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 梅, 가슴을 베이다

마을이장 2013.03.22 21:51 조회 수 : 9814

 

 

 

 

3월 21일 목요일 아침.
하동으로 내려간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나는 계속 하동으로 내려가야 할 일이 생겼고
언제나처럼 섬진강을 따라 내려갈 때면 항상 861번 도로를 사용한다.
매년 3월 셋째 주 이후 861번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는 것은 12km 정도의
만개한 매화 길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는 의미다.

꽃 사진을 찍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어쩌면 2013년 이곳에서 꽃 사진을 찍지 못할 것이란 예감을 하고 있었다.
가는 길은 항상 혼자였다. 차창을 열고 매화 향을 들이마시고
애써 외면하면서 앞만 보고 길을 달렸다.
가급이면 피하는 매화마을 전경이 보이는 길로 좌회전 했을 때 바탕화면 용
사진이라도 한 장 건지자는 생각으로 차를 한 번 멈춘 것 이외에는 달렸다.

그러니까…
내가 하동에서 아이를 태운 것은 9시 20분.
861번 따라 올라오다보면 광양 다압면 염창마을이 나오고 대략 10시경에
지인의 이삿짐 차가 도착할 예정이었다. 이사를 도와줄 생각이었다.
전화를 해보니 11시는 되어야 도착할 듯하다는 운전 중의 대답이었다.
시간이 남는다.
그러니까… 지금.
나에게 이 시즌에 거의 유일한 한 시간의 기회가 주어졌다.

2012년 녹차 잎을 딸 무렵에 염창마을 거닐었다.
신록 사이로 보이는 강을 보면서 이 길에서 매화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1년 전 신록에 대면했던 그 길이다.
길은 염창에서 매각마을로, 매각에서 직금마을로 이어질 것이다.

이 길은,
섬진강을 섬진강 너머 하동 화개 중기마을에서 부춘마을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강은 유장하고 나는 동쪽의 해를 바라보고 걷는다.
기계적으로 셔터를 누르다가 어느 순간 ‘사진을 찍고 싶다’는 자극이 찾아 올 때가 있다.
습기를 머금은 흙길과 풀을 만났을 때가 그때였다.

아침 햇살에 드러난 모래톱은 물결의 방향을 표시하고 있었고
내가 원했던 장면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약간 거칠고 호젓하고 넓은 시야.
며칠 동안 뿌연 하늘이었는데 하루 사이에 기온은 내려갔고 오늘은 하늘이 열렸다.
염두에 두었던 길을 걸었다. 염창마을에서 매각까지 길은 이어질 것이고
나는 매각에서 발걸음을 돌릴 것이란 예정을 했다.
그저 제법 높은 언덕길에서 섬진강을 굽어보며 바람을 맞았다.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단지 봄을 만났을 뿐이다.

지난 가을 태풍의 흔적은 곳곳에 여전했다.
바람은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뭐랄까… 그 태풍 이후 풍경의 질감이 바뀌었다.
아주 거친 붓 터치가 있었고 풍경은 거친 마티에르와 같은 질감으로 바뀌었다.

한 시간.
그러나 기억에 남을 어느 아침.









































































































































































































































































오후에 다시 염창마을을 가야했다.
오전 빛을 담았으니 서산으로 넘어가는 강한 빛도 마저 담아보라는 보너스였는지.
손님들은 휴식 보다 광양 행을 원했다.
서산으로 넘어 가기 직전의 빛은 송곳보다 날카로웠다.
빛은 꽃잎을 산산조각 내었다.
결국 빛에 가슴을 베였다.
서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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