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은 이곳에서 기록을 할 생각이기에 지리산닷컴에서 연곡분교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3월 6일 수요일.
입학식이 끝나고 새로운 아이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분교로 올라갔다.
학교는 분주하거나 어수선했다. 지난 12월에 페인트 공사를 끝내었어야 했는데
날씨가 추워졌고 페인트 작업을 맡은 곳의 사고도 있어서 겨울을 넘기게 되었다.
벽돌을 살리는 방향에서 칠을 하기로 했다. 물론 색을 지정해 줄 때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그대로 하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것 보다 더 짙은 색이다.











유치원이 제일 분주하다. 부활은 원래 갑작스러움을 특징으로 하지만
입학식 때까지, 그러니까 등원이나 등교가 눈으로 확인되기 전에는 모두 서류 상태의
전입 신청이기 때문에 서로 조마조마하다. 예산배정, 공사, 자재와 비품 구입 등으로
유치원은 어수선한 상태였다. 거의 새로 꾸미는 수준이다.











첫 수업 시간. 전 학년이 한 교실에 모였다.
신입생 햇살이는 아직은 조금 긴장한 상태.











나의 장점에 대해서 발표하고 겸해서 새로이 만난 친구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이다.
찬서가 제일 먼저 발표했다. 터줏대감이니.

“혼자서 잘 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제 여럿이 놀아야 한다.
겨울에 처음 분교를 찾았을 때 햇살이가 처음 만난 선생님은 손영미 선생님이었고
햇살이는 손영미 선생님이 다시 1학년 담임선생님이기를 원했다.











2013년에 새로이 분교로 오신 이지영 선생님이 전체 수업을 진행하셨다.
1학년을 맡게 되셨다. 3월 4일 개학 이전에 학급 분담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
손영미 선생님은 해를 이어서 2학년으로 올라오는 아이들을 계속 맡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진작부터 하고 있었다.
3월 6일 이 날 내가 분교로 올라간 것은 어쩌면 이지영 선생님 교실에 큰 문제가 없는지
궁금했기 때문일 것이다. 별 문제 없다. 교실은 나누어지지만 해당 수업이 끝나면
분교에서는 거의 하나의 반인 듯 그렇게 몰려다니기 때문이다.
이지영 선생님은 진중한 스타일이다. 역시 나와 같은 마을에 살고 계시다.











3월 15일 금요일. 전화를 받고 분교로 올라갔다.
이를테면 분교 독자적인 학교운영위원회 성격의 모임을 시작하는 것이다.
교사, 학부모, 지역사람으로 구성된다. 나는 지역사람 자격이다.
학교는 전반적인 보수 공사가 끝이 난 분위기다.











신발장이 바뀌어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지난 5년 동안 나는 신발장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작아서 재미있었다. 그 다음 감정은 작아서 불안했다.
그 다음 감정은 신발이 점점 줄어들어서 슬펐다.
사진의 반대편 벽으로 이전 신발장은 옮겨졌다.











유치원 공사가 궁금해서 먼저 들렀다. 아이들이 오수를 즐기고 있었다.
완전하게 끝이 났다기 보다는 거의 마무리 되고 있는 중이었다.
집성목과 원목으로 하단을 모두 둘렀다. 실내에 나무 향기가 났다.
수납장도 직접 만들었다. 지난해에 전학 온 고은아씨가 주로 노가다를 감당했다.
원래 목공예를 하시던 분이다.
아이들이 누워 있는 깔개 등의 재질을 살폈다. 장기적으로 아토피 아동 등을
생각하는 물품 구입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10여 일만에 많이 정돈된 느낌이고 아이들도 익숙해진 분위기다.











다섯 분의 어머니들이 참석했다. 전입생이 증가하면서 기러기 가족이 많다.
본교에서 교장 선생님과 박 선생님도 올라오셨다. 그리고 분교의 세 선생님,
유치부 선생님, 주무관 님.
2013년 분교 계획과 장기적인 전망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이 날은 주로 준비된 계획을 경청하는 날이다.
연곡분교 같은 조건에서 학부형의 역할은 더욱 필수적이다.
학교에서 필요한 인력과 기능이 기존 학부형 중에 있다면 서로 윈윈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곳에서 학교는 학부형들에게 ‘부담스러운 곳’이 아니라 함께 가꾸어야 할,
조금 더 적극적으로는 ‘함께 지켜야 할 곳’이다. 따라서 ‘우리’라는 의식이 저절로 형성된다.
‘저 아이가 나가면’ 내 아이가 힘들어진다.

회의를 끝내고 직전마을 꼭대기로 올라가서 아이들까지 모두 저녁을 먹었다.
졸업생과 학부형도 놀러왔다. 그러다보니 거의 서른 명 정도의 인원이 같이 밥을 먹었다.
제법 늦어서 교장 선생님을 모시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분교 선생님들보다는 연식이
많은 흡연 중년들은 예상되는 힘겨움에 대해서 대화를 했다.
순탄하지 만은 아닐 것이다. 아이의 전학이라는 것은 가족 전체의 터전을 옮기는 일이다.
우리는 여전히 안정적인 빈집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이곳에서 가능한 경제활동의
종류도 제한적이다. 시골은 그런 기회의 개수가 부족하다. 그래서 시골이기도 하다.
모두가 연착륙하면 좋겠지만 세상이 그렇게 쉽게 이야기를 풀어주는 경우는 드물다.
이제까지와 다른 성질의 파도가 몰려 올 것이다.
협동조합이건 사회적기업이건 그 무엇이건 2013년에는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각개 약진이 아닌 집단의 문제로 풀어나갈 어떤 형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2014년이 있다. 요즘 연곡분교와 펀드를 연결시킬 수 있는 고리에 대해 고민 중이다.











분교에서 아이들 사진 수업을 해 달라고 한다.
다른 곳의 부탁이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하였겠지만 분교 이야기라면 약해진다.
수업을 하기로 했다. 내 스스로가 그 시간을 정확하게 지킬 수 있을지 가장 걱정스럽지만.
4월 1일부터 자체 급식이 시작되었다. 이제 밥을 배달하지 않고 직접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것이다.
일찍 올라와서 급식 맛도 보고 수업을 하시란 문자를 받고 정오에 길을 나섰다.
목요일이지만 화개로 향하는 19번 국도는 밀려 있었다.
일 년에 3주일은 봄 시즌에 이 난리를 겪어야 한다. 큰 불만은 없다. 이곳에 사는 값이다.
그러나 점심시간은 12:30. 송정리 지나서 멈추어 선 도로. 꽃잎이 하나 차창으로 떨어졌다.
완전히 멈추었기에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고 초점까지 꽃잎으로 맞추어 사진을 찍었다.
어쩌면 2013년 벚꽃 사진은 이게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 전 새벽에 나는 쌍계사 십리 벚꽃 길을 갔지만 단 한 장의 사진도 찍지 않았다.
찍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일상으로 벚꽃만 있는 길이 지천이니 차를 멈추면 되는
일이지만 단 한 번도 차를 멈추지 않았다. 이곳 사람이 되어 가는 모양이다.
15분 정도 넘겨서 분교에 도착했다.











급식 사진을 찍지 않았다. 확실히 요즘 단기적으로 사진에 게으르다.
맛있었다. 양도 푸짐했다. 매일 분교로 올라와서 밥을 먹고 싶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좋아한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아궁이에 불을 넣어야 한다.
갑작스럽게 실행된 급식인지라 이 역시 조리사 선생님이 정신이 없는 상태다.
의욕은 넘치고 월급은 적고 -,.- 잘 하고 싶으신 게다. 이 문제 역시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
작년과 다른 현상은 아이들이 틈만 나면 큰 운동장으로 나가서 뛰어 논다는 것이다.
몇 명 결석생이 있지만 역시 점심 먹고 밖으로 나가서 뛰어 놀고 있다.
산벚이 피었다. 이전보다 이르다. 작년에는 윤달이 있었지.











분교에도 벚꽃이 피었다. 작년 보다 10일 정도 빠르다.
찬서가 운동장에서 올라오며 아는 채 한다.

“이렇게 또 인사를 하게 되네요.”

찬서의 언어는 좀 색다르다. 한 템포 느리고 운율이 있다.
애 늙은이 같은 놈.











앞으로 몇 년간 연곡분교 벚꽃은 지난 4년 동안 이곳에서 보았던 장면을 연출하지 못한다.
지난 가을의 태풍 상처가 너무 깊다. 아름드리 가지들이 부러졌고 가지 자체의 상처도 많기에
꽃이 턱 없이 적다. 계곡 쪽 줄벚 나무도 대부분 쓰러졌다. 아쉽지만 수긍해야 할 사실이다.
내가 올라 온 김에 지난 몇 해 동안 그러했듯이 벚나무 아래에서 단체 사진을 찍기로 했다.
몇 명 결석생이 있다. 그러나 신록 오면 다시 찍고 일단 오늘도 찍기로 했다.
며칠 구름이 짙었는데 점심 먹고 시커먼 구름은 사라졌다.

“그래요. 오늘 찍죠.”











유치원. 왼쪽부터 함다윤, 김연안 선생님, 최지우, 문현지.
하주은과 임윤서가 사진에서 빠졌다.

“선생님, 어떠세요? 올라오시니까.”
“재미있는데 사실 좀 힘들어요.”

오전이 힘드신 모양이다. 사진에 등장하지 않은 어린 청강생들이 있다.
서류상의 다섯 아이 보다는 거의 유아반 수준의 아이들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모양이다.
오후에는 ‘하모니강사’ 라는 명목으로 학부형 중 한 분이 지원된다.

“종일반 보조교사가 필요하시군요. 어떻게 한 번 해보겠습니다.”

말을 하고 돌아서는 내가 어처구니없다. 무슨 방법이 있지?











1학년. 왼쪽부터 최연우, 이지영 선생님, 홍햇살.
연우는 유치원 지우 언니다. 2학년 진우의 동생들이다.
긍께… 2012년 분교에 계셨던 김미행 선생님과 지금 최관현 선생님 사이의 아이들이다.
그리고 홍햇살. 원래 구례에서 살던 친구다. 지난겨울에 역시 벼락처럼 등장했다.
이지영 선생님은 지난 4년간 나와 같은 마을에 살고 계셨지만 분교에서 처음 인사했다.
새로 오신 선생님들은 다행히 나의 카메라 세례를 적게 받게 되어 다행이다.
수업을 하는 선생님 입장에서 사실 빡빡이가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것이 불편하다.
앞선 선생님들은 단지 그것을 참았을 뿐이다.











2학년. 왼쪽부터 최아림, 최진우, 문서연, 손영미 선생님, 남지강.
김찬과 하수연이 사진에서 빠졌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최적의 인원은 각 학년 별로
5~6명 정도다. 삼십 명 정도의 학교. 학년 구분이 절대적인 방식이 아닌 수업,
초등학교도 뭔가 선택을 할 수 있는 수업, 한 분의 담임선생님 방식이 아닌
분야별 전공 교사 운영과 집단 지도, 교차 평가.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가 같은 교수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아림이는 얼굴이 많이 탔다. 보기 좋다. 진우와 서연이는 아저씨가 좀 더 겪어봐야 알겠고.
지강이는 최근에 조금 더 밝아졌다고 한다. 오늘은 사진 수업 중에 나에게 뭐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잘 알아들을 수 없어 적절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런 경험이 지강이를 힘들게 했을 것이다. 손영미 선생님은 뭐.











5학년. 왼쪽부터 최관현 선생님, 김찬서, 문예진, 함다인.
찬서, 초등 후반에 꽃이 핀다. 오후에 보니까 예진이 하고 공부도 같이 하고 뭐 그렇데.
예진이. 역시 아저씨를 좀 더 자주 봐야 서로를 알겠지.
다인이. 이제 학생회장이다. 6학년 없는 학교에서 동생들 관리해야 하는 위치다.
그리고 최관현 선생님. 의욕 충만 실행력 만땅. 천천히 하세요. 주변 사람들이 뻗어요.
최 선생님 가족은 요즘 분교 숙직실에서 거주한다. 출퇴근 시간이 힘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아주 만족스러워한다. 자세한 것은 김미행 선생님을 만나서 수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서울교대 출신의 고뇌하던 청년은 왜 연고도 없었던 구례를 선택했을까.











그렇게 단체 촬영이 끝나고 사진 수업에 들어갔다.
갑작스럽게 아무 준비 없이 십 수 년 만에 수업이란 것을 하러 들어가니 좀 그렇다.
다음 시간부터는 나도 뭔가 교재를 준비해야겠다. 막상 시작하고 보니 이게 쉽게
‘그래요’ 하고 진행할 일이 아니었다.
용어 선택과 표현방식이 거친 점을 좀 교정해야 하는데 잘 모르겠다.
여튼 포토에세이를 완료할 수 있도록 거시기 해야 한다.
금요일 오후에 최 선생님이 문자가 왔다. ‘공무원채용검사서’ 라는 것을 보건소에 받아 오란다.
나 공무원 되는 거야?
잠시 설명하고 밖으로 나와서 촬영 시간. 카메라가 네 개니 여덟 명의 아이들을 2인 1조로.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찬서가 내 카메라를 받아서 찍은 사진이다. 진우의 저 표정은
윙크가 아니라 파인더로 눈을 가져가기 직전의 한 쪽 눈 감기 적응 동작이라고 보면 된다.
최 선생님의 저 표정을 보라. 정말 재미있지 않다면 저런 표정은 나오지 않는다.











유치원 아이들과 일부 1학년들도 같이 잠이 들었다.
학교 주변으로 꽃이 흔하니 약간 정성을 기울이면 교실은 화사해진다.
이 시간의 기억들이 아이들이 자랐을 때 어떤 유전자로 새겨질까.
금요일 오후에도 지리산닷컴 사무실로 젊은 부부가 다녀갔다.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서 귀촌을 생각한다고 하지만 가족 전체의 전환기다.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라는 문턱에서 부모들은 항상 생각이 많아진다.
경험적으로, 생각이 많은 사람은 오지 못한다.
때로 몸이 생각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 가슴이 아닌 몸.
실패하면? 물론 어느 누구도 그 결과를 책임지거나 대신해 줄 수 없다.
오롯하게 당신 몫이 될 것이다. 그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다가 어쩌면 당신은
정체된 주말 19번 국도에 멈추어 서 있게 될 수도 있다.
그 사이에 꽃은 스무 번 정도 피고 질 것이다.











빠진 아이들이 있어 다시 찍겠지만 일단 2013년 연곡분교 단체사진이다.
지난 시간 동안 외로워서 서먹해서 접근이 힘들었다면 이제 갑자기 늘어 난 식구들로
인해 다른 차원의 문제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사람 사는 곳은 그러하니까.
그런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예감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좀 더 단단해지거나 허물어질 것이다.
연곡분교 2013년은 그 갈림길이다. 어쩌면 좀 더 긴장해서 지켜볼 시간이다.

연곡분교 감사의 밤을 연다.
2013년 4월 12일(금) 오후 5시 30분이다.
자세한 소식은 개미학교쩜넷으로,
시간 되시는 분들은 누구나 편하게 참석하실 수 있다.
야영도 할 모양이니 별 보고 텐트 속에서 주무시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그때는 꽃도 끝이 나고 도로도 한가할 것이다.

 

* 도서 기증 받습니다. 최근에 새롭게 도서실을 정비하고 목록도 정리했습니다.

마을도서관으로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따라서 아동 도서 뿐만 아니라 일반 도서도 기증 받습니다.

특히 출판사 등의 재고 완전 대박 기증 초절정 환영입니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 남산길 18 토지초연곡분교 / 061-782-6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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