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차카게 살자

마을이장 2016.01.08 13:29 조회 수 : 1735

 


 

2016년 1월 8일 아침 오미동.

장작 마련에서 작업장 정리까지 쉬엄쉬엄 느릿느릿 1주일.

드디어 마무리 결전의 날이다. 금요일은 오미동 쓰레기 나가는 날이다. -,.-

저 쓰레기 중 80%는 나의 쓰레기다. 묵은 쓰레기를 분리수거했다.

비닐, 플라스틱, 병, 스티로폼… 물론 화개 <달의 부엌>으로 이삿짐이 나간 이후

오미동 공간 정리와 버리기 작업의 결과물이다.

나는 항상 쓰레기 앞에서 침울해진다.

이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사람들 중 두 명은 내가 아는 분들이다.

느닷없는 쓰레기 폭탄이 달가울리 없는 그 분들을 위해 범인의 흔적을 남겼다.

혹시 잘못된 분리수거가 있다면 놔두고 가시라고.

수요일과 목요일은 외부 화덕에서 밀짚과 장작 작업의 부산물들을 태웠다.

오미동 겨울은 거의 바람과 함께 하기에 태우는 일도 쉽지 않다.

금요일은 바람이 좀 심해서 태우는 작업을 포기했다.

조만간 여력이 생기면 콩을 삶고 2년 지난 묵은 장과 반죽을 했으면 하니 그때

부산물 등속을 솥 걸이에 불쏘시개로 태우는 방안도 생각중이다.

이러나저러나 여하튼 바람이 좀 잦아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실내 커튼을 열어 두고 수거차가 오는지 흘깃거렸다.

음식물 쓰레기를 소량으로 분리해서 50리터 속에 숨겨 두었기에 마음이 켕기는 것이다.

들키지 않으면 이 범죄는 영원히 미궁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쓰레기가 떠나야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반성한다.

그리고 재발한다.

 

 

 


 

1월 1일부터 하루 한 번 오미동 작업장으로 나가고 있다.

나에게 다시 습관을 주입하는 작업이다. 나는 반복적인 일상을 선호한다.

무너진 반복과 일상을 복구하는 행동이다. 딱히 업적은 없다.

최근 두 가지 사이트 디자인도 집의 PC에서 작업했다. 오미동은 인터넷 전용선을 철수한 상태다.

화개로 이전시켰다. 한 집에서 3개의 전용선을 사용한다는 것은 통신비의 과다한 지출이기에 그렇다.

웹디자인이 주업인데 전용선을 철수했으니 사실 오미동에서 웹디자인 작업을 한다는 것은

제법 힘들다. 그러나 할 수는 있다.

1주일 동안 오미동 작업장을 정리하고 마음 붙일 수 있도록 몸을 움직인 명확한 이유는 없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마음이 불편해서’일 것이다.

공간이 쓸모없이 저질러진 상태로 있는 것은 내 기준으로는 역시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에게는 이 공간은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누군가의 절박함을 소리 없이 낭비하거나 소진하고 있는 것이다.

낭비란 소비하는 행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용도를 뇌사상태로 만들어버리는 행위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있는 동안은 이 공간에서 걸레질이라도 하는 것, 사람이라도 만나는 것,

나아가 뭔가 생산적인 작업이라도 하는 것, 나아가 이 공간에서 혁명을 도모하는 것.

11년 된 eMac은 최근에는 거의 오디오로 소용되고 있다. 15인치 모니터에서 작업을 하는

일이 이제 많이 불편하다. 그러나 이 겨울에 다시 적응을 해 볼 생각이다.

기계는 여전히 11년 동안 포맷 한 번 하지 않고 이상 없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DVD드라이브가 맛탱이가 간 것, 그래서 이전의 백업CD를 읽을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외장하드와 USB를 읽을 수 있으니 이는 사소한 불편함이라는 것.

물론 디자인 작업도 되지만 모니터가 많이 손상된 상태라 사진 보정이 부정확하다.

컬러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다. 그러나 타블렛을 사용해야 할 때에는

역시 여기서 작업을 해야 한다. PC에서 타블렛을 사용하면 내 손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텍스트 파일에서 글쓰기를 하고 doc 포맷으로 저장해서 PC로 불러지니 글쓰기 작업은 되겠다.

그러니… 1년은 더 사용을 하자. 형편을 위해 불편을 결정하는 일은 익숙하다.

 

 

 


 

책상 위에는 카메라 두 분이 누워계시다.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

월인정원과 내 것 모두 밧데리(왜 배터리가 옳은 표기지?) 캡이 고장이다.

테이프로 고정해서 사용할 수 있지만 점차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잦으니 수리하는 것이 맞다.

아픈지 몇 개월 지났지만 그만큼 나에게 카메라가 절박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지난 몇 년간 나는 1년에 대략 20GB 정도의 사진을 찍었다. 남은 파일의 용량이 그렇다는 소리다.

2015년은 4GB 정도 찍었다. 지난 1년 동안 지리산닷컴의 성적표를 20점으로 본다고 했는데

촬영 빈도와 정확하게 비례한다. 2016년에는 10GB 정도는 찍어야 할 것이다.

당장 20GB 상태로 나의 상태가 복원될 것이라는 기대는 스스로도 하지 않는다.

늙었는데 갑자기 용쓰다가 바지에 똥 쌀 수도 있다.

카메라는 물론 사망할 때까지 사용할 것이다.

포토샵 신공을 사용하면 5D가 5D mark3 정도로 변신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카메라 욕심은 없다. 요즘 부쩍 사진을 더 열심히 찍는 공무원 K형 같은 사람을 보면

나는 역시 사진쟁이는 아니다. 말을 위해 사진이 필요한 사람일 뿐이다.

‘더 좋은 것’은 누려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체온 없는 온기 같은 것이다.

어쩌면 나는 더 좋은 것을 소유하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것인지도 모른다.

더 좋은 것을 소유하려면 그에 합당한 노력을 해야는데 그 노력이 구차스러운 것이다.

미친놈의 헛소리 같은 문장 배열이지만 좀 구차스러워지면 좋겠다.

개조 가능한 일인지 DNA의 결정권인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50리터 종량제 봉투 속에 숨겨 둔 음식물 쓰레기,

검정 비닐 뭉치 같은 본심이다.

 

 

 


 

화개 작업장으로 95%의 집기들이 빠져나갔다.

오미동 작업장은 개인적으로는 선호하는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너무 없애다보니 손님이 다섯일 땐 좀 문제긴 했다. 컵이 네 개다.

출근하면 일단 기름 보일러를 켠다. 완전히 냉방 상태라 바닥을 한 번 돌려준다.

그리고 커피포터에 물을 끓이고 하루 전 난로 재를 청소하고 불을 피운다.

1시간은 나무를 집어넣어야 실내 온기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가급이면 3시간 이상 머무는 것이

이 공간의 에너지 효율을 위해서 경제적이다. 공간은 머물수록 머물고 싶어진다.

공간이 전해오는 안락함은 익숙함으로부터 오는 것이지 갖춤이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여 나에게 있어 필요지수가 낮은 소유는 죽은 소유다.

생각해보면 필요의 개수를 증가시켜 온 일을 두고 문명의 발전이라고 표현했다.

필요의 개수를, 그 목록을 하나씩 지워 나가는 일이 혁명일 것이다.

시스템은 우리에게 항상 ‘필요’와 ‘필요에 대비’ 하는 물건을 팔아왔다.

지난 몇 년간 나를 가장 불쾌하게 만든 것은 결국 시스템의 폭력이었다.

나는 항상 그들과 싸우고 싶었다. 싸움의 방법은 항상 두 가지다.

더 많이 가지고 강해지는 방법. 그 힘을 좋은 일에 사용하겠다는 초심이었다.

그러나 더 많이 가지고 강해지는 자리에 오르기까지 시스템의 검증을 거치는 동안 나는

진작에 개새끼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나를 허락받는’ 과정이지

세상을 변화시키는 과정은 아니다. 백에 아흔아홉은 그렇다.

싸움의 다른 방법은 시스템의 영향권 밖에 존재하는 것이다.

시스템 속에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스템을 만들어서 충돌시키는 방법이다.

세금을 적게 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징수하지 못하게 사는 방법 같은 것이다.

완벽한 수행은 모두 신석기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헛소리다. 실천할 수 없다.

그런 실천이 있는 경우 매체에서 주목하고 시스템의 반성을 위한 인테리어로 사용한다.

화분도 아닌 화병의 꽃.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진다. 그리고 시스템은 반성하지 않는다.

시스템이 무서워하는 것은 분노에 찬 댓글이 아니라 네이버 계정 탈퇴,

전기요금에서 TV수신료 제외하기, 휴대폰 기기 변경 한 번 참기 등의 실천이다.

우리의 살림에서 조세저항에 해당하는 작은 실천 몇 가지는 가능하다.

실천으로 인한 불편을 감수하면 된다. 검찰에서 부를 일 없는 저항이다.

뭐니 뭐니 해도 돈으로 사람 괴롭히는 것이 가장 힘들다. 이명박 정권 때부터 노조에

손해배상금 청구 같은 방식으로 고통을 가한 것은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대부분의 신념은 생존+소유를 위해 발생한 것이었기에 돈은 신념보다 힘이 세다.

나는 여전히 시스템이 나에게 징수해 가는 돈의 액수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그들은 잘 모른다. 나의 저항이 모기의 날개 짓 같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일상의 실천들을 실행했으면 한다. 나. 그것이 나를 살리는 일이다.

지름길이나 쉬운 길은 없다. 아주 작은 일상의 실천이 쉬운 길이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의욕 없음에 대한 푸념을 해결하는 방법도 그것 이외에는 없는 듯하다.

장작을 장만하고 공간을 정리하고 정해진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고 저녁밥을 짓고

이제는 약간이라도 나의 안락을 위한 마련에도 눈을 돌리고 뭐 그런 날들.

며칠 마음이 편안하다. 지난 11월과 12월의 지루했던 겨울 우기도 끝이 났다.

2015년의 몇 가지 일들로 인해 없던 부채도 제법 생겨났지만 꾸역꾸역 참아 내고

사진 찍고 글 쓰고 지리산닷컴 운영하고 밥벌이 하다보면 늘어나는 흰 머리카락만큼

시간은 퇴적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오늘과 같은 소리들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마을 엄니들의 말씀과 이곳 모습에 대한 이야기보다 내 생각에 대한 소리들이나 주절거릴 때

영락없는 꼰대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자각이 생긴다.

꼰대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자기소리가 무서운 것이다.

원래 착하지만 좀 더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하다. 주민여러분들.

함께 만들어왔다. 조금 더 같이 가보자.

 

 

 

 

jirisan@jiri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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