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 오미동 아침 숲에서

마을이장 2013.11.06 10:56 조회 수 : 9079



 

 

 

 

11월 5일 화요일 아침.
안개가 짙었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오미동 숲을 촬영하고 싶었지만
게으름에 출근 자체가 느리니 안개가 사라지고 난 다음에 출근이 많았다.
쓰레기 때문에 일찍 나선 길에 원하던 상황을 만났지만 너무 바쁘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뭔가 글을 쓴다는 이야기고 나는 화요일에 그럴 여력이 없다.
그러나 논리와 상황판단은 ‘지금 찍고 싶다’는 마음을 이기지 못했다.







카메라를 챙겨서 여전히 좋지 않은 발목과 종아리로 속도를 내었다.
안개가 사라지기 전에. 이미 빠르게 흩어지고 있다.











130909
007편지 / 이 편지를 받을 즈음이면 행군이 끝이 난 다음이겠구나. 아닌가?
이를테면 반야봉 왕복 거리에 해당하니 빡세긴 하다. 문제는 완전 군장이겠지.
아빠가 중학교에 입학할 때에는 교복이 있었다. 어울리지 않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지.
지금 너희들의 모습이 그럴 것이다. 그 모습이 익숙해질 무렵이면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간 다음일 것이다. 아빠가 산행을 한 것이 오래되었잖아.
그래서 요 며칠 약간 가학성 산행에 대해 생각 중이야. 집중력이 많이 흐트러지고
몇 가지 일들의 진행을 앞두고 회의감이 들거든. 이런 경우는 머리 보다 몸을 한 번
돌려주는 것이 좋은데. 일상으로 그럴 때 아빠는 청소를 하잖냐. 일종의 환기지.
전체 인생에서의 환기 기간이 간혹 있지. 지금 너희들은 그 기간을 관통 중이다.
별이는 어제 오후에 전주 병원엘 다시 다녀왔고 진단 결과는 좋다.
이제 아마도 추석 지나고 한 번 더 가서 중성화 수술을 할 것 같다.
개 병원비용은 많이 비싸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니 그렇다.
그래도 장기적으로는 결국 수술을 해야 할 것이다.











130910
008편지 / 내일은 홍순영 아저씨의 아들과 인터뷰가 있다.
아버지에 이어 농부가 되기로 한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지.
어제 홍순영 아저씨에게 햅쌀을 받았다. 얼마 전에 해 준 포장지에 대한
디자인 비용이지만 -,.- 여튼 10월 7일 수료식 날 들고 가서 햅쌀로 밥을 해주마.
그 아저씨의 쌀은 정말 특별하단다. 단단한 느낌. 농작물은 농부를 닮는다.
처음으로 손세차 했는데 내일 비가 온다네.
어제는 별 관심 없는 스포츠 종목의 임창용이란 우리나라 야구선수의 사진을
잠시 멈추어서 보았다. 한국 - 일본 -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등판한 선수다.
나이는 마흔에 가깝다. 그렇게 잘 던지 메이저리그 데뷔전은 아니었지만
실점은 하지 않았고 마운드를 내려가면 경기장 하늘을 힐긋 쳐다보는 사진이었다.
자신의 꿈을 이룬 그 순간의 하늘을 보는 표정이 잠시 나의 클릭질을 멈추게 했다.
그 사진 아래 댓글이 인상적이었다. 책 제목이지만,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글고 내 편지 카피해서 훈련소감문 올리지 마라. 저작권 있는 거다. 스읍.











130912
010편지 / 집 컴퓨터가 이상이 있어 무얼까? 삼촌에게 방금 전달했다.
사무실 노트북을 들고 왔다. 왜 PC는 항상 말썽일까. 하루 종일 흐리네.
오미동 마을의 몇몇 아저씨들과 같이 순천을 다녀왔다. 추석이 임박했는지 주변 사람들이
추석 선물들을 들고 오고 그러는구나. 부대에서 처음 추석을 맞이할 것인데 아무래도
집 생각이 좀 나겠지. 어찌보면 훈련소에서 추석이 하루 끼어 있어 하루 좀 편하게
보내기도 하겠다. 매일 비슷한 톤의 비슷한 일상이지만 날씨 탓인지 꿀꿀하구나.
뭔가 환기를 해야겠는데… 아, 내비게이션 업뎃 했다. 또 뭐 없나.
아, 카페에 4박5일 포상 이벤트가 올라왔는데 아빠가 참여하기는 힘들겠구나.
군대를 주제로 뭘 만들기는 미안하지만 어렵다. 어쩌지. 뭐 그렇지 뭐.











아무도 없는 숲길을 걷는 것도 이곳에서 누리는 호사다.
아들을 생각했다.











130915
013편지 / 지난밤에는 늦게까지 모여서 회의를 하느라 담배를 많이 피웠더니
지금 목이 칼칼하구나. 요즘 약간 큰 기획 두 개를 진행 중인데 말을 많이 해야 해서
좀 피곤하구나. 그리고 또 엉뚱한 구상을 하고 있다. 아빠가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은 영화거든.
그것을 꼭 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생각을 좀 정리해서, 사실은 마음이 좀 많이
그쪽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지만, 사실은 아임블루 삼촌에게 장비 견적까지 1차적으로
뽑아 놓은 상태다. 결단이 남아 있지. 결단을 내리고 주변을 설득한다.
반대로 주변의 의견을 듣고 결단을 내린다. 전혀 다른 방식의 결정이지.
이미 나이가 많은데 ‘뭔 그런 일을’ 이라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고 이미 나이가 많은데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해 보는 것, 이 역시 결단의 문제겠지. 어떻게 할까?
그리고 싶은 욕구를 20개월 동안 눌러두기 바란다. 눌러두면 폭발할 것이다.
녹슬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그 모든 경험과 기억과 씁쓸함을 씹어서
삼키고 그것을 나중에 손가락 끝으로 뽑아내는 것이다. 그 모든 경험이 ‘준비’로
소용되지 않는다면 최종 완성을 할 수 없다.











130920
017편지 / 금요일이다. 오후 3시 넘어서 부산에서 구례로 도착했다.
4시간 정도 걸렸으니 1시간 정도 밀렸다. 그래도 양호한 편이지.
포괄적으로 부산 식구들은 별 일 없다. 지난여름 할아버지 기일 밤의 그 무더위를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이제 시원하더구나. 명절 일정은 뭐 언제나처럼 그랬다.
파도리 감나무 밭 있잖아. 감과 잎이 모두 쏟아졌다고 한다. 병이지. 농약을 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금년 감 농사는 끝장이 났다. 내일은 어느 정도로 끝장이 났는지 올라가서
촬영을 해야겠다. 내년에는 ‘맨땅에펀드’가 직접 운영하는 농지는 없을 것이다.
역시 농사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듯하다.
2014년에도 펀드를 운영한다면 유통과 가공으로 주력을 해야겠지. 그렇다.
집을 떠나서 네 번째 주말을 맞이하겠구나. 한 달이 지났다는 소리지.











오래간만에 보는, 느껴보는 아주 짙은 색감이었다.
빛이 없을 때 채도는 높아진다.











130921
018편지 / 토요일이다. 지난밤에는 걷는 사람들에 관한 영화를 절반 정도 보았다.
여름이면 이곳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고 우리는 비웃곤 했짆아. 이 더위에 뭐하는 짓이냐고.
그런데 뜬금없이 네가 없는 동안에 한 번에 둘레길 완주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이 좋겠지. 원래 어느 출판사와 그 아이템으로 계약을 했다가 내가 펑크를 냈다.
부채로 남아 있는 계약건이지. 다른 책으로 그 계약을 대체한다는 생각이지만
그냥 한 번 걸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최소한 2주일이라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 순간적인 바람인지 이 가을에 지속될 바람인지에 따라 조만간 결정할 것이다.
늙으나 젊으나 남자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것이 방송가의 주요 아이템인 듯하다.
왜 그럴까. 수컷 포유류는 배회하거나 방황하는 유전자를 타고 난 모양이다.
보통은 한 집안의 책임의 많은 부분을 감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목숨을 부지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생존과 책임이라는 두 가지 의무를 안고 살아가는 듯하다.











130922
019편지 / 일요일이다. 너희 부대 인터넷 망이 문제인 모양이구나.
아빠도 어제(토요일) 공휴일인데 인터넷 수리 서비스 왔다는 전화를 밖에서
점심 약속 중에 받았다. 원래는 화요일에 오기로 했는데 뭔 일인지.
시골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지만. 여튼 문은 항상 열려 있으니 들어가서 보고
가라고 했는데 돌아와 보니 엉뚱하게 모뎀을 교체하고 갔더라.
일요일 낮에는 명절 지나고 와서 니글니글한 속을 달래기 위해 사 둔 인스턴트 냉면을
무얼까? 삼촌을 불러서 먹었다. 동치미냉면이 제목이었는데 조미료 물이었다.
조금 전에 졸다가 티비에서 지나가는 ‘머니볼’이라는 영화의 끝자락을 좀 보았다.
미국야구가 소재인데 프로야구팀 단장이 주인공이다. 스카우터 역할을 맡고 있는. 주연은
브레드 피트. 사실 잘 생겼다는 이유로 브레드 피트의 연기력을 주목하지 않는데
나는 그 친구의 연기력이 괘안하다고 생각한다. ‘세븐’을 봐도 그렇고.
여튼 이 영화에서 브레드 피트는 그의 원형이라는 로버트 레드포드 분위기가 나는,
약간의 노련미를 풍긴다.












스토리는 간단해. 비싼 선수들 말고 싸고 문제 많은 선수들을 모아서 만년
하위 팀이 꼭대기 직전까지 가는 이야긴데 야구하는 장면은 거의 없어.
사무실에서 선수 사고파는 장면이 대부분이지. 영화 말미에 보스턴 레드삭스라는
큰 구단의 단장으로 오라는 제의를 받는다. 우승할 가능성이 높은 팀이긴 하지.
그리고 우리 돈으로 대략 130억 원 정도의 연봉을 제안 받는다. 그는 가지 않는다.
돈 때문에 옮긴다는 소리를 듣기 싫은 것이라고 생각한 그의 젊은 파트너가 말하더라.
“돈은 상징이다. 그것이 상징하는 것은 당신의 가치다.” 보통 그 정도 하면 옮길 논리를
획득한 것이니 옮길 만한데 결국 가지 않더라. 영화의 이야기는 실화였다.
영화를 보다보면 투자에 비한 팀의 승률과 선수의 기여도에 관한 디테일한 분석들이 나온다.
데이터에 입각해서 사업을 하는 것이지. 얼핏 자본주의, 운영하기에 따라서 재미있는
시스템이란 생각이 들더라. 구상을 현실화하는 재미가 있는 것이지. 역시 긴 호흡이 필요해.
많은 것들이 보인다. 나이를 먹어가서 그런 것인지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상황과 현실 속에서 이전에는 다섯 가지가 보였다면 같은 풍경에서 열 가지가 보인다.
그것이 좋은 것인지 그냥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열 가지의 판단이 아니라
열 가지의 편견일 수도 있는 것이라. 타인을 평가할 때 직접 내가 그를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소문으로만 평가를 하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편지는 전 세계적인 게임 출시 현황에 대해서 알려주겠다. 스읍.











멈추었다. 이 자리에서 몇 컷의 사진을 찍었다.
의도했던 컷은 나오지 않았다.











130924
020편지 / 화요일이다. 추석 성묘 이제 출발할 것이다.
바람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할아버지 산소를 벌초하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원래 진행하던 분이 이번에 펑크를 낸 모양이다. 일단 전화로 다른 분에게 부탁을
해 두었다는데 어찌되었는지 올라가봐야 알겠구나.
지리산 반대편이라 마음먹으면 할아버지를 찾아뵙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일상이 바쁘다는
이유로 불효막강하구나. 돌아와서 오늘 중으로 꼭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오후에
다시 너에게 편지를 쓸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구나. 제사와 성묘라는 형식이
너희 때에도 지켜질지, 또는 다른 형식을 제시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간혹 생각한다.
큰아빠랑 상의해야겠지.
새벽이면 이불을 끌어당긴다. 그곳의 새벽이 어떠한지 항상 생각한다.
혹시 추운 것은 아닌지. 여기는 물론 한낮은 여전히 삼십 도 더위다.











다시. 오후 2시에 돌아왔다. 아직 편지가 출력되지 않은 것 같으니 이어서 쓴다.
돌아오니 너의 편지가 도착해 있다. 글쓰기 연습을 좀 해얄 것 같구나.
하긴 그곳에서 종이 편지를 작성해야 하니 인생에서 거의 처음으로 손 글씨를 자주 만들겠지.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다.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정기적인 기록 습관을
가지기 바란다. 그것이 나중에 자산이 될 것이다. 그리고… 너는 무지하게 악필이다. -,.-
우표는 내일(수요일) 우체국에 가서 나의 편지와 함께 보내겠다. 샤프, 펜 등은 소포에
해당하니 어차피 보낼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10월 7일에 전달할 수밖에 없다.
할아버지 산소 갔다가 위 작은할아버지 산소까지 가야해서 간만에 땀을 좀 흘렸다.
그리고 네 분의 할머니를 모시고 조금 나와서 점심을 대접해 드렸다.
별 맛 없는 매운탕이었지만 맛있다고 주장하면서 먹었다. 매운탕인데 고춧가루가 맛이 없었다.
남원으로 넘어서니 비가 조금 내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오후에는 비가 내릴 것 같다.
많이 오진 않겠지만. 사격의 달인이 되었나? 성의 있게 집중해봐.
할 수 있는 일이 정해져 있고 단순할수록. 글고 그림을 그려주기 시작했다면,
이미 그렇게 되었다면 자대로 가서도 계속 혹사당할 가능성이 높아. 천천히 그려. 무료잖아.











여전히 사진을 찍으며 해야 할 일의 순서와 소요 시간을 가늠한다.
어쩌면 이 순간도 그런 일들 중 하나인 것이다. 나에겐.











130926
022편지 / 목요일이다. 수요일에 손 편지를 너에게 보냈다. 처음이지.
그리고 아마 훈련소 있는 동안에는 더 이상 손 편지를 보낼 것 같지는 않았다.
이기자부대 카페에서 보면 손 편지는 좀 늦게 도착하는 것 같으니 그렇다.
오늘 한꺼번에 올라 온 너희들 지난 연휴 소식을 보니 5일 동안 훈련이 없었던 모양이구나.
그렇게 쉬면 더 힘들 것 같은데. 이제 사격과 긴 행군이 남아 있구나.
원래 시작과 끝은 힘든 법이지. 15km 행군에서 힘들었다니 30km를 감당해 내려면
뭔가 마라톤처럼 작전을 세워야겠지. 기초 체력이 튼실하다고 말하기는 힘든 선수이니
전략이 중요하다. 어정쩡한 비가 내리고 기온은 확연하게 내려간 듯하다.
그곳의 새벽도 쌀쌀할 것이다. 여건이 허락하면 더운 물을 마시는 것이 좋을 것이다만
쉽지는 않겠지. 목을 잘 감싸도록 해라. 너는 호흡기 관련해서 그렇게 튼튼한 편이 아니다.
오늘 아빠는 3시와 7시에 약속이다. 모두 원하지 않는 귀찮은 약속이다.
일단 들어보고 또 뭔가를 해 줘야겠지. 아예 만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시골은 너무 좁다. 오늘은 기본적으로 연곡분교 예산 관련 기획안 작업을 시작해야는데
머리가 좀 게으르구나. 그래도 시동을 걸어야겠지.
바람이 차니 더 보고 싶구나. 사랑한다.











130929
025편지 / 일요일이다. 토요일부터 비가 오고 있고 내일까지 온다네.
그곳도 예보 상으로는 비가 내리고 있겠구나. 아침 기온 13도이니 느끼기에
새벽이 쌀쌀할 수도 있겠다. 16기가 들어왔구나. 16기 부모님들이 이기자부대 카페에서
등업 신청을 하고 짧은 글을 올리기 시작한다. 흑표부대 방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으니
모두 마음 조리며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첫 소식을. 이 이야기들은 이미 한 달 전의
너희들과 우리들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제 저녁 모임에서 진도에 대한 갑갑증을 느끼는 아빠는 역시 일을 조금 더 맡았다.
아빠도 지금은 빨리 시간이 갔으면 좋겠다. 11월 9일 까지 하나의 역할을 끝내고
일을 털어내고 싶은 것이지. 10월 첫 주가 시작 되구나. 다가오는 주를 열심히
보내고 나면 우리는 서로 얼굴을 확인할 수 있겠구나. 기다려진다.











131003
029편지 / 5주차 목요일이다. 개천절이니 공휴일이네. 구례 장날이기도 하지.
똥국집 할머니는 여전히 장사를 하지 않고 있다. 오늘은 잠시 후부터 두 건의 방문 약속이 있다.
천 세대 아파트와 이곳 농산물 유통에 관한 협약을 위한 준비 모임이다.
그리고 점심 지나 모르는 사람들이 온다는데 그것은 좀 귀찮은 의무방어전일 가능성이 높다.
많은 월급쟁이들이 내일 하루 휴가를 내고 계속 연휴로 달리는 모양이다.
오늘은 날씨가 아주 좋네. 오늘 들판 사진을 찍어야겠다. 정말 며칠 남지 않았구나.
이번 일요일에 불교모임에 나가나? 그곳 카페에 올라 온 너의 사진이 큼직해서
우리는 아주 즐거워하고 있다. 나가면 ‘찍히기’ 바란다.











완전한 안개 속에서는 사진이 힘들다는 판단을 했다. 빛이 들어 올 때가 좋을 것이라고.
그러나 그 생각은 틀렸다. 그 모든 상황이 다 제 각각의 표정을 가지고 있는데.











131009
033편지 / 6주차 수요일이다. 언제부터 한글날이 공휴일이 되었나?
13-15기는 정말 공휴일이 많구나. 아빠는 몸살이다. 오늘 하루 정도 좀 게으르면 풀릴 것 같다.
태풍이 지나갔는데 부산 쪽으로 지나가서 이곳의 피해는 없는 듯하다. 지난밤에는 상사마을
제일 꼭대기 집에 초대받아 어제 이야기한 형들과 누나와 함께 식사를 했다. 뭔 공연을
한 번 만들어보자는 이야기 등이 나왔다.
그림도구는 무사히 반입해서 사용하고 있나? 훈련대대 카페는 수료식 사진들이 많이 올라오는구나.
대부분 면회 후유증에 시달리는 듯하다. 나는 갠적으로 너를 보고 온 이후 마음이 차분해진다.
자대로 옮기기 전에 손편지를 한 번 정도 쓸까 싶다. 2003년에 연신내 지하철역에서
우리 두 사람의 뒷모습 사진이 있다. 10년 전이지. 힘든 시기였다. 가녀린 목덜미를 가진
너의 모습은 지난 10월 7일 이후로 사라졌다. 또는 내 기억에서 이제 퇴장시키기로 했다.
너는 이제 완전한 청년이다.











심화교육 기간에 긴장감을 놓치지 말고 집중하기 바란다. 무사히 자대로 옮겨가야지.
그리고 통화할 수 있을 것이니 소통이 훨씬 원활해질 것이다. 첫 휴가 전에 한 번 정도는
우리가 면회를 가겠지. 물론 너의 부대 상황과 분위기가 시기를 결정할 것이다.
좀 앞서는 생각이다. 또 보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겠지. 심화교육 후 면박은 현재로서는
잘못된 정보인 듯하다. 수색대를 이수한 친구들은 휴가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만큼 그쪽 훈련이 힘들다는 뜻이겠지. 강원도는 역시 단풍이 조금 이르게 오더구나.
이곳은 10월 마지막 주 즈음에 뱀사골로 한 번 산행을 나갈까 싶다.











뭔가를 본 것 같은데 그것이 산짐승이었는지 바람이었는지 모르겠다.











131014
037편지 / 7주차 월요일이다. 일요일은 손님들 또는 집의 내 컴퓨터 문제로
편지를 보내지 못했다. 아무래도 집의 아빠 컴은 이제 교체를 해야 할 것 같다.
토요일 점심 무렵에 32명의 손님이 도착했다. 아빠 대학 동창들인데 전부 후배들이라
내가 불리한 상황이었지. 여튼, 저녁에 추가로 2명이 더 도착해서 34명의 손님을 맞이했다.
30% 정도는 아빠는 기억하지 못하는 후배 학번들이라 새로이 인사도 해야 했다만
나름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 25년 만에 보는 경우도 있었고 대부분은 지난 25년 동안
3번도 만나지 못한 관계들이지. 그것은 아빠가 그 모임에 거의 나가지 않은 탓이다.
그 이유는 뭐 다음에 너와 그런 일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다면 설명하고.











34명의 손님들 오후에 전국 각지로 떠나고 마지막 남은 손님 부부 보내고 쉬고 싶었는데
다시 손님 방문, 보내고 이어서 다시 다른 손님, 그리고 또 손님. 보내고 다시 이어서
다른 손님 방문… 그렇게 일요일이 갔다. 오늘부터는 미루어 둔 맨땅에 펀드 기록과
다른 미션들을 처리 해야는데 많이 부지런해져야 한다.
지난밤에는 너의 훈련소감문이 올라와서 좀 놀랐다. 야수교 등으로 빠져 나가서 그런지
로테이션이 짧아진 모양이구나. 많이 착해졌더구나. 문장으로 봐서는. 대성사 카페의
사진은 여전이 7생활관은 너 혼자더구나. 포우즈도 바뀌었더구나. 자 이제 이제 만만치
않은 마지막 주 훈련이 남아 있다. 체력 비축하고 40km 행군에 대비하기 바란다.
내일이 네 생일이다. 먼 곳에서 너의 생일을 축하한다. 더불어 태어나 주어서 고맙다.
사랑한다.











131016
039편지 / 7주차 수요일이다. 어제는 간발의 차이로 수확한 콩을 전부 털어서 다행이었다.
기계가 있어 일이 좀 수월했지. 오늘도 아침에는 무얼까?가 부분적으로 콩을 베었고
나는 콩단을 옮겼다. 어제는 간만에 mac 앞에서 디자인 일을 좀 했다.
글도 쓰고 뭣도 하고 좀 움직인 편이지. 역시 사람은 구체적으로 일을 해야 마음이 좀
홀가분한 듯하다. 일기예보 보니 그곳은 기온이 많이 떨어졌더구나. 춥지 않은지 걱정스럽다.
목을 잘 감싸기 바란다. 잠을 잘 때에나. 너는 기관지 계통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
일단 이곳은 계속 가을걷이로 바쁘다. 대평댁은 일단 훌훌 털고 일어났다만 조심해야겠지.
일단 펀드 노가다에서는 제외다. 별이네 마당 감도 따야 하고 된장도 걷어야 하고
뭣도 해야 하고 마이마이 바쁘구나. 시골에서의 가을은 자체로 그런 것 같다.
생일자 모아서 뭐는 했는지? 요즘은 적토마부대 카페에 새 소식이 올라오지 않으니
궁금한 것이 많구나. 마무리는 항상 건강이 대세지. 몸단속 잘하고 스스로 잘 챙기기 바란다.
느티와 나무가 각 네 마리씩 새끼 낳았다고 이야기했나?











몇 년 전에 이 포인트에서 찍은 사진이 바탕화면으로 나간 것 같다.
물리적 기억력은 형편없어지는데 ‘인상’은 또렷하다.











131019
042편지 / 7주차 토요일이다. 지금 광주로 출발해야 한다. 많이 분주한 주말이다.
사실은 이 편지도 쓸 수 없을 정도로 분주하다. 하루 정도 편지 빠져도 되나?
내 마음은 그러지 않은데... 돌아와서 인터넷 편지 불출되지 않았다면 다시 쓰마.
일단 감기 조심.
오후 5시 현재 구례로 돌아왔고 다시 쓴다. 광주에서 모임은 술을 먹지 않는 아빠로서는
뭐 그렇고 그런. 오늘 화엄사 영성음악제라는 행사를 한다. 볼만한 음악회지.
사회자 없이 그냥 두 시간 정도 명상 음악 공연만 한다. 현장에서 사찰의 분위기 속에서
듣다보면 괜찮다. 제대하면 한 번 같이 보자. 그 누나, 이름이 생각나지 않구나.
스킨스쿠버 누나 부모님들이 영성음악제 오셔서 잠시 후에 오신다고 하네.
사무실 앞 운조루 창고는 계속 나락을 베고 건조기가 돌아가는 중이라 창문을 열어둘 수가 없다.
앞으로 보름 정도는 더 가동될 것이다. 그러면 들판이 비워지고 겨울로 바로 진입하는 것이지.
그곳의 아침이 추울 것이나 그곳에서 두 번의 겨울을 보내야 하니 단단히 각오하기 바란다.
다시 한 번 목덜미 단속 잘 해라. 감기에 걸리지 않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다음에 갈 때나 소포가 가능할 때 목수건을 보내야겠구나.
똥국집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131021
044편지 / 7주차 월요일이다. 오늘 행군이구나. 마지막.
이 편지를 받을 즈음이면 끝이 났겠지. 오늘은 좀 우울한 이야기다.
계산리 독자마을이라는 곳 꼭대기에 감농장을 하는 아저씨가 한 분 계신데 어제(일요일)
아침에 별세하셨다. 갑작스럽지. 아빠는 아직 문상을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을 못하고 있다.
지리산닷컴에 네가 좋아하는 이희재 아저씨가 댓글을 남겨서 그대도 옮긴다.
좋은 표현이 한 대목 있더라.
<악동 2013.10.2117:40 어쩌다 들어와 영후를 보았다. 깜짝 놀랐다. 늠름한 사내구나.
영후야, 악동이 아저씨다. 짬짬이 그리고 생각 혀라. 사는 곳이 학교다. 너무 반갑구나. 이희재.>











131022
045편지 / 7주차 화요일이다. 행군은 무사히 완주 했는지 궁금하구나.
힘든 일정이었을 것이다. 제 정신으로 걸었는지. 새벽에는 춥다.
오늘 이 인터넷 편지까지 전달되는지 잘 모르겠다만 훈련소에서의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정말 수고했다. 오늘은 다른 긴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견디고 이겨주어서 고맙고 자랑스럽다.
자대로 옮기고 다시 연락하자.











짧은 왕복이었다.
실물 보다 파인더로 들여다보는 시간이 더 길었다.
키티 영감의 담장을 지나면 짧은 휴가는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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