀촌 귀농을 꿈꾼다고 보시나요?


이 역시 저의 경험에서 판단하는데제가 사는 곳은 전남 구례군입니다. 지리산 서편이지요.

뒷산이 지리산이고 마을 앞이 섬진강입니다. 흔히 환상을 가질 만 한 자연 조건이지요.

제가 10년째 살고 있는데 작년 지방선거 때에 보니까 대략 외지 것으로 분류되는 표가 600표 정도였습니다.

구례는 선거인명부에 22천 명 정도의 사람이 있습니다. 이른바 귀농귀촌 인구가 표로서

무시할 덩어리는 아닌 것이지요. 제일 자주 보이는 연령대는 40대입니다. 은퇴형은 아니고

새로운 삶을 찾아서 거처를 옮긴 것이겠지요.

제가 짐작하는 이들의 시골 행은 저의 경우와 많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인 이유죠. 그것이 도시에서의 패튼 화 된 삶과 다른 인생을 꿈꾸었다고 하더라도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일 것입니다. 풍족해 보이는 귀농귀촌인은 드뭅니다.

수십 년 전의 이민 행렬도 결국은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결정적이지 않습니까?

좀 박하게 말하면 원래 살던 곳에서 여의치 않았던 겁니다.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고 있는데 장소를 옮길 이유가 있겠습니까.

뻔히 보이는 미래를 앉아서 당하느니 다른 길을 찾는 것이겠지요.

 

연봉 30억 농부’, ‘대기업 보다는 귀농등등 취업이 어려워 귀농으로 눈을 돌린 젊은이

많아지는데요. 주변에 혹시 이렇게 생각하고 귀농을 한 후 실패해서 도시로 돌아간 분이 계시나요?

있다면 그 이유와 신문이나 TV에서 말하는 것과 다른 귀농의 현실에 대해 의견 주십시오.


우선은 사례 자체가 전혀 엉뚱하다는 생각입니다.

개천에서 용 나거나 찢어지게 가난한 집 아들이 사법고시에 수석 합격하는 사례 같습니다.

연봉 30억 농부가 대한민국에 몇 분이나 되는지 저는 알 수 없고, 대기업에 합격할 수 있는데

귀농을 택하는 젊은이가 몇 %나 되겠습니까. 워낙에 희박하니 그런 일이 화제가 되겠지요.

여하튼 도시에서 먹고 살기 힘들어 농촌으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몇 년간 지속되었다는 소리겠지요.

우선 제가 사는 지역은 농사 중심의 시골 행을 택하신 분 비율이 낮습니다.

또는 경제적인 성공을 염두에 두고 농사에 뛰어 든 분도 드뭅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결정을 한 대부분의 귀농인은 단순하게는 호구지책 수준이고

연봉 3천만 원 정도가 목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시골에서 연봉 3천은 도시에서 연봉 5천만 원 정도 효율이 있습니다.

물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는 간혹 봅니다. 거의 경제적인 이유거나 부부 관계가 깨어진 경우입니다.

큰돈을 염두에 두고 시골로 온 것은 아니지만 아예 생계 자체가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일자리가 희박한 곳이니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귀농귀촌의 이유도,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이유도 같습니다. 경제문제입니다.

대부분은 그대로 있습니다. 좋아서라기보다는 도시로 되돌아갈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땅을 마련하고 집을 짓는데 거의 전 재산을 투여했습니다.

시골은 부동산 가치와 회전율이 도시보다 훨씬 못합니다. 5년 전에 도시를 떠났다고 가정합시다.

운 좋게 시골 땅과 집을 되팔았다고 하더라도 도시의 부동산 상승분을 따라 잡을 수 있겠습니까?

대부분은 그 자리에서 방안을 마련합니다. 이를테면, 도시에서 학원 강사를 했는데 그것이

지겹고 회의적이어서 시골로 와서 농사를 짓습니다. 그런데 태풍이 와서 감 농사를 망했어요.

공과금 고지서가 쌓여가요.

시골에도 보습학원 있습니다.

읍내로 나가서 다시 학원 강사 합니다.

 

이 책에 돌잔치에 빠지면 찍힌다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귀농 귀촌 하신 분들 중 대부분이 지역주민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다고 하는데요.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또 선생님의 경우는 이런 고민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저는 낮에 일을 하는 마을과 밤에 잠을 자는 마을, 두 곳과 연을 맺고 있습니다.

제 주소지는 낮에 일을 하는 마을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소지로 되어 있는 마을에서 하는 이장방송을 듣지 못합니다.

시골에서 아침 이장방송은 KBS 9시 뉴스보다 중요합니다.

마을 어느 집에 초상이 났는데 제가 몰랐습니다. 이틀 비웠다가 마을에 들어갔는데 이미

산소 작업까지 끝이 난 상태였습니다. 도시라면 제가 굳이 문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관곕니다.

그러나 시골마을에서는 제가 알건 모르건 마을에 초상이 나면무조건 문상합니다.

몰랐던 집과도 그렇게 알게 됩니다. 제 사는 마을은 그렇습니다.

돌잔치에 빠지면 찍힌다120% 공감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농촌에서 돌잔치는

무형문화재급 행사고 제가 잠자는 마을에서는 연간 3~5차례 초상을 치룹니다.

꼭 문상합니다. 가까운 마을사람 집은 산소 작업까지 참석합니다.

제 경우는 기존 주민들과의 문제 같은 것은 없습니다. 물론 제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만.

현재로서 10년 동안은 그렇습니다. 특별한 매뉴얼은 없습니다. 삶에 매뉴얼이 있을 수도 없습니다.

저는 두 마을에서 외지 것인데도 불구하고 개발위원을 모두 해봤습니다.

마을운영위원 같은 역할입니다. 금년에는 짤렸습니다. 한 동안은 제 정치적 로망이 마을이장이었습니다.

지금은 포기했습니다. 제가 늦잠을 자서 아침방송이 힘듭니다.

귀농귀촌인들이 힘들어 하는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 문제는

이것은 제가 사는 곳에서도 종종 대화 주제로 등장을 합니다만 카운슬링이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빨간 옷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파란 옷을 입으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간혹 이런 문제를 물어오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냥 차이를 인정하라. 다름을 인정하라. 결국 억지로 화합하려는 노력을 하지 마라는 것입니다.

상대방도 이 사람이 지금 억지춘향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면 상대방도 그 사람이 불편하겠지요.

그 다음으로, 인정받기 위해 과잉 친절이나 무조건적인 양보를 하지 마라입니다.

처음에는 그것에 대해서 칭송받겠지만 과연 그 짓을 사는 동안 계속 할 수 있겠느냐는 문젭니다.

나의 친절과 양보가 더 이상 제공되지 않으면 당장 어제 보다 나쁜 놈이 됩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가르치려 하지 마라입니다. 심훈의 상록수 시절이 아닙니다.

도시적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는 세련되지 못한 점이나 무지한 일들을 지적하기 시작하면

관계는 확실하게 나빠집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지적하지 마시고 그냥 직접 마을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세요.

그 조차 멈추는 순간 왜 안 해?” 라고 하시겠지만.

 

깡촌에서 살인사건 난다이 부분을 보면서 굉장히 재미있지만 정말 그럴까?

말도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한 독자들이 많습니다.

선생님은 이 부분을 어떻게 읽으셨는지와 이 책에서 나온 것처럼 귀촌 귀농을 한 후

안전에 대해 고민해보신적 있으신가요?


안전에 관해 예, 아니요로 대답해야 한다면 아니요입니다.

시골 사람들 흔히 하는 말로 문을 잠그지 않고 삽니다.

2년 정도 전부터 밤에는 문을 잠그고 자는데 그것은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깡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는 항목에서 침실을 요새화해라수제 창을 준비해라

대목이 가장 공감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냥 일본은 그런가?’ 라고 생각하고 웃어넘겼습니다.

사람 사는 곳에 사건사고가 없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사람이 사람으로부터 위험에 처하는 경우는

도시가 훨씬 높은 듯합니다.

고립무원 산골에 사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 두려움은 경험해 보지 못했습니다.

 

또 귀농과 귀촌을 생각하는 분들이 안전 외에도 꼭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실생활에서의 핸디캡 같은 것으로 이 질문을 이해하자면 단연 의료 수준입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소나 염소가 부럽습니다.

덧붙이자면 시골에서는 그래서 공공의료 수준을 높이는 일이 아주 중요합니다.

 

결국 작가는 귀촌과 귀농은 나 스스로 자연이 되는 것 이라고 말합니다.

이점에 대해 공감하시나요?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착하게 돈 벌고 착하게 소비하는 일에 관한 언급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골=자연이라는 등식으로 받아들이면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이전에 어떤 글에서 시골에서 저지를 수 있는 악행과 도시에서 저지를 수 있는 악행의

깊이와 넓이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착해질수록 최초의 인간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스스로 자연이 되는 것에는 그런 함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이 의견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 더불어 선생님이 생각하는 귀촌과 귀농은

뭔가에 대해 한마디 해주세요. (귀촌과 귀농은 ** 이다)


저는 가급이면 귀농귀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제 스스로도 그냥 서울에서 구례로 이사 왔다고 말합니다. 실제 그러하니까요.

귀농귀촌이라는 용어 속에 어떤 규정이 있는 듯해서 약간 거부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줄 정의를 해야 한다면,

귀농귀촌은 흥행을 보장할 수 없는 독립 영화 같은 것이다.”

 

선생님이 귀촌과 귀농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덧붙여서 해주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거처를 시골로 옮겨서 사는 이유는 제 각각일 것입니다.

이른바 대박을 목적으로 농촌 행이나 농업을 택한다면 다시 생각해 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농업이 대한민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4% 이하입니다. 앞으로 더 떨어질 것입니다.

경제적 성공 가능성은 당연히 나머지 97% GDP를 생산하는 지역이 더 높습니다.

누군가 연봉 30억 농부가 있다 하더라도 그런 연봉신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도시가 더 높습니다.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씀의 본뜻은,

인생의 목적과 에너지가 안정적인 연봉 이외에도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블록버스터 영화 말고 독립영화도 있습니다. 좀 다른 삶의 결입니다.

경제적으로 고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생의 가치를 어디에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행복의 기준도 달라질 것입니다. 단순히 차라리 시골이 먹고 살기 쉽다던데라는 식의

관점은 백전구십구패입니다.

 

사실 귀촌과 귀농, 더 행복한 것을 찾아가려는 현대인들의 갈망이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우리는 왜 도시에서는 행복할 수 없는 걸까요? 선생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질문 자체에 합리적 근거가 있습니까? 그렇게 불행하다면 진작에 도시는 붕괴했겠지요.

지난 수십 년 동안 농촌붕괴라는 보도는 많았지만 도시붕괴라는 보도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도시에서 불행했던 사람들이 시골로 거처를 옮기면 대부분 행복해집니까?

저는 최근 몇 년 동안의 이른바 귀농귀촌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편향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이해와 요구가 일치했다고 할까요.

도시는 실업률을 줄이고 지방정부는 인구수에 비례해서 예산을 더 받아 올 수 있습니다.

불행했던 도시 생활의 대안으로서 농촌이라는 도식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일부 지역에 대한 조사결과지만 최근 자료를 보면 귀농귀촌 후에 경제 여건이 더 나빠졌다는

답변이 좋아졌다는 답변의 두 배 정도입니다. 그리고 트랜드라는 말도 문제가 많습니다.

옷을 사거나 폰을 바꾸는 일이 아닙니다. 인생을 건 결정에 트랜드라는 표현 자체가 문제가 많죠.

귀농귀촌이 활발하다는 자체가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IMF 당시에도 귀농귀촌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인정하기 싫더라도 귀농귀촌은 역사적으로

불황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입니다. 불황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이른 은퇴가 많다는 반증입니다.

각종 FTA 타결의 최대 피해자는 농업부문입니다. 대한민국 농업 여건 자체가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점은 좌우를 막론하고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대목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여건을 떠나서 행복을 논할 수 있습니까?

여전히 시골로 향하는 사람보다 도시로 나가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밥그릇은 여전히 그곳에 더 많이 있습니다.

귀농귀촌 관련해서 가끔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역시 친절한 이야기는 아닌데요

1960년대 후반부터 근 30년 동안 도시의 필요에 의해 농촌의 젊은 사람들을 거의 전부 뽑아갔습니다.

이제 그곳이 살기 힘들어지니 필요 없다며 다시 농촌으로 그 사람들을 쫓아내는 것이지요.

언론이 바람잡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도시다, 시골이다 라는 구분 보다는 삶의 가치와 행복의 기준, 눈높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경제와 돈 중심의 세계관을 대체하거나 대안으로서의 가치에 대해서 우리사회가

과연 얼마나 훈련되어 있습니까? 도시에 살건 시골에 살건 제가 권하고 싶은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가급이면 생각한 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시골은 도시의 대안이 아닙니다.

 

자연에서의 삶은 사실 편리한 도시생활과는 거리가 먼

더 불편하고, 거칠고, 자연재해를 혼자 감당해야하는 조금은 두려운 삶이 아닐까 생각됩니.

그럼에도 자연 속에서의 삶을 선택하고 계속 이어나가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2006년을 기준으로 이전 9년 동안과 이후 9년 동안 직업이 같습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입니다. 웹디자인이 기반이고 인쇄물 디자인하고 사이트에 글 쓰고 사진 올립니다.

수입이 많건 적건 그렇습니다. 이 말씀을 전제로 하는 것은 저는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그런 조건에서 비교평가하고 어디에서 살 것인지 택하라면 시골을 택할 것입니다.

저 역시 어쩔 수 없이 자연과 조금 더 가까워진 조건을 포기하기 힘듭니다.

제가 말하는 자연 속에는 사람과 마을까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원래 그러했으니까요.

시골은 이미 도시 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고 거칩니다.

어제만 해도 포토샵을 만지다가 도끼를 들고 나무를 쪼갭니다. 아침에 인터넷을 열면 항상

일기예보를 먼저 확인합니다. 도시에서는 날씨나 계절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시골에서는 계절과 날씨에 영향 받는 저를 항상 느낍니다. 발생한 문제를 전화 한 번으로

사람을 불러서 해결하는 비율이 줄어듭니다. 직접 해결해야 합니다. 또는 여럿이 해결해야 합니다.

저는 제 마당의 풀을 베기 싫어도 마을 사람들의 입이 무서워서 베어야 합니다.

자꾸 제 몸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통상 자연 속에서란 표현 속에서 고요은둔’, ‘평화같은 이미지를 연상하지만

시골에서 사는 일은 훨씬 전투적이고 역동적입니다. 여행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입니다.

여행자가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눈길이지만 들판을 움직이는 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손길입니다. 끊임없이 그 손길을 움직여야 하는 일이 불편하고 힘들지만 그것이 주는

뿌듯한 가치가 있습니다. 모여서 김장을 하거나 매주 콩을 삶을 때 그런 소리를 합니다.

사람 사는 것 같네.”

자연 속에서의 삶이 아니라 불과 100년 전까지 그러했듯, 계절의 순환과 하늘 기분에

영향 받으면서 사는 것이 조금 더 재미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실컷 살아보기도 했으니까요.

 

폭설, 폭우 등 시골에서 살면서 자연재해를 겪을 때 경험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2012828일 아침에 태풍 볼라벤이 지나갔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가장 큰 태풍이었습니다.

전봇대는 기본이고 송전철탑이 엿가락으로 휘어져 논으로 누워 있는 것을 보면서 출근을 했습니다.

순차적으로 누워 있는 그 모습이 그로테스크해서 SF영화 같았습니다. 가옥, 농작물 피해는 당연했지만

제가 가장 놀랐던 것은 숲속의 아름드리나무를 나무젓가락처럼 비틀어서 끊어 버린 광경이었습니다.

그 해 가을 단풍은 형편없었는데 태풍이 숲을 거의 파괴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런 태풍은

세상이 떠들썩하게 요란한 것이지만 사실 소리 소문 없는 자연재해는 농사를 기반으로 하는 마을에서는

매 년 일어납니다. 감 수확기 새벽에 이른 서리가 내려 두 시간만 영하 2도 이하로 떨어지면

그 해 감 농사는 끝장입니다. 도시에서는 출근길에 , 오늘 날씨 갑자기 쌀쌀하네.’ 라고

몸 한 번 추스르는 일이 이곳에서는 그렇습니다.

봄 가뭄이 심하고 바람이 유난했던 해에는 매실 농사가 끝장입니다.

열매는 꽃의 상태가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자연은 항상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저 또한 매일 실감합니다.

 

처음 귀촌을 했을 때 겪으셨던 혹은 주변 분들이 겪었던 황당했던 에피소드

(도시인들은 절대 겪을 수 없는)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이런 이야기는 시골로 거처를 옮긴 분들은 대부분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들이 있을 것입니다.

시골로 이사 온 후배들에게 제가 하는 첫 마디는 항상 같습니다.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저 역시 이런 이야기를 책으로 쓰지 못하는 이유는 그 책 한 권 쓰고

마을에서 도망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여름이면 팬티만 입고 잠을 잡니다. 시골 마을은 대부분 문을 잠그지 않습니다.

농번기에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새벽 5시 전에 일어납니다. 저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납니다. 어느 해 여름이었는데 새벽 6시에 제 방문이 열려요.

몇 걸음 떨어진 집에 사시는 아주머니께서 저를 내려다보고 있더군요.

저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팬티만 입고 아주머니를 올려다보는 자세였고요.

아이 컴퓨터가 이상하니 집으로 와서 봐 달래요. 마을 사람들 생각으로는 그 시간에는

제가 정장 차림으로 대기 중이어야 했던 거죠. 멍한 상태로 알았다고 돌려보내고

다시 자는데 30분 후에 또 같은 풍경이었죠. 왜 안 오냐고.

겨우 정신 차리고 그 집에 가서 컴퓨터를 고쳤습니다. 콘센트가 빠져 있더군요.

그 뒤로는 안전한 늦잠을 위해 잠 잘 때에는 문을 잠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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