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雜새

마을이장 2013.01.06 00:26 조회 수 : 7734

 

 

 

 



이미 있던 것이 아니라 처음 마련하거나 다시 생겨난.











새해다.
또는 어제가 끝나고 오늘이거나.
새해라거나 뭔 변화를 꿈꾸기에 적당한 날 또는 기념일을 전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
그런 사고방식에 맞게 나의 일상은 어제 또는 2012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송년과 신년 문자에 대해 답하지 않는다. 다른 일과 겹친 문자를 제외하고.
따라서 이곳에서 새해라고 심기일전의 글을 올리거나 어쩌거나 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다.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지난 12월 초의 김장전투가 끝이 나고,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맨땅에 펀드 2012」가
끝이 나고 대체적으로 긴장이 풀린 일상을 보내었고 그 여파로 일은 밀려 있다.
일이란 것은 공과금 고지서와 같은 모양이다.
미루어 두면 계속 쌓이고 연체가 거듭되면 뭔가 사고가 터진다.
몇 개의 시한폭탄을 안고 있지만 12월이 끝나도록 나는 그런 폭탄들을 제거하지 못했다.
그리고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어제 하던 일을 오늘도 내일도 계속했다.











이곳으로 옮겨 온 일곱 해 중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날 오래간만에
30m 옆의 운조루를 찾았다. 문간방의 운조루 엄니는 나를 보고 ‘누구세요?’ 라고 했다.
옷과 비니로 감싸고 있는 사람을 알아보시지 못한 것이다.

누·구·세·요

모·르·겠·습·니·다

내린 눈은 추운 날씨 탓에 녹지 않았다.
눈이란 오브젝트에 대해 별 다른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단지 기록 차원의 셔터를 몇 번 눌렀다.
이곳이나 그곳이나 연일 추위가 깊다. 시골에서 기름 값께나 들게 생겼다.
어제 금년 겨울 세 번째 기름을 넣었다. 대략 도합 팔십만 원정도 되나?
2월에 한 번 정도 더 넣으면 될 것 같은데 겨울 난방비가 일백만 원이 넘어갈 것 같다.
겨울은 돈을 먹는 계절이다. 노인들은 최대한 기름을 아끼고 노인정에 모여서 하루를 보낸다.

누·구·세·요

아직은 노인정에 갈 수 없는 사람입니다.











책은 잘 팔리세요?

책. 소수겠지만 사람들은 책으로 어느 정도 수입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책.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으로 포장을 해준다.
글. 책과 잡지 기고 등을 합산해서 일천만 원 정도 글 수입을 올린 것 같다.
이빨. 토요일 아침에 우발적으로 읍내 치과에 가서 왼쪽 위 어금니를 뽑았다.
‘살리기 힘들겠는데요’ 라는 것이 의사의 의견이었고 ‘그러면 뽑죠’가 나의 의견이었다.
위 아래로 세 개의 어금니가 좋지 않단다. ‘결국 빠진다는 말씀이죠?’
내 몸의 시설이 낡아 간다.
입을 벌리니 부릅뜬 눈으로 앞에 붙은 임플란트 광고 포스트를 본다.
치과에 간 것이 백 년만인지 이백 년만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 된다는 생각. 건강검사는 달나라 이야기.
말 안 듣는 대한민국 중년 남자의 표준. 장년인가? 쉰하나.
책 한 권에 이빨 하나. 네 권 더 해야 하나. 하나, 둘, 셋, 넷…
계약이 네 권 남았긴 하네.
책은 이빨이다.











오미동에서 여섯 번째 겨울이다. 구례에서는 일곱 번째 겨울이다.
토요일 오전에 상사마을 대동회가 있었다. 이장 님 요청으로 좀 일찍 나가서
빔 프로젝트와 기타 장비를 세팅해야 했다.
두 시간 동안 물고 있으라고 한 뽑은 이빨 자리의 뭉친 솜을 한 시간 삼십 분 만에
뱉어 내었다. 그 상태에서 담배를 피우니 연기가 폐로 들어오지 않았다.
멍하게 노인들의 소리를 흘리고 페이지 넘기는 일을 하다가
잠이 오기도 했고 마취가 풀린 자리가 아파오기도 했다.
겨우내 보일러를 가동하지 않은 마을회관은 거의 냉방이었다.

그·만·하·세·요!

시답잖은 시비로 점심시간을 훨씬 넘기면서 말싸움 중인 영감들에게 소리를 날리지 못했다.
나는 상사마을에서 아무런 소리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기에 방침대로 행동한다.
마을은, 시비는,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마을은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고 오래 산 남자 사람은 타인의 말을 듣지 않는다.

오미동에서 요즘 제일 자주 듣는 소리는,

언·제·이·사·와?

상사마을에서 듣는 소리는,

이·사·간·담·서?

맞는 말이거나 틀린 말이거나. 나는 여전히 두 마을에서 살 예정이다.
오미동 옛 여자노인정 공간을 마누라인 월인정원의 제빵작업실로 만들었다.
집에서 짐이 나가니 상사에서의 소문은 굴뚝의 연기를 봤다고 해도 별 문제는 없는 것이고.
오미동은 원래 나에게 그곳으로 와서 살라고 했으니 짐이 들어오는 것을 본 이후 당연한 질문이다.
‘두 군데 모두 삽니다’는 설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상사에서는 ‘이사 안 갑니다’, 오미동에서는 ‘이사 옵니다’로 답변하고 있다.
무게 중심은 완전히 오미동으로 기울 것이란 것은 분명하다.











금년의 삶이 대단히 산만할 것이란 것은 분명하다.
공간과 생각에서 모두 그러할 것이다.
연말부터 의회 인쇄물 관련 일 때문에 필요한 촬영이 있어 의원들을 볼 수밖에 없었다.
여의도 말고 구례의회.
이곳을 보고 있는 의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막상 확인하니 속이 좀 불편했다.
뻔히 보고 있는데 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뭔 이야기 중에 구례교육청에서도 이곳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역시 불편하다. 연곡분교 관련한 작전이 노출되는데…
내가 했던 말들은 부메랑이 될 것이다. 가끔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둔다.
그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마흔에서 여든 사이의 남자 사람들이 실리를 포기하고 대화하는 것이 가능할까?
나는 이빨을 뽑았는데.

최근에 주변에 그런 소리를 하거나 물었다.

“인생에서 노동의 총량이 있을 것 아닌가?”

휴식 없이 바로 2013년으로 넘어와 버렸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 맞다.
해야 하는 일의 처리 속도와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것은 객관적 현실이자 사람의 세월이다.
그런데 이빨은 세 개 더 빠질 것이라고 한다.
네 개의 이빨을 보강할 것인지 오른 쪽 어금니로 살아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아마도 결심이나 계획은 무망할 것이다.
손가락을 접으며 헤아려 본다.
「맨땅에 펀드」를 진행하는 한 2017년 정도까지는 지금의 일상 카테고리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나는 2017년까지의 펀드 기획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뭔 인터뷰가 있었다. 그쪽의 마지막 질문은 물음표 있는

행·복·하·십·니·까?

준비된 답변을 했다.
그러나 행복이란 참 모호한 개념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맛있습니까?
재미있습니까?
이런 질문보다 어렵다.
아, 이곳의 〈행복하십니까〉라는 헤드카피는 내 기억으로는 한솔로가 제안한 것이다.
내 책임이 아니란 소리다.











눈 때문에 휴교를 했던 연곡분교 방학식이 2012년 마지막 날에 강행되었다.
하은이, 찬서, 찬이 남매가 이미 예정된 일본행을 했고
다현, 다인이네가 역시 예정된 장거리 이동을 했기에 아홉 중 다섯이 빠졌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나는 여기까지 촬영하고 2월의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연곡분교에서 퇴장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별 이변이 없는 한 연곡분교는 이미 나에게
‘하고 싶은 일’에서 ‘해야 하는 일’로 바뀌어 버렸다.











최근 우리들(선생님, 학부형, 나)의 화두는 ‘지금 없는 학년’을 잡아 오는 일이다.
2013년 분교에 단 한 분의 선생님만 존재하는 상황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6학년 엄니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한 해 꿀릴까요?’ 라는 다소 거친 방안을
제시했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농담이고…
2013년 1, 3, 4, 6학년 중 단 한 명이라도 존재해야 한 분 선생님이 더 올라오신다.
현재로서는 2013년에 2, 5학년만 존재한다.











혁준이 엄마가 홈스테이를 결심했다.
혁준이는 졸업을 하지만 어차피 있는 집이다.
가족 전체의 전입이 힘든 상황이니 고학년이라면 아이만이라도 일단
보낼 수 있는 가정이 있다면 받겠다는 것이다.
분교로 오르다보면 왼편의 한솔민박 간판이 결려 있는 집이다.
오래되었고 춥다. 이 문제를 보강하기 위한 공사를 할 것이다.
혁준이 집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이를테면 하숙비용은 얼마로?”
“뭐… 형편에 따라서…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지리산 자락에 내려와 있는 사람들하고 산수 이야기하기 정말 피곤하다.
내 생각으로는 숙식, 교통비 포함 월 50만 원은 되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판단이다.
홈스테이 관심 있는 분들은 메일로 일단 문의하면 혁준이 엄마 전화번호를 알려드리겠다.
4dr@naver.com 세 명까지 가능하다.
내가 생각하는 극단적인 방안은?
일단 이곳을 보고 계신 분 중에 아이를 연곡분교로 이 겨울에 전학을 일단 시켜달란 것이다.
그리고 3월에 다시 지금 계시 곳으로 옮겨 가시라는 것.
선생님을 확보하기 방안인데 이곳을 교육청에서 보고 있다니 좀 거시기 하지만…
여튼 늦어도 1월말까지는 성과가 있어야 된다.
2월에는 교사에 대한 인사발령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결판이 나야한다.











1월이 가기 전에 2012년에 해결되어야 했던 일들을 끝낼 생각인데 쉽지는 않을 것이다.
뭐 몇 가지 있다. 펀드 결산보고 개별 통지, 사이트 하나 구축, 책 한 권 원고 납품…

「맨땅에 펀드 2013」은 특별한 영업 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던 언론 노출이 있었고 그것을 보시고 신청을 하신 대부분을 돌려 세웠다.
숫자를 빨리 채우고 싶은 유혹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여튼 하루에 다섯 명이라도 계속 334를 향해 전진 중이니 펀드에 대한 우발적 투자 결정,
다소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신청은 여전히 일단 블로킹을 당할 것이다. 이해를.
「맨땅에 펀드 2013」중계는 1월 11일 전에 첫 글이 나갈 것이다.
이번 주에 실행되지 못한 이유는 너무도 뻔하게 이장 때문이다.
펀드는 계속 모집 중이다. 쭈욱~
가장 인상적인 투자 신청서는 ‘여친에게 선물’ 이라는 투자의 변이었다.
다시 한 번, 펀드 투자 기획안을 읽고 메일 주십사~

 

기획안 보러가기

 

 

이장의 책도 초판을 떨어내기 위한 어떤 영업 전략이 없다.
에스24와 반디앤루니스의 ‘오늘의 책’에 선정되어 며칠 동안 메인페이지에
걸려 있어도 이렇게 책이 빠지지 않는 것은 역시 사진집이라는 것,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이유일 것이다. 두 온라인 서점 입장에서 그런 가격대의 책을 대문에 선정 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의 매출손실을 감수한 결정이었으니 감사하고 미안한 일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할 만큼 책이 좋았다는 소리… 쿨럭 -,.-

 

아버지의 집 보러가기

 

 

그리고 이 겨울에 나는 여전히 컨테이너 박스에 들어 앉아 모니터에 코를 쳐박고 있을 것이다.
혹시 카페나 게스트하우스 이용하시면 노크하시라.
왜 이장이 뿔 달린 괴물로 낙인이 찍혀 모두 소리 소문 없이 그냥 가시는가.
오미동에서 엄니들한테 물어보시라. 컨테이너 삼촌이 얼마나 나긋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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