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빵긋 - 5월의 빵테이블

마을이장 2013.05.29 14:30 조회 수 : 16079

 

 

 





5월 25일 토요일.
지난 3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오미동 월인정원 작업장에서 <빵긋 - 빵테이블>이 열린다.
<빵긋>은 쉽게 말하자면 ‘빵을 나누는’ 조금 큰 식탁이다.
그 빵은 우리밀(수입밀이 아니라는 의미로)로 만든 빵이고 월인정원 빵 교실에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제 각각의 빵으로 참여한다. 물론 월인정원도 빵을 만들어 내어 놓는다.
그리고 빵 이외에도 효모를 이용한 발효가족에 해당하는 맥주와 와인 등을 만들어서 참여하기도 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참가비는 없다. 그냥 드시면 된다. 물론 순식간에 없어지지만.
토요일 외부 수업이 끝나고 바로 오후 2시부터 시작하는 빵테이블 준비로 분주한 작업장.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이 빨래라도 널었나?
빨래 형상으로 이해하기는 모양이 요상타.











장터 천막이었다. 전체 장의 규모는 대략 2평 정도.
빵은 물론이고 맥주, 와인, 햄, 비누, 바느질 작업, 헌책, 헌옷, 유리의 낡은 구두까지.
이를테면 프리마켓+리사이클링recycling 마켓이다.
프리마켓 성격은 물론 수제를 기본으로 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어야 한다.
이태리 장인이 한 땀 어쩌구는 좋지만 비싼 가격은 좀 거시기하다.
장기적으로는 가격 상한선이 정해져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바느질 머리 수건이 2만 원으로
최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리사이클링은 대부분 1~2천 원 정도의 가격이고 그냥 가지고 가도 되는 물건도 있다.

이날 유리는 자신의 신발을 모두 팔았다. 이제는 자라서 더 이상 신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시작부터 자신의 좌판을 야무지게 장식했지만 사실 돈에 대한 개념은 없었다.
이 장터의 개장 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준비부터 폐장까지 그러하다.
「빵긋 프리마켓&리사이클링」은 현재로서는 내가 알고 있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장터다.
그러나 2014년 5월 무렵의 이 장터 규모를 그 누구도 예측할 필요는 없다.
모든 시작은 미미하게, 감당할 만큼, 재미있게, 욕심 없이…
「맨땅에 펀드」가 구상하는 프리마켓&리사이클링 장터가 어차피 결합하게 될 것이다.
왜냐면… 같은 마을이니까.











준비는 분주하고 디스플레이에 신경을 쓴다.
빵을 준비한 사람과 처음 온 사람들이 함께 테이블을 준비한다.
처음 오는 사람들도 무언가를 들고 오곤 하는데 와인도 있고 채소도 있고 꽃도 있다.
무엇을 기대하건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을 뿐이고 따라서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5월의 빵테이블은 지난 3월부터 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졸업작품전을 겸하는 자리였다.
그 수업이란 월인정원의 클래스에서 화, 수, 목, 금요일로 나뉘어 주 1회 진행한 것이다.
주 단위 수업은 이동 거리와 기타 등등을 생각할 때, 구례에 살고 있거나 반경 30km 이내에
살고 있는 ‘이곳 사람들’이 주요 대상이다.
그들 스스로 빵을 굽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식량으로서의 빵을 지향하고 따라서
우리밀을 주재료로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스토리다.
테이블에는 빵 이외에도 최근 <지리산치즈랜드>에서 가지고 온 생우유로 수업시간에 만든
리코타와 코티지를 합친 스타일의 치즈, 그리고 양재동 <더벨로>  에서 보내 온
하몽jamón 스타일의 햄들, 그리고 희주 씨가 제공한 초리조chorizo 스타일의 소시지.
노을언니의 샐러드는 필수고 안 선생님이 직접 따서 들고 오신 여린 딸기와 루꼴라 잎.
무엇보다 근당, 호호, 일탈, 악양댁… 들의 졸업 빵. 이 빵들에 소용된 재료는 가급이면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한다. 이를테면 지정댁의 앵두라거나 양귀비, 민들레 뭐 그런.
음료는 이곳의 매실차 말차, 자가양조공방 <ROWN>의 하우스 맥주 그리고 와인들.
중요한 것은 가급이면 '손으로 만들어 온 것들'로 테이블이 채워진다는 점이다.











4월에 처음 참석했을 때(내 방이 바로 옆방이니 -,.-) 거의 30분 만에 동이 나는 테이블
위에서 나는 입술도 적시지 못했다.
원래 카메라 매고 뭘 먹는다는 것이 산만해서 잘 먹지 않는 탓도 있고 포괄적으로
빵이라 잘 먹지 않기도 하지만 이 음식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제법 적극성을
가져야만 접시를 두 번 정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몇 명 보이지 않는데 저걸 다 먹느냐고?











20명 가까운 사람들이 테이블을 노려보면 재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미소 속에 칼을 숨기고 있는 중이다. 아무래도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먹었으니 논다?
작업실 옆 장작용 땔감을 부려 놓은 마당에 (락이라고 하면 안 된다)페스티벌이 열린다.
우드는 우든데 좀 약소하긴 하다. 초대용량 출력 앰프를 비롯한 장비들이 동원되고 각지에서
도착한 구름 같은 관객들이 공연을 기다린다.
둥둥둥둥~ 띵띵띵띵~ 튜닝하고 준비하는데 긴장감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겁나게 베테랑이니까.











읍내 <잼있는커피 '티읕'> 실무 흑무 님이 주동자고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근당은 스맛폰으로
가사를 보아야 노래가 가능한 객원카수. 그 뒤로 베이스는 찰스가 본명인 독일 친군데
구례에서는 찰스가 아닌 철수로 정리 당했다. 맨 뒤에 드러머로 보기엔 장비가 좀
단순해 보이지만 장단을 담당하게 된 읍내 <밥집 '하루'> 사장님 하루. 이들의 공통점은 삼십 대.
읍내에서 주로 놀고 시골 밤 문화의 모서리를 담당하고 있는 재미있는 친구들.
분명한 것은 역시 읍내 것들이 시골 것들보다 놀 줄 안다는 것이다. 인구 칠십 명 동네하고
인구 일만 명 동네는 확 차이가 나는 것이다.
아마도, 이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는 2014년에 읍내 세력 재편에 관한 연재 글을
통해서 소개될 것이다.

전혀 연습을 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공연은 그들의 연습시간이었다는 혐의를 지우기
힘들었지만 철수 씨의 딸 유리는 꽃다발을 준비했다.
그렇게 모여서 아주 가볍고 자유분방하게 놀았다는 자체로 그냥 즐거운 그런 자리.
그래도 뭔가 한 두곡 정도 더 있어야 하지 않나!











앞치마를 두른 그녀가 등장한다.
앞의 공연은 사실 그녀의 등장을 예열하기 위한 도우미들이었는지도 모른다.











토요일임에도 단지 놀고 싶어서 가게 문을 닫고 오미동으로 달려온 <잼있는커피 '티읕'>의 실세 모모.
무대를 가리지 않는 열정은 관객들을 흥분의 도가니탕으로 몰아넣었고 실없이 시작한 놀이를
뿌듯하게 만들어 준다.

 

 

 

 

 

 

 





최근 월인정원의 빵수업을 통해서 알게 된 읍내의 삼십 대 그룹들.
제 각각의 일들을 가지고 있고 관심사가 명확한 친구들. 구례 출신도 있고 외지에서
들어 온 친구들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놀이라인을 만들었고 그들은 별일 없이 산다.
사십 대와 오십 대 귀촌자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고 인종적으로도
우리 세대와 전혀 다르다. 그렇다고 젊음이 밝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세대를 불문하고 노는 애들은 놀고 우울한 애들은 우울하다.
빵테이블에서는 구례와 인근의 이십대부터 육십대까지를 모두 만날 수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노는 애들이라는 것이다. 같이 논다.











그렇게 두어 시간 놀다가 제 각각의 빵과 저렴한 물건들을 나누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거다
뭐냐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장미의 색이 짙어가고 다음 날부터 비가 예보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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