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전에도 그런 경험이 있다.
너무 잘 아는 관계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은 항상 힘들었다.











윤하 네가 떠난다.
윤하 네가 구례를 떠난다.
윤하 네가 우리 곁을 떠난다.
4월 넷째 주가 오면 윤하 네는 구례에 없다.











이들 부부와 귀촌 초기에 인터뷰를 했을 때,
왜 시골로 왔냐는 나의 질문에 윤은주는 대답했다.

“음, 정말 오고 싶다면 오지 않겠어요?”











정말 오고 싶었기에 왔고 이제 떠나고 싶기에 떠나는 것이다.
이들 부부의 도착이 심각하거나 무거운 이유가 아니었듯 떠남도 무겁거나 심각할 필요는 없다.











갑작스러운 소식 앞에서 모두들 ‘왜?’ 가 궁금할 것이다.
사이트와 블로그에서 보여지는 ‘그들’은 그냥 별 일 없이 살아가고 있었기에.
왜?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윤하의 아토피 때문이다.
생후 26개월 정도 지난 윤하는 아토피를 가지고 있고 금년부터 놀이방으로 보내고
부모들도 ‘윤하로부터 벗어 난 몇 시간’을 원했다. 그러나 구례에서 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유아원이나 놀이방이나 유치원은 없다. 사실은 시설 자체의 인식수준이 무지했다.
그래서 그것이 가능한 ‘선진화 된 시골’로 옮긴다.











개인적으로 ‘이 사람들이 떠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한 것은 좀 되었다.
지난 가을.











원래 이 부부는 산에 집과 게스트하우스를 짓는 것이 미션이었다.
그것을 위한 예행연습은 아니었지만 2012년 초 여름에 문을 연 카페&게스트하우스
3개월 근무 결과 자신들이 그 사업과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게스트하우스 계획은 이들 부부가 구례로 옮겨오기 전에 세운 심각하지 않은
‘살아가는 방법론’ 중 하나였다. 윤하가 태어나기 전에. 다시 윤하.











시간이 얼마가 걸리건 간에 이들 부부가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산에서 살아간다면?
윤하는 산 속에서 친구 없는 유년 시절을 보내야 할 것이고,
아니면 노인들의 마을에서 역시 친구 없는 유년을 보내야 한다.
결국,
모든 상황의 중심에는 ‘윤하 이전과 이후’가 자리한다.
그리고 우리들 대부분이 경험했듯이 아이를 키운다는 일은 예습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사이트와 블로그에서 간혹 노출되는 것 보다 이들 부부의 윤하 키우기는 많이 힘들었다.











2월이었나? 2009년에 나에게 윤하네를 소개한 친구가 내려왔을 때 넘겨짚기로 물었다.
그래서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직접 자백을 받은 것이 아니다. 그 말은?
일상적으로 윤하네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물론 우리는 가까운 사이다. 그러나 소통의 어느 마디 또한 윤하 이전과 이후로 나뉘었다.
또는, 지나치게 심플한 관계를 지향한다는 뉘앙스가 예정한 소통의 부재이기도 하다.











“윤하가 태어나면서 윤은주가 아닌 ‘윤하 엄마’로 나를 인정하는 것이 힘들었다.”

윤하 이전의 윤은주와 이후의 윤은주가 있었다.
현재의 힘겨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는 길을 택한 것이다.











좀 잔인할 수 있지만,

“어딜 간다고 해결되나?”
“시스템이 있는 곳. 내가 생각하는.”

박 과장,
- 나는 변화하는 것을 싫어한다.
- 나만 너무 즐겁게 논다?
- 여기 생활에 만족했다. 그러나 가족을 위해서.

윤은주,
- 계속 윤하 핑계를 대겠구나.
- 실수할까봐 겁난다. 윤하에게.
- 지난 10월 제주도 여행 이후 마음이 흔들렸다. 1년 정도 제주도에서 살고 싶었다.











이 부부를 좋아했다. 나는.
2010년 10월 27일, 우리는 뱀사골에 있었다.
우리들이 차분하게 이곳을 함께 즐긴 것은 이 하루 낙엽 산책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다.
출산 예정일을 3개 월 정도 남겨 둔 이들 부부와 느린 걸음으로 뱀사골을 거닐었다.
내가 찍은 이 부부의 사진 중 나는 이 날의 뒤태 사진을 좋아한다.
아이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축하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럼 이제 못 놀잖아!”











- 지리산닷컴 때문에 다른 사람을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차단당했나?
- 아니다. 여기서는 많은 관계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몇 사람으로 충분했다.

그랬다. 그런 지점들이 간혹 우려스러웠다.
처음 관계가 이어지는 관계를 규정한다.
나를 통해서 이어지는 새로운 관계망들이 형성되기도 하지만
나로 인해서 이어질 수 있었던 또 다른 관계망이 무산되기도 한다.
좀 더 다양한 관계를 형성했다면, 좀 더 젊은 친구들과 사귀었다면,
인간은 수다를 통해서 스스로 치유하기도 하는데 나는 글 보다는 말이 적은 사람이 아닌가.











간혹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행복하냐고. ‘그들은 행복한가?’
지리산닷컴의 편지, 물음표 없는 ‘행복하십니까’를 지리산닷컴에게 묻는다.











지리산닷컴을 이루는 인적 구성원은 실질적으로 K형과 나 두 사람이다.
지리산닷컴이라는 인적 범주가 외부적으로 비춰질 때 네 가족으로 보여진다.
몇 번 언론을 통해서 노출되었을 때에도 그렇게 보여졌다.
이런 모양은 부인하기도 수긍하기도 애매하다. 조직도 아니고 회사도 아니다.
단지 인맥이 그렇게 형성되었고 그 조차 의도하지 않았다.
굳이 규정을 하자면 ‘가까운 사람들’ 정도의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동생들에게 물었다.

“지리산닷컴 마을회관에 공지 글로 올려진 ‘지리산닷컴 식구 사이트’란 글을 내리까?”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이 공존하니 물어보는 것이다.











사이트도 규정이 애매한데 구성원도 애매하다. 그러나 통상 외부로 출력되는 이미지는
‘그 사람들’일 것이다. 따라서 그 사람들 중 누군가의 안부는 그들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행복하십니까’ 라는 편지를 날리는 그들은 행복한가? 혹시 불행한 것 아냐?











스스로 조장하고, 보여지는 이미지를 두려워한다. 또는 피식 웃는다.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이트가 있고 카페가 있고 게스트하우스가 있고
그 모든 것을 비빔밥으로 만든 스토리가 있고 마을사람들이 등장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댓글도 엄청 많고.











지금 여기서 좋은데 윤하네가 구례를 떠날 리는 없다.
난관이 닥쳤고 이곳에서 해결하기 힘들다는 결정을 했고 다른 곳으로 떠난다.
이것이 팩트다.
나는 누군가 타인을 평가하거나 고민을 물어오면 ‘해석 말고 팩트만 말하세요’ 라고 요구한다.











물론 영원할 것이란 생각을 한 것은 아니지만
윤하네와의 이별은 단기간에 예상한 일이 아니었기에 많이 힘들다.
누구나 떠날 수 있다. 나조차 멀지 않은 미래에 제주도와 경주에서 살아 보고 싶다.
그냥 띄워 놓은 나른한 희망 같은 것이라 실행에의 압박은 없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은 때로 양면의 희망이다.
그런데 지금 당장 박 과장이, 윤은주가, 윤하가 곁에 없다.
부인할 수 없이 많이 아프다.











어느 누구도 잡지 않았다.
내가 떠난다고 해도 형이나 동생들이 잡을 수 있겠는가.
결정은 이유가 있는 것이고 공교롭게도 개인들의 결정에 토를 달지 않는 사람들이다.
생각해보면 인생의 대부분 마디에서 그러했던 것 같다.
그런 결정 방식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었다.











우리들은 행복의 방향과 눈높이를 달리하거나 조금 낮춘 사람들이다. 아마도.
한번 결행하면 상향 조정은 힘들다. 낮선 곳에서 낮선 사람들과 살아간다.
이곳에서 우리들은 언제나 이방인이고 언제나 ‘외지 것’이다.











이곳에서 나에게 10년 이상 된 관계는 식구 이외에는 없다.
그런데 이곳에서의 1년은 도시에서의 10년에 가름한다.
전혀 다른 영화를 상영하기 때문이다.
짙고 애달프다.











일상적으로는 주로 행복했다.
내 행복의 기준이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들도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원치 않는 이별로 인해 당분간 나는 불행하다.











이사.
도시에서 그것은 더 비싼 곳으로 가느냐 더 싼 곳으로 가느냐가 중심 화두일 것이다.
한 가족의 이사를 앞두고 나는 고전적인 통증을 느낀다.
이곳에서 누군가의 이사는 40년 전 이웃 집 친구의 이사와 같은 정서다.











어쩌면 나는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이곳을 떠나거나 친구가 이곳을 떠나는 일에 대해.











젠장.
잘 가라.
이삼 년만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라.
돌아오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을 마련해 볼께. 그때는 다시 인턴이다.











내일 아침이면 한 가족이 이사를 간다.
마을 어귀에서 초코파이라도 들고 서 있어야 하는 것일까.

 

 

* 박 과장의 육성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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