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0.000004% 이야기, 하나

마을이장 2015.06.20 21:06 조회 수 : 2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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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4일. 농부 홍순영의 들판에서 앉은뱅이 밀 수확을 시작했다.
구례군에서는 세 해째 수확이다. 종자를 조금씩 불려나왔다.
채종 작업의 어려움을 감안해서 가장 믿을 만 한 농부 순영이 형에게 맡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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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닷컴은 2009년부터 밀가루를 팔았다.
운조루 땅에서 난 밀가루였다.


다섯 가마!
아자아자아자!!!


이 소리는 2009년에 처음으로 오미동에서 <운조루 밀가리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이곳에서 결의를 다진다고 스스로 외친 흔적이다.
그때 판매 목표량은 다섯 가마, 200kg이었다.
2015년에 처리해야 할 밀가루 총량은 20톤 정도 된다.
일곱 번째 진행이고 100배 성장이다.
변하지 않은 것은 지리산닷컴이나 나의 수익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금년에 나의 ‘용역비’가 지난 7년간 이 쌩쇼를 진행하면서 얻게 될 최대 수익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전문 곡물 브로커 한 달 사용료를 밝히기는 힘들다. 시장에 혼란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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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지리산닷컴 안식년임에도 불구하고 잠시 사이트를 열고 밀가루를 팔아야 했다.
2013년에 농부 홍순영에게 부탁하여 뿌려 둔 앉은뱅이 밀의 권한을 지리산닷컴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앉은뱅이, 금강, 호밀 3종 모두 해서 대략 10톤 정도를
처리하는데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그때 계산을 해봤다.
대한민국 연간 밀 소비량은 대략 5백만 톤이다. 우리밀은 그 중 5만 톤 정도다.
증가세라고 하지만 3년 전 곡물가 파동 때 연간 점유율 1% 이하로 떨어진 적이 있다.
대기업들이 몇 년 동안 우리밀이 좋네 마네 지랄들 하다가 일제히 철수 한 시절이었다.
그래서 10톤 판매는 대한민국 연간 밀 시장의 0.000002%라는 계산에 도달했다.
금년에 처리할 양은 20톤 정도. 대한민국 밀가리 시장의 0.000004%를 의미한다.
그것이 현재적 ‘우리의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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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화요일 아침 일찍 광의면 순영이 형네로 올라갔다.
건조가 끝나고 40kg 가마니로 내려 받았기에 정확한 수확량이 나온 것이다.
계약 물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확량이다. 계약 당시 종우떼기에 그렇게 기록해 넣었다.
"하늘이 하는 일이라…"
이번에는 하늘이 많이 협조해 주시지 않았다. 한 단지(950평) 기준 40kg 35가마니 정도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계약물량을 받았다. 물론 2014년 생산량을 기준한 것이었다.
그러나 2015년은 30가마니 정도다. 110가마니 정도 나왔다는 전화를 받고 이른 아침에
형네로 올라 온 것이다. 내가 뛰어 온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종자를 얼마나 남길 것인지, 수분률에 대한 당부, 올라간 김에 금강밀을 언제
제분소로 옮길 것인지도 이야기했다. 금요일이 좋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나누고
함양 제분소 김*태 사장과 통화를 시도했다.
내 전화기에 김*태 전화번호가 있나? 찾아보니 있다. 전화를 걸었다.
대략 아침 7시 30분. 촌사람이니 당연히 깨어나 있을 것이고. 띠리리링~


“여보세요? 김*태 씨?”
“예.”
“저 구례 월인정원 남푠 권산인데요.”


몇 초 침묵 후,


“아! 예 예.”
“그… 금요일에 금강밀 실러 오면 되는데 5톤 트럭이 장축입니까?”
“예?”
“아니, 그러니까 톤 백 몇 개 담을 수 있느냐고요?”
“…”
“여보세요? 뒷바퀴 4개짜리 아니예요? 여보세요?”
“…”
“여보세요? 함양 김*태 사장님 아니세요?”
“… 서울 김*탭니다…”


젠장. 모 출판사 대표였다. 출판사는 책을 오톤 트럭으로 옮기지는 않지.
옆에서 순영이 형이 간을 친다.


"그라고 간만에 통화하고 그라제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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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목요일 아침.
건조가 끝이 난 앉은뱅이 밀 1차 분량 65가마니를 악양 부계방앗간으로 옮기는 날이다.
2015년은 두 곳에서 가공을 한다. 앉은뱅이와 호밀은 재래식 방앗간에서 진행을 한다.
방앗간이 협소하다 보니 톤백이 아닌 가마니로 포장을 했다. 지난 해에는 일괄 톤백으로
진행을 했기에 사람 손이 갈 일이 없었다. 가마니로 포장을 했다는 것은 까대기가 필연적이다.


까대기 : 쌀 포대를 나르는 일, 상자로 된 물건을 옮기는 일로 주로 농촌에 많이…


일단은 순영이 형이 파레트에 가마니를 쌓아 두었기에 상차 작업에서 까대기는 없다.
그것만 해도 어딘가. 나는 40kg 가마니를 드는 데 문제가 있는 남자다. 나는 사무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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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6일 화요일 아침. 함양 제분소로 금강밀이 나가는 날이다.
날씨가 흐렸다. 도착한 트럭의 몸집이 예상보다 듬직했다. 약간 가늠을 했다.
원래는 두 번 나누어 옮길 생각이었다. 한 번에 갈까? 운송비도 줄어들 것이다.
13톤을 실었다. 나는 톤백이 좋다. 사람이 할 일이 없다.
기계와 석유의 위대함을 자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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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상차하고 포장하는데 대략 30분이 걸렸다.
가마니로 환산하여 까대기를 했다면? 325가마니를 옮기는 일이다. 끔찍해!
순영이 형 아들 기표는 최근에 둘째를 낳았다. 이들 가족이 가장 바쁜 시즌이다.
누군가는 여전히 농사를 짓고 있다. 스스로 당연히 여기는 듯하다.
떠나가는 트럭의 뒷태를 보면서 마음이 후련했다. 오늘까지 15톤 정도 일단 나가는 것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일단 밀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여덟 번을 밀어내다 보면
한 달이 갈 것이고 이번 밀가리 미션도 끝이 날 것이다.

그러면 나는 하와이 해변에서 오리털 외투를 입고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지는 해를 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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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수요일 오후. 광의면 방광 어느 들판 호밀밭.
18일에 호밀을 벤다고 연락이 왔다. 베기 전에 항상 연락을 해 달라고 했다.
밀가루 미션 진행 속에는 촬영 미션도 포함되어 있다.
다음 날 수확을 나는 보지 못한다. 밥벌이 때문에 모처에서 하루 종일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루 전 호밀밭은 촬영의 마지막 기회다. 오래간만에 호밀밭을 찾았다.
빗방울이 흩뿌렸지만 꼭 찍어야 한다는 이런 조건이 어떤 경우 나는 마음에 든다.
채종 등의 문제도 있고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희귀한 품종이라 얼핏 고립된 한 덩어리의
땅에서 2년 째 호밀을 키우고 있다. 호밀밭은 언제나 아름답다. 촬영을 핑계로 잠시 머물렀다.
당신들에게 2016년에는 이 호밀밭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냥 단지 키가 큰 호밀밭을 바라보기만 하는 이벤트.
때로 그런 풍경 앞에서 누군가는 인생을 전환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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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 금요일. 앉은뱅이 40가마니가 나간다.
악양 부계방앗간에서 지난 11일에 들어간 65가마니 가공이 끝났다는 소리다.
8일이 소요되었다. 기계식 제분이었다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양이다.
희망했던 가공 시간을 3일 정도 초과했다.
순영이 형네 가족들은 모두 들판으로 일 나가라고 전했다.
이번 밀가리 프로젝트의 구례 쪽 운송을 책임지고 있는 ‘개리’는 바퀴 달린 모든 것을
운전할 수 있고 구례 톰 크루저와 함께 구례 개리로 역할하는 동생이다.
조만간 좌 개리 우 크루저와 찍은 사진을 한 번 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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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 방앗간. 하동 악양이다. 2009년에 첫 가공을 이곳에서 했다.
누가 봐도 작년에 생긴 방앗간은 아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하동군은 부계 방앗간을 관통하는 도로 계획을 가지고 있고 2016년이 될지는
2020년이 될지는 오로지 예산 상황이 결정할 것이다.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의 기계는 낡았지만 노하우로 수리하고 필터를 연구한다.
가루의 결이 곱다. 빵이 잘 만들어진다. 그러나 동네 방앗간으로서 대략 10가마니 이내의
물량을 들고 오기에 이번처럼 몇 톤 단위 물량을 처리하는 일을 힘겨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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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 상황이 이러하니 100가마니 정도를 쌓아 둘 수 없다.
65가마니도 살짝 그냥 밀고 들어 온 혐의도 있다. 작업 일정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곳의 작업 상황이 결정한다. 부부가 매실을 따야 한다거나 모가 들어간다거나 하면
그날은 가동이 안 된다. 기다려야 한다. 나는 마음이 급하다. 무엇보다 이 협소한 공간에서
까대기를 하는 일은 힘들다. 그러나 다른 방법도 없다.
점심 무렵에 가공된 앉은뱅이 밀 1차분을 싣고 함양에 도착할 것이란 희망은 무참했다.
3.5인이 까대기로 100여개 정도의 20kg 비닐 포장 밀가루를 상차하는 일은 힘들었다.
상차하고 물 마시고 계절이 그런지라 풀독에 반응하는 알레르기 성 가려움을 밀가루
속에서 털어내고 보니 이미 정오를 훨씬 넘어섰다.

“점심? 여기? 함양 가서?”

짐 풀고 먹자. 조선 사람들 참… 그러면 오후 2시가 넘을 것이다.
내비게이션을 찍었다. 그녀 말을 듣지 않고 하동 – 서진주 – 함양 고속도를 선택했다.
개리의 트럭 상태도 그렇게 양호하지 않은 상태라 거리는 더 되겠지만 편한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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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제분소에 도착하니 오후 2시를 훌쩍 넘겼다. 그래도 해피하다.
공장으로 트럭이 들어간다.
정확하게는 2015년 밀가루 프로젝트는 지리산닷컴의 기획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런 준비 없이 2015년 지리산닷컴 ‘다시 오픈’을 맞이한 꼴이었기에
해방된 민족으로 살아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파종에서 계약재배와 관련한
인과관계가 어쩌면 결국 이리 진행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가을에 계약재배 물량으로 이미 16톤 가까운 물량을 ‘선매’한 상황이다.
남은 문제는 막상 밀가루 시즌이 되었을 때 그 전체 물량의 수확과 운반, 가공, 포장, 배송을
누군가는 일괄 진행을 해야 한다는 문제였다.
그리고 4톤 정도의 물량을 이른바 ‘소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여러분들에게 소매할
앉은뱅이 밀과 호밀은 여분이 없는 상태다. 금강밀을 판매할 것이다.
하나의 폐쇄형 쇼핑몰을 준비 중이고 그곳에서 전국의 ‘농가밀’ 5~6종을 함께 판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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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밀은 지난 몇 년처럼 기계식 제분을 할 것이다. 전체 백밀로 가공을 한다.
김*태 대표는 제분률 75% 이상을 자신했다. 결과에 따라 폭력이 난무할 것인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다시 지게차가 등장했다. 까대기는 까대긴데 훨씬 편하다.
이곳에서 가장 많은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고 모든 밀은 이곳으로 집하시키고
이곳에서 포장과 발송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구례에서 함양으로의 이동이 자주 있을 것이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길바닥에 기름을 뿌리고 다니는 요즘 나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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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와 함께 이번 밀가리 프로젝트 까대기 중심의 노가다에 같은 면에 사는 후배
‘3류브로커’가 징발되었다. 최근에 직장을 때려치웠다는 장점을 활용한 것이다.
짧지 않은 거리 운전에서 지나친 말벗으로 충분한 친구다.
딱 보면 나와 짝을 이루는 부실한 체력의 소유자다. 박 과장 보다는 체력적으로 뛰어나다.
작업을 끝내고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점심을 먹었다. 함양 왔으니 안의 갈비탕을 먹었다.
마침 후배들도 그 식당은 가보지 않았다고 하니 염불과 잿밥은 한 통속이라.
언젠가부터 음식 사진 올리기 싫다. 찍지도 않는다. 방송과 SNS를 통해서 하도 많이
올라오니 ‘이게 다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먹방을 사절한다.
오래간만에 산을 넘어 구례로 돌아왔다. 절반 옮겼나? 결국 끝이 나겠지.
월요일 오후에 앉은뱅이 2차 가공 운반이 갑자기 결정되었다.
월요일은 ‘3류브로커’가 부재하다. 까대기 인력이 없다.
개리와 내가 그냥 코피 터질 것인지 다른 인력을 수배할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전체 여정의 25% 정도 온 것 같다.
가보자. 0.000004% 고지는 그렇게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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