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그러니까 햇밀을 팔기 위한 수작이다.

 

 

 

6월 3일 금요일 아침에 문자가 왔다.

밀 수확이 시작되었다는 농부 홍순영의 소식이었다.

점심 먹고 화개에서 구례로 사진 찍으러 올라갔다. 오래간만이다.

 

 

 

 

 

아들 기표는 밀을 베고 있었고

아버지 홍순영은 밀 벤 자리에 물을 대고 논을 갈고 있었다.

논과 논 사이 길로 내 차가 후진해서 들어가자 그는 트랙터를 멈추고 걸어 나왔다.

담배 한 대는 우리의 예식이다.

봄비가 많았다. 지난겨울 파종 후 비도 많았다. 밀 작황은 좋지 않다.

대략 품종 별 수확시기와 수확량을 어림짐작하고 농부 홍순영과 헤어졌다.

 

 

 

 

 

2015년에 힘들게 밀 프로젝트를 진행한 탓에 금년 나의 목표는 간명하다.

작년에는 3일 연속으로 지리산 둘레 280km를 뺑뺑이 도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힘들지 않게’가 2016년 밀 장사 궁극의 염원이다.

함양제분소의 김경태 선수에게 대략적으로 전투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이번에는 무조건 톤백과 지게차로 진행을 할 것이다. 더 이상 40kg 가마니를 옮기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 방식이고 저 방식이고 간에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한다.

그래서 2016년은 단 한 가지 방식, 제분소에서 <기계식 제분>만 진행할 것이다.

 

 

 

 

 

지난해에 중간에서 약간의 폭력 행사로 정해진 제분비 보다 싼 가격으로

별 이윤을 남기지도 못하고 가장 중요한 실무를 진행한 함양제분소의 김경태 선수에게

모두 넘길 것이다.

 

 

 

 

 

호밀은 왜 호밀일까?

오랑캐 이름 ‘호胡’일까, 수염 ‘호胡’일까?

여하튼 2016년에도 나는 다시 호밀(胡-)밭에 섰다. 목적은 햇밀을 팔기 위한 호객(呼客)이다.

밀의 자태를 뽐내는데 호밀 보다 압도적인 것은 없다. 물론 취향의 문제가 있겠지만.

어쩌면 다음 날(6월 14일) 호밀 1차 수확이 있을 것이기에 다시 지금 이 시간이 유일하고

온전한 호밀밭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나는 햇볕 짱짱한 호밀밭을 촬영하지 못했고 오늘도 그렇다.

어두우면 더 어둡게 찍는 것이 요령이다.

 

 

 

 

 

언제 이 일이 끝이 나는 것인지 내 스스로도 알 수는 없지만 7년이 되니

마치 하나의 습관이 된 것처럼 밀을 판매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내가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소개를 하는 것이다.

금년으로 곡물 시장에서는 은퇴하고 싶다.

 

 

 

 

 

 

 

‘판매’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소개’는 선의를 가지고 알리는 것이다.

그동안 지리산닷컴은 밀을 판매하지 않았다. 2015년에는 곡물계에서 은퇴할 수 있었지만

다른 쪽의 제의로 단발 일백만 원의 임금을 받고 밀 운송과 판매까지의 노가다를 진행했었다.

 

 

 

 

 

 

 

지난 7년 동안 밀을 밀가루로 변환하고 소개하는 일을 해서 이 일이 얼마만큼의 이윤을

남길 수 있는지는 잘 알고 있다. 내 방식으로(진행비를 아끼지 않는 방식) 진행하지 않고

업자마인드로 진행하면 1톤에 일백오십만 원 정도의 밀가루 판매 순이익을 남길 수 있다.

물론 완판을 전제로 해서 그렇다. 그 동안 지리산닷컴은 밀가루는 항상 완판을 했다.

 

 

 

 

 

 

 

금년에는 대략 25톤 정도 진행을 할 것이다. 금강밀, 앉은뱅이밀, 고소밀, 호밀이다.

이것을 내 장사로 전환하면 37,500,000원의 산술적 순이익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장사로 전환하는 순간 완판의 전설은 종료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이곳에서 필요를 구매하기 보다는 생각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마이너스의 손이기 때문에 그렇다.

 

 

 

 

 

 

 

아주 간혹 어떤 이들은 내가 뭔가 재미있는 일을 벌이고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스토링델링의 진흙탕에서 사투를 벌이기를 기대하는 듯하다.

뭔가 돈 이외의 영역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래서 조금 다른 결의 세상을 만드는

캐릭터 놀이 같은 것에 대리만족 심리 같은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래서 아주 간혹 그런 사람들은 내가 땅바닥이 아닌, 밑바닥이 아닌 곳에서 뭔 짓을

하는 기색이 보이면 경계의 사인을 보낸다.

 

 

 

 

 

 

 

여덟 번 째 ‘밀가리시즌’을 앞두고 소개인 척 판매하고 마지막으로 한몫 챙겨서 미얀마로

도주하는 전술에 관한 유혹과 불면의 밤을 며칠 보내다가 그래도 이건 액수가 ‘한 껀’으로는

좀 저렴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접었다.

깔끔한 마무리가 역시 마이너스의 손다운 곡물시장 퇴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한 것은, <밀가리시즌>도 <맨땅에 펀드>도 <연곡분교이야기>도 <호모루덴스>도

나의 마지막 모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런 일도 있었고 저런 일도 있었다.

 

 

 

 

 

 

 

아래 호밀밭으로 이동했다.

언제나 이 자리에서 처음 서는 사람의 언어는 동일했다.

 

“아!”

 

 

 

 

 

 

 

순영이 형 호밀밭에서 길을 건너 풀숲으로 이동하는 대장정의 거북이가 보였다.

명백하게 20cm 이상 사이즈의 큰 녀석이었다. 이곳에서 본 거북인지 남생인지 중에서는

제일 큰 녀석이다. 거북이는 생각보다는 빨랐다. 곧 풀 속으로 사라졌다.

 

 

 

 

 

 

 

이 호밀밭 앞에 서면 항상 약간 경건해진다.

대한민국에서 사료용이 아닌 호밀을 만생이 되도록 재배하는 밭도 내가 아는

다른 곳이 없기도 하지만 교잡을 방지하기 위해 사방이 차단된 땅에 숨어 있는

거인의 모습이 어쩌면 하나의 ‘발굴’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호밀밭으로 내려섰다. 카메라의 눈높이가 호밀의 높이를 설명할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자라지 않을 것이고 호밀도 더 이상 자라지 않을 것이다.

 

 

 

 

 

 

 

간혹 호밀을 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양을.

그러면 순영이 형은 나의 전화번호를 그들에게 알려준다.

그래야 할 아무런 권리도 나에게는 없다.

 

 

 

 

 

 

 

앉은뱅이밀과 호밀에 대해서 몇 년 동안 형은 계속 그렇게 하고 있다.

 

“권 선생 꺼니께.”

 

이것이 그의 정해진 대답이다.

이 호밀은 내 것이 아니다.

 

 

 

 

 

 

 

앉은뱅이밀은 몇 년 전에 종자를 구해서 전해드리고 대신 농사를 지어 주실 것을 부탁했다.

그 종자는 구하기 힘든 것도 아니다. 나 역시 펀드 시절에 돈 주고 구입한 종자다.

이후로 형은 앉은뱅이밀에 대해서 여전히 나의 권리를 말씀하신다.

3년 동안 채종하신 수고를 안다.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홍순영의 밀이다.

 

 

 

 

 

 

 

호밀은 어느 핸가,

 

“형, 호밀 구할 수 있으면 한 번 뿌려보시죠.”

 

그것이 전부다.

그는 호밀 종자를 구했고 자신의 땅에 뿌렸다.

사료용 호밀을 홍순영 호밀인 것처럼 장난 친 일들이 발생하면서

그는 호밀에 관한 공급 결정권을 나에게 넘겨버린 것 같다.

그 마음을 안다. 고맙다.

이번에도 내가 전량 책임질 것이다. 따라서 단 한 곳에서 판매하는 <홍순영의 호밀>을

제외하고 또 다시 다른 곳에서 홍순영의 호밀을 구매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거짓이다.

그러나 이번이 내가 책임지는 마지막이다.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이 호밀밭에서 나의 촬영 동선은 동일하다.

다시 돌아가는 길인데 여전히 새롭다.

 

 

 

 

 

 

 

기운을 느낀다.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지만… 지리산을 느낀다.

나는 산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는 것 보다 마을에서 산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6월 14일 아침. 광의면 홍순영의 집.

함양에서 트럭이 왔다. 일단 건조가 끝이 난 고소밀과 앉은뱅이, 금강밀을 상차했다.

전반적으로 역시 수확량이 좋지 않다. 그러나 이룬 만큼 만들면 될 일이다.

다만 이후에도 늦은 가을비와 봄비가 많다면, 그러니까 기후적 변화에 의해 이런

날씨가 고착화된다면 인간은 어떤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밀을 보내고 호밀을 수확하러 홍순영·홍기표 부자는 다시 들판으로 나섰다.

부자가 들판에 함께 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항상 가슴 뿌듯한 일이다.

이 시절은 세대와 세대가 하는 일과 생각에서 너무 간극이 깊다.

‘곡우호밀’을 먼저 베고 ‘두루호밀’을 벨 것이다. 두 종류다.

 

 

 

 

 

 

 

2009년에 처음 만났다.

그가 조금씩 늙어가는 것을 느낀다.

파인더 속으로 보이는 그의 세월이 얼핏 서운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같이 늙어갈 것이다. 우리는 구례에 사니까.

 

 

금강, 앉은뱅이, 고소, 호밀을 모두 가공 완료하려면 6월 28일은 되어야 합니다.

지금부터 함양 <지리산우리밀 제분소> 사이트에서 사전 주문을 받을 생각입니다.

아래 제분소 쇼핑몰로 가셔서 선주문 하시면 호밀을 제외한 종류는 6월 22일경부터

발송이 가능하고 호밀을 포함하면 6월 28일부터 발송 가능합니다.

앉은뱅이 수확량이 적다보니 조기 품절이 우려됩니다.

고소밀은 제빵 보다는 제과에 적합화 되었다고 하지만 먹어 보고 반죽해 본 선수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앉은뱅이와 성질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장의 마지막 밀가리 장사입니다.

카길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떠납니다.

 

* 아래 사이트로 가시면 비회원 구매가 이 밤에는 막혀 있는데

  내일 아침 <무얼까?>가 술이 깨면 수정을 할 것입니다.

  (아, 그러나 제분소 사이트를 만들 당시 어떤 사정으로 비회원 구매 옵션이

   장착되지 않은 모듈이라... 회원가입을 하셔야 합니다. -,.-)

  그냥 회원가입 버튼 누르고 SNS 로그인을 등록하시면 편하긴 합니다.

  주문 주소나 연락처 기록하기는 어차피 같으니까요.

 

★ 산아래제분소에 밀가리 사러가기!

 

 

 

 

 

 

jirisan@jirisan.com

 

 

 

 

공지 지리산닷컴 사진사용에 관해 마을이장 2013.05.24 20277
286 월간 <노력> - 002 / 최광두-단장(斷腸) [18] 마을이장 2017.01.06 1409
285 월간 <노력> - 001/ 최광두-말씀을 받다 [21] 마을이장 2016.12.25 2114
284 外道 / 남도 몇 걸음 [21] 마을이장 2016.11.24 1784
283 그곳 / 게으른 가을 풍경 몇 컷 [43] 마을이장 2016.11.14 2150
282 外道 / 누군가는 싸우고 있다 [27] 마을이장 2016.10.09 8643
281 그곳 / 섬진강에서 어느 밤과 낮 [20] 마을이장 2016.08.29 2410
280 생각 / 안부 [23] 마을이장 2016.08.23 1813
279 그곳 / 노고단 음력 7월 5일 밤하늘 [22] 마을이장 2016.08.08 1722
278 老力 / 제 부모님은 보잘 것 없는 분들이셨습니다 - 구독신청 [26] 마을이장 2016.07.27 2487
277 생각 / 형, 빛을 잃은 것 같아요 [39] 마을이장 2016.07.25 1797
276 그곳 / 노고단 7월 23일 아침 - 공무원 K형 [10] 마을이장 2016.07.23 1384
275 老力 / 월간 <노력老力> 기획안 발표 [50] 마을이장 2016.07.10 1981
274 그곳 / 노고단 7월 7일 아침 - 공무원 K형 [19] 마을이장 2016.07.07 1737
273 外道 / 소라똥 당신 [28] 마을이장 2016.06.24 2009
» 장터 / 햇밀, 호객呼客을 위한 호객胡客 [40] 마을이장 2016.06.14 3055
271 생각 / 책이 필요합니다 [32] file 마을이장 2016.06.09 2333
270 생각 / 10주년 [57] 마을이장 2016.05.30 2474
269 사람 / 낮은 효율, 높은 연비 그리고 농부 원유헌 [38] 마을이장 2016.05.28 2245
268 생각 / 말하다 [18] 마을이장 2016.05.20 1874
267 생각 / 방향 [27] 마을이장 2016.04.28 1542
Copyright© 2007. All Rights reserved www.jirisan.com 4dr@naver.com | 지리산닷컴은?