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6
연곡분교 2차 학교설명회 하루 전이다. 읍내에서 현수막을 찾고 오후 3시에 도착한
인화된 사진을 들고 학교로 올라갔다. 작은 학교 전체가 분주하다. 모두 청소 중이다.
모르는 얼굴들도 보이고 그렇다. 그렇게 모두 몸 보시를 해서 청소와 정리에 열중이다.











찬서 어머니도 오래간만에 등장하셨다. 원래 하반기에 교실들을 이동하고 저렴한 예산의
일종의 인테리어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가능한 선에서 설명회 전에 끝을 내라는 교장 선생님의
지시도 있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원래 1, 4학년 교실이었는데 2층으로 이동하고 도서관 기능을 하는 다기능 공간으로 변했다.
교실 이동의 핵심은, 수업 공간은 2층으로 옮기고 놀이와 손님맞이는 1층에서 끝을 내는 것이다.











이 뭥미! 모두들 청소에 분주한데 반 깁스를 한 손영미 선생님.
무거운 것을 들다가 인대가 늘어난 모양이다. 뭐라고 놀리고 싶었지만 바쁜 관계로 패스.
그리고 내 카메라를 달라고 하더니 아래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날은 기울어 가고 교무실에 처음으로 난방을 가동했다. 난로가 있다면 좋겠지만
화재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산골 학교의 특성 상 전기 난방기.











제가 찍은게 아니예욤 김 샘!
누군가로부터 박카스가 돌려졌고 피로 회복엔 역시 박카스가 쵝오!
사람들이 많고 아이들도 집에 가지 않고 그대로 남아 뛰어 다니니 마치 잔칫집 분위기다.
덩달아 선생님들도 좀 들뜬 기분을 느끼는 듯했다.











다현, 다인, 다윤이 엄마는 절대로 내 카메라에 찍히지 않겠다는 것을 인생의 모토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손영미 선생님의 막 눌러 공세에 여기저기 모습이 보였다.
목공에 취미 이상의 관심과 장비를 가진 다현이 엄마는 이번 학교 리모델링 현장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손영미 선생님이 금년에 틈틈이 기록한 학교에서의 사진 10여 장과 내 사진 40장 정도를
A3 사이즈로 인화했다. 다음 날의 설명회를 위한 영업용 성격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학교의
복도와 계단에 기억할 수 있는, 또는 기록했던 순간부터의 이야기를 전시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그 시간을 점점 더 확대해 나가는 것.
폼보드에 부착해서 양면테이프로 벽면에 붙이는 방식으로 간소화했다. 액자고 뭐고 그런 것은
이상하게 별로 취향이 아니다. 돈도 돈이지만.
사진 속에는 4년 전, 3년 전의 아이들과 선생님 얼굴이 있었고 그 아이들의 일부는 이곳이
아닌 토지면 본교에 등교하고 있다.











대략 일이 끝나고 밖은 어두워졌다.
아홉 명의 아이들 중 여섯 명의 아이를 이곳에 보내고 있는 세 가족의 학부형들이
청소와 정리에 모두 열심이었다. 도시 학교를 다녔다면 이렇게 자주 학교엘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상해 보이고 의심스러워 보이니까. 그러나 분교를 보내다보면 무엇 하나라도
도움 줄 일이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이 학교에서 ‘내 아이의 몫’은 그렇게 넓고 깊다.











어차피 집집마다 돌아가서 밥을 해 먹기도 피곤한 하루였고 아이들과 부모님들
그리고 선생님과 나 같은 客까지 모두 함께 밥을 먹기 위해 차를 나누어 타고
6km 아래로 이동했다. 아이들을 조용하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 낡았지만 다른
대안이 없는 작은 TV는 어른들 만의 시간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닭을 좀 시켰다.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 닭죽이 일품이었다. 밖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유림이가 없었지만 집으로 가는 길에 김미행 선생님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샘, 내일 설명회 잘 하세욧!”

모두 같은 마음이다. 아이들은 이 날 모두 찬서 집으로 가서 잠을 잤다.
2학기 전학생이 들어 온 이후 이 집 저 집 몰려다니며 한꺼번에 쑥대밭으로
만드는 문화가 생겼다.











토요일 아침. 결전의 날이 밝았다.
과연 참석을 약속한 가족들은 올까? 전남 권에서는 단 한 가구도 없다.
대부분 장거리 이동이다. 단지 지난 7월의 방송과 지리산닷컴에서의 이야기를 근거로
그 먼 거리를 이동해서, 그것도 인간의 일생에서 가장 민감하게 고민하는 ‘자식’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을까?











설명회는 오후 2시였지만 아침부터 올라가서 어제 작업한 사진들을 부착했다.
생각보다는 제법 시간을 잡아먹었다. 입구 쪽에는 2009년과 2010년 사진을 붙였고
교무실과 복도에 최근 사진을 부착했다.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의 3년 전
모습 속에서 그 성장 속도와 변화를 실감한다.
2시가 가까워지고 차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아직 점심을 먹지 못했다.
숙직실로 올라가서 급하게 라면을 끓여 먹었다. 김미행 선생님은 물을 너무 많이 잡는다.











내부 작은 마당이 차로 가득하기란 처음이다.
아홉 가구라고 생각했는데 끝이 난 다음에 정리하고 보니 모두 열한 가구가 참석했다.
날씨는 흐렸고 약간 쌀쌀했다.











아이들을 돌 볼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부에서 초등학생까지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이니 대부분 아이들을 데리고 참석할 수밖에 없다.
벼락은 꼭 가까이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떨어지기 마련이다.
최근에 피아골 초입으로 이사를 한 호호 아씨에게 격문을 날렸다.
그녀는 뚜렷한 직업이 없이 대단히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귀촌 2년차.
친구 분까지 급 동반하시고 도움을 주기 위해 날아오셨다.
팔자에 없는 동화 구연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업 중이다.
감사했습니다. 밥도 못 나누고 그냥 내려가시다뉘.











한편 교무실에서는…
어른들이 생각보다 진지하고 열띤 묻고 답하기,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3시간이 이어졌다.
뭐랄까… 제 각각의 이유가 있고 제 각각의 사연이 있다. 그래서 같은 목적을 두고 생각의
차이가 많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의 차이를 많이 느낀 자리였다.
자세하게 상황을 서술하기는 힘들다. 보기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는 내용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날은 전반전 학교와 교육에 대한 설명, 후반전 시골로의 이주에 관한 설명이 있었다.
1차 학교설명회를 끝내고 내가 느낀 점은 학교와 교육에 대한 설명만으로는 전입을 설득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아이의 전입은 결국 가족의 전입 또는 가족 일부의 전입을 전제로 한다.
한 가족의 삶이 이리저리 많이 변경될 수밖에 없는 결정이다.
그래서 귀농귀촌과 관련한 이야기, 집구하기, 밥벌이 문제, 이웃과의 관계 등에 관한 이야기는
꼭 필요한 항목이었다.
역시 학교와 교육에 관한 질문보다는 시골로의 이주에 관한 방법론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주제가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내가 말을 해야 하는 장면이 많아지고 ‘사실주의’를 인생 모토로
하는 관계로 이야기는 좀 날 것이 되고 만다.
분교와 시골살이에 관한 이해와 처지가 모두 달랐다. 그러다보니 요구 수준과 기대 수준도 달랐다.
전체적으로 연곡분교의 성격과 한계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연곡분교는 구례군 토지면에 위치한 토지초등학교에 속한 하나의 분교다.
분교가 자체적으로 독립적이거나 독자적이지 않다.
토지본교의 교장 선생님이 분교의 교장 선생님이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를테면
본사와 지사 개념이고 本寺와 암자 개념과 같은 것이다.
분교는 자체적으로 정상적인 공립교육기관이다. 대안학교가 아니다.
여러분들의 자녀들이 도시에서 다니는 바로 그 학교와 성격이 같다.
특별하거나 특수한 학교가 아니다. 단지 작을 뿐이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집구하기, 밥벌이 등의 문제는 개인 또는 그 가족 삶의 문제다.
나 역시 명백하게 분교로 전입을 희망하는 가구의 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전히 고민
중이지만, 서울 시내의 A초등학교에서 B초등학교로 전입을 하는 경우 B초등학교 측에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그 가족의 집과 직장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는다.
지자체와 교육청을 상대로 이 주제로 대화를 할 때 그들이 나에게 이야기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원론적으로 맞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전입에의 의지가 약해지는
것 또한 하나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도움을 너무 당연시하는 것 또한 난감하다.
여기까지. 다음에 책에서 이 문제는 더 자세하게 분석하고 솔직한 의견을 말하겠다.











17일 토요일 모임은 거의 밤 10시가 되어서 최종적으로 남은 사람들이 자리를 일어섰다.
18일 일요일은 두 가구를 위한 설명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네 가구가 참석을 했다. 햇살이 보였다. 이미 하루 전에 짙은 리허설을 한 탓인지 약간
긴장감이 풀렸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도 좀 편했다.
참여한 숫자는 하루 전 보다 적었지만 집중력과 가능성은 더 높은 만남이었다.
역시 약속한 2시간을 넘겨서 식사 자리로 이동을 했다. 돌아와서 학교 앞의 빈 민박집을
둘러본 가족도 있었다. 어쩌면 두 가구 정도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날 모임은 파키스탄과 네팔 국적을 가진 아빠를 둔 다문화 가정이 두 가구였다.











교장 선생님께서 이틀 동안 꼬박 설명회에 참석을 하셨고 적극적으로 답변하셨다.
작년까지 분교에 근무하셨던 박상복 선생님께서도 일요일임에도 설명회를 찾아 주셨다.
분교에 근무하셨던 선생님들 중 몇 분은 여전히 분교로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염려와 걱정. 기대가 이제 그 자리를 어느 정도 점유하고 있다.
그런 선생님들이 분교 문제에서 아주 큰 자산이자 힘이다.
60분 TV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나선 분교는 하나의 고정 관념을 양산하기도 한다.
방송에서 보았던 그 아이들과 그 선생님들이 영원히 지속되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무엇보다 케이블 채널은 재방송을 거듭하기에 이곳에서 분교의 변화는 하루가 다르지만
빙송만 보고 연곡분교를 알게 된 사람들에게는 그 화면의 이미지가 하나의 정물이다.
변하지 않는 그 학교 그 사람들.
김미행 선생님은 내년이면 본교로 내려가신다. 손영미 선생님은 2014년이면 내려가실 것이다.
금년의 연곡분교가 빛났던 것은 물론 이 아리따운 두 여 선생님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입을 예정하고 오신 학부형들은 그 선생님들이 그 자리에 여전하기를 원한다.









 

가까운 미래에 관한 답변은 주로 교장 선생님과 최관현 선생님이 답변했다.
아마도, 2013년에는 최관현 선생님이 분교로 올라오실 것이다. 토지본교에는 기꺼이
분교에서의 근무를 원하시는 선생님들이 몇 분 더 계시다. 물론 그 선생님들의 목적은
벽지근무 가산점이 아니다. 스스로 그 가산점을 폐지하자는 주장들을 하고 있다.
본의가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2013년 분교는 더 희망적이다.
2차 학교설명회는 예상보다 성황리에 끝이 났다. 한 가족이라도 참석하면 진행한다는
약간 비장한 각오가 무색하게 열다섯 가족이 참여했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몇 년을 예정으로 인연의 끈을 한 가닥 더 이었다.
1년을 예정으로 이 일에 관여했던 나 역시 어쩌면 1년 더 분교로의 전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 작업에 시간을 투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아니면 찬서의 1학년에서 6학년까지를 결국은 모두 함께 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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