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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쌈.

출판사 이름이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에 있다.

시골사람들은 서울 업체를 선호한다. 시골은… 촌스럽기 때문이다. -,.-

개인적으로 상추쌈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는 없어야 한다고 경계했다.

그들은 인세를 그들의 농산물로 대신한다고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기 때문이다.

구례에 살고 있는, 외형적으로 잘 나가는 듯 보이는 외지것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현금이다.

쌀? 밀? 콩? 나는 그런 물건은 맘만 먹으면 그냥 얻을 수 있다.

사실 내 식량의 70%는 지난 몇 년간 그냥 얻은 것이다. 지역 브로커 역할의 임금 같은 것이다.

그런데 상추쌈에서 책을 내자고 했다. 올 것이 왔구나. 어찌 거절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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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쌀 필요 없어.

- 저희도 인세 드려요.

음…

- 이거 안 팔릴 아이템이야.

- 그건 저희 문제죠.

음…

- 나 계약 밀린 책 많아.

- 작업 안 하시잖아요.

음…

- 이거 다른 출판사하고 이야기 중이야.

- 계약 안 하셨잖아요.

음… 그래. 계약합시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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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쌈 출판사는 부부가 운영한다. 따라서 거대출판사가 아닐 확률이 매우 높다.

전광진(마흔 초반), 서혜영(서른 후반) 부부다. 부부는 보리출판사에서 근무했다.

2008년에 결혼하고 2008년에 경남 하동으로 귀촌했다. 세 명의 아이가 있다.

봄이는 2008년생, 동동이는 2011년생, 강이는 2014년생이다. 요즘으로 보자면 많다.

2008년에 귀촌해서 집수리를 시작했고 2009년 이른 봄에 지금의 집으로 들어갔다.

봄이 태어나서 백일 조금 지난 3월 즈음의 일이다.

이 부부가 내 귀에 보이기 시작한 일은 출산 방법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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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는 원래 서울에서 다니던 일신조산원에서 낳을 예정이었지요.

헌데 집수리 하러 내려 온 사이, 생각보다 일찍 산기가 왔습니다.

그래서 가까이 진주에 있는 병원에 갔지요.

동동이와 강이는 둘 다 지금 살고 있는 집 부엌방에서 태어났습니다.

마산에서 조산사 할머니가 오셔서 아이를 받아주었는데,

강이가 태어날 때는 봄이도 엄마 옆에 있었습니다.

 

지금 홍성으로 도망 간 지리산닷컴 인턴 또는 박 과장의 아들 윤하와 같이

마산의 조산원을 찾았던 이야기 무렵이었다.

화개 작업장에서 15분 거리지만 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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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쌈 설립은 언제?

출판사 등록을 한 것은 2009년. 어떻게든 할 예정이었으니까.

그러나 책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12년이고, 지금까지 한 해에 한 권씩 책을 냈어요.

좀 더 내야 하는데.

 

시골에서 출판사를 차린 뜻은? 왜 책을 만드나?

시골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시골에 출판사를 차렸습니다.

출판사를 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서점보다 출판사 숫자가 많게 된 것은 벌써 십 년,

혹은 그보다도 훨씬 더 일찍일 것입니다. 출판등록을 하면 등록세를 내는데,

1년에 몇 만원쯤 하지요. 그것만 내면 됩니다.

한국은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출판사가 거의 없는 나라이지만 인터넷과 택배 덕분에

수도권에 견주어서 일하기가 크게 불편하지는 않아요.

거래처가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라면 그저 전화와 메일로 모든 것을 처리한 다음,

책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택배 왔어요’와 함께 오는 책.

저자하고 만나는 것도 중요한데, 이번 책 저자는 꽤 자주 출판사를 들락거렸지요.

(세상에… 납품 지연된다고 악양으로 징발한 것이 금년인데 마치 내가 스스로

내려간 듯한 뉘앙스네.)

여하튼 수도권의 출판사들도 일하는 소식을 들어 보면 요즘은 저자하고 자주 만나고,

이야기하고, 저녁을 같이 하고. 뭐 그렇게 일하는 편집자도 많이 줄어든 듯 합니다.

도시에서 지내는 동안 두 부부가 배운 일이 책을 펴내는 일이었어요.

스스로 선택한 일이기도 했고, 여전히 지금도 즐거워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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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출판사의 장점과 단점은?

의사 결정이 쉬워요. 여하튼 둘이서만 의논하면 되니까.

돈이 없는 것이 단점이지만, 그게 그래도 장점이 될 때도 있다고 믿으려는 중입니다.

 

상추쌈의 컬러는? 취향, 출판 방향이랄까...

서고에는 출판사로 보자면 뿌리깊은나무, 전라도닷컴, 보리, 녹색평론 같은 출판사의 책이 많아요.

보리는 회사를 다녀서 책이 많은 것이기도 하지만.

아내는 보리에 입사할 때에 자신의 책장에 꽂혀 있는 책 가운데 보리 책이 가장 많아서

보리에 입사 원서를 냈으니까요.

분야로 보자면 가장 많은 것은 그림책. 그림책은 돈이 많이 드니까.

어떻게 해서든 그림책 내는 일도 꾸며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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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쌈에서 그 동안 만든 책은?

 

《스스로 몸을 돌보다》 - 윤철호

상추쌈 출판사의 첫 책. 680쪽. 한 쪽에 들어가는 글자 수도 가장 많고.

처음에 받아든 저자의 초고는 이것의 세 배쯤?. 앞으로 이렇게 두꺼운 책은 어지간하면

내지 않을 생각입니다. 처음이어서 뭘 모르고, 이렇게 두꺼운 책을.

시골에 내려와 사는 것에 대해 걱정을 꽤 하는 것이 교육과 의료인데.

어쩌다 보니 지금껏 낸 책들이 모두 이 두 분야에 걸쳐 있어요.

이것은 의료.(이건 의료사고에 관한 사례 같은데 보내 온 원고가 완전하지 않아서 그냥 그대로)

신해철, 삼성병원과 메르스. 그리고 그 이전에는 권정생 선생님.

이런 일들이 한국의 의료 시스템에서는 특별하다거나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에요.

임신 이전부터 사망 후까지. 어떻게하면 돈을 뜯어낼 것인가. 환자든 아니든 병원에

한 걸음 잘못 디뎠다가는 집안이 거덜나거나, 가족들 사이가 남남이 되거나,

영영 병원에 매인 몸이 되거나. 여하튼 불안을 팔기로는 솜씨가 대단한 곳이 의료 쪽이죠.

원고를 수십 번은 보고, 책에 있는 내용을 직접 해 본 것도 많아요. 아이들을 데리고

소아과에 가자면 자동차로 1시간(신호등 없이, 내내 막히는 일 없이 달려서)쯤 가야 하니,

어지간히 아픈 것은 집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 자연스럽죠. 그럴 때에 늘 도움이 되었던 책이에요.

그러니까 ‘의사는 병은 알아도 건강은 모른다.’

 

《나무에게 배운다》

이 책은 일종의 팬덤에 의한 복간.

상추쌈 부부가 하동에 내려와서, 결혼 하고, 아이 낳고, 집 고치고, 농사짓고,

뭐 하고, 뭐 하고 하면서 정신없을 때에, 위로가 되었던 책이에요.

책을 읽는 것은,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소리 내어 읽는 것이었죠.

상추쌈은 교정 교열을 할 때 반드시 소리 내어 읽는데, 정신없이 지내던 그 때,

부부는 아이를 재워 놓고 이 책을 서로 읽어 줍니다. 삼칸 오두막 두 평짜리 방에서

책 읽던 소리는 언제 생각해도 기분 좋은 장면이에요.

이 책은 지금도 여전히, 어디든 펼쳐서 소리내어 읽기 시작하면, 마음이 움직입니다.

이런 책을 상추쌈에서 낼 수 있었다니. 여러 사람들의 큰 은공을 입었어요.

전우익 선생은 생전에 한 신문기자에게 “평생 이 책만 읽어도 된다.”고 권하셨고,

이 책의 ‘살아온 만큼 살려서 쓴다’라는 장은 《녹색평론선집》에도 실려 있지요.

일본에서는 그야말로 고전 가운데 고전. 인터넷을 뒤지면 숱한 사람들의 추천사가

책 한 권 분량쯤 나옵니다. 교육이나 자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지만,

일본의 3대 종합상사인 이토추 회장의 추천사를 비롯해서,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이

여러 번 이야기한 것도 꽤 눈에 띄는 대목이구요. 가업을 잇는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요.

여하튼, 이 책에 대한 리뷰들을 보면 비슷한 점이 있는데, 대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옮겨 적는 것으로 리뷰를 대신할 때가 많죠. 연세가 여든 여섯인 어르신인데.

나무하고 평생을 살아온 장인이에요. 직접 이야기 하는 것을 받아 적었는데,

한 마디 한 마디가 곧고 간명하고 깊습니다. 그래서 책에 대해 뭐라뭐라 다시 덧붙이는

것보다 그저 저마다 스스로 가장 공감했던 한 마디를 옮겨 적은 리뷰가 많아요.

 

《다시, 나무에게 배운다》

《나무에게 배운다》를 구술하신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제자, 오가와 미쓰오, 그리고

그의 제자들 이야기예요. 어찌보면, 《나무에게 배운다》의 현실 구현판이죠.

스승의 가르침을 그저 전해 내려오는 구전으로만 머물게 하지 않고, 그게 ‘지금, 여기’에서

이렇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책이 나온 것도 20년 쯤 전인데.

그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지요. 그게 될 일이 아니라고.

그런데 오가와 미쓰오 선생은 자기 방식으로 해 냈어요. 이카루가코샤라는 회사를 세워서 했는데,

지금도 여전합니다. 오가와 미쓰오도 그렇고. 그 제자들도 그렇죠.

《나무에게 배운다》에서 잠언으로 새겼던 이야기들이 이렇게 현실이 되는구나 싶어요.

그것도 아주 젊은 청년들의 입을 통해서 들을 수 있어요.

이카루가코샤의 홈페이지는 http://www10.plala.or.jp/ikarugakousya

 

신간 계획은?

가까이 사는 사람들과 함께 일한 책을 몇 권 생각하고 있어요.

여하튼 1년에 1권 보다는 더 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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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산에게 이 책 출간을 제안한 이유?

드디어, 상추쌈에서 대박 상품이 나오는구나. 하는 것이었죠.

덧붙여, 어쩌다 보니 우리 부부도 아들이 둘이라, 곧 남 일이 아니게 될 것이므로…

훌륭한(!) 저자를 이참에 잘 구슬려 머지않은 시기에 우리 애들한테 읽힐 책을 만들어 보자.

뭐 그런 사심 충만한 프로젝트라고도 할 수 있고. 에 또 그, 이 책이 많이 읽혀서 사람들이

교양이 충만해지든가 투쟁 정신이 충천해지든가 해 가지고 대한민국이 조만간 징병제 폐지로

나아갈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 지금 다섯 살 동동이는 자기도, 그 친구들도

군대 걱정 안 하고 살면 좋겠다. 싶었어요.

 

책의 내용에 출판사는 동의하는가?(불편한 대목은 없는가)

내용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책은 내기 어렵죠. 뭐 1년에 백 권을 내는 것도 아니고.

불편한 대목도 없어요.

3, 4부가 1,2부에 견주어 조금 아쉬운 감이 있으나 뭐, 뒤집어 보자면 1, 2부가 워낙

탁월하기 때문이라…(헌데 모니터링 하면서는 3, 4부가 더 낫다는 이야기도 꽤 들리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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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들면서 힘들었던 점은?

이 책을 이만하게 만들 수 있었던 동력도, 이 책이 이만한 모양을 갖출 수 없을 뻔한 반동력도

모두 아들 권영후를 향한 권산의 애틋한 마음이었지요. 출판사로서는 그것만큼 고마운 게 없어요.

어쨌거나 '팔릴 만한 제품'으로 기획해서 만들어진 책은 유행할 수는 있어도,

책으로서의 자기 생명은. 아무래도. 희박하죠.

그런 점에서는 정말, 이 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꿈틀대는 책이에요.

맨 손으로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하는.

책으로 나왔다는 건, 그래도 정제되었다는 건데, 그래도 여전히 그런 힘이 있어요.

(그래서 힘들었다는 건가??)

 

이 책을 만들기 전과 완료 후의 기분은?

기분까지 물어주시다니 역시나 친절하고 세심한 성격은 어딜가지 않는군요.

저자가 얼마나 착하고 평범하고 온화한 성격인지 알게 됨. 그 전에는 몰랐는데.

정말로 진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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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좋아하는 대목은?

뭐, 너무 많아서 일일이 꼽기 어려워요.

그리고 선행학습 하고 온 애가 선생 묻는 것마다 냉큼 대답 내어 놓는 모양새라

답하지 않는 것이 독자에 대한 예의일 듯.

다만 권영후의 글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남았던 대목은

외출을 나왔다. 스위티pc방이다.

결재한 게임(이볼브)이 다운로드 되길 기다리며 김훈이 새해에 프레시안에 쓴

세월호에 관한 글을 봤다. 명문이었다. 울 뻔했다.

다운로드 다됐다. 이제 다 때려 부수고 죽이겠다.

그러나, 이 글은 《한 번뿐인 삶 yolo》에 실리지 못했어요. 편집자로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

 

이 책의 제작 과정은?

10년 넘게 책을 만들어 오면서 이렇게 다양한 이들에게 꼼꼼하게 모니터를 돌린 적은 없었어요.

누구한테 읽히든, 저마다 이야기하는 대목이 제법 달랐는데, 그게 어느 정도 나이에 따라서도 나뉘어졌죠.

여하튼 독자마다 꽂히는 데가 다르다는 것도 좋았어요. 팔릴 만한 포인트가 여럿이라는 얘기니까.

 

두 필자에 대한 코멘트를 한다면?

뒷모습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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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뿐인 삶 YOLO」공동 저자 권영후, 진심을 말하다

 

우선 나는 아빠가 계약서를 들고 오기 이전까지는 책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다.

일단 책이고 뭐고 내 상황이 힘들었고 이병, 일병 초기에는 책에 관해 신경 쓸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을 때 아빠가 계약서를 들고 왔고 그때는 몰랐다.

내가 전역 하고나서도 이렇게 오래 시달릴 것을… 전라드리엘은 사실 사우론 일지도 모른다.

(영후는 나와의 대화에서는 전광진 편집장을 ‘반지의 제왕’에서 갈라드리엘에 비유했다.

절대적으로 차분한 목소리로 프로도를 동쪽으로 가라, 서쪽으로 가라 속삭이는 요정이다. - 권산 설명)

전역 하고 나서도 5개월을 군대 이야기로 시달리다니. 5개월!

이런 식으로 일하면 굶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만으로 먹고 사는 건 무리인 것 같다.

뭔가 다른 일과 병행할 필요가 있다.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 그림이 안 들어간 것도 있고(연병장에서 축구하는 그림),

나는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출판사에서 좋아하기도 했다(3부 도비라와 표지 그림).

일단 다시 그리라고 해서 계속 그렸는데 그렇게 5개월 더 그려서 끝까지 남은 그림은

막상 3장도 되지 않았다. 이게 뭐여?

평소에 칭찬보다는 지적하고 열 받은 상태에서 그리는 게 그림이 더 잘나온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5개월을 가니 잘 모르겠다. 물론 내가 5개월 동안 집에 박혀서 그림만 그린 건 아니지만. -,.-

여하튼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건 사실이다.

만약 다음에 작업을 하게 되면 나도 내 의견을 이야기할 것이다.

계속 작업을 하다가 나는 능력이 안 돼

“더 이상 못하겠으니 출판사에서 알아서 하세요.” 라고 이야기 하려는 순간 전화가 왔다.

표지에서 내 그림 말고 다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전화였다.

출판사의 가슴이 찢어지건 말건 사실 올해 내가 들었던 말 중에 가장 행복했던 말 중에 하나였다.

나는 반지를 집어던져 버린 프로도 기분이었다.

어딘가의 누군가는 나대신 모르도르로 반지를 운반해 주겠지~

그러나 얼마 못가 빌어먹을 절대반지는 다시 나에게 왔다.

군대에 있는 동안은 어찌되었건 책이라는 게 그렇게 실감나지 않았다.

아빠 분량이 많고 나는 거의 없지만 그저 누워있을 뿐인데 이게 어떻게 책이 될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갈수록 게을러졌다. 그 어두침침한 고참들의 방안에서는 영원히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뭐 다행히도 거기서 영원히 자지는 않았지만.

계속 누워있으면 허리도 아프고. 전역했으니까 어쩌면 내가 그때 게으름 안 피우고

더 그렸다면 나와서는 일이 더 빨리 끝났을까?

이건 지금 와서는 정말 의미 없는 질문인데 스읍~

군대 밖으로 나와서 대략 5개월 작업이 군대 안에서 보다 훨씬 스트레스였다.

군대 안이라면 출판사에서 전화해서 닦달할 수 없을 테니까.

그러고 보니 입대하기 전 작업했던 외주 때도(보험회사 만화)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누군가가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 좋아하고 싶으면 취미로만 해라, 일이 되어 버리면

더 이상 좋아할 수 없게 된다. 일단 이거 하나는 알겠다. 저 말은 틀렸다.

스트레스를 받는 와중에도 그림에 대한 즐거움이 있었다.

비록 전라드리엘이 내 꿈에까지 등장했지만 여하튼 끝이 났다.

아, 그런데 누가 죽음 혹은 그림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안 할 거다.

난 때려 죽여도 그림 그릴거야 같은 거 없다. 그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기는 한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그리는 것이니

무엇이 우선인지는 분명한 것이다.

오디션 프로나 내가 대학 면접 볼 때는 간혹 죽어도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구라 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번 일을 하면서 일로써 그림을 그린다는 게 뭔지 생각하게 되었다.

역시 경험은 소중해. -,.-

덕분에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몽골음악도 알게 되었다.

너무 자주 열 받아서 검색해서 알게 되었다. 정말 많이 들었다.

마음이 가라않는지는 모르겠는데 노래는 좋더라.

Huun-Huur-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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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장사는 이제 그만하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 혹시 이후로 책 관련한 행사가 잡히면

그 정도는 공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점 송구스럽습니다.

그리고 저 보다 더 열심히 이 책을 팔기 위해 분주한 마음을 보여주시고 계신 분들에게는

살아가면서 저와 영후의 마음을 표현하겠습니다. 꾸벅.

 

 

 

jirisan@jiri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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