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곡분교는 2013년 현재 구례에서 유일한 분교다.
그리고 여전히 ‘폐교’라는 가능성을 수식어처럼 달고 있는 학교다.
바람 앞에 등불이다. 이 책은 그 바람 앞에 서 있는 등불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지금 즈음은 편집자는 이런 글로 시작하는 책의 원고를 매만지고 있고
디자이너는 책의 레이아웃을 구성하고 있을 시기일 것이다. 연곡분교에 대한 단행본 이야기다.
그러나 나는 지난여름 동안 위에 나열한 딱 저만큼의 원고에서 단 할 줄도 진행하지 못했다.
내 아이의 입대로 인한 마음의 흔들림으로 여름을 허송세월 했노라 말했지만 연곡분교라는
하나의 미션을 떼어 놓고 보자면 꼭 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기록을 중단한 이후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고 2012년의 진행 상황을 중심으로 하나의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내 안에서의 검열도 작용을 했다.
2012년 3월에 여섯 명의 아이들이었고 2013년 3월에 유치부와 자체 급식이 부활되고
전체 식구가 스무 명을 훌쩍 넘어버린 해피엔딩 영화는 분명히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흡족한 기분이 드는 마무리일 것이다. 현실에서 보통 이런 스토리는 아쉬운 실패로 마감을 하니까.

그러나 2013년 2학기 현재 연곡분교는 유치원을 제외하고 다시 아홉 명으로 줄었다.
날이 밝으면 구례교육장님과 면담이 예정되어 있고 그 자리에서 몇 가지 제안이 있을 것이다.
전남도 교육청 예산이건 자체 예산이건 지자체 예산이건 나는 개인적으로 큰 기대는 없다.
놀이 시설이나 방과 후 돌봄 교실에 관한 예산은 가능하거나 결정적이지 않다.
결국 연곡분교 문제의 핵심적인 사항은 ‘주거문제’에 있다. 전입을 희망해도 살 집이 없다.
이제까지 대부분은 엄마와 아이가 전입해 오는 형식이었고 아빠는 도시에서 돈을 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엄마와 아이만 이주해 온 경우는 대부분 다시 떠났다.
당사자들은 다른 결정적인 이유들에 대해 제 각각의 말을 하겠지만 내가 볼 때 근본 이유는
역시 주거 문제라는 삶의 근본적인 환경 문제다.
여전히 전입을 희망하는 가구들은 있지만 주거문제는 항상 가장 큰 걸림돌이다.
어른들의 문제로 아이까지 떠났을 때 셋이 있던 아이들이 둘이 되고 다시 하나만 남았다.
남은 아이는 자신을 둘러 싼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상처를 받는 주체 중 하나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주거문제의 해결이다.
그래서 <산촌유학센터> 라는 하드웨어를 생각하는 것이고 원룸 형식의 집뿐만 아니라
그 센터는 원래 살고 있는 지역의 결손가정 아이들까지 일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성격과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마을도서관과 시청각실, 귀농귀촌센터 기능까지를
통합한 ‘그 무엇’을 구상했던 것이다. 30억에서 50억 정도의 돈을 생각한다.
운영은 지역 학부모들의 협동조합 방식이 타당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야 학교에서 유지에
관한 관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교육청이건 지자체건 그들의 예산은
장기적으로 문제를 야기한다는 판단이다. 나의 생각은? 기업에서 출연하는 사회공헌기금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기부체납이라는 형식이 ‘예산’과 달리 깔끔할 것이란 판단이다.
그것을 추진하기 위한 페이퍼를 준비하는 것이 당면한 나의 숙제다. 호소력이 있어야 하니까.
그 시기가 왔다. 가을이고 모든 기관들의 예산 사업을 확정하는 시절이다.
그리고 나는 컨디션이 좋지 않다. 몸이 아니라 생각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이 꿈같은 구상이 실현되면 학교는 유지되는 것일까.
실현해야 하는 단위가 왜 이렇게 거대해진 것이지.
실현만 시키고 나는 빠지면 되는 것인가.

며칠 동안 내 머리는 급속한 변화를 겪었다.
1. 연곡분교만을 위한 센터
2. 연곡분교, 토지본교, 동중학교까지를 아우르는 지역 공동의 센터
3. 2번을 염두에 두고 아예 연곡분교라는 공간이 센터로 변하는 방법

돈과 권력 중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생각’이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가 답답하다.
포괄적 ‘우리’는 왜 이리 뭐가 없냐. 젠장.
아마도 앞으로 며칠간의 고민 끝에 내 생각대로 진행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구한다.











“우리 아들은 맨나 암것도 하지 말라고 해. 에야콘도 틀고 선풍기도 틀고 방에 앙거만 계씨요.
그래싸. 그라문 나는 ‘아야 나 일 안하고 카마니 앙겄다’ 그라제. 오늘 아직에도 아들이 전화를 했어.
나는 폴세 들에 나가 있음서도 ‘아따 겁나 더와야, 어쩌고 나간다냐’ 그랬제.
이 밥을 묵으끄나 마끄나 그라고 입맛이 없을 직에도 아들이 전화해서 뭐에다 잡수씨요 물으문
‘이잉 반찬 꽉 찼어야. 어매는 겁나 잘 묵고 산다’ 그라고 거짓깔을 치제.
어매들이 거짓깔을 잘 쳐. 일 안헌다는 거짓깔하고 잘 묵고 산다는 그 거짓깔 두 개는 어짠지 금방 나와.”
- 전라도닷컴 통권 138호 12p 중에서 -

이런 글을 앞으로 읽을 수 없다면?
그런 상황이 정말 현실이 된다면 우리는 사라진 매체를 과연 복원할 힘이 있을까?


며칠 사무실에 나가지 않다가 일요일 오후에 나가보니 <전라도닷컴> 9월 호가 도착해 있다.
펼쳐서 읽는다. 편집장의 머리글을 읽다가 바로 목에 가시가 걸린다.
또 위기다. 아니다. 표현이 잘 못 되었다. 항상 위기였다. 여기서부터는 전라도닷컴에는 결례의 말씀이다.
광고 없는 종이매체의 운명은 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월간지 138호. 이미 기적이다.
편집장이 도움을 요청하는 에디토리얼을 작성한다면 빙산 아래를 알 수 없다.
전라도닷컴 그 동안의 일만 여장 사진 중 일백 장을 선별해서 전국 순회전을 개최한다.
물론 사진을 판매해서 그 수입금으로 닥친 위기를 일단 넘기겠다는.
전화를 했다. 짧은 통화가 끝나고 더 답답하다. 사무실로 들어와서 잡지를 넘기는데
고개가 꺾인다. 이 잡지가 없어진다면. 그냥 떠나보내야만 하는 것일까.
종이 매체는 특성 상 계속 제작비를 필요로 한다. 종이 책은 정말 잘 팔리지 않는다.
1년은 정기구독해도 3년, 5년 계속 연말이면 의식해서 신청할 수 있을까.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나?











정기구독 오천 부를 확보해도 그것은 아마도 책을 펴 낼 수 있는 최저선일 것이다.
결국은 큰 손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대한민국의 그 어떤 잡지가 온전히 그 잡지만의
힘으로 유지가 가능한가. 대부분은 언론사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 언론사는 기업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언론의 특성 상 기업들은 기본적인 광고를 ‘분배’해 준다.
그 광고 때문에 언론은 이미 제대로 된 언론일 수 없다.

1. 전라도닷컴 출발처럼 편집권에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는 자본의 지속적인 지원
- 그런 중소기업이 과연 있을까?
2. 전라남도 또는 광주시의 지원
- 정권은 유한하다? 쓴 소리를 뱉는 매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지방정부?
3. 유료광고가 월 삼천만 원 이상 붙는 방안.
- 그러면 광고지면 늘어나고 다른 잡지와의 차별성이 제법 줄어들 것인데.
4. 국민 주 공모 방식처럼 <전라도닷컴>을 아끼는 사람들의 자발적 공모 주 방안

4번이 제일 깔끔하겠다. 영화를 만들어 본다.
일종의 펀드 또는 출자금 방식을 생각하는 것이다. 1년 소모 펀드와 종자돈 성격의
출자금 방식을 병행하는 것이 좋겠다. 펀딩과 출자에 참여하는 유일한 조건은,
“이제까지의 전라도닷컴 기조 유지” 가 되어야 할 것이다.
1년 소모 펀드 투자자는 잡지와 전라도 농산물을 배당받는다.
보다 많은 비용의 출자자는 잡지만 받고 잡지 이외의 사업 분야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배당을 받는다. 잡지 이외의 사업 부문은? 물론 나는 모르겠다. 젠장.
뭔가 섹시한 구상이 가능할 것 같은데 이 밤에 나는 머리는 뜨겁고 가슴은 차갑구나.
지리산닷컴에는 전라도닷컴 구독자도 제법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각을 구한다.











없는 것들은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뭔 책?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나와 주변은 대략 ‘그런 방향’으로 걸어왔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주변이다.
책을 내면 출판사에서는 홍보를 하고 내 책에 관심 있는 매체들은 출판사에 문의해서
내 전화번호를 따고 연락을 취해온다. 책을 낸다는 것은 출판사와 나의 목적이 같다.
‘팔아서 돈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데 홍보에 임하는 나의 자세는 이율배반적이다.
공중파나 큰 일간지 또는 그 일간지에서 발행하는 유명한 잡지들의 요청에는 응하지 않는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기에 방향에 쪽팔리는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은 것이다.
민음사 홍보부장 曰,

“선생님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책을 팔란 말입니꺄?”
“ㅎ.”

늙어가고 있는 중이고 나를 팔 수 있을 때 최대한 팔아야 한다는 것은 포유류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데 나도 잘 모르겠다. 앞으로 예정된 책들도 몇 년간 출판계의 프레임이라는
치유와 멘토링과는 거리가 먼 주제들이다. 힐링은 알아서 하고 인생에 잔소리 하는 것은
꼴불견이라는 것이 나의 주견이니 기획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출판사에 ‘나 하나 했다아!’ 변명하기 위해 변방의 채널에 출연하고 지리산닷컴에 알릴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지금의 나. 젠장.
지리산닷컴 이장 어떻게 살아야 할까. 효소하고 장아찌나 팔면서 노년을 보낼까.
이건 생각을 보태지 않아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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